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9월 15일 월요일

스크린 위 재탄생한 음악천재, 전기영화 봇물



 마일스 데이비스
위트니 휴스턴


위트니 휴스턴역의 야야 다코스타

























제임스 브라운‘겟 온 업’이어 

기타 귀재 지미 헨드릭스도 곧 개방
트럼펫 마일스 데이비스·

컨트리 행크 윌리엄스·위트니 휴스턴까지


재즈와 컨트리 그리고 팝뮤직의 수퍼스타들에 관한 전기영화가 계속해 만들어지고 있다.
이들 영화중 제일 먼저 나온 것은 8월에 개봉된 ‘겟 온 업’(Get on Up). 영국의 록그룹 롤링 스톤즈의 프론트맨 믹 재거가 제작한 이 영화는 ‘소울의 대부’라 불린 제임스 브라운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뤘다. 브라운으로는 연기력이 뛰어난 신성 채드윅 보스만이 나와 정열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상당히 잘 만든 영화인데도 흥행서 고배를 마셨다.
26일에는 기타의 귀재 지미 헨드릭스의 삶을 다룬 ‘지미:올 이즈 바이 마이 사이드’(Jimi:All Is by My Side)가 개봉된다.
올해 ‘12년의 노예생활’로 오스카 각본상을 탄 존 리들리가 감독한 영화는 보통의 전기영화가 이야기하는 출생서 죽음에 이르기 까지라는 형식을 버리고 헨드릭스가 고생 끝에 1967년몬터리 팝 페스티발에서 신들린 기타연주로 대뜸 팬들의 우상이 되기 까지의 1년간의 삶을 다루고 있다.    
헨드릭스역은 록그룹 아웃캐스트의 프론트맨 안드레 벤자민이 맡았는데 그는 역을 위해 체중을 20파운드 뺀 뒤 5개월간 왼손잡이였던 지미가 기타를 거꾸로 들고 연주하는 동작을 연습했다. 리들리감독은 연기 경험이 없는 안드레를 기용한데 대해 “안드레가 지미처럼 겸손하고 사려 깊고 또 내면 성찰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즈 트럼펫의 귀재 마일스 데이비스의 전기영화 ‘마일스 어헤드’(Miles Ahead)가 촬영을 끝내고 현재 후반작업이 진행중이다.
데이비스로는 연기파 단 치들이 나오는데 치들은 이 영화로 감독으로 데뷔한다. 치들은 어렸을 때 집에 있는 1955년에 출반된 데이비스의 앨범 ‘포기와 베스’를 들은 뒤로 이 재즈의 우상과도 같은 존재인 데이비스에게 매료됐다고.
영화는 신시내티에서 찍었는데 치들은 역을 위해 트럼펫연주를 공부했다. 내용은 데이비스가 잠시 연주활동을 중단한 시기와 그의 첫번째 아내 프랜시스 테일러와의 순탄치 못한 결혼생활  에 초점을 맞췄다.
치들은 그 이유에 대해 “나는 전형적인 전기영화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데이비스의 음악적 스타일과 영향 그리고 아이디어가 결집된 그의 음악으로 가득찬 영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컨트리뮤직의 거성으로 가수이자 작곡가인 행크 윌리엄스의 전기영화 ‘나는 빛을 보았다’(I Saw the Light-그의 히트송 제목)가 곧 제작에 들어간다. 행크역은 블락버스터영화 ‘토르’와 ‘어벤저스’에서 로키로 나온 영국의 탐 히들스톤이 나온다. 순 미국음악 컨트리가수로 영국배우를 기용한 것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있다.
히들스톤은 역을 위해 얼마전 미시간에서 열린 위틀랜드 뮤직 페스티발에서 기타를 치면서 행크의 노래들인 ‘무브  잇 온 오버’와 ‘아임 소 론섬 아이 쿠드 크라이’를 불렀다. 행크의 비음섞인 음성과는 다소 달리 쉰 목소리였지만 노래를 썩 잘 부르고 기타연주 솜씨도 좋았다고.
‘콜드, 콜드 하트’와 ‘유어 치틴 하트’ 그리고 ‘헤이 굿 루킨’ 등 수 많은 히트곡을 낸 행크는 29세로 요절했다.
팝의 디바로 불린 위트니 휴스턴의 전기영화 ‘위트니 휴스턴’(임시 제목)이 케이블 TV 라이프타임에 의해 내년초 방영을 목표로 현재 촬영중이다.
감독은 휴스턴과 영화 ‘웨이팅 투 엑스헤일’에서 공연한 앤젤라 배셋이 맡고 위트니로는 아메리카스 넥스트 탑 모델에 출전했던 야야 다코스타가 나온다. 이와 함께 가수 재니스 조플린의 전기영화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스켈리튼 트윈스 (Skeleton Twins)


