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1월 21일 화요일

[영화평] 부부관계·영화제작 다룬 고다르 작품 - 경멸 (Contempt)


전직 타이피스트인 카미유(브리짓 바르도)는 신념없는 남편 폴(미셸 피콜리)을 경멸한다.

전형적 영화제작의 틀을 뒤집어엎는 프랑스 감독 장-뤽 고다르의 1963년 작으로 개봉 반세기를 기념해 복원된 작품이 재개봉 된다. 무너져 내리는 부부관계와 스튜디오 체제가 붕괴된 후의 국제 합작영화 제작 그리고 소설을 영화로 만들 때 오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다룬 이색적 흥미를 유발시키는 영화다. 원작은 이탈리아 작가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소설 ‘정오의 귀신’.
영화 제목은 여주인공 카미유가 남편인 영화 각본가 폴에게 품고 있는 감정을 나타낸다. 고다르의 영화여서 쉬운 오락영화는 아니지만 예술영화 팬들에겐 큰 만족감을 줄 영화로 브리짓 바르도의 맨살 엉덩이가 탐스럽고 독일 감독 프리츠 랭이 영화 속에서 감독으로 그리고 고다르가 랭의 조감독으로 나온다.
로마·프랑스의 영화 각본가 폴(미셸 피콜리-중절모를 쓰고 시가를 입에 문채 목욕을 한다)은 연극작품을 쓰는 것이 꿈이다. 그의 무르익은 육체를 지닌 아내로 전직 타이피스트인 카미유(바르도)는 낭비벽증자.
폴에게 미국인 영화제작자 제레미(잭 팰랜스)가 호머의 ‘오디세이’를 영화화할 예정이라며 각본을 써 줄 것을 제의한다. ‘오디세이’는 독일감독 프리츠 랭이 연출하는데 영화 속의 영화 장면과 함께 영화제작 과정이 자세히 묘사된다.
폴이 각본을 쓰는 것을 알고 카미유는 쉽게 팔려 다니는 신념 없는 남편을 더욱 경멸한다. 그리고 카미유는 제레미에게 접근한다. 제레미와 카미유는 컨버터블 스포츠카를 몰고 달리다 대형 트럭과 충돌, 둘 다 트럭 타이어 밑에 깔려 죽는다.
국제 합작영화 제작의 여러 가지 함정과 시네마스코프(랭은 이 형태를 싫어했다) 그리고 고전적 주제에 관한 심리적 해석 및 바르도의 엉덩이에 관한 영화로 지적으로 자극적인 영화다. 진공상태와도 같이 장식 없는 폴의 아파트에서 폴과 카미유가 장시간 말싸움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카메라가 한 번도 아파트 밖으로 떠나지 않는 실시간처럼 느껴지는 이 장면은 고다르의 영화를 여러 편 찍은 라울 쿠타르 촬영감독의 솜씨가 역연한 장면이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고 외눈 안경을 쓴 랭의 냉소적인 모습도 재미있다. 조르지 들르뤼의 음악과 뜨거운 태양 아래 펼쳐진 푸른 바다 등 경치도 아름답다. 성인용. Rialto. 로열과 플레이하우스 7(310-478-3836).  

[영화평] 맨해턴 폭파 음모 테러리스트를 잡아라

잭 라이언: 그림자 신병 (Jack Ryan: Shadow Recruit) 


