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12월 15일 월요일

‘인터뷰’ 랜달 박



“뚱보 김정은 닮기 열흘간 도넛·핫독만 먹어”


크리스마스에 개봉될 코미디‘인터뷰’(The Interview)에서 김정은으로 나오는 미국 태생의 한국계 코미디언 랜달 박(40)과의 인터뷰가 최근 베벌리힐스에 있는 한국식당 겐와에서 있었다.‘인터뷰’는 미 TV의 저속한 토크쇼 사회자(제임스 프랭코)와 제작자(세스 로건)가 김정은을 인터뷰하게 되자 CIA가 이들에게 김정은 암살 지령을 내리면서 일어나는 야단스런 코미디. 북한이 제작사인 소니가 영화의 개봉을 취소하지 않으면‘결정적이요 무자비한 응징을 받을 것’이라고 공갈을 쳐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는 저속하고 음탕하고 상스럽고 터무니없지만 웃지 않을 수가 없는데 특히 랜달 박의 김정은 묘사가 일품이다. 그는 역을 위해 체중을 늘렸다. 김정은 역은 영화보다 TV 쇼로 더 잘 알려진 랜달이 영화배우로 큰 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될 영화다. 타이 없는 셔츠 위에 검은 색 정장을 하고 동양인 특유의 상고머리를 한 랜달은 나이보다 어려 보였는데 좌우로 북한의 인공기가 놓인 테이블에 얌전히 앉아 겸손하게 질문에 답했는데 기자가 그에게 “나도 한국사람”이라고 소개하자“형님 만나서 반갑습니다”며 깍듯이 인사를 했다. 꾸밈이 없어 친근감이 갔다. 그는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에“이 역은 내가 나온 영화 중에 가장 큰 역으로 이 자리에 나오게 돼 마음이 심하게 들떠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의 경력과 가족에 관해 말해 달라.
“나의 부모는 1960년대 한국에서 이 곳에 왔으며 나는 1974년에 여기서 멀지 않은 할리웃 프레스비테리언 병원에서 태어났다. 내가 이 역을 맡게 된 것은 나를 자기 영화에 여러 번 쓴 닉 스톨러 감독이 이 영화의 두 감독인 세스 로건과 에반 골드버그에게 김정은 역으로 날 꼭 쓰라고 적극적으로 추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디션에 나가 역의 대사를 읽었더니 다음 날 역이 주어졌다. 나 말고 다른 배우들은 만나지도 않았다고 한다. 참 놀라운 일이다.”

-감독이 당신 보고 체중을 늘리라고 했는가.
“원래는 뚱보옷을 입고 하려고 했으나 촬영이 시작되기 10일 전쯤에 카메라 테스트를 한 결과 그것이 어색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두 감독은 내게 10일간 체중을 마음껏 늘리라고 권유했다. 그래서 10일간 도넛과 핫독만 먹었는데 재미있었다. 그런데 체중을 늘리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그것을 다시 빼는 일은 그리 쉽지가 않았다.”

-남한과 북한 사람들의 유머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솔직히 말해 난 여기서 태어나고 자라 그것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나 남한과 북한 사람들의 일상이 천양지차로 다른 만큼 유머도 그러리라고 본다. 남한의 감각은 폐쇄사회인 북한과 달리 서양화했고 또 미국의 그것과 서로 연결되었다고 본다. 따라서 남한 사람들의 유머는 이 곳의 유머와 어느 정도 닮은 점이 있으리라고 본다. 북한에 대해선 확실히 아는 바가 없다.”

-한국에 가 봤는가.
“열 살 때쯤 가 봤다. 그 때와 지금의 한국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고 들었다. 매우 발전하고 현대화 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내가 갔을 땐 아주 달랐다. 대부분이 막 개발되기 시작하는 시골 같았는데 매우 빨리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결혼했는가.
“내 아내도 배우로 이름은 박재서이고 두 살 난 딸 루비가 있다. 우린 여기서 언덕 하나 넘어에 있는 밸리에 산다.  

-노호(할리웃 북쪽)에 있는 예술인 동네에서 코미디를 한 적이 있는가.
“난 코미디언 생활 12년째로 여러 번 그곳에서 연극과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했다.”

-그렇게 오래 연예인 생활을 했는데 왜 이제야 우리 앞에 나타났는가.
“그것은 많은 배우들이 겪는 진보의 과정이 그렇기 때문이다. 많은 배우들이 오랫동안 조금씩 경력을 쌓다가 10년쯤 지나면 느닷없이 하룻밤 새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지난 5~6년간 조금씩 조금씩 분주한 경우가 늘어나더니 이 역을 얻게 됐다. 경력을 꾸준히 쌓은 결과 일자리도 늘어나게 된 것이다.” 

