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간 냉전 중이던 지난 1966년 노만 주이슨이 감독하고 칼 라이너와 앨란 아킨 및 에바 마리 세인트가 나온 ‘러시아인들이 온다, 러시아인들이 온다’라는 영화가 있었다. 여름철 미 북동부 휴양도시 인근 해안에 좌초한 러시아 잠수함의 선원들이 발동기를 구하러 뭍에 오르면서 일어나는 혼란과 해프닝을 그린 코미디다.
그런데 지금 할리웃에는 중국인들이 몰려오고 있다. 붉은 오성기를 흔들며 할리웃 진출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 중국 최고의 갑부 왕지안린(사진)의 미디어^부동산회사 달리안 완다그룹. 완다는 먼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극장체인 AMC를 산데 이어 또 다른 체인인 카마이클의 매입을 시도하고 있다. 두 체인을 합하면 완다는 미국 내 최대 극장체인의 주인이 된다.
완다는 얼마 전에는 ‘다크 나잇’과 ‘주라기 세계’를 만든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를 35억달러에 샀고 최근에는 소니와 파트너십을 맺고 자사가 투자한 영화의 내용에 대한 권한을 소유하게 됐다. 완다는 또 할리웃의 6개 메이저 중 하나를 매입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한편 완다는 현재 내가 속한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가 주관하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을 제작하는(NBC-TV 방영) 딕 클락 제작사(DCP)의 매입 절차에 들어갔다. 구입가는 무려 10억달러.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HFPA는 지난 11일 완다그룹의 고급 간부 우씨와 양측 변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모였다.
이 자리에서 우씨는 “DCP는 주인만 바뀔 뿐이지 골든 글로브의 주체나 그 행사에는 아무 변화도 없다”면서 “완다그룹이 DCP를 매입하는 이유는 골든 글로브가 매력 있고 또 좋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16일에 왕 회장을 만날 예정이다.
그러나 완다의 할리웃 진출은 이 동네가 매력 있고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할리웃 산업을 어느 정도 장악하려는 파워플레이의 일환이다. 이런 의도는 왕 회장이 중국의 한 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외국인들에 의해 정해진 규칙을 바꾸려고 한다”라는 말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이런 의도를 지닌 완다가 할리웃을 금권으로 잠식하면서 급기야 최근에는 16명의 연방의회 의원들이 완다의 할리웃 투자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서신을 법무부에 보냈다. 중국은 연예산업의 제1 목표를 ‘사회주의에 대한 봉사’로 여기는 공산주의 국가로 모든 연예물은 당국의 검열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중국 돈이 들어간 할리웃 영화들은 이 검열을 비켜가기 위해 자연히 당국의 비위에 맞는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국 돈이 투자와 배급을 주도하면 궁극적으로 제작도 좌지우지하게 되게 마련이라는 것. 게다가 왕 회장이 현 중국 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도 의원들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할리웃이 매카시즘 때 이어 또 다른 ‘적색홍열’을 앓을 우려마저 있다고 성급히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왕 회장에 질세라 최근 중국의 제2의 갑부인 잭마 회장의 알리바바그룹은 스필버그의 앰블린 픽처스와 공동제작 및 투자협정을 맺었다. 이로써 마 회장은 앰블린의 주주가 됐다. 또 버뱅크에 본부를 둔 STX 엔터테인먼트도 각기 중국과 홍콩에 본부를 둔 거대 자본을 지닌 회사들과 투자협정을 맺었으며 라이언스게이트사도 얼마 전 후난 TV와 투자계약을 맺었다. 위안화의 위력이 대단하다.
중국은 북미시장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세계시장이고 수년 내로 최대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연간 국내 상영 외화 편수를 34편으로 제한하고 있는데도 할리웃의 대목시장인만큼 지금 할리웃의 대·소규모의 영화와 TV 작품 제작사들은 너도 나도 중국시장을 노리고 동방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할리웃의 영화와 TV 작품 제작사들이 서로 앞 다투어 중국회사들과 투자계약을 맺는 것도 이런 시장 진출의 일환이라고 하겠다.
할리웃이 중국시장 진출을 노리고 동원하고 있는 수단 중 하나가 영화에 중국배우를 쓰는 것. 그 좋은 일례가 맷 데이먼이 나온 ‘마션’에서 화성에 달랑 혼자 남은 데이먼을 구출하는 데 큰 공헌을 하는 것이 중국이었다. 또 올해 나온 히트작 ‘나우 유 시 미 2’에는 중국의 인기가수 제이 추가 나왔고 역시 올해 나온 ‘인디펜던스 데이: 리서전스’에는 배우 겸 가수인 앤젤라베이비가 전투기 조종사로 나와 외계인들을 무찔렀다. 그리고 판빙빙은 ‘X-멘: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와 ‘아이언 맨 3’에 리빙빙은 ‘트랜스포머즈: 에이지 오브 익스팅션’에 각기 나왔다.
