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8년 9월 4일 화요일

농구 코미디 ‘엉클 드루’ 의 샤킬 오닐




거대한 암산이 걸어 들어오는 줄 알았다. 샤킬 오닐은 정말로 컸다. 은퇴한 전직 미 프로농구 노인 올스타선수들과 젊은 선수들이 뉴욕 할렘의 거리 농구 챔피언십에서 맞서는 농구 코미디 ‘엉클 드루’(Uncle Drew)에서 할아버지 선수로 뛰는 샤킬 오닐(46)과의 인터뷰가 최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영화에는 오닐 외에도 카이리 어빙과 레지 밀러 등 전직 베테런 선수들이 나온다. 미 프로농구팀 LA 레이커스에서 뛰면서 팀에게 챔피언십을 세 번이나 안겨준 오닐(애칭 ‘샤크’)은 이 영화 전에도 ‘카잠’ ‘블루 칩스’ ‘스틸’ 및 ‘워시’ 등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오닐은 자리에 의젓이 앉아 굵은 저음으로 겸손하게 질문에 대답했는데 시치미를 뚝 뗀 농담을 잘 해 여러 번 폭소를 터뜨렸다. 매우 서민적이어서 친근감이 갔는데 마음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을 받았다. 

“드웨인 존슨처럼 많은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


-자녀가 여섯이나 되는데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가.
“난 3남 3녀를 가졌는데 그들에게 우리 집에서 더 이상 농구선수가 나올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변호사나 기술자 또는 회사 중역이 되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 집에선 절대로 공짜가 없으니 뭔가 먹고픈 것이 있으면 좋은 학교 성적으로 그 값을 치르라고 가르친다. 내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각자가 자신의 꿈을 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남을 존경하고 삶을 즐기며 언제나 바른 일을 하라고 이른다. 난 아이들이 날 단순히 ‘샤크’라고만 알지 않게 하려고 뒤 늦게 대학에 가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땄다. 아이들이 다 잘 자라줘 난 운 좋은 아버지다.”

-배우 생활을 계속할 것인가.
“난 ‘록’(프로 레슬러 출신의 액션 배우 드웨인 존슨의 별명)에게 심한 질투를 느낀다. 내가 할 역을 그가 다 가져갔다. 내가 덴젤 워싱턴과 같은 연기파는 아닌 만큼 ‘록’이 나온 것 같은 영화들을 만들고 싶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많은 영화에 나오고 싶다.” 

-의사 출신의 한국계 코미디언 켄 정과 함께 만들 TV시리즈는 어떤 것이며 켄과 ‘샤크’ 중 누가 더 우스운가.
“압도적으로 켄이 더 우습다. 우린 다 우습고 똑똑하며 또 박사들이다. 우리의 콤비는 ‘러시 아워’에 나온 재키 챈과 크리스 터커의 콤비에 버금가도록 일품이다. 그래서 켄과 함께 있을 때면 너무나 웃어 눈물이 날 지경이다. 우리가 만들 리얼리티 쇼는 유명인사들의 랩 경연대회를 다룬 ‘드롭 더 믹’이라는 것인데 켄이 너무나 잽싸고 재치가 있는데다가 우스워 난 그에 의해 묵사발이 된 느낌이다. 쇼가 크게 성공해 사람들이 퇴근 후 빨리 집으로 돌아가 TV 앞에 앉아 쇼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게 되기를 바란다.”

-아들 중 하나가 농구 소질이 뛰어나다고 아는데 프로로 진출할 것인지.
“그렇다. 샤리프(18)는 내가 질투가 날 정도로 소질이 있다. 15세 때부터 내가 코치를 했는데 한 번 가르치면 모든 것을 숙지한다. 나의 후원 없이 자기 실력으로 UCLA에 장학생으로 합격해 농구선수로 뛴다. 자랑스럽다. 난 사실 아이들에게 늘 운동보다 공부를 하도록 독촉했다. 그는 프로선수가 될 자격이 충분히 있다.”