라이언(크리스 파인)이 모터사이클을 타고 테러리스트를 쫓아 맨해턴을 질주하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기시감 많고 독창성 없는 스파이 액션 서스펜스 스릴러로 얼마 전 작고한 스파이소설 작가 탐 클랜시의 잭 라이언 연작 시리즈가 원작이다. 이 시리즈는 이미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져 주인공인 CIA 스파이 잭 라이언역은 해리슨 포드와 알렉 볼드윈 그리고 벤 애플렉 등이 차례로 맡았었다.
이번에 라이언 역은 젊은 크리스 파인(스타 트렉)이 맡아 이 시리즈에 젊은 층들을 끌어들여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만들려고 시도했으나 깎다 만 듯한 헤어스타일을 한 파인이 영 카리스마가 없는데다가 연기도 신통치 못해 영화가 배급사인 패라마운트 뜻대로 빅히트를 해 속편을 만들게 될지 지극히 의문이다.
아일랜드 태생의 셰익스피어 전문 무대 및 영화와 TV 배우이자 감독인 케네스 브라나가 감독 공연하고 케빈 코스너와 키라 나이틀리 등 거물 스타들이 나온 영화로선 기대치에 못 이르는 타작에 불과하다. 볼 것이 있다면 겨울 모스크바에서 찍은 현지 촬영.
런던의 경제학 전공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잭 라이언(파인)은 9.11 테러를 TV로 목격하고 박사학위 따기를 중단하고 해병에 입대, 소위로서 아프가니스탄 전투에 투입된다. 그리고 헬기가 탈레반의 로켓에 맞아 추락하면서 중상을 입는다. 라이언은 얼굴에도 큰 상처를 입었는데 퇴원 후 보니 말짱하다. 하기야 얼굴에 흉한 상처가 있는 스파이를 누가 보러 오겠는가.
라이언은 오랜 물리치료소 생활 끝에 퇴원하는데 여기서 자기를 치료해 준 여자 캐시(나이틀리는 완전히 소모품)와 애인이 된다. 
그리고 그는 CIA 소속 신참 스파이 발굴자인 해군장교 토머스 하퍼(코스너)에 의해 발탁된 뒤, 정부 돈으로 런던서 중단했던 공부를 마친다. 
이어 라이언은 월가의 국제적 거래를 하는 대규모 투자회사에 분석가로 위장하고 취직한다. 라이언은 재정에 바탕을 둔 테러리즘을 분석하는 것이 임무로 동거하는 캐시에게조차 자신의 진짜 신원을 감춘다.
라이언은 자료 분석을 하다가 러시아의 거부 빅터 체레빈(브라나가 심한 액센트를 구사하는 영어를 쓴다)의 구좌에서 미국의 경제를 붕괴시키고도 남을 심각한 이상을 발견하고 빅터를 만나기 위해 모스크바에 도착한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라이언은 거구 흑인 킬러의 공격을 받는데 이 장면은 007시리즈 ‘골드핑거’의 격투 신을 연상시킨다. 여기서 부터 데스크 잡을 보던 라이언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육체노동을 해야 하는 일선 스파이가 된다.  
매력과 잔인함을 겸비한 빅터는 개인적으로 미국에 대해 깊은 원한을 품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은 러시아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테러리스트로 그는 미국 내 잠복해 있는 재정과 폭파전문 스파이들을 동원해 맨해턴 다운타운을 폭파하는 것과 동시에 미국의 경제를 붕괴시킬 준비를 다 해놓았다.
이를 막을 자가 물론 라이언인데 느닷없이 캐시가 모스크바에 도착, 빅터에게 납치되면서 라이언은 조국과 애인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고군분투한다. 
클라이맥스는 맨해턴에서 벌어지는데 스릴러인 만큼 붐비는 모스크바와 맨해턴에서 요란한 차량(모터사이클 포함) 추격신이 일어난다. 그렇게 모진 액션을 겪고 나서도 살아남으니 라이언은 과연 수퍼맨이다. PG-13. 전지역. 

제71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작품상‘12년간의 노예생활’.

