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4월 19일 일요일

‘어벤저스: 얼트론의 시대’크리스 에반스·크리스 헴스워드




“고교 여름캠핑처럼 촬영은 장난·재미 가득”


5월1일에 개봉되는 마블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올스타 캐스트의 액션 모험영화‘어벤저스: 얼트론의 시대’(Avengers: Age of Ultron)에서 각기 캡틴 아메리카와 토르로 나오는 크리스 에반스(34·오른쪽)와 크리스 헴스워드(31)와의 공동 인터뷰가 11일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있었다.모두 미남으로 건장한 체격을 지닌 에반스와 헴스워드는 인터뷰 시간 동안 시종일관 서로 이름이 같은 것에 대해 농담을 주고받으며 신이 난 아이들처럼 즐거워했다. 특히 전형적인 미국 미남의 얼굴을 한 에반스가 더 장난이 심했는데 옆에 앉은 헴스워드를 놀려가면서 큰 소리와 제스처를 동원, 질문에 대답했다. 이 영화의 일부를 서울서 찍어 에반스는 한국을 방문해 머물렀는데 인터뷰에서“정말로 대단한 경험을 했다”고 서울 방문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영화 홍보 차 다시 서울 방문을 위해 15일 출국했는데 기자가 인터뷰 후 사진을 찍을 때“서울을 즐기도록 하라”고 말하자“그러겠다”며 큰 미소를 지었다.           

-왜 이 영화가 그렇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에반스-(헴스워드를 가리키며) “살아 있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가 나와서다.”
*헴스워드-“캡틴 아메리카가 있기 때문이다. 얘기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영웅과 정의와 불의 등 여러 가지 얘기를 지닌 현실을 가상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아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본다. 나도 이 영화를 생각하면 팬들처럼 흥분하게 된다.”

-(에반스에게) 당신은 영화 촬영차 한국을 방문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당신네들 정말로 대단하더라. 공항에서의 환영인파에 진짜로 놀랐다. 어디를 가도 환영일색이었고 팬들도 열광해 참으로 좋았다. 난 이미 봉준호 감독과도 ‘설국열차’에서 함께 일을 해 한국은 반가운 곳이다. 그리고 한국 영화인과 함께 일하는 것에도 마음 설레고 있다. 따라서 자기 작품에 대해 열광하는 곳에 도착한다는 것은 언제나 고무적이며 바로 그것이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보답이다. 난 이번 주 안에 서울에 간다.”

-(헴스워드에게) 토르의 힘은 그의 망치에서 오는데 실제로 당신 자신이 힘은 어디서 오는가.
“힘의 능력은 그 안에 있는 것에서 온다. 내 힘이 어디서 오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여러 다른 것에 대한 다른 동기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이기적일지는 몰라도 나의 동기는 내 삶이었다. 그리고 이젠 내 가족 특히 내 아이들이다. 그들이 나의 힘이요 가장 강한 동기다.”

-어머니날이 곧 다가오는데 어린 아이들을 셋이나 키우느라 수고가 많은 아내에게 무엇을 해주겠는가.
*헴스워드-“아이들은 엄마에게 아침을 만들어 대접할 것이고 난 나대로 멋있고 특별한 대접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날은 아이들이 울지 않게 돌보겠다. 그런데 어머니날은 전 세계적으로 같은 날인가 아니면 각기 다른 날인가.”              
‘어벤저스: 얼트론의 시대’의 캠튼 아메리카 역의 크리스 에반스(왼쪽)와 토르(크리스 헴스워드).

-이 영화는 전편보다 유머가 많은데 특히 당신 두 사람의 역이 유머가 남달리 많다. 즉흥적인 것이라도 있는가.
*헴스워드-“각본에 따른 것이다. 그 각본은 영화의 성경과도 같아서 난 내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 제작 초창기에 조스 웨던 감독과 토르를 보다 유머러스하게 만들자고 논의는 했다. 왕처럼 뻣뻣한 신이 아니라 보다 인간적인 신으로 만들자고 했다. 팬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다.” 
*에반스-“신인 헴스워드는 엄숙하게 말을 해야 해 유머를 구사하기가 힘들었던 것으로 안다. 그의 대사가 내 것이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다. 난 그것을 해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헴스워드는 그런 대사를 아주 우습게 잘 처리했다. 이 차이가 바로 내가 헴스워드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곧 있을 세계적 권투경기인 필리핀의 매니 파퀴아오 대 미국의 플로이드 메이웨더의 시합을 보겠는가.
*(둘이 모두)“물론이다.”
*헴스워드-“난 파퀴아오에게 걸겠다. 난 파퀴아오의 힘과 컨디션 코치인 저스틴 포천으로부터 훈련을 조금 받았다. 난 두 사람 모두의 팬이지만 파퀴아오가 이기기를 바란다.”
*에반스-“난 메이웨더에게 걸겠지만 막상막하의 경기가 될 것이다.”

