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12월 27일 화요일

페이트리어츠 데이(Patriots Day)


타미(마크 왈버그)가 보스턴 마라톤 경비를 하고있다.

2013년‘보스턴 마라톤’폭탄 테러 실화


2013년 보스턴의 ‘애국자의 날’ 마라톤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를 허구를 섞어 긴장감 있고 또 기능적으로 잘 연출한 액션 스릴러로 아드레날린이 상승하는 박력을 만끽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영화다. 액션 전문의 피터 버그 감독과 건실한 배우 마크 왈버그가 세 번째로 손잡고 만든 영화로 둘의 이전 영화는 ‘로운 서바이버’와 올 해 나온 ‘딥 워터 호라이전’.
이 영화는 가공할 재난을 당한 보스턴 시민들과 도시의 경찰을 비롯한 법집행자들의 강인한 시민정신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한데 제목 그대로 미국적인 애국 냄새가 지나치게 나 다소 버겁다. 그러나 고강도의 스릴을 갖춘 튼튼하게 만들어진 팬들의 호응을 받을 영화다.
영화는 마라톤 몇 시간 전부터 시작해 경기 중 폭탄이 터지면서 도시가 아수라장을 이루고  이어 테러리스트들을 추적하는 경찰과 FBI의 긴박한 수사과정으로 이어진다. 얘기는 테러 생존자들과 수사관들 그리고 목격자들과 형제 테러리스트를 찾아다니면서 진행되는데 주인공은 허구 인물인 보스턴 경찰의 사전트 타미 선더스(왈버그). 타미의 현명한 아내로 미셸 모나핸이 나오나 장식용.
타미는 경험이 많은 형사였으나 근무 중 다리를 다쳐 휴직했다가 아직도 절름거리는 상태에서 마라톤 경비근무를 맡아 심기가 불편하다. 이어 차르나에프 형제가 마라톤 참관 인파 속에 남겨둔 사제 폭탄이 터진다. 경찰에 비상이 걸리고 고지식한 FBI요원 리처드(케빈 베이컨)가 수사 책임자로 파견돼 수사본부를 설치한다.
이와 별도로 타미는 자기 경험을 살려 테러 부상자들과 목격자들을 일일이 면담하면서 범인 추적에 열을 올린다. 그리고 신속히 사건을 해결하려는 보스턴경찰국 커미셔너 에드(잔 굿맨)와 신중을 기하는 리처드 간에 마찰이 인다. 
범인들의 도주와 경찰의 추적이 숨 막히게 긴박감 있는데 그 중에서도 도주하는 차르나에프 형제가 중국인 청년 던 멩(지미 O. 양)의 차를 카재킹 한 뒤 장시간 함께 타고 달아나는 부분이 서스펜스 가득하다. 그리고 범인들이 보스턴 인근의 작은 마을 워터타운으로 도주하면서 이 마을 경찰의 베테런 사전트 제프리(J.K. 시몬스가 잘 한다)가 수사에 나선다.       
액션과 스릴과 서스펜스를 일사불란하게 구사하면서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버그의 연출이 탁월한데 다소 미흡한 점은 타미의 역이 너무 밋밋하게 묘사된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 영웅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처럼 보이나 타미의 개성과 특성이 제대로 개발되지 못했다. 음악과 촬영(특히 공중촬영)도 좋다. R. CBS Films/Lionsgate.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패신저스(Passengers)


짐(오른쪽)이 우주유영을 하기 전 오로라와 대화하고있다.