-생애 중 가장 기억할 만한 일들은 무엇인가.
“먼저 프로선수로 뽑혔을 때다 우린 그 때까지 가난했었다. 선수로 선발되고 나서 큰 집을 은행 융자 없이 수표 한 장으로 샀는데 어머니는 집이 너무 크다고 오히려 걱정을 했다. 둘째는 부모의 독촉에 따라 대학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것이다. 세 번째는 200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연속해 레이커스를 챔피언으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석사와 박사학위 받은 것과 아이들을 낳은 것도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들이다.”

-영화에서 분장한 노인 모습은 누구의 것을 본 땄는가.
“딱 한 번 본 내 할아버지 모습 그대로다. 농부였던 할아버지도 나처럼 키가 컸는데 신장이 6피트 11인치였다. 분장사가 날 노인으로 만든다고 해 어머니에게 할아버지 사진을 보내달라고 부탁, 사진대로 회색 수염과 머리를 한 노인이 됐다. 분장하는데 매일 4시간이나 걸렸다.” 

-선수로 뛰면서 탈의실에서 겪었던 기억할 만한 일은 무엇인가.
“탈의실 장면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선수들의 흥분한 모습이고 다른 것은 팀의 리더가 선수들을 훈계하는 엄숙한 모습이다. 나도 리더로서 선수들을 훈계도 하고 격려도 했는데 1분 정도 야단치면 5분 정도는 사기를 북돋워 주곤 했다. 경기에서 이기면 ”야 뭐들 해, 저녁 먹으러 가자”고 말했고 약체 팀에게 지고나면 선수들을 호되게 나무라곤 했다.”

-농구가 없었더라면 무슨 일을 했겠는가.
“군인이나 경찰이 됐을 것이다. 내 아버지는 군 훈련교관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어렸을 때 키다리로 농구를 좋아만 했지 아직 기술이 빈약했을 때만 해도 날 보면 ”너도 아버지처럼 군인이 되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나의 삼촌은 경찰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늘 내가 뭔지 대단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되뇌이곤 했다.”

샤킬 오닐(왼쪽)을 비롯해 왕년의 프로농구 베테런들이 젊은 선수들과 대결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해서 농구에서 찾게 되었는가.
“난 TV를 통해 내 정체성을 찾게 됐다 내가 TV를 통해 본 첫 영화가 농구영화인 ‘피츠버그를 구한 물고기’였다. 내가 제일 좋아하던 농구선수인 닥터 J(줄리어스 어빙)가 나왔는데 영화에서 그가 화면을 압도하면서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을 보고 아버지에게 나도 저렇게 되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영화배우가 되겠니”하고 묻길래 “아니 닥터 J처럼 되겠다”고 대답을 했다. 이에 아버지는 “그래 좋아, 그러나 먼저 학교부터 졸업해야지”하며 날 격려했다. 난 그 때 이미 스포츠에 관심이 컸고 TV를 통해 닥터 J와 매직(존슨)과 (래리)버드 등에 관해 열심히 연구를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선수로 뛰면서 경기에서 이기면 동네 사람들이 박수로 환영해주던 것이 아주 자랑스러웠다. 가게에서도 잘 했다고 물건을 공짜로 줬다. TV에서는 농구가 아니면 영화를 봤는데 한 번은 한국인이 브루스 리와 싸우는 영화를 보면서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난 영화배우가 되려고 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언젠가 한 호텔에 묵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날 보고 “내가 ‘블루 칩스’라는 영화를 찍고 있는데 거기에 나올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고 그로 인해 스크린에 데뷔했다.”

-코비(레이커스 선수로 오닐과 함께 뛴 코비 브라이언트)가 올 해 단편 만화영화로 오스카상을 탄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은퇴 후 경쟁심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코비에 대해선 몹시 질투가 나고 때론 분통이 터진다. 그가 상을 타자마자 ‘축하’ 트위트를 보냈다. 그가 자랑스럽다. 난 은퇴해서도 경기할 때처럼 경쟁심이 강하다. 그래서 회사도 여럿 가지고 있는데 농구에서 터득한 기술을 회사 경영에 사용한다. 아이젠하워가 이런 말을 했다. ‘위대한 지도자는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을 고용할 줄 안다’고. 그래서 나도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다. 그리고 일일이 간섭을 안 하고 그들에게 업무를 맡긴다. 난 현재 실리콘 밸리의 기술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늘 제일 먼저가 되고 또 최고가 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빨리 돈을 벌려고 투자 했을 때마다 크게 잃곤 했는데 나는 이를 내 투자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자신의 드림 팀을 어떤 선수들로 구성하겠는가.
“마이클 조단, 매직 존슨, 칼 말론, 스테판 커리 그리고 닥터 J다.”  