-이 영화는 당신들이 초고도의 기술로 만들어진 적을 무찌르는 얘기인데 당신들은 최신기술에 얼마나 익숙한가.
*헴스워드-“난 트위터도 남이 써 준다. 도통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것이 필요가 없다고 거절하다가도 세상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아니면 뒤처지게 마련이다. 그런 것이 두려워도 미래는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들이 나올 것이기에 그에 관한 지식으로 무장해야 할 것이란 생각이다.”
*에반스-“나도 트위터는 요즘에야 알았다. 처음에는 그것을 안 쓰려고 하다가 2년 전에야 시작했다. 헴스워드 말이 맞다. 뒤처질 수는 없지 않은가. 나의 부모님께 온라인 사용법을 가르쳐 드린 기억이 나는데 아마 후에 내 아이들도 내가 새 기술을 몰라 당황해 하면 웃을 것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새 기술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한다.”  

-세상에서 없으면 못 살 것이 무엇인가.
*에반스-“커피다.”
*헴스워드-“크리스 에반스다.”

-보통 때 날을 어떻게 보내는가.
*헴스워드-“영화에 나올 때와 안 나올 때가 서로 다르지만 아이들 때문에 새벽 5시에 깬다. 그리곤 소란을 떨면서 장난들을 치기 때문에 나도 일어나야 한다. 아이들은 보통 오후 8시에 자는데 난 그 때 한 30분간 TV를 본 후 취침한다.”
*에반스-“난 새벽 5시나 돼야 취침하는데.”

-당신들은 마블만화를 원전으로 한 영화에 나오면서 유명해졌는데 소감이 어떤가.
*에반스-“마블은 우리 둘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었고 그로 인해 많은 문들이 열렸다. 연기란 뜨거웠다 차가워졌다 하는 것으로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한다. 항해하기가 까다로운 뱃길이다. 그러나 우린 예술가요 창조자들로서 계속해 창조하기를 원하고 또 그것이 지속되길 바란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은 개인에게 달렸다. 현재에 만족해 계속해 비슷한 작품을 만드는 것과 새 길을 개척하는 것은 개인에게 달렸다. 그것은 어느 정도 도박이다. 그러나 마블이 없었다면 선택의 여지도 좁았을 것이다. 그 선택을 미래의 기회에 어떻게 투자하는가는 개인 문제다.”
*헴스워드-“마블영화에 나왔다고 해서 직업보장이 됐다고 느낀 적은 없다. 이런 영화에 나오다 보면 ‘이것이 언제까지 계속되지, 속편이 끝나면 나도 끝인가’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 난 이런 생각이 중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로 인해 자신을 계속해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간의 불확실은 나쁜 것이 아니며 공포란 아주 좋은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당신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아이들 장난 같은데 재미있나 아니면 어려운가.
*헴스워드-“무지무지하게 재미있었다. 우리들은 세트에서 마치 고등학생들처럼 웃고 난리법석을 떨며 즐겨 감독으로부터 장난 그만치고 작품에 신경 쓰라는 말까지 여러 번 들었다.”
*에반스-“재미 만점이었다. 재미를 못 느낀다면 왜 영화에 나오는가. 이 영화는 수퍼히로의 영화로 우리 역은 다 초인적인 것이다. 따라서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마치 여름캠핑 같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무엇인가.
*에반스-“나의 부모는 나보고 누구도 믿지 말라고 가르쳤다. 내가 보스턴에서 LA로 거처를 옮기자 나의 어머니는 내게 절대로 누구도 믿지 말라고 강조했다. 어머니는 내가 사람 잡는 날사기꾼들의 동네로 갔다고 믿고 가족 외에는 아무 것도 또 그 누구도 믿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래서 처음 LA에 왔을 때 신경을 바짝 세우고 누구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LA에도 믿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헴스워드-“난 그 정반대다. 내가 호주에서 이곳에 왔을 때 나의 부모는 무엇이든지 하라고 조언했다. 네 몸도 팔고 영혼도 팔라고 조언했다. 우린 배가 고프고 먹어야 하니 무슨 짓이라도 다 하라고 했다. 그리고 즐기라고 충고했다.”

