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 있고 따스한 인간적 원더 우먼 그리려 노력”
DC 코믹스 만화가 원전인 영화 ‘원더 우먼’에서 아마존의 여전사 공주인 다이애나 역을 맡아 수퍼 파워를 지닌 ‘원더 우먼’이 된 이스라엘 태생의 갤 개돗(32)과의 인터뷰가 최근 할리웃의 한 스튜디오에서 있었다.
가슴골이 깊이 드러난 검은 드레스에 긴 갈색머리를 한 팔등신 미녀 개돗은 영화에 대한 기대감과 스트레스 그리고 지난 3월에 난 둘째 딸 마야를 젖 먹여 키우느라 등이 아프다며 서서 인터뷰에 응했다. 개돗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고 상냥하게 물음에 대답했는데 아직도 자기가 ‘원더 우먼’이 된 것을 못 믿어하는 표정이었다. 미스 이스라엘이었던 개돗은 이스라엘 시민의 의무인 군 복무를 했다.
‘원더 우먼’은 지난 1970년대 미스 월드 아메리카인 린다 카터를 주인공으로 한 TV시리즈로 만들어져 빅히트했었다.
▲자랄 때 존경하고 그처럼 되길 원했던 모범 여성은 누구였는가.
“미국의 시인이요 작가이며 민권운동가인 마야 안젤루다. 난 그가 말한 메시지를 사랑한다. 그래서 내 둘째 딸의 이름도 마야로 지었다. 그 다음으로는 내 어머니와 할머니다.”
▲단 시일에 할리웃에서 급속도로 상승하는 스타가 되었는데 명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난 그것에 신경 안 쓴다. 그것은 단지 부수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 난 이미 이스라엘서 오래 동안 유명했기 때문에 명성과 파파라지에 모두 익숙하다. 명성이 좋은 단 하나 이유는 더 이상 오디션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젠 각본을 읽고 좋으면 출연하고 싫으면 거절해도 된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도전받은 것은 무엇인가.
“‘원더 우먼’이 힘이 강하다고 해서 반드시 그를 냉정하거나 남자들을 사정없이 처치하는 여자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것에 신경을 썼다. 모든 사람이 ‘원더 우먼’에게 동질감을 느끼도록 하려고 했다. 그가 위대한 전사이면서도 약점이 있고 회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더 흥미 있는 인물이 되는 것이다.”
▲두 딸을 가진 어머니로서 이 영화가 여자에게 어떤 의미로 중요하다고 보는가.
“첫째 딸 이름은 히브리어로 우주를 뜻하는 알마다. 난 그들을 이 세상으로 데려온 것이 매우 기쁘다. 난 이 영화가 여자 뿐 아니라 남자에게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자에게 있어 여성 권력 쟁취란 중요하지만 그것은 남자를 교육시키지 않고서는 이룰 수가 없다.”
▲ ‘원더 우먼’은 인간에게 연민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본인의 인간관은 어떤 것인가.
“난 사람들을 사랑한다. 난 사람들을 만날 때면 그들로부터 최선의 것을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난 낙천가로 우린 모두 같은 열망과 필요와 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원더 우먼’은 이런 것들을 친절하고 따스하게 또 수용과 사랑으로써 상징하고 있다. 우리가 ‘원더 우먼’과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면 우린 보다 나은 사회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럼 도널드 트럼프도 사랑할 수 있는가.
“그것은 각자의 기호 문제다. 그러나 난 분명히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다.”
▲언제 자신을 원더 우먼처럼 느끼는가.
“내 딸들을 가졌을 때다. 좀 유치한 것 같지만 아기를 낳을 때 내가 신처럼 느껴졌다. 따라서 인생에 있어 최고의 것은 어머니가 되고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다.”
▲영화를 위해 얼마나 훈련을 했는가.
“난 12년간 댄서였는데 격투 동작이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느껴졌다. 난 승마가 재미있고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타보니 매우 고통스러웠다. 무기 중에선 ‘진실의 올가미’라 불리는 채찍이 좋았다. 그것은 칼처럼 공격적이 아니고 사람들로 하여금 진실을 말하게 하기 때문이다.”
원더 우먼이 칼과 방패를 무기 삼아 적과 맞서고 있다. |
▲ ‘원더 우먼’이 완벽한 사람이 아닌 허점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허점이 약점으로 보일 우려가 있지 않은가.
