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6월 13일 화요일

‘원더 우먼’갤 가돗




“약점 있고 따스한 인간적 원더 우먼 그리려 노력”


DC 코믹스 만화가 원전인 영화 ‘원더 우먼’에서 아마존의 여전사 공주인 다이애나 역을 맡아 수퍼 파워를 지닌 ‘원더 우먼’이 된 이스라엘 태생의 갤 개돗(32)과의 인터뷰가 최근 할리웃의 한 스튜디오에서 있었다. 
가슴골이 깊이 드러난 검은 드레스에 긴 갈색머리를 한 팔등신 미녀 개돗은 영화에 대한 기대감과 스트레스 그리고 지난 3월에 난 둘째 딸 마야를 젖 먹여 키우느라 등이 아프다며 서서 인터뷰에 응했다. 개돗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고 상냥하게 물음에 대답했는데 아직도 자기가 ‘원더 우먼’이 된 것을 못 믿어하는 표정이었다. 미스 이스라엘이었던 개돗은 이스라엘 시민의 의무인 군 복무를 했다. 
‘원더 우먼’은 지난 1970년대 미스 월드 아메리카인 린다 카터를 주인공으로 한 TV시리즈로 만들어져 빅히트했었다.

▲자랄 때 존경하고 그처럼 되길 원했던 모범 여성은 누구였는가.
“미국의 시인이요 작가이며 민권운동가인 마야 안젤루다. 난 그가 말한 메시지를 사랑한다. 그래서 내 둘째 딸의 이름도 마야로 지었다. 그 다음으로는 내 어머니와 할머니다.”

▲단 시일에 할리웃에서 급속도로 상승하는 스타가 되었는데 명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난 그것에 신경 안 쓴다. 그것은 단지 부수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 난 이미 이스라엘서 오래 동안 유명했기 때문에 명성과 파파라지에 모두 익숙하다. 명성이 좋은 단 하나 이유는 더 이상 오디션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젠 각본을 읽고 좋으면 출연하고 싫으면 거절해도 된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도전받은 것은 무엇인가.
“‘원더 우먼’이 힘이 강하다고 해서 반드시 그를 냉정하거나 남자들을 사정없이 처치하는 여자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것에 신경을 썼다. 모든 사람이 ‘원더 우먼’에게 동질감을 느끼도록 하려고 했다. 그가 위대한 전사이면서도 약점이 있고 회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더 흥미 있는 인물이 되는 것이다.”

▲두 딸을 가진 어머니로서 이 영화가 여자에게 어떤 의미로 중요하다고 보는가.
“첫째 딸 이름은 히브리어로 우주를 뜻하는 알마다. 난 그들을 이 세상으로 데려온 것이 매우 기쁘다. 난 이 영화가 여자 뿐 아니라 남자에게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자에게 있어 여성 권력 쟁취란 중요하지만 그것은 남자를 교육시키지 않고서는 이룰 수가 없다.”

▲ ‘원더 우먼’은 인간에게 연민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본인의 인간관은 어떤 것인가.
“난 사람들을 사랑한다. 난 사람들을 만날 때면 그들로부터 최선의 것을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난 낙천가로 우린 모두 같은 열망과 필요와 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원더 우먼’은 이런 것들을 친절하고 따스하게 또 수용과 사랑으로써 상징하고 있다. 우리가 ‘원더 우먼’과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면 우린 보다 나은 사회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럼 도널드 트럼프도 사랑할 수 있는가.
“그것은 각자의 기호 문제다. 그러나 난 분명히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다.”

▲언제 자신을 원더 우먼처럼 느끼는가.
“내 딸들을 가졌을 때다. 좀 유치한 것 같지만 아기를 낳을 때 내가 신처럼 느껴졌다. 따라서 인생에 있어 최고의 것은 어머니가 되고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다.”

▲영화를 위해 얼마나 훈련을 했는가.
“난 12년간 댄서였는데 격투 동작이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느껴졌다. 난 승마가 재미있고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타보니 매우 고통스러웠다. 무기 중에선 ‘진실의 올가미’라 불리는 채찍이 좋았다. 그것은 칼처럼 공격적이 아니고 사람들로 하여금 진실을 말하게 하기 때문이다.”

원더 우먼이 칼과 방패를 무기 삼아 적과 맞서고 있다.

▲ ‘원더 우먼’이 완벽한 사람이 아닌 허점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허점이 약점으로 보일 우려가 있지 않은가.
“‘원더 우먼’은 자기가 살던 곳에서 지상 세계로 나오면서 물 떠난 물고기가 된 셈이다. 그는 선을 믿는 젊은 이상주의자로 세상을 매우 단순한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 ‘원더 우먼’은 인간의 삶이 복잡하다는 것을 모르는데 이 자체만으로도 그는 벌써 허점을 지닌 것이다. 난 그것을 약점으로 보진 않는다. ‘원더 우먼’은 허점이 있기에 영화의 다양한 상황에 모두 적응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의 ‘원더 우먼’의 의상은 1970년대 TV시리즈의 것보다 현대화 했는데 디자인에 자기 의견을 반영했는지.
“옷을 입고 1주일에 6일씩 6개월 간 촬영을 했는데 아주 편했다. 싸우고 연기를 하기 위해선 편해야 했는데 몸에 강렬한 감각을 느끼긴 했으나 편했다. 다자인에 대해선 별 조언을 안 했다. 내가 이미 ‘원더 우먼’으로 나왔던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입은 옷의 연장이라고 보면 된다. 영화를 보면 한 벌의 옷과도 같지만 실은 일곱 벌의 다른 옷들이다.”