그리고 내년에 나올 ‘스타 워즈: 로그 원’에는 무술배우 다니 옌과 지안 웽이 출연하고 ‘콩: 스컬 아일랜드’에는 징티안이 나온다. 현재 제작준비에 들어간 ‘주만지’ 신판에도 내용과 상관 없이 남녀를 불문하고 중국배우를 쓸 예정이라고 연예 전문지들이 보도했다. 이러니 ‘중국인들이 온다, 중국인들이 온다’라는 제목의 영화가 나옴직도 하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그런데 지금 할리웃에는 중국인들이 몰려오고 있다. 붉은 오성기를 흔들며 할리웃 진출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 중국 최고의 갑부 왕지안린(사진)의 미디어^부동산회사 달리안 완다그룹. 완다는 먼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극장체인 AMC를 산데 이어 또 다른 체인인 카마이클의 매입을 시도하고 있다. 두 체인을 합하면 완다는 미국 내 최대 극장체인의 주인이 된다.
완다는 얼마 전에는 ‘다크 나잇’과 ‘주라기 세계’를 만든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를 35억달러에 샀고 최근에는 소니와 파트너십을 맺고 자사가 투자한 영화의 내용에 대한 권한을 소유하게 됐다. 완다는 또 할리웃의 6개 메이저 중 하나를 매입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한편 완다는 현재 내가 속한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가 주관하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을 제작하는(NBC-TV 방영) 딕 클락 제작사(DCP)의 매입 절차에 들어갔다. 구입가는 무려 10억달러.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HFPA는 지난 11일 완다그룹의 고급 간부 우씨와 양측 변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모였다.
이 자리에서 우씨는 “DCP는 주인만 바뀔 뿐이지 골든 글로브의 주체나 그 행사에는 아무 변화도 없다”면서 “완다그룹이 DCP를 매입하는 이유는 골든 글로브가 매력 있고 또 좋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16일에 왕 회장을 만날 예정이다.
그러나 완다의 할리웃 진출은 이 동네가 매력 있고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할리웃 산업을 어느 정도 장악하려는 파워플레이의 일환이다. 이런 의도는 왕 회장이 중국의 한 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외국인들에 의해 정해진 규칙을 바꾸려고 한다”라는 말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이런 의도를 지닌 완다가 할리웃을 금권으로 잠식하면서 급기야 최근에는 16명의 연방의회 의원들이 완다의 할리웃 투자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서신을 법무부에 보냈다. 중국은 연예산업의 제1 목표를 ‘사회주의에 대한 봉사’로 여기는 공산주의 국가로 모든 연예물은 당국의 검열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중국 돈이 들어간 할리웃 영화들은 이 검열을 비켜가기 위해 자연히 당국의 비위에 맞는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국 돈이 투자와 배급을 주도하면 궁극적으로 제작도 좌지우지하게 되게 마련이라는 것. 게다가 왕 회장이 현 중국 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도 의원들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할리웃이 매카시즘 때 이어 또 다른 ‘적색홍열’을 앓을 우려마저 있다고 성급히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왕 회장에 질세라 최근 중국의 제2의 갑부인 잭마 회장의 알리바바그룹은 스필버그의 앰블린 픽처스와 공동제작 및 투자협정을 맺었다. 이로써 마 회장은 앰블린의 주주가 됐다. 또 버뱅크에 본부를 둔 STX 엔터테인먼트도 각기 중국과 홍콩에 본부를 둔 거대 자본을 지닌 회사들과 투자협정을 맺었으며 라이언스게이트사도 얼마 전 후난 TV와 투자계약을 맺었다. 위안화의 위력이 대단하다.
중국은 북미시장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세계시장이고 수년 내로 최대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연간 국내 상영 외화 편수를 34편으로 제한하고 있는데도 할리웃의 대목시장인만큼 지금 할리웃의 대·소규모의 영화와 TV 작품 제작사들은 너도 나도 중국시장을 노리고 동방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할리웃의 영화와 TV 작품 제작사들이 서로 앞 다투어 중국회사들과 투자계약을 맺는 것도 이런 시장 진출의 일환이라고 하겠다.
할리웃이 중국시장 진출을 노리고 동원하고 있는 수단 중 하나가 영화에 중국배우를 쓰는 것. 그 좋은 일례가 맷 데이먼이 나온 ‘마션’에서 화성에 달랑 혼자 남은 데이먼을 구출하는 데 큰 공헌을 하는 것이 중국이었다. 또 올해 나온 히트작 ‘나우 유 시 미 2’에는 중국의 인기가수 제이 추가 나왔고 역시 올해 나온 ‘인디펜던스 데이: 리서전스’에는 배우 겸 가수인 앤젤라베이비가 전투기 조종사로 나와 외계인들을 무찔렀다. 그리고 판빙빙은 ‘X-멘: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와 ‘아이언 맨 3’에 리빙빙은 ‘트랜스포머즈: 에이지 오브 익스팅션’에 각기 나왔다.
그리고 내년에 나올 ‘스타 워즈: 로그 원’에는 무술배우 다니 옌과 지안 웽이 출연하고 ‘콩: 스컬 아일랜드’에는 징티안이 나온다. 현재 제작준비에 들어간 ‘주만지’ 신판에도 내용과 상관 없이 남녀를 불문하고 중국배우를 쓸 예정이라고 연예 전문지들이 보도했다. 이러니 ‘중국인들이 온다, 중국인들이 온다’라는 제목의 영화가 나옴직도 하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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