-농구선수가 되려고 하는 젊은이들에게 어떤 충고를 해 주겠는가.
“첫째 위대한 선수들이 범한 실수를 살펴보고 그를 반복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실수란 금전적일 수고 있고 시회적인 것일 수도 있다. 이것은 나의 아버지가 내게 해준 충고이기도 하다. 둘째는 그들의 꿈을 좇으라는 것이고 셋째는 돈을 저축하라는 것이다. 돈은 결코 영원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 선수들의 65%가 선수 생활이 끝나면 무일푼이 되는 것은 그들이 훗날을 위해 돈을 저축하지 않고 낭비한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다 아버지로부터 배웠다. 한번은 내가 아버지에게 ‘나는 매직 존슨처럼 되고싶다’고 했더니 아버지가 내 멱살을 잡으면서 ‘다음 매직 존슨은 없으니 샤킬 오닐이 되라’고 했다. 따라서 난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겠다. ‘나처럼 되는 것도 좋지만 나보다 나은 사람을 목표로 삼아라. 그러면 세상은 보다 나은 곳이 될 것이다.’”

-흑인 선수들이 인종차별을 이유로 국가연주 때 무릎을 꿇거나 백악관 초청도 거절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난 정치 얘긴 안 한다. 내 상표는 재미다. 그러나 사람들은 각기 자기 의견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할 말은 뭔가 주장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전략적으로 바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난 그들을 이해한다. 나의 아버지는 군인이어서 국기를 무시하면 노발대발 했다. 사람들은 좌파일 수도 있고 우파일 수도 있지만 뭔가 자기가 주장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아무도 불평하지 않을 주장을 하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누군가를 성질나게 만들면 둘은 더욱 더 갈라서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것을 떠나 나의 일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일을 하고 집에 돌아 왔을 때 나를 보면 미소를 짓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피날레 작전(Operation Finale)


모사드 요원 말킨(왼쪽)과 나치 전범 아이히만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르헨티나 도피 나치 전범 잡아라”   모사드 요원의 납치 다룬 스파이물


유대인 멸살 계획인 ‘마지막 해결’을 마련한 장본인인 나치 친위대 고위 장교 아돌프 아이히만은 자살한 히틀러와 그의 참모들인 괴벨스나 히믈러와는 달리 전후 나치들을 받아들인 아르헨티나로 도주해 숨어서 살았다. 이 영화는 1960년 아이히만을 납치해 이스라엘로 수송, 법정에 세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들의 치밀한 납치 계획과 실제 작전을 다룬 스파이 스릴러다. 
영화는 드문드문 재미가 있긴 하나 충분히 만족감은 주지 못한다. 
한편의 잘 구성된 스파이 영화라기보다 스케치 식의 TV드라마나 연극 같은데 스릴러의 흥분감이나 긴장감을 연출하는 대신 대사와 심리전에 치중하는 고급 드라마 티를 내고 있으나 멜로드라마가 되고 말았다. 아이히만 납치 후의 중간 부분이 너무 지지부진해 납치와 아르헨티나 탈출 등에서 분출되는 박진감이 부족해 맥이 빠진다. 
그러나 흥미 있는 실화인 만큼 큰 기대를 안 하면 볼만은 하다. 
모사드에 아르헨티나에 아이히만(벤 킹슬리)의 아들이 있다는 정보가 들어온다. 처음에는 이를 믿지 않던 모사드 측은 이어 그 정보에 신빙성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데이빗 벤-구리온 수상의 허락 하에 아이히만 납치 계획을 짠다. 
납치 요원들 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자기 누나와 누나의 아이들이 나치의 희생자가 된 젊은 피터 말킨(오스카 아이작). 그 외에도 말킨의 과거 애인인 한나 엘리안(프랑스 배우 멜라니 로랑) 등 몇 명으로 구성된 납치 요원들은 아르헨티나에 도착, 교외의 외딴 집에서 아내와 아들과 살면서 공장에서 일하는 아이히만의 하루 행적을 주도면밀하게 감시한다.
매일 시계추처럼 정확히 일과가 짜진 아이히만을 모사드 요원들은 퇴근 후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도중에 납치해 자신들의 은신처에 가둔다. 그리고 말킨 등은 아이히만에게 예루살렘에서 재판에 응하겠다는 문서에 서명을 하라고 요구하나 아이히만은 이를 완강히 거절한다. 이 부분이 이해가 안 간다. 그냥 이스라엘로 아이히만을 공수하면 될 것인데 그를 공수할 이스라엘 항공기인 엘 알 측이 아이히만이 서명한 문서 없이는 그를 나르지 못하겠다고 주장한다는 얘기가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교활한 아이히만과 그를 설득하는 말킨 간에 여러 차례 장시간에 걸친 대화를 통한 심리전이 벌어진다. 이 부분이 지루하다. 아르헨티나 경찰과 나치 동조자들이 혈안이 되어 아이히만을 찾는 중에 마침내 문서에 서명한 아이히만에게 엘 알 제복을 입혀 비행기에 태운다. 이 부분 스릴이 부족한 맹탕이다.
아이히만은 1961년 전 세계로 TV 중계가 되는 가운데 재판에 회부돼 유죄 판결을 받고 이듬해 교수형에 처해졌다. 아이히만은 자신의 죄에 대해 일말의 가책도 느끼지 않아 역사학자 한나 아렌트로부터 ‘악의 진부’라는 말을 들었다. 
아이작과 킹슬리의 연기 대결이 괜찮은데 킹슬리의 내면 연기가 다소 피상적인 반면 아이작의 연기가 힘차다. 크리스 와이츠 감독. PG-13. MGM.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페퍼민트 소다(Peppermint Soda)


