“난 제임스 본드의 팬 그의 영화를 통해 세상 구경”
로맨스를 곁들인 스파이 액션 코미디‘존스 부부 따라 가기’(Keeping Up with the Joneses)에서 여행작가로 위장한 멋쟁이 스파이 팀 존스로 나오는 존 햄(41)과의 인터뷰가 지난 8일 샌타모니카의 페어몬트 미라마 호텔에서 있었다. 훤칠한 키에 건장한 체구 그리고 옛 할리웃 스타의 멋을 지닌 미남 햄은 늘 친절하고 상냥하고 겸손해 친근감이 가는 배우다. 전형적인 미국 신사 타입인데 인터뷰 내내 미소를 지으면서 자유롭고 편안하게 질문에 대답했다. 때로 장난기 짙은 아이처럼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상소리마저 섞어가면서 인터뷰를 즐기는 듯했다. 햄은 AMC-TV의 인기 드라마 시리즈‘매드 멘’(Mad Men)으로 스타가 된 사람으로 지금 작은 브라운관을 벗어나 빅 스크린에서도 성공하려고 노력 중인데 아직은 빅 히트작이 없다.
-스파이 장르와 어떤 관계이며 제임스 본드의 팬인가.
“난 제임스 본드의 열렬한 팬인데 어릴 때 미주리의 작은 동네에 살면서 그의 영화를 통해 세상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의 영화를 통해 유럽과 세계를 여행한다는 것이야 말로 매력적이요 멋있는 경험이었다. 난 본드의 영화뿐 아니라 책도 도서관에서 빌려다 봤다. 사람들이 날 보고 다음 제임스 본드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영광이나 본드는 어디까지나 영국 사람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이 영화에서 스파이 노릇 하기가 즐거웠는지.
“스파이 노릇 한다는 것은 진짜로 멋진 재미다. 나쁜 자들은 내 총을 맞고 쓰러지나 난 절대로 총을 안 맞는다. 담을 기어오르고 차를 거꾸로 고속으로 모는 일은 즐거운 일이었다.”
-액션 연기하기가 힘들었는가.
“즐기며 했다. 영화에서 차를 고속으로 몬 사람은 진짜 나다. 일부는 특수효과이지만 난 차를 고속으로 몰고 또 회전하는 기술을 배워 신나게 사용했다. 그런 흥분되는 기회는 실제로는 좀처럼 많지 않은 것이다.”
-팀은 친구가 된 이웃에 사는 평범한 제프의 삶을 동경하는데.
“바로 그 점이 이 영화를 어리석은 장난과도 같은 영화의 범주를 벗어나게 한 것이다. 스파이 생활은 겉으로 보기엔 멋있는 것 같지만 그는 언제나 남을 속이고 또 위험 속에 살아야 한다. 그러니까 사람을 책을 표지만 보고 판단하듯이 판단하지 말라는 얘기다. 남이 보기엔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 것 같은 사람들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처럼 필요하고 원하고 욕망하는 것이 있다는 말이다.”
부부 스파이 팀(아래)과 그의 아내 나탈리가 킬러들을 향해 사격하고 있다. |
-어떻게 해서 이 영화에 나오기로 했는가.
“난 이 영화의 감독 그렉 모톨라와 제프 역의 잭 갈리피아나키스와는 오래 전부터 잘 아는 사이다. 이렇게 친구처럼 잘 아는 사람들과 영화를 만든다는 일은 흔치 않다. 모르는 사람들과 일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게다가 나와 잭의 아내 역으로 갤 개도와 이슬라 피셔가 합류했으니 금상첨화라고 하겠다. 우리 넷은 함께 같은 장면에 많이 나오면서 즐겼다.”
-존 햄 하면 모두‘매드 멘’을 생각하게 되는데 그 이후로 역을 어떻게 선정하는가.
“난 그저 계속해 일하고 싶을 뿐이다. 한군데만 영원히 매달릴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린 다 늙고 또 모든 것은 변한다. 모든 것은 다 앞으로 나아가게 마련이다. ‘매드 멘’으로 보낸 나의 과거는 앞으로의 가능성과 기회를 찾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난 그저 내가 흥미롭게 여기는 일들을 계속해 하고 싶을 뿐이다.”