김정은이 시가를 태우며 미 TV 쇼 관계자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가정의 생계를 꾸려나갈 만큼 수입도 되는가.
“지난 5~6년간은 연기만으로도 생계를 꾸려나갈 수가 있었으나 그 전에는 웨이터와 각종 잡일을 해야 먹고 살았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아내도 광고와 영화와 TV 프로에 단역으로 나오면서 점차 조금씩 보다 큰 역을 맡고 있다. 물론 내게 있어 이 역은 생애 가장 큰 역이다.”

-제임스 프랭코와 일한 경험은 어땠는가.
“그는 참으로 흥미 있는 사람이다.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도 모두 다 잘한다. 이 영화를 밴쿠버에서 찍을 때도 쉬는 때는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대학에 가서 강의를 하고 또 서점에서 자기 책에 서명을 하면서 팬들을 즐겁게 해 줬다. 그는 참으로 생산적인 사람으로 자기 하는 일을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거기에 전력투구를 한다. 아주 배울 점이 많은 사람으로 놀라울 뿐이다.”

-북한이 이 영화 개봉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미국을 박살내겠다고 했는데 위대한 지도자 김정은을 조롱한 당신은 신변위협을 느끼지 않는가.
“내 안전은 걱정 안 했지만 북한의 그런 반응에 대해 놀랐다. 특히 영화의 예고편이 나오면서 일찍 그런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 놀랍다. 놀랐을 뿐이지 크게 우려하진 않았다. 결국 그런 반응이 있으리라고 어느 정도 예측은 했었다. 영화를 위해 북한에 관해 공부한 결과 나온 예측이다. 그러나 난 그들이 코미디를 놓고 국가 정책을 마련할 정도로 돈 사람들은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두려워할 것 없다.”

-위대한 지도자로서 한반도의 통일에 대한 묘안이라도 있는가.
“그랬으면 좋겠지만 난 그저 배우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은 아니지만 혹시 당신의 부모는 걱정하지 않았는가.
“내 부모조차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아는 코리아타운에 사는 많은 사람들도 걱정하지 않더라. 그러나 북한에 대해 잘 모르는 내 친구들은 걱정들을 했는데 어떤 친구는 전화를 걸어 ‘너 괜찮겠니, 너 어디에 숨어 있니’하고 묻기도 했다. ‘꼭꼭 숨어라’며 걱정들을 하기에 ‘나 괜찮아’라고 안심시켰다.”

-인종에 관계없이 여러 역을 얻을 수가 있다고 보는가.
“경우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내 경력에 비추어 보건데 반반이라고 하겠다. 내가 처음에 연기를 시작했을 땐 대부분의 역이 인종과 연결된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것과 관계없이 여러 역을 맡고 있다. 미 영화계가 그런 면에서 발전했고 또 모든 인종에 대해 문도 점점 더 개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안 아메리칸으로서 배역을 얻기가 쉬운가.
“내 경우는 기회가 점차 많아지고 있으나 그것이 모든 아시안 아메리칸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그들에겐 기회가 많이 부족하다. 그러나 점점 문이 열리면서 원래 아시안 아메리칸을 위한 역이 아닌 것도 그들이 맡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느리지만 문은 열리고 있다고 본다.”

-김정은의 행동과 말투를 모방하려 했는가.
“오디션 통보를 받자마자 연구를 많이 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이나 태도에 관한 자료는 극히 적어 애를 먹었다. 내가 본 것은 전 프로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만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그와 김정은의 모습을 찍은 HBO의 ‘바이스’ 프로였다. 그것을 자세히 보면 김정은은 자기가 어렸을 때부터 존경해 오던 로드만을 처음 만나면서 다소 안절부절 하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래서 나도 영화에서 내가 평소 존경하던 데이브(프랭코)를 만날 때 실제 김정은의 그런 태도와 로드만으로부터 시선을 돌리는 것을 모방했다. 

-그밖에 그 프로에서 또 다른 점을 터득한 것이라도 있는가.
“그 프로에서 얻은 것은 아니지만 난 김정은이 젊은 나이에 갑자기 최고 권자에 오른 사실과  자신이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막강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 등의 정보를 역에 맞도록 사용했다.”