13세난 안은 1963-64년 학년 동안 가정과 학교생활을 통해 부쩍 성장한다.

이혼 부모와 번갈아 생활
10대 소녀의 감성·일상사
스냅샷 찍듯 아름답게 포착


어린 소녀의 마음을 참으로 솔직하고 사실적이며 또 곱고 순수하게도 그렸다. 가슴 속까지 싸하게 스며드는 신선한 소다 마시는 기분이다.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른 ‘우리들끼리만’(Entre Nous·1983)을 감독한 프랑스의 여류 디안 퀴리스의 감독의 1977년 데뷔작인데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스크랩북을 들춰보는 식으로 그렸다. 
소녀의 가정과 학교생활 그리고 우정과 이성에 대한 호기심 및 별 것도 아니지만 당사자에겐 중요한 시시콜콜한 일상사를 스냅샷 찍듯이 묘사했는데 위트가 있고 매력적이며 어디 하나 흠이 없는 아담한 작품이다. 
13세난 소녀 안 웨베르(엘레오노어 클라웽)의 1963-64년 1년간의 이야기로 여름방학을 이혼한 아버지와 함께 보낸 뒤 어머니와 언니가 있는 집에 돌아와 학교를 다닌 뒤 다시 여름방학을 맞아 아버지에게로 가는 형식을 취했다. 안의 언니 프레데릭(오딜 미셸)은 동생에게 언니 노릇을 톡톡히 해 둘이 툭하면 다툰다. 안의 어머니(아눅 페르작)는 겉으로는 가끔 엄격하나 속은 다정한 사람으로 애인이 있는데 안은 이 애인에게 시큰둥한 태도다. 안은 어머니의 애인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딸들이 보고파 찾아온 아버지에게도 시큰둥한 태도다. 
프레데릭에겐 애인이 있는데 안은 언니에게 오는 연애편지를 몰래 뜯어본다. 그런데 프레데릭의 애인인 매우 조숙한 친구가 안을 몰래 연모한다. 이를 어쩌나 프레데릭이 애인에게 버림을 받으면서 프레데릭은 깊은 슬픔에 빠지는데 평소 언니와 싸움이 잦던 안은 가슴 아파하는 언니를 열심히 위로한다. 피는 못 속인다고 이로 인해 어니와 동생은 관계가 아주 돈독해진다. 
학교생활이 오밀조밀하게 묘사되는데 괴짜인 체육선생과 제자들을 무서워하는 수학선생 그리고 새디스트인 미술선생 등에 관한 스케치가 재미있다. 이와 함께 안과 그의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가 상세하고 자상하게 그려진다. 
매우 직선적이요 있는 그대로 소녀의 일상과 속내를 그렸는데 진지하고 사실적이면서도 경쾌하고 가볍다. 순진하고 달콤하며 또 기분이 좋은 작품으로 클라웽이 귀염성 있으면서도 어른스런 성숙한 연기를 아주 잘 한다. 제목은 안과 친구들이 카페에 들려 시켰다가 언니에게 들켜 야단을 맞은 어른들이 마시는 음료수 이름이다. 프랑스의 명 촬영감독 필립 루슬로가 찍은 촬영도 곱다. PG. 복원판이 화인 아츠(8556 윌셔)에서 상영된다.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서칭(Searching)


