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9월 19일 화요일

‘스파이더-맨: 홈커밍’ 탐 홀랜드




"수퍼 히어로와 달리 평범한 이웃 히어로 나와 딱 맞아요"


마블만화의 주인공 스파이더-맨의 액션과 모험 그리고 첫 사랑을 다룬 ‘스파이더-맨: 홈커밍’(Spider-Man:Homecoming)의 주인공 피터 파커 역의 영국배우 탐 홀랜드(21)와의 인터뷰가 할리우드의 런던호텔에서 있었다.    
베이비 페이스의 홀랜드는 밝고 쾌활했는데 액센트를 섞어가며 질문에 차분하면서도 시치미를 뚝 떼고 농담을 하면서 대답했다. 총명한 똘똘이 인상이었다. 홀랜드는 이 영화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 영화 홍보 차 한국에 간다는 말을 들었는데 소감은.
“사흘간 머문다. 첫 방문이어서 흥분된다.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로 그에 대해 멋진 말들을 많이 들었다.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을 찾아가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이 직업에 종사하는 나야말로 운 좋은 사람이다. 한국서 여러 사람 만날 생각에 굉장히 들떠 있다.”

-한국은 술 좋아하는 나라인데 술 좋아하나.
“영국과 마찬가지네. 난 매일 드문드문 술을 마시니 한국에서도 잘 지내겠네.” 

-만화의 수퍼히어로들은 스파이더-맨 외에도 배트맨, 수퍼맨 및 아이언맨 등 여러 명인데 스파이더-맨이 이들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나는 그들보다 훨씬 젊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15세의 평범한 소년이어서 관객들이 다른 수퍼히어로들 보다 더 실제처럼 느끼면서 친근감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는 백만장자여서 접근하기가 힘든 인물이다. 그러나 피터 파커는 모두 다니는 고등학교 학생이요 또 또래들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소녀에게 부끄러워 말을 못 하는 아이여서 모두들 그에게 동질감을 가질 수 있다. 그 점이 다른 것이다.”

-스파이더-맨으로 팬들의 인기를 크게 받게 됐는데 기분이 어떤가.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기대했다.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열광적이다. 솔직히 말해 난 그것을 즐기고 있다. 온 세계를 돌면서 각기 다른 나라의 팬들을 만난다는 것은 진짜로 아름다운 일이다.”                
가면을 벗은 스파이더-맨이 달리는 열차 위에 서있다.


-팬들과의 만남 중에 가장 희한했던 경험은 무엇인가.
“런던에서 한 소녀와 사진을 찍었는데 소녀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소녀는 이튿날 자기 팔에 내 스파이더-맨의 문신을 새겼다고 했다. 그 말에 깊이 감동하면서도 내가 소녀의 평생 동안 그와 함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미안했다. 그러나 소녀가 정말로 좋아하니 그것으로 됐다고 본다.”

-오디션 과정은 어땠는가.
“오디션은 언제나 크게 신경이 쓰인다. 난 어려서부터 침대에서 스파이더-맨 흉내를 낸 것이 도움이 됐다고 본다. 그래서 스파이더-맨 흉내내기가 쉽긴 했지만 무척 긴장했다. 가장 어려운 것은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디션은 다른 최종 후보들과 함께 온라인으로 전 세계가 보는 중에 행해져 진짜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역을 얻은 것에 큰 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피터 파커는 학교에서 아무도 자기를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데 본인도 그런 경험이 있는가.
“난 발레와 럭비학교에 다녔을 때 제대로 적응을 못 했지만 결코 그에 굴복치 않고 즐기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내 생활신조다. 난 다른 사람들과 다르고 또 그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려고 시도한다. 피터 파커는 내 인생의 완벽한 모범이다. 그가 스파이더-맨이 되면서 인생이 바뀌는 것처럼 내 인생도 지금 내 눈 앞에서 급격히 변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그런 변화에도 자기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나도 나 자신을 지킨다는 점이야 말로 중요한 일이다.”