-자신을 얼마나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말을 하며 한국음식을 만들 줄 아는가. 딸에게 한국인의 뿌리를 전수해 주려고 생각하는가.
“내 한국어는 별로 안 좋다. 많이 연습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태어난 내 아내는 한국말이 유창하다. 딸이 한국어를 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나도 딸과 함께 한국어를 공부하려고 한다. 그것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음식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김정은의 헤어스타일에 대해서 말해 달라.
“영화를 찍는 두 달간 내내 그 헤어스타일을 지녀야 했다. 그래서 영화를 안 찍을 땐 그 끔찍한 모양을 감추기 위해 귀 덮개가 있는 방한모를 늘 쓰고 있어야 했다. 땀이 뻘뻘 날 때도 있었으나 난 결코 모자를 벗지 않았다.”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모두들 깔깔대고 웃더라. 특히 내 친구들은 우스워 죽겠다며 즐겼다. 그런데 내 아내는 영 반대다. 영화의 팬이 아니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Exodus:Gods and Kings)

모세(왼쪽)와 램지즈가 전투에 출정하고 있다. 가운데가 둘의 아버지 세티 왕.

출애굽 기적 이성적 접근… 밋밋하고 느슨


성경 얘기인데 영혼이 없다. 옛날에 지팡이를 들고 홍해를 갈랐던 모세 찰턴 헤스턴이 봤다간 노발대발했을 것이다. 다 아는 모세의 출애굽기 액션 모험 드라마인데 특이한 것은 감독 리들리 스캇이 성경 속 신의 역사와 기적을 이론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이 이집트에 내린 10대 재앙과 홍해가 갈라진 것을 모두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홍해가 갈라진 것은 간만의 차이가 심한 홍해의 지형과 쓰나미 때문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대규모의 입체영화로 세트와 의상과 촬영 그리고 컴퓨터 특수효과 등 볼만한 것들이 있긴 하지만 영화가 별 재미가 없고 감동과 감정이 모자라 가슴에 와 닿질 않는다. 세실 B. 드밀이 감독하고 헤스턴이 주연한 ‘십계’가 훨씬 낫고 재미도 있다. 
이번 영화의 또 다른 결점은 각기 모세와 그의 이복형제 이집트 왕자 램지즈로 나온 ‘배트맨’ 크리스천 베일과 조엘 에저턴이 모두 미스 캐스팅인데다가 카리스마도 없고 연기도 밋밋하다는 것. 둘에겐 헤스턴과 율 브린너가 보여준 강렬한 연기 대결과 라이벌 의식이 결여돼 그 누구에게도 관심이 안 간다. 이모저모로 맥 빠지는 영화다.                
모세가 커서 램지즈와 함께 전쟁에 나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여기서 모세는 램지즈의 생명을 구해 준다. 둘의 아버지인 왕 세티와 여왕으로는 각기 존 투투로와 시고니 위버가 나오는데 이상한 액센트를 써 가면서 우습게 군다. 이들 외에도 여호수와 역의 아론 폴과 유대인 장로 눈 역의 벤 킹슬리 및 모세를 싫어해 그의 정체를 폭로하는 헤겝 역의 벤 멘델손 등 조연진의 역이나 연기도 하찮다.
유대인 신원이 들통이 나 왕이 된 램지즈에 의해 이집트에서 쫓겨난 모세는 방황하다가 한 마을에 도착, 결혼하고 아들까지 낳는다. 모세가 신을 만나는 것도 이색적이다. 모세의 신은 소년(아이잭 앤드루스)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모세는 신의 지시에 따라 동족을 구하기 위해 이집트로 돌아간다.
영화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모세의 신이 이집트에 내린 10대 재앙 장면. 재앙에 아들을 잃은 램지즈가 유대인들을 풀어주자 모세는 이들을 이끌고 가나안으로 향한다. 램지즈가 유대인들을 추격하는데 모세 앞에는 홍해가 길을 막는다. 
홍해가 갈라졌다가 이집트 병사들을 수장하고 다시 합해지는 장면이 장관이다. 영화는 여기서 끝났어야 하는데 쓸데없이 뒷얘기를 장광설로 늘어놓으면서 상영시간이 무려 150분. 지루하다. ‘글래디에이터’로 오스카상을 탄 스캇 감독의 야심작인데 야심의 중압감에 눌렸는지 연출력이 신통치 못하다. 그리고 대사도 유치한 것들이 많다. 기독교도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PG-13. Fox.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인히런트 바이스 (Inherent Vice)

닥(왼쪽)이 배우가 되려는 부패형사 빅후트와 대화하고 있다.