“‘원더 우먼’은 자기가 살던 곳에서 지상 세계로 나오면서 물 떠난 물고기가 된 셈이다. 그는 선을 믿는 젊은 이상주의자로 세상을 매우 단순한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 ‘원더 우먼’은 인간의 삶이 복잡하다는 것을 모르는데 이 자체만으로도 그는 벌써 허점을 지닌 것이다. 난 그것을 약점으로 보진 않는다. ‘원더 우먼’은 허점이 있기에 영화의 다양한 상황에 모두 적응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의 ‘원더 우먼’의 의상은 1970년대 TV시리즈의 것보다 현대화 했는데 디자인에 자기 의견을 반영했는지.
“옷을 입고 1주일에 6일씩 6개월 간 촬영을 했는데 아주 편했다. 싸우고 연기를 하기 위해선 편해야 했는데 몸에 강렬한 감각을 느끼긴 했으나 편했다. 다자인에 대해선 별 조언을 안 했다. 내가 이미 ‘원더 우먼’으로 나왔던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입은 옷의 연장이라고 보면 된다. 영화를 보면 한 벌의 옷과도 같지만 실은 일곱 벌의 다른 옷들이다.”
▲연기하다 다치기라도 했는지.
“몸 곳곳에 멍이 들었다. 그런데 가장 고통스러웠던 일은 이탈리아의 해변에서 격투장면을 찍다가 섬게에 발을 찔린 것이다. 그 밖에는 안전했다.”
▲영화를 어디서 찍었는가.
“이탈리아와 파리에서도 찍었지만 대부분 런던서 찍었다. 겨울에 야외에서 찍었는데 몸을 노출한 ‘원더 우먼‘의 옷을 입어 추워서 죽는 줄 알았다. 런던 이후 이탈리아에서는 태양을 즐기면서 너무 많이들 먹어 모두들 체중이 불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와 이 영화를 비롯해 대형 액션영화에 자주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런 영화들이 마음에 든다. 난 자랄 때부터 매우 활동적이었고 표현 수단으로 내 몸을 사용했다. 날 액션배우라고 정형화 할 지도 모르겠지만 난 그런 역을 정말로 즐긴다. 언젠가 무거운 드라마도 할 기회가 오겠지만 난 이런 영화들이 좋다.”
▲이스라엘에서 영화나 TV에 나올 의향이라도 있는지.
“언제나 나올 용의가 있다. 난 배우로서 대부분 할리웃에서 일했지만 모국어로 연기한다는 것은 매우 편하다. 따라서 좋은 감독과 내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만 있다면 하시라도 나올 것이다.”
▲이스라엘 군에서 받은 훈련과 영화를 위해 받은 훈련이 어떻게 다른가.
“군 훈련이 훨씬 더 강력하다. 매일 하루에 6-7시간 씩 훈련을 받았는데 정말로 고되다.”
▲여류감독 패티 젠킨스와 일한 경험은 어떤가.
“패티는 함께 일하는 배우에게 창조적으로 가까이 접근하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이다. 영화 촬영 내내 그는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의견을 교환하면서 상호 교감했다. 난 사람들이 여자가 주인공이니까 여자가 감독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착잡한 감정이다. 패티가 이 영화를 맡게 된 이유는 그런 것이 아니라 그가 바로 영화에 적합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역을 얻게 됐는가.
“몇 년 전 미국에 왔을 때 다른 영화들을 위해 여러 차례 오디션에 참석해 지쳐 연기를 거의 포기할 상태였다. 카메라 테스트 후에 퇴짜 당하기가 일쑤였다. 난 배우가 되려고 해서 된 것이 아니라 어쩌다 됐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배우가 내 직업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영화의 제작자인 잭 스나이더가 영화 이름도 안 밝히고 나보고 오디션에 나오라고 해서 참가한 뒤 이스라엘로 귀국했다. 얼마 후 스나이더가 전화로 미국에 와서 카메라 테스트를 받으라면서 ‘원더 우먼’이라고 들어 봤느냐고 물었다. 사연인즉 그렇다.”
▲어디에 사는가.
“텔아비브와 이곳이다.”
▲젠킨스가 감독한다면 ‘원더 우먼’ 속편에 나오겠는가.
“젠킨스가 감독한다면 어떤 영화에라도 나오겠다. 만약 속편을 만든다면 ‘원더 우먼’이 제3차 대전을 미리 막는 얘기를 하고 싶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