-아이들로 인해 당신 삶이 어떻게 변했는가.
*헴스워드-“여러 가지로 변했다. 일을 하는데 이유와 함께 새 초점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자신에 대해 더욱 신경을 쓰게 됐다. 과거에는 주로 나에 대해서만 내 내면과 대화를 나눴는데 이젠 아이들을 어떻게 돕고 또 그들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을 몰두하고 있다. 좋은 일이다. 그리고 난 아이들로 인해 보다 좋은 사람이 되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탠저린 (Tangerines)


이보(왼쪽)와 마구스는 전화 속에서도 탠저린을 수확하기 위해 집을 안 떠난다.

전쟁은 어리석지? 조용히 타이르는 인간애


유혈 폭력의 전쟁의 무모함을 조용하게 설득시키는 평화롭고 감동적인 작은 반전영화로 올해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에스토니아 영화다. 증오와 살육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애와 함께 지역과 종교와 인종의 차이를 초월하는 인본주의를 진지하면서도 때로 우습게 그린 인자한 영화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그림 같은 아름다운 마을을 배경으로 전투가 벌어져 그 참상이 더욱 강렬하게 전달되는데 이런 살벌한 상황 안에서도 결코 꺼지지 않는 인간성을 과묵하고 자비롭게 보여주는 주인공인 베테런 렘비트 울프삭의 연기가 작품을 견실하게 이끌어가고 있다. 
1992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러시아의 소치에서 불과 5마일밖에 안 떨어진 아브카지아. 소련 공산체제가 무너진 뒤 독립한 국가들의 인종전쟁 중의 하나로 조지아와 아브카지아 간에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소련체제가 붕괴하고 인종전쟁이 일어나면서 아브카지아에 살던 에스토니아인들은 대량으로 옛 조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목수 노인 이보(렘비트 울프삭)와 이웃인 마구스(엘모 누가넨)는 탠저린을 수확하기 위해 집을 지킨다. 이들은 전화가 바로 자기들 집 문밖에 이르렀지만 결코 평정을 잃지 않고 탠저린 수확에 정성을 쏟는다. 
마침내 전투가 두 사람의 마당 앞에서 벌어지면서 서로가 원수지간인 체첸인 용병 아메드(기오르기 나카쉬제)와 조지아인인 니코(미하일 메스키)가 중상을 입고 이보 집 앞에 쓰러진다. 이보는 둘을 자기 집 안에 들여다 놓고 극진히 간호를 하는데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아메드와 니코는 몸만 나으면 서로 죽이겠다고 다짐을 한다.
아메드는 죽은 동료들의 복수를 하겠다고 이를 득득 가는데 니코도 이에 맞서 아메드에게 적의를 표하나 니코는 전쟁 전의 직업이 배우여서 용병인 아메드보다는 덜 호전적이다. 이 두 사람 간의 적의와 증오를 연민의 정과 함께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면서 인자한 아버지처럼 그들을 돌보는 이보의 모습이 구세주 같다. 
그러나 두 사람의 건강이 회복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한 집 식구처럼 된 둘 간의 적대감도 서서히 녹아들면서 내면에 깊이 잠재해 있던 인간성이 서서히 고개를 든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총격전이 이 마을 덮치면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다. 마지막 장면이 슬프면서도 속죄와 구원의 아름다움을 가슴 저며 들도록 숭고하게 그리고 있다. 
촬영이 매우 아름답고 연기들도 좋은데 특히 울프삭의 전능한 연기가 돋보인다. 시적인 작품으로 다시 한 번 전쟁의 어리석음과 흉한 모습을 침묵적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각본과 감독은 조지아인 자자 우루샤제. 성인용. Samuel Goldwyn. 일부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선셋대로 (Sunset Boulevard·1950)


노바(글로리아 스완슨)가 조(윌리엄 홀든) 앞에서 자신의 무성영화를 찬탄하고 있다.

