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나(왼쪽)는 회사 사장 베니로 부터 끈질긴 성적 공격을 당한다. |
직장 상사 성희롱에 속수무책인 여성의 고뇌
세계적으로 #미투와 ‘타임스 업’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요즘 시의에 잘 어울리는 이스라엘 영화로 가족의 생계와 함께 자신의 야망과 자존을 위해 직장에서 행해지는 성적 희롱과 농락을 참아야 하는 여성의 갈등을 요란하지 않고 침착하게 다룬 좋은 영화다.
여류 감독 미할 아비아드는 여성을 성적 노리개로 여기는 직장에 갇힌 여인의 수치와 고뇌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태워가면서 스릴러 식으로 긴장감 있게 처리하고 있다. 감정적으로 야단을 떨 수 있는 내용이지만 감독은 이를 억제하면서 차분하게 다뤄 사실감이 더 절실하다.
젊고 아름답고 야심이 있는 오르나(리론 벤 슐러쉬)는 어린 세 아이의 어머니로 잘 나가는 부동산 개발회사에 판촉사원으로 들어간다. 남편 오페르(오쉬리 코엔)가 막 차린 식당이 아직 제대로 자리를 못 잡아 오르나가 생계를 도와야 하는 실정이다.
자기를 친절히 대해주는 사장 베니(메나쉐 노이)와의 첫 대면에서 취업이 허락돼 희망에 부푼 오르나는 첫 세일즈에 성공해 베니로부터 칭찬을 받으나 이어 베니가 오르나에게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취해 오르나를 대경실색케 만든다.
겉으로 보기엔 신사 같은 베니는 이튿날 오르나에게 사과를 하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나 베니의 오르나에 대한 성적 공격은 갈수록 더 심해진다.
영화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베니의 오르나에 대한 끈질긴 성적 공격을 자세히 보여주는데 이와 함께 오르나가 자기 가족의 생계와 본인의 체면을 위해 이런 치욕을 참아야 하는 모습과 심정을 사실감 있게 보여준다.
베니는 오르나가 자신의 노골적인 성적 접근에 끈질기게 저항하자 처음에는 사과로 시작해 이어 공격적으로 나오더니 급기야는 마치 적에 대한 복수식으로 오르나를 괴롭힌다. 일단 자기 행동에 대한 사과를 하면서 오르나를 달랜 베니는 파리 출장에 오르나가 꼭 필요하다면서 함께 파리로 간다.
베니와 함께 파리로 간 오르나의 결정이 다소 믿어지지가 않지만 가족 생계 문제와 함께 다시는 성적 희롱을 하지 않겠다는 베니를 믿어보자는 오르나의 심리상태를 전연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그리고 파리에서 오르나는 술에 취한 베니의 노골적인 성적 공격을 받는다. 후에 오르나는 자기 어머니에게 파리에서 자기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고백한다.
오르나는 베니의 이런 성적 공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몰라 좌절감에 빠지고 심적으로 갈팡질팡 하면서 자신에 대해 회의까지 하는데 그가 자신의 가치를 지키고 정신적으로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태를 슐러쉬가 티내지 않고 안으로 강렬하게 표현한다.
이와 함께 멀쩡한 신사 같은 베니의 악의와 위협을 노이가 거의 보기에 불편할 정도로 연기하고 있다.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를 뚜렷이 표현한 소품 메시지 영화로 마지막 오르나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