-지금 세상이 필요한 것이 다정한 이웃 히어로인가 아니면 세계를 구하는 수퍼히어로인가.
“다정한 이웃 히어로다. 그는 이웃을 묶어 주는 결속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사회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고 본다. 이 영화가 멋진 점은 히어로가 외계인들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잡범들을 제거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영화의 실제적 주제다. 따라서 관객들도 영화를 보면서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영화에서 피터 파커는 자기가 좋아하는 소녀 리즈에게 말을 못해 쩔쩔매는데 본인도 그런가.
“확실히 그렇다. 그러나 난 지금 여자에게 말을 걸 시간이 없다. 계속해 지구를 돌면서 일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난 어려서부터 늘 키가 작아 여자 복이 없었지만 이젠 스파이더-맨이 된 덕분에 좀 나아졌다.”

-세상의 소년들에게 해줄 조언은 무엇인가.
“상투적이지만 자기에게 충실하라는 것이다. 자신의 최고의 모습은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본인에게 있어 영웅은 누구인가. 
“그들은 내 아버지와 맹장염에 걸려 죽을 뻔 했던 내 남동생을 살려준 의사다. 그리고 내가 머리를 다쳤을 때 돌봐준 간호사다. 그들이 내 매일의 영웅들이다. 아 영화의 모토도 매일 우리를 도와주는 영웅들이 수퍼히어로들이라는 점이다.”

-이 영화로 인해 여행을 많이 했을 텐데 즐겼는가.
“난 짐을 아주 잘 싼다. 이 영화 홍보 차 개인 전용기를 타고 세계를 돌면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곳들을 본다는 것은 정말 값진 일이다. 지금까지 가 본 중에 제일 좋은 곳은 파리였다.”

-코미디언인 아버지와의 관계는 어떤가.
“우린 항상 대화를 나눈다. 아버지는 연예계에 30년을 종사했기 때문에 내게 늘 실제적인 조언을 해 준다. 그는 내게 유일하게 ‘안 돼’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옆에 그러면 안 된다고 말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가진 것은 큰 행운이다. 그와 나의 관계는 가장 값진 것으로 나는 그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는 어디까지나 나의 아버지이지 친구는 아니다. 아버지는 최고의 부모는 자식들의 친구가 아니라고 믿는 사람이다.”

-어릴 때 발레를 배웠다고 했는데 지금도 춤을 추는가.
“춤은 내가 영화에서 연기하는데 값진 도움이 되고 있다. 연기란 육체를 동원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춤은 자신의 육체적 동작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난 춤을 사랑한다. 난 지금이라도 금방 일어나 춤을 출 수 있다. 그 동안 영화 때문에 춤을 못 춰 몸이 근질거린다.”

-스턴트에 본인이 얼마나 기여 했는가.
“난 춤을 배우고 체조 경험이 많아 가급적 특수효과를 안 쓰고 내가 스턴트를 했다. 그런데 감독 존 와츠가 내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벽을 타고 올라 거꾸로 회전해 뛰어내릴 수 있겠느냐고 하기에 ‘난 그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춤을 배웠으니 음악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텐데.
“음악은 에너지를 집결하는 능력을 지녔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모든 것을 차단시킨다. 난 시끄러운 세트에 있을 때 다음에 우는 연기를 해야 하면 내 전화에 담은 슬픈 노래들을 듣는다. 그러면 곧 그 분위에 젖게 되곤 한다. 내가 좋아하는 슬픈 곡 중 하나는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영화 ‘미션’의 음악이다.”

-어떤 여자를 좋아 하는가.
“난 웃기를 좋아해 나와 함께 우스운 것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내 어머니가 좋아해야 한다.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 내 어머니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영화에서 벗은 상체를 보니 강건하던데 운동을 얼마나 하는가.
“난 요즘도 매일 체육관에 가서 앉았다 일어나기와 팔 굽혀펴기 등 운동을 한다. 매일 앉았다 일어나기를 2백번 정도 한다. 운동은 이제 나의 습관이 되었다. 오늘도 호텔에 있는 체육관에서 운동을 했다.”