할리웃에 보내는 냉소… 빌리 와일더의 명작


환상과 미혹 위에 세워진 할리웃의 실상과 허상을 통렬하게 고발하고 또 그것들을 웃어 제친 명장 빌리 와일더의 잔인하도록 냉소적인 블랙 코미디다. ‘할리웃의 과거요 현재며 미래’라고 불리는 이 영화는 로맨틱하고 우아했던 1920년대 무성영화 시대를 그리워하는 노스탤지어 이기도하다.
무성영화 시대의 수퍼스타 노마(글로리아 스완슨)의 총격을 받고 그녀의 선셋대로에 있는 저택 풀에 눈을 뜨고 엎드린 채 떠 있는 조(윌리엄 홀든)의 회상조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각본가로 성공하기 위해 할리웃에 온 조는 빈털터리로 페이먼트가 늦은 자동차를 회수하러 온 사람들을 피해 선셋대로로 내빼다가 노마의 집에 숨어든다. 
그리고 노마의 권유로 이 집에 머물게 된 조는 노마의 젊은 기둥서방이 된다. 노마는 과거의  영광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아직도 자기가 수퍼스타라고 믿는 과대망상증자로 툭하면 자신의 무성영화를 틀어 놓고 자기도취에 빠진다. 그리고 “나는 커. 작아진 것은 영화들이야”라고 큰 소리를 친다.
그러나 뒤늦게 정신을 차린 조가 자기를 떠나려고 하자 노마는 자살을 기도한다. 이에 차마 노마를 못 버린 조가 결국 가방을 싸들고 노마의 집을 나가는 순간 그를 쫓아온 노마가 쏜 총에 맞아 조는 비명횡사하고 만다.
감독상 등 11개 부문에서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으나 각본상과 음악상(프란츠 왁스맨) 등 3개만 받았다. 영화에서 전율스럽도록 뛰어난 것은 스완슨의 연기. 9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그녀의 연기는 마치 신들린 무당처럼 광기마저 서린 맹렬한 것이다. 그녀의 나이는 52세였다.
와일더는 현실성을 살리고 또 그것을 조롱하기 위해 무성영화 시대의 빅스타들과 연예인들을 실명으로 출연시켰고 영화 제작사인 패라마운트의 건물과 함께 실제 영화 촬영장면까지 삽입했다. 필견의 명작이다. 흑백. ★★★★★(5개 만점)

★에이스 인 더 호울 (Ace in the Hole·1952)

역시 빌리 와일더 감독의 명화로 센세이셔널리즘을 추구하는 매스컴을 맹렬히 비판한 드라마다. 대도시에서 뉴멕시코주의 깡촌으로 쫓겨난 기자가 좌절에 빠져 살다가 옛 인디언 유적이 있는 동굴에 빠진 사람을 구출하는 내용을 자기 입맛대로 쓰기 위해 부풀려 보도하면서 전 미국의 화제가 된다. 커크 더글러스의 불같은 연기가 볼만하다. 실화가 바탕이다. 흑백. 24일 하오 7시30분, Aero극장(1328 Montana Ave. 샌타모니카). 323-634-4878. 동시상영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사운드 오브 뮤직’50주년