실종된 딸을 찾으려고 몸부림치는 데이빗(존 조)은 딸의 컴퓨터를 뒤지면서 단서를 찾는다.

“사라진 딸 검색하라”주연 존 조 열연 돋보여 


참으로 기발 난 아이디어다. 영화 전체가 컴퓨터 화면 안에서 이야기 되는데도 조금도 어색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보는 사람의 관심을 (컴퓨터) 화면 안으로 잡아끈다. 구글 광고를 만든 인도계 아네쉬 차간티의 감독(공동 각본) 데뷔작인데 컴퓨터에 중독된 현 시대에 잘 부응하는 영화다.
컴퓨터에 매달려 살면서 이로 인해 상호간 대화를 상실한 가족의 문제를 범죄영화와 서스펜스 스릴러 식으로 다룬 영화로 기술적인 면과 드라마를 잘 조화시키고 있다. 가족 드라마이자 컴퓨터 스릴러로 구성이 빈 틈 없이 튼튼하고 서서히 초조와 긴장감을 조성하는 연출 솜씨가 빼어나다.
재미있는 사실은 영화의 주인공이 한국인이요 그의 가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이다. 존 조(감독은 조를 염두에 두고 각본을 썼다)가 주연하면서 거의 혼자서 영화를 짊어지다시피 하고 있는데 감정적으로 복잡다단하면서도 깊이 있는 연기를 해 작품에 무게를 주고 있다.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 사람들이 좋아 할 영화지만 컴퓨터의 ‘컴’자도 모르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흥미진진하고 획기적인 작품이다.
몇 년 전에 상처를 한 데이빗 김(존 조)은 16세난 딸 마고(미셸 라)와 둘이 산호세에서 살고 있다. 데이빗 가족의 역사가 컴퓨터 화면을 통해 소개되는데 마고의 출산과 첫 학교 등교와 피아노 연주 그리고 데이빗의 아내 파멜라(새라 손)의 병과 사망 등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물론 데이빗과 마고는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마고가 온라인과 페이스북에 매달려 살고 있어 서로 별 대화가 없는데 어느 날 마고가 밤이 늦도록 귀가를 하지 않으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극적 흥미를 자아내기 시작한다. 데이빗은 마고의 피아노 선생에게 전화를 걸어 딸의 행방을 묻는데 선생은 마고가 지나 6개월간 교습을 받지 않았다는 말만 듣는다.
이 때부터 불안이 극도에 다다른 우선 경찰에 딸의 실종신고를 하는데 이를 수사하는 사람이 여자경찰 로즈메리(데브라 메싱). 역시 10대 아들을 둔 로즈메리는 남의 일 같지 않게 수사에 매달린다. 그리고 데이빗은 마고가 집에 놓고 간 랩탑을 열어 딸의 행적을 조사하면서 그 때까지 전연 몰랐던 딸의 타인과의 관계와 일상사 등에 관해 알게 된다.
데이빗은 랩탑을 통해 마고의 일상을 알게 되면서 놀라고 당황하고 또 좌절감에 빠지는데 이로 인해 그 동안 자기가 잘 알고 있는 줄 알았던 딸에 대해 전혀 무지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데이빗은 마고의 생존여부에 대해 신경이 곤두서 미칠 지경이 된다. 계속해 마고의 컴퓨터를 뒤지는 데이빗의 초조와 불안과 공포가 압도적이다.
플롯이 배배 꼬이면서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자아내는데 답답해질 수도 있는 영화를 감독은 유려하고 매끈한 솜씨로 컴퓨터 이미지를 생동감 넘치게 살려 그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다시 한 번 칭찬할만한 것은 존 조의 안으로 힘이 배인 뉘앙스가 다양한 연기다. PG-13. Screen Gems.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파피용(Papillion)


파피용(찰리 헌남-왼쪽)과 데가(라미 말렉)는 지옥같은 교도소에서 강인한 우정으로 맺어진다.