▲연기하다 다치기라도 했는지.
“몸 곳곳에 멍이 들었다. 그런데 가장 고통스러웠던 일은 이탈리아의 해변에서 격투장면을 찍다가 섬게에 발을 찔린 것이다. 그 밖에는 안전했다.”

▲영화를 어디서 찍었는가.
“이탈리아와 파리에서도 찍었지만 대부분 런던서 찍었다. 겨울에 야외에서 찍었는데 몸을 노출한 ‘원더 우먼‘의 옷을 입어 추워서 죽는 줄 알았다. 런던 이후 이탈리아에서는 태양을 즐기면서 너무 많이들 먹어 모두들 체중이 불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와 이 영화를 비롯해 대형 액션영화에 자주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런 영화들이 마음에 든다. 난 자랄 때부터 매우 활동적이었고 표현 수단으로 내 몸을 사용했다. 날 액션배우라고 정형화 할 지도 모르겠지만 난 그런 역을 정말로 즐긴다. 언젠가 무거운 드라마도 할 기회가 오겠지만 난 이런 영화들이 좋다.”

▲이스라엘에서 영화나 TV에 나올 의향이라도 있는지.
“언제나 나올 용의가 있다. 난 배우로서 대부분 할리웃에서 일했지만 모국어로 연기한다는 것은 매우 편하다. 따라서 좋은 감독과 내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만 있다면 하시라도 나올 것이다.”

▲이스라엘 군에서 받은 훈련과 영화를 위해 받은 훈련이 어떻게 다른가.
“군 훈련이 훨씬 더 강력하다. 매일 하루에 6-7시간 씩 훈련을 받았는데 정말로 고되다.”

▲여류감독 패티 젠킨스와 일한 경험은 어떤가.
“패티는 함께 일하는 배우에게 창조적으로 가까이 접근하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이다. 영화 촬영 내내 그는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의견을 교환하면서 상호 교감했다. 난 사람들이 여자가 주인공이니까 여자가 감독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착잡한 감정이다. 패티가 이 영화를 맡게 된 이유는 그런 것이 아니라 그가 바로 영화에 적합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역을 얻게 됐는가.
“몇 년 전 미국에 왔을 때 다른 영화들을 위해 여러 차례 오디션에 참석해 지쳐 연기를 거의 포기할 상태였다. 카메라 테스트 후에 퇴짜 당하기가 일쑤였다. 난 배우가 되려고 해서 된 것이 아니라 어쩌다 됐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배우가 내 직업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영화의 제작자인 잭 스나이더가 영화 이름도 안 밝히고 나보고 오디션에 나오라고 해서 참가한 뒤 이스라엘로 귀국했다. 얼마 후 스나이더가 전화로 미국에 와서 카메라 테스트를 받으라면서 ‘원더 우먼’이라고 들어 봤느냐고 물었다. 사연인즉 그렇다.”

▲어디에 사는가.
“텔아비브와 이곳이다.”

▲젠킨스가 감독한다면 ‘원더 우먼’ 속편에 나오겠는가.
“젠킨스가 감독한다면 어떤 영화에라도 나오겠다. 만약 속편을 만든다면 ‘원더 우먼’이 제3차 대전을 미리 막는 얘기를 하고 싶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나의 사촌 레이철’(My Cousin Rachel)


상복을 입은 레이철과 필립이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신비의 미망인은 살인자인가 고상한 여인인가


