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장군역을 맡은 약간 멍청한 빅스타 베어드(조지 클루니). |
1950년대 할리웃 배우들의 스캔들 해결사 이야기
1950년대의 할리웃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스튜디오의 이면을 풍자한 조엘과 이산 코엔 형제 감독(각본 겸)의 코미디인데 ‘화고’와 ‘노 컨트리 포 올드 멘’ 같은 수작을 만든 둘의 영화치곤 지극히 펑퍼짐한 오발탄과도 같은 영화다.
드문드문 우습긴 하지만 중구난방 식인데 주제와 함께 너무 많은 서브플롯을 이것저것 마구 섞어 잡탕이 됐다. 할리웃의 옛날 영화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 특히 외국인들에겐 낯설기 짝이 없을 것이다.
과거 코엔 형제와 함께 3편의 영화를 만든 조지 클루니가 조연으로 나오는데 그가 나왔던 역시 황당무계한 코미디 ‘오 형제여,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와 같은 스타일의 영화다. 클루니 외에도 조시 브롤린, 스칼렛 조핸슨, 채닝 테이텀, 레이프 화인즈, 프랜시스 맥도먼, 틸다 스윈튼 및 조나 힐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소모된 셈이다.
주인공은 영화사 캐피톨 픽처스에서 영화제작과 스타들의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에디 매닉스(브롤린). 그는 미혼 여배우의 임신에서부터 배우들의 온갖 스캔들을 가십지에 보도(가십 칼럼니스트로 스윈튼이 라이벌 쌍둥이 자매로 나와 재미있는 연기를 한다)가 안 되도록 하는 해결사다. 그런데 그는 열렬한 가톨릭 신자여서 1주일이 멀다하고 성당엘 찾아가 고백성사를 드리는 바람에 신부로부터 너무 자주 온다고 핀잔을 받는다.
캐피톨이 촬영 중인 예수영화 ‘시저 만세! 그리스도 이야기’에서 로마 장군으로 나오는 약간 멍청한 빅스타 베어드 위틀락(클루니-베어드는 ‘쿼바디스’의 로버트 테일러와 ‘성의’의 리처드 버튼을 짬뽕한 인상이다)이 공산주의자들인 각본가들에 의해 납치되면서 10만달러의 몸값 청구서가 영화사로 날아든다. 그리고 베어드는 납치범들의 교육에 의해 세뇌가 되는데 이들 각본가들의 얘기는 과거 할리웃에 몰아닥친 미 연방 의회의 공산당 때려잡기 광풍을 묘사한 것이다.
그리고 에디가 영화의 흥행성공을 위해 기독교 신교와 구교 및 유대교 대표들을 소집해 각본에 하자가 없는지를 알기 위해 회의를 하는 것도 옛 할리웃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와 함께 서브플롯으로 왕년의 ‘수영복의 미녀’ 에스터 윌리엄스를 재현한 입 건 여배우 디애나 모란(조핸슨)이 남편도 없이 임신하는 바람에 에디는 이 문제를 해결하느라 골치를 썩인다. 또 다른 얘기는 ‘싱잉 카우보이’(로이 로저스라고 생각하면 된다)로 스턴트는 잘 하나 진짜 연기는 못하는 젊은 배우 호비 도일(앨든 에렌라익)을 도도한 감독 로렌스 로렌츠(화인즈)가 연출하는 응접실 코미디 ‘메릴리 위 댄스’에 주연으로 잘못 발탁해 코미디가 일어난다.
마지막 다른 얘기는 탭댄스를 추고 노래 부르는 배우 버트 거니(진짜로 춤을 잘 추는 채닝이 잘한다)가 해군복을 입고 노래 ‘노 데임즈’를 부르면서 동료들과 함께 신나게 탭댄스를 추는 모습. 이 장면은 진 켈리가 나온 뮤지컬 ‘온 더 타운’에 대한 찬미다.
그리고 영화는 흐지부지 식으로 끝이 나는데 세트와 촬영과 의상은 보기 좋다. 클루니의 자기비하적인 연기와 에린라익의 엉성한 연기가 볼만하다. PG-13. Universal.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