분위기 있고 선정적이지만 스토리는 ‘몽롱’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영화인데도 무드 하나만은 죽여준다. 마리화나를 흡연하면서 보거나 스카치 한두어 잔 마신 뒤 몽롱한 기분으로 봐야 딱 좋을 영화로 한 번 보고 이해하는 사람은 존경할 만하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처럼 세상에 지치고 지루해서 죽을 것 같아 술과 담배로 권태를 달래는 전형적인 필름느와르의 사립탐정이 주인공인 영화로 이런 영화의 필수품인 남자 잡는 팜므파탈로 나오는 비교적 신인인 캐서린 워터스톤(명배우 샘 워터스톤의 딸)이 선정적이다.
특이한 영화를 만드는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부기 나잇’ ‘매그놀리아’ ‘매스터’)의 괴이하기 짝이 없는 영화로 너무 쿨해서 탈인데 원작은 토머스 핀천의 소설.
1970년(노스탤지어가 가득하다). 남가주 해변의 방갈로에서 죽치고 앉아 있는 히피 출신의 사립탐정 닥(화킨 피닉스)에게 느닷없이 달아났던 젊은 연인 샤스타(워터스톤)가 찾아온다. 샤스타가 한다는 소리가 자기 애인으로 부동산 재벌인 유부남 믹키(에릭 로버츠)의 부인이 남편을 자기 애인과 함께 납치해 정신병원에 가둘 계획을 짰으니 거기에 동조하라고 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리곤 샤스타와 믹키가 모두 사라진다. 
이 때부터 닥이 사건을 파헤쳐 가는데 그 과정에서 서퍼와 치과의사(마틴 쇼트)와 색서폰 연주자(오웬 윌슨) 등 온갖 군상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감나무에 연줄 얽히듯이 얽힌다. 닥이 접촉하는 사람들 중에 가장 중요한 인물이 빅후트라 불리는 부패한 형사(조쉬 브롤린이 연기 잘 한다). 자기 얘기를 영화나 TV용으로 팔아먹으려는 배우 지망생 빅후트와 닥은 서로가 생존을 위해 필요한 상대로 걸맞지 않는 친구라고 하겠는데 둘의 악연과도 같은 콤비가 찰떡궁합이다.
영화에서 기차게 선정적인 장면은 카우치에 발가벗고 앉은 샤스타가 굼벵이 담 넘어가듯이 천천히 말을 하면서 맨발로 자기 옆에 옷을 입고 앉은 닥의 은밀한 부분을 애무하는 장면. 그 모습이 마치 먹이를 먹어치우려는 나체의 육감적인 뱀과도 같다. 
베네시오 델 토로, 제나 말론, 마야 루돌프, 리스 위더스푼(검사 역) 등 앙상블 캐스트가 나와 화면을 부평초처럼 떠다니는데 잠깐이나 다들 잘 한다. 촬영과 음악도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데 ‘수키야키’를 비롯한 여러 팝송들을 적절히 잘 쓰고 있다. 뛰어난 것은 구레나룻을 한 피닉스의 축 처진 연기. 2시간반짜리 얘기가 전체적으로 아귀가 잘 맞진 않지만 희한한 영화다. R. WB. 일부 지역. ★★★1/2(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LAFCA의 베스트



