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8월 21일 월요일

국(Gook)


일라이는 폭도로부터 신발가게를 지키려고 필사의 노력을 한다. 오른쪽이 카밀라.

“폭동서 가게 지켜라”한인형제-흑인 갈등 사실적 묘사


1992년 LA폭동이 나기 직전과 직후를 시간대로 흑인 거주지 캄튼의 인접지역 패라마운트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한국인 형제와 인근 흑인 주민들과의 관계를 그린 사실적이요 코믹한 기운이 배어있는 드라마다. ‘국’은 동양인을 멸시해 부르는 말.
한국계 배우 저스틴 전(‘트와일라이트 사가’)이 감독하고 각본을 쓰고 주연도 했는데 그의 피와 땀으로 맺어진 열정과 신념의 작품이다. 꾸밈없이 솔직하고 거칠도록 생생하며 감동적인 영화로 올 선댄스영화제 ‘넥스트 섹션’ 부문에서 관객상을 탔다.
가족과 인종문제 그리고 커뮤니티와의 관계 등을 힘 있고 강력하게 고찰하고 있는데 급박하고 폭력적인 상황 속에서도 유머와 여유 그리고 감상성을 잃지 않고 차분하고 정감 있게 작품을 이끌어 가고 있다. 전 감독의 앞날이 밝아 보인다.
밤하늘에 타오르는 불길을 배경으로 흰 셔츠를 입은 소녀가 춤을 추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영화에서는 후에 두 형제와 이 소녀가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인종의 벽을 넘어선 아름다운 가족애를 느끼게 된다.
한국계로 책임감이 강한 일라이(저스틴 전)와 그의 ‘인생은 즐기는 것’이라는 생활 태도를 갖고 있는 래퍼 지망생인 동생 대니얼(데이빗 소)은 패라마운트에서 아버지가 세운 여자용 신발가게를 운영한다. 손님은 대부분 흑인. 일라이는 동네 흑인 청년들과 대립관계를 유지하면서 공존하는데 늘 이들의 협박과 폭력의 기운 속에 살고 있다. 누군가가 일라이의 흰 차 본넷에 ‘Gook’이라고 낙서를 한 것이 그 실례다.
 이 가게에 상주하다시피 하는 것이 11세 난 흑인 소녀 카밀라(시몬 베이커). 카밀라는 오빠 키스(커티스 쿡 주니어)의 말을 안 듣고 학교를 땡땡이 치고 가게에 와서 심부름을 하는데 특히 일라이와 가깝다. 일라이와 대니얼과 카밀라는 피부 색깔이 다른 한 가족이다. 그런데 키스는 일라이의 신발가게에 개인적 원한이 있다. 그 이유는 나중에 밝혀진다.
신발가게 건너편에서는 해병대 출신의 김씨(저스틴의 친아버지 상 김으로 김씨는 실제로 4.29폭동 당시 사우스 LA에서 경영하던 가게를 약탈당했다)가 리커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흑인에 대한 불신에 사로잡힌 김씨는 가게에 카밀라가 나타나면 물건을 훔쳐 갈까봐 신경이 곤두서는데 그래서 둘 사이에 F자 상소리가 난무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카밀라의 친 오빠와도 같은 일라이와 김씨 사이에도 F자 설전이 벌어진다. 후에 김씨와 일라이가 담배를 태우면서 화해를 하는 모습이 가슴 싸하니 감동적이다.  
TV를 통해 로드니 킹에 대한 백인경찰들의 구타장면이 계속해 나오고 이어 열린 재판에서 기소된 경찰들에 대해 무죄평결이 나면서 폭동이 일어난다. 폭동의 기운이 서서히 패라마운트로 이동하면서 키스는 동료들과 함께 신발가게에 대한 약탈을 시도한다. 이를 결사적으로 막으려고 하는 일라이와 대니얼과 카밀라. 연기들이 모두 뛰어난데 특히 신인 베이커가 당찬 연기를 한다. 흑백 촬영도 아름답다.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로간 럭키(Logan Lucky)


지미(왼쪽)와  클라이드가 수감 중인 조(대니얼 크레이그)를 찾아가 범죄에 동참할 것을 부탁한다.

자동차 경주장 현찰보관소 터는 황당 스토리


라스베가스 카지노 털이 영화 ‘오션 11’을 만든 스티븐 소더버그가 이번에는 자동차 경주장의 현찰 보관소를 턴다. 앙상블 캐스트가 제 멋에 겨워 신이 나서 연기를 하는 가벼운 오락영화로 보고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이나 얘기가 너무 터무니 없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스탠리 쿠브릭이 감독하고 스털링 헤이든이 주연한 거칠고 사납고 사실적인 경마장 현찰 보관소를 터는 영화 ‘킬링’을 연상케도 하나 이 영화는 ‘킬링’의 아류급으로 훅 불면 날아갈 것처럼 경량급이다.
타고난 패배자들인 시골사람들의 털이영화라고 하겠는데 황당무계한 플롯을 이리저리 꼬아대다가 마지막에 깜짝 놀랄 급반전을 하기까지 미리 짜 놓은 공식에 맞도록 끼어놓아 도무지 얘기가 자연스럽지가 않다. 그러나 범죄가 직업인 자로 나와 수감 중인 007 대니얼 크레이그의 반-스타적인 코믹한 연기 하나만으로도 즐길만한 영화다. 
웨스트 버지니아 주. 한쪽 다리를 저는 중장비 운전사 지미 로간(채닝 테이텀)이 해고당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존 덴버의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를 애청하는 지미는 이혼했는데 어린 딸은 전처 바비(케이티 홈즈)가 키운다. 
따분한 지미는 이라크전에서 왼팔을 잃은 동생 클라이드(애담 드라이버)가 일하는 바에 가서 함께 술을 마시면서 자기가 지하공사를 하던 샬롯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메모리얼데이 연휴에 열리는 코카-콜라 600 자동차 경주 동안 이 경주장의 현찰 보관소를 털자고 제안한다. 현찰은 스테디엄 지하에 설치된 정교한 튜브시스템을 통해 보관소로 이동된다. 
그리고 둘은 수감 중인 금고폭파범 조 뱅(죄수복을 입은 짧은 백발의 크레이그가 코믹한 연기를 재미있게 한다)을 면회, 협조를 구한다. 조는 자기는 얼마든지 감옥을 들락날락 할 수 있다며 범죄에 참가하기로 한다. 조 외에도 지미의 섹시한 여동생(라일리 키오) 등 몇 명이 공범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물론 범죄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몇 차례 실수와 불상사가 일어나면서 플롯을 뒤집다가 마침내 장시간 진행되는 치밀한 현찰털이가 벌어진다. 액수 미상의 거액이 털린 이 사건을 2명의 FBI 수사관이 수사하는데 그 중 한명이 오스카상을 탄 힐라리 스왱크. 스왱크는 뒤늦게 출연해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플롯에 두 번의 깜짝 놀랄 반전이 일어난다. 뻥을 쳐도 너무 심하게 쳐 무슨 환상적인 얘기를 보는 느낌이다.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