앞치마를 두른 단발의 마리아가 눈이 삼림욕을 하듯 시원해지는 알프스가 바라다 보이는 산언덕에 올라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몸을 한 바퀴 휙 돌리면서 “더 힐 이즈 얼라이브 위드 더 사운드 오브 뮤직” 하면서 노래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1965·사진)이 올해로 개봉 50주년을 맞는다.
그런데 마리아 역의 줄리 앤드루스(79)는 공중에서 이 장면을 찍는 헬기 프로펠러의 바람에 여러 번 땅바닥에 쓸어져 입과 코에 흙과 풀이 들어가는 고초를 겪었어야 했다고 한다.
영화 제작사인 폭스는 영화의 개봉 50주년을 맞아 영화 특별판 DVD와 사운드트랙을 출반하고 기념책자 발간과 함께 여러 행사가 연중 열리는데 오는 9월부터 LA를 시작으로 무대 뮤지컬의 순회공연도 시작된다. 또 19일과 22일 이틀간 미 전국 500여개 극장에서는 이 영화를 재개봉한다.
‘오클라호마!’ ‘회전목마’ ‘왕과 나’ ‘남태평양’과 같은 걸작 뮤지컬을 만든 콤비 리처드 로저스와 오스카 해머스타인 II이 작곡하고 작사한 ‘사운드 오브 뮤직’은 1959년에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돼 토니상을 탄 무대 뮤지컬이 원작으로(비평가들의 혹평을 받았다)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연출한 명장 로버트 와이즈가 감독했다.
개봉이 되자 빅히트, 작품상 등 모두 5개의 오스카상을 받았는데 인플레를 감안할 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스타워즈’에 이어 사상 세 번째로 높은 흥행 성적을 올린 영화다.
내용이 다소 달짝지근하긴 하나 이 영화는 세월과 세대를 너머 팬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온 가족용 올타임 페이보릿 뮤지컬이다. 앤드루스는 이에 대해 “곱고 감미로운 음악과 수려한 풍광 그리고 가족애와 로맨스 및 모험 등이 고루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무대는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 나는 지난 2006년 아내와 함께 이 그림엽서와도 같은 도시를 방문, 영화에서 마리아와 그가 돌보는 홀아비 캡틴 본 트랩(크리스토퍼 플러머)의 7남매가 함께 즐겁게 뛰놀며 ‘도 레 미’를 부르던 미라벨 공원을 구경했었다. 영화 장면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었다.  
실화에 허구를 가미한 영화의 시대배경은 1930년대 말. 인생을 즐겁게 사는 예비수녀 마리아가 16세난 맏딸 리슬(리슬은 ‘식스틴 고잉 온 세븐틴’하고 노래한다)에서부터 꼬마 막내까지 7남매를 혼자 키우는 냉정하고 독재적인 캡틴 본 트랩 집에 보모 겸 가정교사로 들어온다. 마리아는 엄한 아버지 밑에서 주눅이 든 아이들에게 삶의 생기를 불어 넣어주고 차가운 캡틴 본 트랩의 가슴도 녹여 그와 결혼해 모두가 그 뒤로 내내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대한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황홀무아 지경에 빠져 본 영화에는 ‘사운드 오브 뮤직’ ‘모닝 힘’ ‘마리아’ ‘알렐루야’ ‘도 레 미’ ‘마이 페이보릿 딩즈’ ‘클라임 에브리 마운튼’ 및 ‘에델바이스’ 등 주옥같은 노래들이 줄줄이 이어 나온다. ‘에델바이스’하면 내겐 못 잊을 추억이 있다.
난 대학을 막 졸업하고 인천의 남중고에 부임, 중학교 2학년 담임을 맡아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었다. 꼬마들에게 공부시간에 교과서 외에도 음악과 영화와 책에 관한 얘기를 해주었었다. 그 때 아이들에게 가르쳐 준 노래가 ‘에델바이스’다.
칠판에 영어로 ‘Edelweiss Edelweiss every morning you greet me’라고 가사를 적은 뒤 내 선창에 따라 아이들이 교실이 떠나가라고 노래를 불렀었다. 이 노래는 가사와 곡조가 곱고 부르기도 쉬워 난 요즘도 가끔 이 노래를 혼자 부르곤 한다.
앤드루스가 영화에 나왔을 때는 나이가 채 30이 안 됐을 때로 마리아는 사람 좋고 성격이 쾌활한 그에게 딱 맞는 역이다. 그래서 앤드루스 하면 금방 떠오르는 모습이 마리아의 모습이다. 마리아는 겉으로는 양순해 보이나 속은 독립심 강한 여자로 시대를 앞서 가는 신여성이었다. 고루하기 짝이 없는 귀족 캡틴 본 트랩도 결국 마리아의 이런 개혁정신에 굴복하고 만다.
소프라노 음성이 고운 앤드루스는 안타깝게도 1990년대 성대수술을 잘못 받아 더 이상 노래는 못 부른다. 그러나 몇 년 전 기자회견서 만난 앤드루스의 음성은 비교적 맑았다. 영화 ‘공주일기’와 ‘슈렉’(음성 연기) ‘투스 페어리’ 등에 나오면서 쉬지 않고 활동을 하는 그녀는 요즘 딸과 함께 아동서적을 여러 권 써내고 있다.
올 오스카 시상식 때 레이디 가가가 앤드루스가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부른 노래들을 메들리로 불러 무대에 나와 긴 기립박수를 받은 앤드루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었다. 그런데 앤드루스와는 달리 플러머(85)는 자기 역에 대해 불평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당시 주위 사람들이 그를 ‘사운드 오브 뮤커스’(콧물)라고 불렀다고 한다. 한편 마리아와 캡틴 본 트랩의 역에 각기 도리스 데이와 007 션 코너리가 고려됐었다는 후문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