-젊은 나이에 부와 명성을 어떻게 다루는가.
“난 그저 친구들과 가족과 가까이 있으려고 애 쓴다. 내 인생이 변하긴 했지만 내 개인적 생활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어렸을 때의 삶을 살고 있다. 부와 명성이 내게 지나치게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마더!(mother!)


마더(중간)는 남편 시인과 달리 광란의 인파에 시달리고 있다.

은유·광기 뒤범벅… 제니퍼 로렌스 출연 공포스릴러


영화의 각본을 쓰고 감독을 한 대런 아로노프스키(‘블랙 스완’ ‘꿈을 위한 진혼곡’)의 지나치게 부푼 이고와 영화의 배급사인 패라마운트가 그에게 준 과다한 창조적 자유가 뒤범벅이 돼 낳은 초현실적이요 구구 각색으로 해석이 가능한 공포영화이자 심리 스릴러다. ‘로즈메리의 아기’를 연상케 하는 광란의 루이스 부누엘 영화라고 하겠다.
영어 제목의 첫 글자를 비롯해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이(그 남자 그 여자가 이름이다) 모두 소문자로 쓰였는데 유독 ‘힘’(Him)이라고 대문자로 된 이름을 지닌 사람이 작품의 주인공인 시인(하비에르 바르뎀)이다. 그는 신이기 때문에 대문자로 이름이 시작된다. 제목의 ‘마더’는 이 신의 아내(제니퍼 로렌스)로 ‘마더’는 자연을 상징한다. 이렇게 은유와 비유로 가득한 영화여서 한번 보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 영화는 최근에 폐막된 베니스 영화제서 상영됐을 때 관객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그러나 며칠 전 토론토 영화제서 만난 아로노프스키는 “내 영화는 칭찬을 받든지 아니면 야유를 받든지 어느 것이든 극단적인 반응을 받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허허벌판 자연 속에 고풍의 외딴 집이 있다. 이 집에는 유명 시인이 그의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데 시인은 창작력이 고갈돼 고민 중이다. 둘 사이에 아이는 없다. 여자는 집을 재단장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이런 설정을 보면 영화는 작가의 창작에 대한 열망이 빚어낸 광기와 함께 예술이 삶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감독의 소신임에 분명하다.  
어느 날 불청객 부부가 이 집을 방문하면서 평온하던 시인과 그의 아내의 삶은 내리막길로 치닫게 된다. ‘남자’(man-에드 해리스)는 기침을 계속하면서도 줄담배를 피우고 ‘여자’(woman-미셸 파이퍼)도 줄담배에 술꾼인데 ‘남자’는 시인의 열렬한 팬이라고 고백한다. 그런데 ‘여자’는 신경이 예민하고 건방지기가 짝이 없으면서 ‘마더’에 대해 처음부터 적대적이다.
글이 안 써져 고생하던 시인은 갈 곳이 없다는 이들을 반갑게 맞으며 아내의 허락도 없이 둘을 자기 집에 묵으라고 허락한다. 그리고 이 둘이 시인과 그의 아내의 삶을 헤저어 놓으면서 시인과 그의 아내의 삶은 지옥 길로 치닫게 된다. 
이어 남자와 여자의 서로 적대적인 두 아들(친 형제 배우 도날과 브라이언 글리슨)이 찾아오면서 집은 아수라장이 되는데 여기에 집의 온갖 파이프마저 터져 물난리가 나니 ‘마더’는 죽을 맛인데 시인은 오히려 이들 불청객을 즐기며 새로운 시상마저 얻는다. 그러나 시인은 아내의 강력한 청에 따라 ‘남자’와 ‘여자’를 쫓아내나 이어 시인의 수많은 팬들이 떼를 지어 집에 찾아오면서 광란의 바커스 축제가 벌어지고 폭력과 테러가 자행된다. 
아로노프스키는 영화에서 인간의 자연 파괴를 얘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는데 장시간 계속되는 영화의 마지막 광기에 대해선 보는 사람마다 제 각기 다른 해석이 가능하나 플롯이 지나치게 허무맹랑하다. 근 1시간 정도나 클로스업 된 얼굴로 내면 변화를 보여주는 로렌스의 연기가 가상하고 바르뎀과 해리스 및 파이퍼 등도 잘 한다. R.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그들은 먼저 내 아버지를 죽였다(First They Killed My Father)