폭력적이고 사나운 서스펜스물로 재미 더해진 리메이크‘파피용’ 


스티브 맥퀸과 더스틴 호프만을 주연으로 프랭클린 J. 샤프너가 감독한 실화인 ‘파피용’(1973)을 어쩌자고 리메이크 하는 것일까 하고 의문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고 잘 만들었다. 스타일이나 작품의 무게 면에서는 원작이 보다 낫지만 이 리메이크는 순수 오락영화로서 옛 영화를 본 사람은 물론이요 안 본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것이다. 
전편보다 짧고(133분) 속도감 있고 직선적인데 본격적인 액션 서스펜스 영화로 폭력적이요 사납다. 극적으로도 역동적인데 두 주인공 역의 찰리 헌남과 라미 말렉의 연기도 훌륭하다. 왕년의 두 수퍼 스타가 주연해 호평과 함께 흥행서도 성공한 원작을 넘어서지는 못하나 흡인력 있고 군더더기 없이 재미있는 리메이크다. 
‘파피용’은 1930년대 남미의 프랑스령 가이아나의 교도소와 절해고도 ‘악마의 섬’에서 옥살이를 하다가 탈출해 베네수엘라 시민이 된 앙리 샤리에르(별명은 나비라는 뜻의 파피용)의 실화로 영화는 불굴의 인간 혼과 끈질긴 우정을 그렸다.
서론 식으로 1931년 파리에서 파피용(헌남)이 금고를 터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그와 그의 글래머 걸 애인 네넷(이브 휴선)의 호사스런 암흑가 생활은 파피용이 살인누명을 뒤집어 쓰면서 끝난다. 파피용은 가이아나의 교도소로 이송되고 여기서 그는 부자인 위폐범 루이 데가(말렉)를 만나게 된다.
험악한 교도소에서 호시탐탐 탈출 기회만 노리는 파피용은 많은 돈을 소지한 데가를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명목으로 탈출자금을 요구한다. 이로 인해 둘 사이에 우정이 영글게 된다. 둘은 교도소의 혹독하고 살벌한 삶을 견디어 내는데 파피용은 데가를 구타하는 간수를 때려 누였다가 2년간의 독방살이를 하게 된다.
2년 후 재회한 파피용과 데가는 다른 죄수 2명과 함께 탈출에 성공 콜럼비아에 도착하나 수녀의 고발로 다시 가이아나로 이송됐다가 ‘악마의 섬’으로 이감된다. 여기서도 끊임없이 탈출의 꿈을 저버리지 않는 파피용은 바다의 조류를 이용해 탈출한다. 데가는 섬에 남기로 결정한다. 
보기에 끔찍한 폭력이 있지만 손색없이 잘 만든 영화로 헌남과 말렉이 호연하고 둘 간의 호흡도 잘 맞는다. 또 세트와 촬영과 음악 등도 좋다. 마이클 노어 감독. R. Bleecker Street.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아시안들이 온다