텍사스에서 활동하는 독립영화 감독 리처드 링크레이터가 만든 ‘보이후드’(Boyhood·사진)가 LA 영화비평가협회(LAFCA)에 의해 2014년도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됐다. 기자가 속한 LAFCA는 7일 이 영화를 최우수 작품으로 뽑은 것 외에도 여자주연(패트리샤 아켓)과 감독 및 편집 부문에서도 베스트로 선정, ‘보이후드’는 4관왕의 영예를 차지했다.
‘보이후드’는 텍사스에 사는 소년의 12년간의 성장과정과 그를 키우는 부모(이산 호크와 패트리샤 아켓)와의 관계를 그린 아름다운 드라마로 12년간에 걸쳐 찍었다.  
이 영화는 뉴욕 영화비평가서클(NYFCC)과 보스턴 영화비평가협회에 의해서도 올해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돼 내년도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를 것은 떼 놓은 당상이 됐다. NYFCC는 또 ‘보이후드’의 아켓을 최우수 조연여우로 그리고 링크레이터를 최우수 감독으로 선정, 최우수 작품과 함께 3관왕이 됐다.  
LAFCA와 NYFCC는 서로 라이벌로 매년 각 부문에서 서로 다른 베스트를 뽑곤 하는데 올해는 무려 6개 부문에서 같은 베스트를 뽑는 이변(?)을 낳았다. ‘보이후드’를 작품과 감독 부문에서 각기 베스트로 뽑은 것 외에도 최우수 각본으로는 웨스 앤더슨(감독 겸)이 쓴 기괴할 정도로 독특한 코미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을 그리고 ‘윕래쉬’(Whiplash)에서 독재적인 재즈 전문학교 음악선생으로 나온 J.K. 시몬스를 최우수 조연남우로 각기 선정했다. 한편 LAFCA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최우수 프로덕션 작품으로도 뽑았다.
이 밖에도 두 단체는 20세기 공산 정권 하의 폴란드의 예비 수녀와 그의 아주머니와의 관계를 그린 흑백영화 ‘이다’(Ida)를 최우수 외국어 영화로 그리고 미 국가안보위의 정보를 폭로한 뒤 러시아로 망명한 에드워드 스노든을 인터뷰한 ‘시티즌 포’(Citizen Four)를 최우수 기록영화로 각기 뽑았다.
LAFCA는 최우수 주연남우로는 영국 영화 ‘로크’(Locke)에서 자신의 직업과 결혼생활이 파괴 될 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한 건축공사 매니저로 나온 탐 하디를 뽑았다. 하디가 혼자 나와 처음부터 끝까지 차를 몰면서 독백하다시피 하는 영화로 본 사람이 별로 없을 영화다.
LAFCA는 또 최우수 조연여우로는 뜻밖에도 ‘이다’에서 예비수녀의 삶에 지친 아주머니로 나온 아가타 쿠레사를 그리고 최우수 촬영작품으로는 멕시코 감독 알레한드로 G. 이나리투가 감독하고 마이클 키튼이 주연한 ‘버드맨’(Birdman)을 각기 선정했다.
또 최우수 만화영화로는 일본 만화영화의 명장 하야오 미야자키의 영화사가 만든 손으로 그린 ‘카구야 공주의 이야기’(The Tale of the Princess Kaguya)를 그리고 신세대상 수상자로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앨라배마주 셀마에서의 민권운동을 그린 ‘셀마’(Selma)를 감독한 에이바 뒤버네이를 각기 선정했다.
그리고 최우수 음악작품으로는 화킨 피닉스 주연의 필름느와르 ‘인히런트 바이스’(Inherent Vice)와 스칼렛 조핸슨이 주연한 ‘언더 더 스킨’(Under the Skin)이 공동으로 선정됐다. 한편 생애 업적상 수상자로는 배우이자 인디 감독이었던 작고한 남편 존 캐사베이티즈(‘더티 더즌’)의 영화 ‘우먼 언더 디 인플루언스’와 ‘글로리아’ 등 총 10편에 주연한 연기파 제나 롤랜즈(84)가 선정됐다.
그런데 롤랜즈가 플로리다의 부자 은퇴마을에 사는 여자로 나와 젊은 남자 게이 댄스선생으로부터 춤을 배우는 코미디 드라마 ‘6주간 6번 댄스교습’(Six Dance Lessons in Six Weeks)이 현재 상영 중이다.
LAFCA는 각 부문의 차석도 발표하는 것이 특징인데 다음은 그들의 명단이다.
▲작품-‘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감독-웨스 앤더슨(‘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주연남우-마이클 키튼(‘버드맨’) ▲주연여우-줄리안 모어(‘스틸 앨리스’) ▲조연남우-에드워드 노턴(‘버드맨’) ▲조연여우-르네 루소(‘나이트크롤러’) ▲각본-‘버드맨’ ▲기록영화-‘라이프 잇셀프’(Life Itself-작고한 영화비평가 로저 이버트의 삶) ▲편집-‘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프로덕션 디자인-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Snowpiercer) ▲만화영화-‘레고 무비’(The Lego Movie) ▲촬영-마이크 리 감독의 ‘미스터 터너’(Mr. Turner) ▲외국어 영화-터키 영화 ‘윈터 슬리프’(Winter Sleep).
LAFCA와 NYFCC는 아카데미가 주는 오스카상이나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가 주는 골든 글로브상과는 달리 가급적 흥행성 있는 영화들을 배제하고 예술성이 뚜렷한 작품을 선호해 두 협회가 뽑은 베스트들 특히 최우수 작품이 오스카나 골든 글로브상을 타는 경우가 별로 많지 않다. LAFCA의 2014년도 각 부문 베스트에 대한 시상만찬은 2015년 1월10일 센추리시티의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