`아메리칸 허슬' 3개부문 수상 최다 상복


12일 베벌리힐스의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두 여자 코미디언 티나 페이와 에이미 폴러의 사회로 열린 제71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상이 영화사들에게 골고루 주어지는 인심 좋은 행사였다.
여기서 유독 제외된 영화사가 유니버설과 선전의 귀재 하비 와인스틴의 와인스틴사다.
특히 와인스틴은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상의 단골 수상자로 이번에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등에서 후보에 오른‘필로메나’와‘8월: 오세이지 카운티’가 완전히 무시당해 심술첨지 와인스틴의 심기가 지금까지도 몹시 불편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필로메나’로 여우주연상(드라마) 후보에 오른 영국 배우 주디 덴치는 최근에 받은 무릎수술로 인해 이날 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기라성 같은 영화와 TV 스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시상식에는‘아메리칸 허슬’로 남우주연상(코미디/ 뮤지컬) 후보에 오른 크리스천 베일도 참석을 못했는데 그는 지금 스페인에서 찍고 있는‘엑소더스’에서 모세 역을 맡아 불참했다.
상(골든 글로브는 작품과 남녀 주연상에 한해 드라마와 코미디/뮤지컬 두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한다)이 골고루 주어진 가운데에서도 3개 부문에서 상을 타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영화가 ‘아메리칸 허슬’(American Hustle).
1970년대 말 정치인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뉴저지주의 날사기꾼들의 실화를 다룬 영화로 작품(코미디/뮤지컬)과 여자주연(에이미 애담스) 및 여자조연상(제니퍼 로렌스)을 받았다. 방년 23세의 로렌스는 지난해에는 ‘실버 라이닝스 플레이북’으로 골든 글로브 주연상을 수상, 2년 계속해 상을 받은 실력파다.
감독상 알폰소 쿠아론.
드라마 부문 작품상은 남북전쟁 이전 미 북부의 해방된 노예가 노예장수들에게 납치돼 남부농장에 팔려 12년간 노예생활을 하다가 다시 자유를 찾은 솔로몬 노덥의 실화를 다룬 ‘12년간의 노예생활’(12 Years a Slave)이 탔다.
그런데 ‘아메리칸 허슬’과 함께 모두 7개 부문에서 수상후보에 올라 최다 부문 수상 후보작이었던 이 영화는 각본, 감독(스티브 매퀸), 남우주연(치웨텔 에지오포) 및 여우조연(루피타 니옹고)상 부문에서도 수상이 유력시 됐었으나 작품상 하나로 만족해야 했다.
남우주연상(코미디/뮤지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아메리칸 허슬’에 이어 유일하게 복수로 상을 탄 영화는 ‘달라스 바이어즈 클럽’(Dallas Buyers Club). 멕시코에서 에이즈 사제 약을 밀반입해 환자들에게 판 에이즈 환자 론 우드러프의 실화에서 론으로 나온 매튜 매코너헤이가 남우주연상(드라마)을 그리고 그의 파트너로 역시 에이즈 환자인 성전환자 역을 맡은 재레드 레토가 남우조연상을 탔다.      
코미디/뮤지컬 부문 남우주연상은 1980년대 말 월가의 젊은 날사기꾼 조단 벨포트의 실화를 다룬 다크 코미디 ‘월스트릿의 늑대’(The Wolf of Wall Street)에서 조단으로 나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받았다.
디카프리오는 수상 소감에서 “내가 코미디로 상을 받을 줄은 몰랐다”고 농담을 했다. 그런데 그의 수상은 다소 뜻밖으로 디카프리오보다는 크리스천 베일(아메리칸 허슬)이나 브루스 던(네브래스카)이 더 유력한 수상 후보들이었다.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은 ‘푸른 재스민’(Blue Jasmine)에서 샌프란시스코의 가난한 여동생 집에 얹혀살려고 짐을 싸들고
여우주연상(드라마) 케이트 블랜쳇.
온 호화와 사치를 누리며 살다가 알거지가 된 월가의
미망인으로 나온 케이트 블랜쳇이 탔다.
이 영화를 감독한 우디 알렌은 이 날 시상식의 생애 업적상인 세실 B. 드밀상의 수상자로 그는 예상했던 대로 시상식에 불참했다. 알렌 대신 수상 소감을 말한 사람은 그의 영화에 여러 편 나온 알렌의 전 애인 다이앤 키튼. 키튼은 “알렌은 지금까지 자기 영화에서 모두 179명의 여배우들을 기용했으며 스크린에 개성이 강한 여자들을 창조한 여배우들의 친구”라고 칭찬한 뒤 ‘메이크 뉴 프렌즈’라는 동요를 부르면서 소감을 마쳤다.
이 날 시상식에는 알렌의 영화에 나온 여배우들인 메릴 스트립(‘8월: 오세이지 카운티’로 코미디/뮤지컬 부문 주연상 후보)과 다이앤 위스트 그리고 매리엘 헤밍웨이(헤밍웨이의 손녀)  등이 참석했다. 그런데 알렌은 이 날 시상식이 열리고 있을 때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관람하고 있었다고 한다.
여우주·조연상 에이미
애담스(오른쪽)와 제니퍼 로렌스.
감독상은 우주 스릴러 ‘그래비티’(Gravity)를 연출한 멕시코의 알폰소 쿠아론이 탔다. 각본상은 젊은 남자와 컴퓨터의 인공지능인 여자와의 사랑을 그린 ‘허’(Her)를 쓴 스파이크 존즈(감독 겸)가 받았다. 감독상과 각본상 역시 ‘12년간의 노예생활’이 탈 것이 유력시 됐었기 때문에 존즈의 수상은 깜짝 상감이다.
또 다른 기대와 예상을 너머 상을 탄 영화가 외국어 영화상을 탄 이탈리아의 ‘그레이트 뷰티’(Great Beauty). 이 상은 모두들 지난해 칸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프랑스영화 ‘푸른색이 가장 따뜻한 색’(Blue Is the Warmest Color)이 탄다고 예측했었다.
남우주·조연상
매튜 매코너헤이(왼쪽)와 재렛 레토.
음악상은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온 바다의 생존 투쟁기인 ‘올 이즈 로스트’(All Is Lost)가, 만화영화상은 디즈니의 ‘프로즌’(Frozen)이 탔다. 주제가상은 ‘만델라: 자유에로의 긴 걸음’(Mandela:,Long Walk to Freedom)의 주제가 ‘오디나리 러브’를 부른 U2가 받았다.
그런데 U2의 프론트맨인 보노는 이 날 뜻밖에도 사회자인 에이미 폴러로부터 뜨거운 키스세례를 받아 참석자들의 폭소와 함께 박수갈채를 받았다. 폴러가 TV 시리즈 ‘파크스 앤 리크리에션’으로 여주연상(코미디/뮤지컬) 수상자로 발표되자 보노 옆에 앉았던 폴러가 상을 받으러 일어나면서 그의 무릎에 올라 앉아 보노에게 키스를 쏟아 부은 것. 물론 이 키스는 가짜다.      
이 날 여러 부문에서 수상 후보로 올랐으나 빈손으로 돌아간 영화들은 ‘필립스 선장’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 ‘8월: 오세이지 카운티’ 및 ‘네브래스카’ 등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 1.17.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