의심과 정열 그리고 죽음과 회한이 뒤엉킨 스산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심리 로맨틱 스릴러이자  복수의 미스터리 드라마로 마치 고전 귀신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시종일관 우아하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미망인 레이철의 심중 의도를 의심하게 되면서 서스펜스에 긴장하게 되는데 이런 의문은 영화가 끝이 나서도 풀리지 않는다. 과연 레이철은 살인자인가 아니면 순진한 사람인가.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다.
이 영화와 같은 어두운 분위기의 로맨스영화로 로렌스 올리비에와 조운 폰테인이 주연한 영화 ‘레베카’의 원작 소설을 쓴 영국의 여류작가 대프니 뒤 모리에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이 소설은 지난 1952년 리처드 버튼(할리웃 데뷔작)과 올리비아 디 해빌랜드 주연으로 영화로 만들어졌다.  
1830년대 영국의 남부 해변 마을의 대저택에 사는 순진하고 부유한 청년 필립 애슐리(샘 클래플린-마이클 화스벤더를 똑 닮았다)가 자기 보호자이자 사촌인 앰브로즈의 미망인 레이철(레이철 바이스)이 이탈리아에서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앰브로즈는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그런데 필립은 앰브로즈가 보내온 편지를 읽으면서 서서히 앰브로즈의 죽음이 병사가 아니라 레이철에 의한 독살이라고 믿게 된다. 편지 속에 앰브로즈가 이를 시사하는 글을 남겼다.
복수심에 불타는 필립 앞에 검은 상복을 입은 레이철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필립은 대뜸 이 여자의 깊고 고매한 아름다움에 사로잡힌다. 이어 레이철은 이 집안의 안주인으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레이철에 매료된 풋내기 필립은 레이철이 마땅히 앰브로즈의 재산을 상속 받아야 된다고 결정하고 모든 재산을 그에게 물려주는 작업에 들어간다. 
이에 관한 서류를 작성하는 필립의 대부(이에인 글렌)와 그의 총명하고 아름다운 딸로 필립을 짝사랑하는 루이즈(할러데이 그레인저)와 필립의 변호사 등이 다 필립의 이런 성급한 조치에 반대를 표명하나 세상물정 모르는 필립은 자기 뜻을 고집한다. 필립의 이런 호의에 레이철이 감사의 키스를 하면서 키스는 더 깊은 관계로 이어진다.
그런데 그 후 필립은 레이철의 행동에서 다시 수상한 점을 느끼게 되면서 이 여자가 재산을 노린 살인자라고 깊게 의심한다. 그리고 필립은 레이철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끝이 아름답도록 충격적이다.  
기만과 술수와 의문이 기득한 영화로 안에 잠복한 짙은 선정성이 자극적인데 이런 의문과 억제된 성적 매력을 연기파인 바이스(007 대니얼 크레이그의 아내)가 침착하고 어둡고 고혹적으로 표현한다. 성격 드라마이기도 한데 중간 부분에서 다소 느슨해지는 기운이 있지만 호기심을 극대화시키는 영화로 촬영과 세트와 의상과 음악도 다 좋다. 
로저 미첼 감독(각색 겸). Fox Searchlight. 아크라이트(선셋과 바인) 랜드마크(웨스트우드와 피코).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저녁 식사의 비애트리즈’(Beatriz at Dinner)


비애트리즈(왼쪽)가  부자들의 저녁식사에서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눈에 비친 가진 자의 오만


영적인 영화로 심각한 생각과 느낌에 젖게 된다. 부유한 자들과 없는 자들 간의 차이와 계급간의 갈등과 함께 정치적 사회적 논평을 날카로운 위트를 구사해 표현한 코미디이자 드라마로 얘기가 대부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진행돼 연극 같은 느낌이 든다.
깊이 있고 통찰력 있는 대사들이 있는 시적 분위기마저 지닌 드라마로 논쟁의 두 당사자로 나오는 셀마 하이엑과 존 리트가우의 언어의 대결에서 흐르는 전류가 감각적이다. 둘이 연기도 잘 하는데 특히 하이엑의 코믹하면서도 심오한 연기가 눈부시다.
영화 끝이 거의 초현실적으로 마치 마법적 사실주의 분위기를 지녔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초대 받지 않은 손님’이라는 부제가 어울리는 영화다.
집에서 개와 염소를 키우는 마사지사이자 암 환자센터에서 정신적 요법으로 환자를 돌보는 비애트리즈(하이엑)는 치유와 생명을 사랑하고 그 것들에 헌신하는 여자. 비애트리즈가 자기 손님인 엄청나게 부유한 캐시(카니 브리튼)에게 마사지를 해주려고 뉴포트비치에 있는 집에 갔다가 차가 고장이 나자 캐시가 비애트리즈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캐시가 비애트리즈를 이렇게 대접하는 이유는 비애트리즈의 요법 때문에 자기 딸의 암이 치유됐기 때문. 저녁 식사의 손님은 돈이 최고인 부동산업자 재벌 덕(리트가우) 부부와 또 다른 부부. 잘 차려 입은 이들은 모두 거부들로 덕은 처음에 평상복을 입은 비애트리즈를 하녀로 오인한다.
저녁 식사가 시작되면서 이들이 나누는 대화란 모두 돈에 대한 것. 돈이 된다면 비리도 마다 않는 덕의 오만에 얌전히 앉아 있던 비애트리즈가 반박을 하면서 둘 사이에 적대 의식과 함께 논쟁이 벌어진다.
식사 후 자리를 옮겨 대화가 이어지는데 덕이 아프리카 사파리에서 사살한 코뿔소 사진을 자랑하자 비애트리즈가 이를 격렬히 비난한다. 비애트리즈의 덕에 대한 증오를 묘사한 상상에 이어 비애트리즈는 토우트럭을 타고 귀가하다 바닷가에 차를 세운다.
트럼프 시대에 잘 맞는 영화로 모두 자기보다 키가 훨씬 큰 물질주의자들 사이에서 입을 다물고 있던 키가 작은 비애트리즈가 틈틈이 이들의 말을 비판하는 모습이 코믹하면서도 진지하다. 그런데 감독 미구엘 아르테타는 덕을 괴물이라기보다 인간적으로 묘사, 그에게 연민의 마음을 품도록 처리했다. 랜드마크 등  일부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