남매간 사랑과 갈등, 내적 방황 경쾌하게 그려


마일로(왼쪽)와 매기가 병원에서 어색한 대화를 하고 있다.
오래 서로 연락이 없던 남매의 재회를 통해 고찰한 남매의 사랑과 갈등 그리고 이들의 성격을 탐구한 소품 드라메디로 각본과 연기가 좋다. 철저한 인물과 개성을 천착한 작품으로 대사 위주여서 대중성 강한 오락영화는 아니나 심각한 드라마와 코미디를 달곰 쌉살하게 잘 섞었다. 다소 마음에 걸리는 것은 내용의 반복성이다. 같은 얘기를 되뇌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영화에서 정말 보기 좋은 것은 둘 다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 출신인 빌 헤이더와 크리스튼 윅의 연기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호흡이다. 코믹하면서도 진지한데 내적 취약성과 분노와 슬픔과 함께 남매지간의 질긴 사랑을 한치의 과장도 없이 자연스럽게 해낸다. 박수감이다.
처음에 LA에 사는 안 팔리는 배우 마일로(헤이더)와 뉴욕에 사는 가정주부이자 치아위생사 매기(윅)이 서로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런 심각한 장면을 코믹하게 처리한 크레이그 존스턴감독(공동 각본)의 솜씨가 기민한데 영화는 전편을 통해 이런 양분된 분위기를 재치 있게 조화시켰다.
마일로는 동성애자로 최근 애인에게서 버림 받고 욕조에서 혈관을 끊고 자살을 시도하는데 그 순간 매기도 손에 가득 담은 약을 먹으려고 한다. 이 때 매기의 셀폰이 울리면서 병원으로부터 마일로의 자살시도 뉴스가 전달된다. 그런데 둘은 10년간 서로 연락이 없던 사이다.  
LA로 날아간 매기가 마일로를 방문하나 처음에는 둘간의 분위기가 어색하다. 그러나 곧 이어 남매지간의 사랑이 연결되고 매기의 권유에 따라 마일로는 매기와 하께 고향인 뉴욕의 매기의 집으로 간다. 
복잡한 성격의 소유자로 자유분방한 매기는 사람 좋은 랜스(루크 윌슨)와 결혼해 겉으로 보기엔 행복하게 사는 것 같으나 자신의 평범한 행복을 겨워하면서 방황한다. 그리고 스쿠바선생과 애정 없는 섹스를 즐긴다. 그러나 매기가 자기를 극진히 사랑하는 남편과 안정된 직장과 안락한 가정이 있는데도 왜 방황하는지 그 이유가 애매모호하다. 하기야 내적 방황에 꼭 무슨 이유가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이런 매기의 가정에 역시 정신적 감정적으로 안정이 되지 못한 마일로가 들어와 살면서 이 집안의 역학관계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되는데 천하태평 스타일의 랜스는 매기와 마일로의 관계를 옆에서 목격하면서 나름대로 관계 짜깁기에 한몫 거들려고 노력한다.
매기와 마일로의 관계가 소원하게된 연유는 서서히 밝혀지는데 마일로가 과거 자신의 고교 영어선생이었던 리치(타이 버렐도 착 가라 앉은 연기를 잘 한다)를 방문하면서 둘이 연인사이였음이 드러난다. 
마일로가 매기의 집에 장기 투숙을 하면서 둘간의 과거가 얘기되고 또 둘은 서로간의 감정적 문제와 이해관계 그리고 갈등과 때로는 증오까지를 다루면서 소리치며 다투기도 하나 결국은 정으로 화해한다. 
영화에서 기차게 멋 있는 장면은 마일로가 1980년대 유행한 보칼그룹 스타쉽의 ‘나싱즈 고나 스탑 어스 나우’를 립싱크하는 장면. 오래 기억될 장면으로 마지못해 뒤늦게 립싱크에 동참한 매기와 마일로의 마임 듀엣은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다. 또 매기가 자기 치료소에서 마일로의 이를 스케일링한 뒤 둘이 나누는 대사와 즉흥적 연기하듯 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헤이더와 윅이 모두 진지하고 심각하며 때론 가슴 아프기까지한 주제를 무게가 있으면서도 경쾌하고 코믹하게 처리한 연기를 완벽하게 하는데 특히 윅의 연기가 보기 좋다. 
R. Roadside Attractions. 일부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줄리엣, 나는 당신의 팬입니다”