루앙이 포탄을 피해 언덕 아래 숨어 있다.


앤젤리나 졸리 연출력의 한계 또 다시 드러내



유엔 대사로 세계의 분쟁지역을 돌며 인도주의 활동을 펴고 있는 앤젤리나 졸리가 감독한 캄보디아 크메르 루지의 양민 대학살에 관한 실화로 제작 의도가 가상하고 모양새가 번듯하나 깊이와 강한 충격이 모자란다.
졸리는 캄보디아에서 아들 매독스를 갓난 아기 때 입양해 이 나라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캄보디아를 여러 차례 방문했고 이 작품의 실제 주인공으로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는 루앙 웅(47)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루앙 웅이 쓴 자전이 원작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졸리에게 개인적으로 가까운 심혈을 기울인 대작인데 정성을 다한 마음만큼 열매는 익지를 못 했다. 졸리의 다른 연출작품들인 보스니아 전쟁을 다룬 ‘피와 꿀의 나라에서’와 태평양전쟁의 생존기 ‘언브로큰’ 등도 마찬가지로 졸리의 연출력은 열기와 깊이와 강한 힘이 모자란다.
이 영화와 같은 내용을 다룬 오스카 수상작인 롤랜드 조피 감독의 ‘킬링 필즈’(1984)의 잔인한 폭력이 던져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강력한 감동과 충격에 비하면 졸리의 영화는 너무 유순하게 폭력을 다뤘다. 13세 소녀의 눈으로 본 얘기여서 그렇다 치더라도 전인구의 4분의 1을 학살한 역사를 다룬 것으로선 내장이 찢어지는 듯한 격렬한 고통이나 충격이 크게 모자란다.
1975년 크메르 루지가 캄보디아를 통치하면서 프놈펜에서 정부 관리로 일하던 루앙(스레이목 사레움이 민감하고 표현력 강한 연기를 한다)의 아버지와 가정주부인 어머니 그리고 루앙의  오빠와 언니 등은 수용소로 보내져 기아와 노동과 학대에 시달린다. 그리고 정체가 드러난 루앙의 아버지가 처형된다(이런 폭력적인 장면들이 화면 밖에서 일어나거나 아니면 흐리게 처리돼 전체적으로 영화가 맹물 마시는 기분이다.)
그리고 루앙을 비롯한 아이들도 어머니를 떠나 뿔뿔이 헤어지고 루앙은 대 베트남전쟁을 위한 소녀병이 되어 지뢰매설과 총검술을 배운다. 이런 지옥 같은 역경 속에서도 루앙은 강한 의지와 지혜를 구사해 살아남고 오빠와 언니들과도 재회한다.
136분의 긴 상영시간 동안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나 가족의 이산과 재회 등을 폭 넓게 다루지 못하고 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루앙과 루앙의 부모 역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물들은 피상적으로 다뤄졌다. 루앙과 또래의 아이들이 지뢰를 피해 조심스럽게 피신하는 장면 등을 공중에서 찍은 촬영과 음악은 좋다. 15일부터 네트플릭스를 통해 방영되며 랜드마크(피코와 웨스트우드) 등 일부 극장에서 상영된다. ★★★(5개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학교 생활 (School Life)


선생님 존이 제자의 운동화 끈을 매어주고 있다.