-영화에서 뱀들이 나오는데 진짜 뱀인가.
“일부는 진짜다. 그런데 난 뱀에게 관심이 많다. 난 미주리에서 자라 뱀들을 많이 봤다. 어디를 가도 뱀들이 있었다. 그러나 영화의 뱀들은 위험한 것들이 아니다.”
-뱀 고기 먹어본 적 있는가.
“난 어렸을 때 달팽이를 비롯해 여러 가지를 먹었는데 지금도 무엇이든지 먹을 수는 있지만 아직 뱀 고기는 못 먹어 봤다.”
-당신은 여행작가로 나오는데 실제로 여행해 본 중에 가장 인상에 남는 곳은 어디인가.
“인도다. 아름답고 모든 것이 넘치는 나라다. 난 그 곳에 6개월간 머물렀었다. 그 나라의 문화는 백만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한데 난 정말로 그곳에 더 오래 머물면서 그것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배우고 싶었다.”
-취미는 무엇인가.
“내가 늘 좋아해온 것은 스포츠에 참가하는 일이다. 난 고등학생 때 운동선수였다. 그러나 본격적인 운동선수가 되는 일은 원치 않았다. 하루에 8시간씩 체육관에서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난 지금도 LA 야구팀 선수로 뛰고 또 테니스와 골프도 한다. 운동은 나를 바쁘게 할 뿐 아니라 젊게 만든다. 난 특히 야구를 좋아하는데 내 고향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야구팀은 그곳 사람들에겐 그들 삶의 일부나 마찬가지다. 난 인도에 머무를 때 크리켓을 시도해 봤으나 엉망이었다.”
-남에게 말하기가 쑥스러우나 재미있게 본 영화는.
“‘쇼걸스’다. 그 영화의 감독 폴 베어호벤은 천재이든지 아니면 미친 사람이든지 둘 중 하나다. 그의 다른 영화 ‘로보캅’도 마찬가지다. 난 이 두 영화에 완전히 반했다. 최근에 ‘쇼걸스’에 나온 지나 거숀을 만났는데 그 때 그 영화에 대해 말이 하고 싶어 목구멍이 근질거렸으나 꾹 참았다.”
-이 영화는 옛날 할리웃 풍인데.
“시간 보내기에 딱 맞는 즐거운 모험영화로 케리 그랜트와 오드리 헵번이 온갖 모험을 경험하던 영화와 비슷한 분위기다. 그렇다고 내가 케리 그랜트라는 말은 아니다. 옛날에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이런 종류의 영화가 많았는데 요즘 영화들은 만화의 주인공들이나 수퍼히로들이 주인공들이다. 그들 나름대로 재미는 있지만 난 좀 다른 재미를 원한다.”
-여자의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끼는가.
“난 늘 지적이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껴왔다.”
-현재의 자신에게 만족하는가.
“그렇다고 본다. 날 봐라. 꽤 괜찮지 않은가.”
-당신 아내 역의 갤 개도가 당신을 우습고 영리한 사람이라며 토크쇼 호스트를 해도 되겠다고 칭찬하던데 그럴 생각이라도 있는지.
“난 글을 안 쓴다. 난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이상하게 글 쓰는데 관심이 없다. 어렵고 별 재미를 못 느낀다. 그러니 내가 어떻게 토크쇼 호스트를 하겠는가.”
-음악은 당신에게 영감이나 표현의 매체로서 얼마나 중요한 구실을 하는가.
“난 별로 음악적인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즐길 줄은 안다. 노래나 연주를 잘하는 사람들의 공연을 즐기기는 하지만 난 그런 재주가 없다. 난 초등학교 3학년 때 바이얼린을 배웠는데 신통치가 못했다. 난 고도의 재능을 지닌 가수나 연주자들의 연주를 들을 때마다 큰 의문에 젖곤 한다. 내게 있어 그들은 마법사나 마찬가지다. 난 밴조를 연주하고 싶다. 재미있는 악기라고 생각한다.”
-‘매드 멘’의 출연진들과 종종 만나는가.
“우린 그 후로 각기 제 갈 길들로 갔다. 우린 10년간 그 시리즈로 맺어졌지만 이제 서로 새로운 것을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배우가 된 이유다. 우린 모두 다음은 뭐지 라는 물음에 대한 다른 대답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