아시안 감독이 연출하고 전 배역이 아시안들인 로맨틱 코미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즈’(사진)가 지난 15일에 개봉돼 예상을 앞지르고 주말까지 5일간 총 3,54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이어 개봉 2주째에도 주말 3일간 총 2,5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면서 연 2주 박스오피스 탑을 기록했다. 개봉 12일째인 27일 현재 총 7,680만 달러의 수입을 낸 것이다. 영화의 총 제작비는 3,000만 달러다. 이런 기록은 아시안 배우들을 기용해 할리웃의 메이저가 만든 영화로선 사상 초유의 기록이다. 할리웃이 이 영화 전에 아시안 감독과 배우들을 써 만든 영화는 1993년에 나온 ‘조이 럭 클럽’이었다.
중국계 존 추가 싱가포르 태생의 중국계 케빈 콴의 베스트셀러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즈’는 사랑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 주연남녀로는 영국인과 말레지아인을 부모를 둔 헨리 골딩과 대만계인 콘스탄스 우가 나온다. 이 밖에도 한국계인 켄 정과 아콰피나(아버지는 중국인, 어머니는 한국인)와 함께 각기 말레이지아와 중국 태생의 베테런들인 미셸 여와 리사 루를 비롯해 중국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영화가 흥행서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그 내용이 난관을 극복한 사랑의 승리와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한 보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배급한 워너 브라더스에 따르면 첫 주말 관객 중 아시안이 38%, 백인은 41%, 라티노가 11% 그리고 흑인이 6%로 집계된 것만 보아도 영화가 인종을 초월한 보편성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은 이 영화가 흥행서 대박을 터뜨리자 지금 할리웃에선 ‘아시안 돌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오스카는 백인 일색’이라는 비판을 받은 할리웃에서 아시안 영화인들은 개밥의 도토리 같은 존재나 다름없는 것이 현실이다. USC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2017년 흥행 탑 100편의 영화 중 말하는 아시안 배우의 역은 달랑 4.8%였다.
CBS-TV의 인기 수사물 ‘하와이 화이브-0’에서 두 백인 배우 알렉스 오‘러플린과 스캇 칸과 함께 동등한 입장에서 수사요원으로 나온 한국계 대니얼 대 김과 그레이스 박이 백인 배우들보다 출연료가 훨씬 적다는 것을 알고 도중하차한 것만 봐도 할리웃의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대우를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즈’가 빅 히트를 하면서 할리웃은 이제야 비로소 관객들이 원하는 것은 다양성이라는 점을 깨닫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양성이야 말로 좋은 사업이라는 것이다. 현재 상영중인 스릴러 ‘서칭’에 주연한 한국계 존 조도 인터뷰에서 “할리웃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관객들이 다양성을 원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서칭’의 감독도 아시안인 인도계 아네쉬 차간티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즈’의 성공으로 콴의 시리즈 두 번째 소설인 ‘차이나 리치 걸’도 영화로 만들어진다. 또 폭스 2000는 K-팝 경연대회에 나간 아시안 아메리칸 대학생의 얘기를 영화화 할 예정이고 일부 네트웍들도 전 배역이 아시안인 시리즈 파일롯을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할리웃에서 아시안 영화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문이 보다 활짝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존 추 감독도 그의 영화의 성공으로 자기에게 아시안 배우들을 기용한 작품을 만들자는 제의가 답지하고 있다면서 “내 영화에 나온 아시안 배우들도 반드시 아시안 얘기가 아닌 다른 영화에의 출연 제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존 추는 얼마 전 동굴에 갇혔다 구조된 태국소년들의 얘기를 영화화 할 예정이다.
할리웃이 이제 더 이상 아시안을 못 본 척 하기가 어렵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아시안 시장의 크기 때문이다. 할리웃 영화의 두 번째로 큰 시장은 중국으로 몇 년 후면 북미시장을 제치고 제일 큰 시장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을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중국 자본의 할리웃에 대한 투자도 증가일로로 요즘 웬만한 할리웃 영화에는 중국배우들이 나오는 것이 다반사다. 지금 히트 중인 거대한 식인 상어가 여름 바다에서 난리법석을 떠는 ‘멕’이 그 한 예다.
할리웃이 한국의 수퍼스타 이병헌을 기용하고 서울에서 촬영을 하면서 한국배우를 단역으로 쓰는 것도 할리웃 영화를 사들이는 한국시장의 크기 때문이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즈’의 성공은 할리웃으로 하여금 새 음성과 관점을 경청하고 목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경종을 울린 셈이다. 그래서 지금 할리웃에서는 이 영화로 인해 전 세계에 어필할 수 있는 아시안 영화들을 보다 많이 만들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기회가 왔으며 할리웃의 기상이 이미 변화하고 있다는 다소 이른 듯한 낙관론이 돌고 있다.
이런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할리웃의 철칙은 오로지 흥행 성공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아시안 영화들이 흥행서 실패하면 할리웃은 잽싸게 다시 옛날 공식으로 돌아갈 것이 뻔하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