제이크 질렌할, 르네 루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로버트 두발, 빌 나이, 빌 머리, 사이몬 펙, 제이슨 베이트만, 티나 페이, 제인 폰다, 덴젤 워싱턴, 케빈 코스너, 옥테이비아 스펜서, 애담 샌들러, 안셀 엘고트, 케이틀린 디버,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티모시 스팔, 마일스 텔러, J.K. 시몬스. 4일부터 닷새간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인터뷰한 배우들이다.    
데이빗 다브킨, 존 스튜어트, 션 레비, 제이슨 라이트만. 같은 기간에 인터뷰한 감독들이다.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인터뷰하고 영화 보고 저녁 파티에 참석하다 보면 온몸이 녹초가 된다. 매년 그렇지만 올해는 유난히 강행군이어서 할리웃외신기자협회(HFPA) 동료들이 이구동성으로 “토론토길 고생길”이라며 투덜댔다.
토론토 국제영화제(4-14일)는 오락성 있는 영화도 많이 상영하고 또 규모도 큰 영화시장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수상시즌의 개막영화제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과거 9편의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중 8편이 여기서 제일 먼저 각광을 받은 것이 이를 잘 증명한다.
특히 개막후 첫 나흘간 수상후보감들이 상영되는데 올해는 영화제측이 토론토영화제 직전에 폐막된 텔루라이드영화제 및 다른 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들을 이 기간에서 제외시키는 바람에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과 ‘와일드’(Wild) 같은 무게 있는 영화들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래서 예년처럼 영화제 초반에 오스카상 후보감들이 떠오르지 않아 다소 맥 빠지는 영화제가 됐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로버트 두발이 부자로 나온 개막작 ‘판사’(The Judge)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2시간 반짜리 지루한 가족과 법정 드라마로 두 배우의 경쟁하는 듯한 연기는 좋지만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엔 미흡하다.
이어 사전 기대를 모았던 컴퓨터시대의 가족관계 단절을 다룬 ‘남자, 여자 & 아이들’(Men, Women & Children)과 뿔뿔이 헤어졌던 자녀들이 부친 장례식차 귀향해 떠들어대는 ‘여기가 내가 당신을 떠나는 곳’(This Is Where I Leave You) 도 가슴에 와 닿질 않는 평번한 것들이었다.
토론토영화제 팬들은 영화의 질과 관계 없이 영화가 끝나면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모든 것의 이론’(The Theory of Everything)이 끝난 뒤  팬들이 보여준 기립박수와 환호는 그 열기가 보통을 훨씬 넘어섰다. 나도 큰 박수를 보냈는데 이 영화가 이번 영화제의 큰 수확이다.
‘시간의 짧은 역사’를 쓴 윌체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전기로 호킹으로 나온 영국의 젊은 배우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가 단연 오스카상감이다. 레드메인의 ‘나의 왼발’이라는 소리가 자자했다. 그의 첫부인 제인 역의 작고 예쁘장한 펠리시티 존스도 호연인데 이 영화는 오스카 작품과 각본과 감독 및 남우주연 등 여러 부문에서 수상후보에 오를만한 수작이다.
인터뷰 때 재미 있었던 일은 빌 머리의 너스레와 샴페인 접대. ‘세인트 빈센트’에서의 심술첨지 베이비시터 역으로 오스카주연상 후보감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머리는 인터뷰 후 샴페인을 주문하고 우리들에게 “서두르지들 말고 샴페인을 마셔요”라고 명령을 했다. 나는 그 명령대로 샴페인을 마시고 그와 잔을 마주치면서 사진을 찍었다.
애담 샌들러의 악의 없는 상소리도 기억에 남는다. ‘남자, 여자 & 아이들’ 인터뷰 후 사진을 찍는데 그가 날보고 “헤이 영맨”이라며 “나 곧 48세가 돼”라고 늙은 티를 냈다. 이에 내가 기가 막혀 “뭐 나보고 영맨이라고, 나 60이 훨씬 넘었어”라고 말했더니 애담은 정색을하고 “불 쉿”이라고 불손한 소리를 했다. 난 깔깔대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영화제에 참석한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모두 모이는 것이 HFPA/InStyle 파티다. 하늘에 뜬 별들만큼이나 많은 스타들과 우리 회원들을 비롯한 손님들이 한 자리에 모여 먹고 마시고 떠들고 껴안고 사진 찍느라 아수라장을 이룬다.
스타들을 동반한 홍보담당자들은 여기서 우리 회원들을 잡아 끌다시피하며 자기 배우들과 인사를 시킨다. 골든 글로브상 후보 고를 때 기억해 달라는 홍보활동의 일환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에디 레드메인과 펠리시티 존스 및 사이몬 펙과 악수하고 사진 찍고 짧은 몇 마디를 나눴다.  
이날 만나 제일 반가웠던 배우가 내가 매우 좋아하는 줄리엣 비노쉬(사진). 검은 드레스를 입은 줄리엣은 다소 냉기가 감돌았지만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나는 그에게 닥아가 악수를 청한 뒤 “줄리엣, 나는 당신의 팬입니다. 우리 몇 년 전에 부산영화제서 만났지요”라고 반가워 했다. 줄리엣은 이에 “고맙습니다”라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쉽게 근접할 수 없는 엄격함이 느껴져 더 좋았다.
자정이 넘어 파티장을 나서니 파티장 앞에 장사진을 친 팬들이 차에서 내리고 타는 스타들의 이름을 부르짖는다. 그들은 파티가 끝나는 새벽 2시까지 자리를 지키며 땅에 내려온 별구경을 했을것이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