고장난 우주선, 90년이나 일찍 동면 상태에서 깨어나…


비행하다 고장이 난 우주선에 단 둘이 남은 남녀의 생존투쟁과 사랑을 그린 액션과 스릴을 약간 겸비한 공상과학 로맨스영화로 재미는 있으나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분위기와 톤이 아주 다르다. ‘이미테이션 게임’을 만든 노르웨이 감독 모텐 틸덤이 연출하고 두 빅스타 크리스 프랫과 제니퍼 로렌스가 나오는데 스탠리 쿠브릭의 ‘2001:우주 오디세이’와 ‘샤이닝’ 그리고 맷 데이먼이 나온 ‘화성인’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 많다.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를 만들고 프랫과 로렌스라는 흥행보증 수표와도 같은 인기배우가 나오는 영화치곤 평범한 수준이기는 하나 특수효과를 비롯해 보고 즐기기엔 큰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인간이 거주지로 만든 외계의 식민지 행성 홈스테드로 가던 우주선 아발론이 비행 중 유성들과 충돌하면서 컴퓨터가 고장 난다. 우주선에는 258명의 승무원들과 5,000명의 승객들이 동면상태로 탑승중이다. 컴퓨터가 자체 수리를 하는 동안 미캐닉인 승객 짐 프레스턴(프랫)이 누운 누에고치 모양의 탱크에 고장이 나면서 짐이 깨어난다.
짐은 처음에 목적지에 도착한 줄 착각하는데 알고 보니 도착일 보다 90년 먼저 깨어났고 인간은 달랑 자기 혼자. 슬픔과 좌절과 분노 그리고 공포와 고독에 시달리는 짐의 유일한 낙은 무표정의 익살 맞은 로버트 바텐더 아서(마이클 쉰).
그러면 로렌스의 역인 오로라 레인은 어디서 왔는가. 오로라가 후에 자신이 동면상태에서 깨어난 이유를 알게 되면서 별 얘기 없이 진행되던 영화가 어느 정도 긴장감을 갖추게 된다. 망망대해 우주를 나르는 고장 난 우주선에 신체건강하고 잘 생긴 젊은 두 남녀가 있으니 둘이 사랑에 빠질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모든 러브 스토리가 다 그렇듯이 둘 사이에도 갈등이 인다. 갈등의 계기를 만들어 놓은 것이 아서다.
후반 들어 영화가 신파조로 기우는데 볼만한 것은 무중력 상태의 수영장의 물에 갇힌 오로라의 모습을 비롯해 우주유영 등을 찍은 특수효과. 프로덕션 디자인도 좋다. 그러나 로렌스와 프랫의 연기는 무덤덤하고 둘 사이의 콤비도 화끈하진 못하다. 오락용이긴 하나 다소 심심하다. 로렌스와 프랫은 영화 홍보 차 최근 한국엘 다녀왔다. PG-13. Columbia.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시계’와‘에디 아빠의 구애’


