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테니스 대결에 앞서 기자 회견을 하는 빌리 진 킹(왼쪽)과 바비 릭스. |
세기의‘테니스 성 대결’통해 남녀평등 재미있게 터치
지난 1973년 여자 알기를 신발털이 깔개 정도로 아는 쇼비니스트인 55세의 왕년의 테니스 챔피언 바비 릭스(1995년 77세로 사망)와 29세의 여자 테니스 챔피언 빌리 진 킹(73)의 세기의 성의 테니스 대결을 그린 재미있는 코미디성 드라마다. 휴스턴의 애스트로돔에서 야단스러운 행사에 이어 열린 이 경기는 전 세계에서 9,000만 명이 TV를 통해 봤다.
스포츠 영화이지만 그 안에 남녀평등 문제와 동성애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기민하고 진지하게 다루었는데 궁극적으로 보는 사람의 기분을 고양시키는 작품으로 안팎으로 사뿐하고 능률적으로 잘 만들었다.
빌리 진 킹(엠마 스톤)이 입심이 센 홍보담당자 글래디스 헬드맨(새라 실버맨)의 인솔 하에 동료 선수들과 전국을 돌며 경기를 할 때만 해도 여자 선수들이 받는 돈은 남자 선수들의 12분의 1이었다. 그 때만해도 여자는 남자의 보증 없이는 크레딧 카드를 발급받지 못했다.
당시 여자 선수들의 경기인 버지니아 슬림스대회가 생겼는데 단연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킹. 따라서 킹은 보수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아 테니스협회의 간부 잭 크레이머(빌 풀맨)를 찾아가 항의하나 별무 소득.
킹은 래리 킹(오스틴 스토웰)의 아내로 래리는 아내의 코치요 매니저이자 트레이너. 그런데 킹이 미용사 매릴린 바넷(앤드레아 라이스보로)을 만나면서 둘 사이에 동성애가 싹이 튼다. 래리도 아내의 성적기호에 대해 눈치를 챈다. 그리고 킹은 죄책감과 자신의 미래에 대한 염려로 슬럼프에 빠진다.
한편 오래 전에 테니스 챔피언이었던 바비 릭스(스티브 카렐)는 백만장자 상속녀 프리실라(엘리자베스 슈)의 건달기 있는 도박광 남편으로 데스크잡에 염증을 느껴 시도 때도 없이 도박에 매달린다. 이를 참고 용서하는 프리실라. 쇼맨인 바비는 다시 한 번 각광을 받을 생각에 킹에게 시합을 제의하나 거절당한다.
이에 바비는 현 여자 챔피언인 마가렛 코트(제시카 맥내미)와 경기를 치루고 승리한다. 바비가 기자회견을 통해 여자를 마구 깔보고 조롱하는 말을 하는 것을 본 킹은 바비와의 경기를 수락한다. 상금 10만 달러가 걸린 경기다. 이 경기 장면을 옛날 식으로 찍은 촬영이 향수감을 불러일으킨다. 또 영화에는 당시 이 경기를 중계한 하워드 카셀도 컴퓨터로 재생시켰다.
작년에 ‘라라 랜드’로 오스카 주연상을 탄 스톤이 젊은 시절의 킹과 똑 닮은 모습을 하고 여유만만하면서도 인간미가 넘쳐흐르는 연기를 기막히게 해낸다. 그리고 카렐도 곡예를 하는 원숭이 같은 쇼맨 연기를 활기차게 한다. 보고 즐기기엔 안성맞춤의 영화로 여자들이 박수를 칠 것이다. 발레리 화리스와 조나산 데이턴(‘리틀 미스 선샤인’) 공동 감독의 솜씨가 유연하다. 구식 의상과 프로덕션 디자인 등도 좋다. 보다 극적으로 깊고 강력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PG-13.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