사랑으로 지도하는 참 선생님들의 모습 ‘가슴 뭉클’


사부일체라는 말도 있듯 스승은 부모와도 같은 것. 아일랜드의 기숙사 초등학교 헤드포트의 스승과 제자들의 관계를 1년간 다룬 기록영화로 스승들의 제자들에 대한 지극한 정성과 돌봄 그리고 사랑이 가득히 배어있다. 
매우 감동적이요 아름답고 부드러운 작품으로 이 학교에서 근 반 세기 동안 제자들을 양성한 노부부교사 존과 아만다 레이든을 중심으로 교사들의 제자 지도와 학생들의 수업 풍경 그리고 교직원 회의와 학생들의 기숙사 안에서의 생활 및 레이든 부부의 가정생활 모습 등이 상세히 묘사되고 있다. 
레이든 부부가 가르친 제자 중에는 이 학교의 원기왕성하고 진보적인 교장 더못도 포함돼 있는데 부부가 연극과 음악 등 특별 과외 수업을 통해 수업 진도가 다소 느리고 소심한 아이들을 격려하면서 그들이 활짝 피어나게 만드는 심신을 다 한 가르침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이와 함께 자연 속에 위치한 고풍찬연한 건물 안과 밖에서 공부하고 뛰어노는 어린 학생들의모습이 자연스럽고 다정하게 카메라에 포착되는데 그런 학교 안팎의 학생들의 활동과 계절의 변화를 따라 찍은 촬영과 잔잔히 물결치는 음악이 곱다. 
헤드포트는 예비학교로 이 학교를 나온 우수한 학생들은 영국의 사립명문 이튼 등에 들어간다. 한 남학생이 학기가 끝나고 선생님으로부터 이튼에 입학이 허락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기뻐하는 모습이 기특해 보인다.
이웃집 마음 착한 아주머니 같은 아만다는 영어 선생으로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독서라고 적극적으로 권한다. 그리고 연극 ‘햄릿’을 무대에 올리면서 리허설하는 장면이 자세히 그려지는데 여기서 성적이 다소 부진한 남학생이 햄릿의 독살당한 아버지 귀신으로 나오면서 자신을 얻는다. 
한편 존은 이웃집의 무뚝뚝한 아저씨 같지만 속은 자상하고 인자한 라틴어 전문. 그는 정상수업과 함께 음치들보다 조금 나은 학생들을 모아 록밴드를 조직하는데 리허설 괴정에서 노래를 신통치 못하게 부르는 여학생들에게 가차 없이 “됐어”라며 핀잔을 준다. 그러나 결국 밴드가 구성돼 학생들이 모여 춤추고 박수를 치는 가운데 연주를 성공리에 마친다. 
모든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극진히 사랑하고 그들의 진로 안내에 열과 성을 다하는데 더못 교장과 스승들은 한결 같이 세상의 변화를 원한다면 너희들이 먼저 스스로 그 변화 시도에 앞장서라고 역설한다. 레이든 부부의 학교에서의 지도와 함께 그들이 집에서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개별 신상문제를 서로 염려하면서 얘기하는 다정한 정경을 통해 이들 부부의 제자 사랑이 포근하고 따뜻하게 얘기된다. 
영화는 눈가에 습기가 고이는 스승들과 제자들의 이별장면으로 끝난다. 학생들이 자기들을 데리러 온 부모들 앞에서 스승들과 함께 친구들과 포옹을 하면서 이별을 아쉬워하는데 이제 중학교에 들어갈 소년이 자꾸 흐르는 눈물을 옷소매로 닦으면서 이 사람 저 사람과 이별의 포옹을 나누는 모습을 보자니 눈물이 고인다. 
떠나가는 제자들을 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레이던 부부의 뒷모습과 부모와 함께 집으로 돌아갈 차에 올라타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삶의 퇴장 길로 들어선 사람과 활짝 열린 긴 미래로 나아갈 어린 아이들의 삶의 자태가 엿보인다. 스승과 제자가 모두 보기를 권한다.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홈 어겐(Home Again)


술김에 하룻밤을 함께 보낸 앨리스(왼쪽)와 해리.