올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이다. 연말 할러데이 시즌에 잘 어울릴 두 편의 영화를 선물로 보낸다. ‘시계’(The Clock·1945·사진)와 ‘에디 아빠의 구애’(The Courtship of Eddie‘s Father·1963).  모두 아름답고 로맨틱하고 또 우습고 선한 영화들로 보고 있으면 가슴이 훈훈해져 가족이 모여 앉아 보기엔 안성맞춤인 클래식들이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는 다 할리웃 황금기 명감독이었던 빈센트 미넬리가 만들었다. 뮤지컬과 코미디와 멜로드라마가 장기인  미넬리의 영화는 대부분 온순하고 편안하고 로맨틱하며 또 아늑해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 준다. 미넬리는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 ‘밴드  왜건’ 및 ‘지지’ 등 명작 뮤지컬을 많이 만든 감독으로 그의 다른 영화들로는 ‘삶의 열망’ ‘신부의 아버지’ ‘달려오는 사람들’ 및 ‘샌드파이퍼’ 등이 있다.
MGM작인 ’시계‘는 전쟁 중인 1945년에 만든 영화로 가수인 주디 갈랜드의 첫 드라마요 주연영화. 갈랜드가 영화에 적극적으로 나오려고 한 이유도 노래를 안 불러도 됐기 때문이다. 순진하고 깨끗한 이 영화는 뉴욕(컬버시티의 MGM 스튜디오에서 찍었다)의 펜스테이션에서 시작된다. 복잡한 퇴근길의 역 계단에서 앨리스(갈랜드)가 발을 헛디뎌 구두의 힐이 꺽어지며  뒤뚱거리는 것을 이틀간 휴가를 나온 군인 조(로버트 워커-히치콕의 ’기차 안의 낯선 사람‘에서 킬러로 나온다)가 부축하면서 둘의 만남이 시작된다.
조가 구두수선점에서 앨리스의 구두를 수선해주자 앨리스는 조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다. 뉴욕이 처음인 조는 갈 곳이 특별히 없다고 하자 앨리스는 집에 가는 길에 조에게 관광안내를 한다. 여기가 센트럴팍이요 저기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이어 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앨리스를 뛰어 따라온 조는 앨리스에게 저녁데이트를 신청한다. 애스토호텔(타임스 스퀘어 근방에 있던 이 호텔은 지금은 철거되고 오피스빌딩이 섰다)의 시계 아래가 약속장소.
약속 장소에서 만난 둘은 저녁을 먹고 데이트를 하다가 앨리스가 집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밤새 우유배달차를 타고 새벽까지 데이트를 즐긴다. 아침이 되어 출근인파로 붐비는 서브웨이에서 조와 앨리스는 사람들에 밀려 서로를 잃어버린다. 이를 어쩌나 둘은 상대방의 성도 모르는 처지니 어디서 서로를 찾나.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조를 측은히 여긴 기마경찰이 조에게 너희 둘이 처음 만난 곳에 가보라고 조언, 펜스테이션으로 달려간 조가 역시 역으로 자기를 찾으러 온 앨리스를 만나 뜨거운 포옹을 나눈다. 그리고 조는 앨리스에게 구혼을 한다. 둘이 결혼하기 까진 또 여러 가지 난관을 겪어야하는데. 신랑신부가 된 조와 앨리스는 초야 후 아침을 먹고 조는 다시 전장으로 나간다. 영화가 순진하고 깨끗해 보기 좋다.
뉴욕이 제 3의 인물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조와 앨리스의 첫 데이트 장소인 애스토호텔의 큰 시계와 함께 펜스테이션 안내소 위의 큰 시계가 영화제목을 뚜렷이 강조한다. 그런데 펜스테이션의 시계가 그랜드 센트럴스테이션의 시계를 닮았다. 나는 이 영화 때문에 뉴욕에 갔을 때 펜스테이션에 찾아가 큰 시계를 한참동안 쳐다봤었다.
이 영화 만들기 전 해에 역시 갈랜드를 써 빅히트작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를 감독한 미넬리와 갈랜드는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그들의 딸이 가수요 배우인 라이자 미넬리다.    
‘에디 아빠의 구애’는 8세난 에디(론 하워드-‘뷰티플 마인드’로 오스카상을 탄 감독)가 홀아비인 아버지 탐(글렌 포드)의 중매쟁이 노릇을 하는 로맨틱 코미디로 미국의 황금기인 1960년대 중상류층 시민들의 만사 쾌적한 생활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외아들 에디를 극진히 사랑하는 탐은 상처 후 이 여자 저 여자와 교제를 하나 마음을 못 잡고 방황한다. 탐 외에 에디와 집안일을 정성껏 돌보는 사람이 가정부 리빙스턴 부인(로버타  셔우드). 에디를 자기 아들처럼 사랑하고 돌보는 또 다른 여자가 탐의 아파트 앞에 사는 아름다운 이혼녀 엘리자베스(셜리 존스). 에디도 엘리자베스를 자기 어머니처럼 좋아한다. 그런데 탐과 엘리자베스는 서로 친하면서도 의견 대립이 잦다.  
탐이 부유한 사교계 여자 리타(디나 메릴)와 본격적으로 교제를 하면서 결혼할 의사를 에디에게 알리자 에디의 고민이 시작된다. 에디는 리타가 무조건 싫은 것이다. 그리고 리타도 에디와 사귈 생각이 없다. 결국 탐이 냉정한 리타를 버리고 에디를 선택하면서 에디는 그 동안 궁리해온 아버지 결혼시키기 작전에 들어간다. 과연 누가 에디의 새 어머니가 될까요.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