위더스푼 출연 구태의연한 로맨틱 코미디


오스카상을 탄 리스 위더스푼의 오발탄 같은 로맨틱 코미디로 한 마디로 볼썽사납다. 40대 여자와 20대 남자의 사랑을 다룬 ‘메이-디셈버’ 로맨스 영화인데 진부하고 구태의연하며 인공 감미료 맛이 나는 보기에 낯간지러운 나쁜 영화다. 여성 팬들을 노리고 만들었는데 무기력하고 전연 특색이 없는 영화이니 속지 마시도록.
이 영화는 ‘왓 위민 원트’와 ‘섬싱스 갓 투 기브’ 같은 로맨틱 코미디를 잘 만드는 여류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딸 할리 마이어스-샤이어가 각본을 쓰고 감독으로 데뷔한 작품인데 그야말로 허영의 산물이다. 연출력이 펑퍼짐하고 각본도 밋밋하며 전체적으로 너무 소독을 해 영화에 긴장감이 없고 인물들도 개성이 전무하다.
두 주인공인 나이 먹은 위더스푼과 그의 젊은 상대역으로 나오는 개인적 특징이 결여된 패션 모델 같은 피코 알렉산더 간의 화학작용도 전연 없으며 위더스푼이 철없는 소녀처럼 과장되게 애교를 떠는 연기를 하는데 어색해 얼굴이 뜨거워진다.
어린 두 딸을 데리고 뉴욕에서 살다가 남편 오스튼(마이클 쉰)과 헤어진 뒤 LA의 자기가 자란 집으로 이사 온 40대의 앨리스(위더스푼)는 실내 장식가. 고독하고 불행하다며 질질 짜는데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바에 갔다가 일이 생긴다.
20대의 영화감독 지망생 해리(알렉산더)와 그의 동생으로 배우 지망생인 테디(냇 울프) 그리고  이들의 친구로 각본을 쓰는 조지(이온 러드니츠키)는 막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쫓겨나 홧술을 마시러 이 바에 들렀다. 그리고 모두 술에 취한 남녀들이 춤추고 얘기를 나누다가 앨리스와 해리가 눈이 맞아 둘이 앨리스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앨리스가 이튿날 깨어보니 테디와 조지도 카우치에서 자고 있다.
이 때 앨리스의 어머니(캔디스 버겐-오래 만에 반갑지만 하필 이런 영화에서 만날 것이 무언가)가 나타나 남자들과 얘기를 나누더니 셋을 게스트 하우스에서 살라고 선심을 쓴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지 명약관화한 일. PG-13.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제리 루이스


내가 철이 덜 든 어른 같은 코미디언 제리 루이스를 화면을 통해 처음 본 것은 루이스가 그의 명콤비였던 딘 마틴과 함께 나온 ‘화가와 모델’이었다. 중학생 때 서울의 서대문에 있던 동양극장에서 봤는데 어찌나 우습고 재미있었던지 영화가 끝나는 것이 아쉬웠었다.
내가 정신 나간 얼간이 같은 루이스를 실제로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5년 1월 내가 속한 LA영화 비평가협회가 그에게 생애업적상을 주었을 때다. 나는 그 때 시상만찬에 참석한 그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한 뒤 “난 당신 영화 보며 컸어요”라고 감개무량해 했더니 루이스는 옆에 동석한 사람에게 “이 친구 내 영화 보며 컸대”라며 웃었었다. 그 날 루이스는 연단에 올라가 상을 받은 뒤 “이 상을 받아 기쁜데 염병할 왜 이렇게 오래 걸렸지”라고 투덜대(?)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었다.
제리 루이스가 지난 달 20일 91세로 타계했다. 고무 얼굴에 키들 키들대면서 미친 사람처럼 과장된 동작과 함께 약간 모자라는 사람처럼 굴어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던 루이스는 무대와 TV와 스크린을 누비면서 고단하고 우울한 세상에 웃음을 선사한 천재 코미디언이었다.
나는 루이스(사진)를 작년에 그가 은퇴한 재즈 피아니스트로 나온 감상적인 ‘맥스 로즈’를 위한 할리웃 외신기자협회와의 기자회견 때 다시 만났다. 루이스는 지팡이를 짚고 윌체어를 타고 회견에 임했는데 상소리를 섞은 유머와 위트를 유감없이 구사하면서 청산유수로 대답을 했다. 그러나 귀가 잘 안 들려 질문에 “왓 왓”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미친 에너지를 발산하며 곡예사 같은 동작으로 사람을 웃기던 그의 이런 모습을 보자니 세월의 속절없음에 가슴에 구멍이 생기듯 허전해졌다. 그러나 루이스는 90이 오히려 좋고 스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난 이제 걷기도 보기도 듣기도 힘들지만 그 것이 내가 내야할 렌트라면 괜찮다”며 세월을 수용했다.
루이스는 자기 영화의 각본을 쓰고 연출과 함께 주연도 한 만능 재주꾼으로 그의 감독 데뷔작은 ‘벨 보이’(1960). 그의 대표작인 ‘정신 나간 교수’도 루이스가 1인3역을 한 영화다. 그런데 루이스는 미국 비평가들보다 유럽 특히 프랑스로부터 지극한 사랑을 받았다. 그는 프랑스 정부가 주는 최고의 문화훈장까지 받았다. 이 때문인지 루이스는 한 인터뷰에서 “미국 비평가들은 창녀들로 한 푼의 가치도 없는 것들”이라고 독설을 해댄바 있다.
루이스는 영화에서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구는데 그는 이에 대해 “내 영화가 아이들의 행동에 바탕을 둔 이유는 아이들이 즐기는 재미야 말로 순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기가 행복하고 웃을 때는 좋은 영화를 만들 때라는 루이스는 그러나 요즘 미국영화에 대해서는 머리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영화들이 너무 폭력적이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1946년부터 10년간 명콤비였던 딘 마틴을 그리워하면서 “우린 마법적인 관계로 서로를 극진히 사랑했다”면서 “그와 갈라선 후 오래 동안 서로의 의견 차로 대화를 하지 않은 것은 어리석은 일이였다”며 후회했다. 둘은 함께 모두 16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루이스는 깔깔대고 웃으며 농담도 잘 했지만 이와 함께 삶을 충분히 산 현자와도 같은 말도 많이 했다. 자기 삶에 대한 후회가 없느냐는 물음에 “후회란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지 그 것을 계속해 생각하고 짊어지고 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사람들로부터 어떻게 기억되길 원하느냐는 질문에는 “죽은 뒤에는 들을 수가 없으니 어찌 기억되든 상관없다”고 잘라 말했다.
루이스는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기쁨과 웃음을 준 것처럼 실제로도 즐겁게 산다고 말했다. “나는 하느님이 준 매일의 24시간을 즐기며 산다”며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가 있느냐”고 삶을 예찬했다. 매일 아침 4시 반에 일어나 글을 쓰고 가끔 영화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지난 36년간 사랑해온 아내 샌디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루이스의 잊지 못할 평생 친구는 케네디와 채플린. 케네디는 자기처럼 영화광으로 그가 죽을 때까지 서로 뜻 깊은 관계를 유지해 왔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채플린으로 부터는 많은 것을 배웠는데 채플린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몸의 한 부분을 잃은 것 같았었다고 기억했다.  나는 루이스에게 “전설적인 코미디언인 당신은 우울하거나 고독할 때면 어떻게 그 것에서 벗어나느냐”고 물었다. 이에 루이스는 “묘지를 찾아가 내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하느님에게 감사 한다”고 이죽거렸다. 그러던 그가 이제 묘지에서 쉬게 됐다. 루이스의 몸은 땅에 묻히고 영혼은 하늘에 올라 그는 지금 자기보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 앞에서 천국 코미디쇼를 보여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늘로부터 루이스의 깔깔대고 웃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