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8월 17일 월요일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 레베카 퍼거슨



“매일 6시간씩 훈련, 스턴트 연기 직접 해”

촬영 후도 액션 분위기서 벗어나느라 한동안 고생

탐은 남을 배려하는 신사이며 일을 사랑하고 즐겨


현재 미국과 한국 등 세계적으로 빅히트를 하고 있는 탐 크루즈 주연의 스파이 액션 스릴러‘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에서 정체불명의 스파이 일사로 나와 당찬 연기와 함께 박력 있는 액션을 연기한 스웨덴 스톡홀름 태생의 레베카 퍼거슨(32)과의 인터뷰가 지난 4월 시네마콘이 열린 라스베가스 시저스 팰리스 호텔에서 있었다. 저 세상적인 이름다움과 왕족의 품위를 지닌 퍼거슨은 단구에 작은 체격을 지녔지만 놀라울 정도로 멋있고 강렬한 액션과 함께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매우 쿨했다. 이 영화는‘허큘리스’에 이어 퍼거슨의 두 번째 할리웃 스튜디오 영화로 앞으로 대성할 배우라는 인상을 받았다. 퍼거슨은 2013년에 영국의 BBC-TV가 방영한 화려한 궁중 미니시리즈‘와이트 퀸’(The White Queen)으로 잘 알려졌다. 예쁘장한 얼굴에 귀여운 미소를 지으면서 인터뷰에 응한 퍼거슨은 단정한 자세로 앉아 액센트가 있는 발음으로 질문에 위트를 섞어가면서 조용하게 대답했다. 겸손했지만 우아한 품위를 지닌 사람이었다.  

-어떻게 해서 이 영화에 나오게 됐는가.
“먼저 런던에 가서 캐스팅을 위한 테입을 찍었다. 그리고 그 때 출연 중이던 라이프타임의 미니시리즈 ‘붉은 텐트’를 계속하기 위해 모로코에 돌아가 낙타를 타고 연기했는데 탐 크루즈와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가 날 보자고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난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런던으로 갔다. 그리고 탐과 크리스를 만나 두 시간 정도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나서 한 달 후 이 영화에 나와 역시 모로코에서 모터바이크를 타고 달리게 됐다.”

-스턴트를 자신이 직접 했는가.
“나를 위한 스턴트 더블이 있었지만 탐이 전적으로 직접 스턴트를 하는 바람에 나도 따라 하기로 했다. 상처는 났지만 다치진 않았는데 매우 즐겼다.”

-액션훈련을 얼마나 했는가.
“1주 6일간 매일 6시간의 훈련이었다. 댄스동작과 무술과 스턴트 훈련이었다. 수중 장면이 있어 호흡중단법도 배웠다.”

-당신의 역은 정체가 불분명한데 그에 대해 말해 달라.
“물론 내 역은 각본에 미리 쓰여 있었지만 탐과 크리스는 그 역에 내 생각과 아이디어를 첨가했다. 무자비한 여자로 이산 헌트(크루즈 역)의 여성판이라고 하겠다. 일사를 알쏭달쏭한 첩보원으로 만든 것은 내용상 아주 중요한 일이다. 일사는 신비와 우아함을 두루 갖췄던 잉그릿 버그만의 2015년 판이라고 하겠다.”

-탐과 일한 경험은 어땠는가.
“그는 우아한 신사이며 남에 대해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 같이 이런 액션 대작에 전연 경험이 없는 사람을 받아들여 함께 협조하고 또 자신의 예를 보여주면서 지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함께 있기가 편한 사람이다. 그것이 그의 마법이라고 본다. 그는 일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이다.”

-힘든 역을 끝내고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었는가.
“촬영이 끝나자마자 1주일간 혼자 다이빙여행을 갔다. 그러나 아직도 정신적으로는 내가 영화를 위해 한 액션의 과정을 다 벗어난 것은 아니다.”

-평소 신체단련을 어떻게 하는가.
“난 어촌에 살고 있는데 해변 달리기로 운동을 한다.”

일사(레베카 퍼거슨)와 이산이 적과 대결하고 있다.

-이런 액션영화에 나와 잘 해낼 수가 있다는 확신을 어디서 얻었나.
“난 그동안 중세영화와 성경영화 그리고 고대 칼부림영화에 나와 말과 낙타를 타고 꾸준히 움직여 왔다. 그래서 늘 내 몸을 역동적으로 사용하는 역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사실 ‘미션’에 나오고 싶었다. 내가 액션을 해 낼 수 있다고 깨닫기도 전에 즐겼다.”

-영화에서 탐을 비롯한 근육질의 남자들이 당신을 에워싸고 있는데 실제로 그런 남자들을 사랑할 수 있는가.
“사랑에 빠지게 되면 사랑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가장 하기 힘들었던 장면은.
“테러집단 신디킷에 붙잡힌 탐을 구출하는 것이었다. 매우 긴 과정으로 쉴 새 없이 여러 번 해야 했는데 여러 각도에서 싸우는 장면을 타이밍에 맞게 찍느라 힘들었다. 집에 와 잠자리에 누워서도 정신적으로 그 전 과정을 재 경험해야 했다.”

-모로코에 대해 말해 달라.
“난 모로코를 사랑한다. 붉은 색깔과 초록 그리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한다. 또 냄새와 열기도 좋아한다.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

-다음에 나올 당신의 영화는 무엇인가.
“‘내리는 눈에도 불구하고’로 나는 러시안 스파이와 내 아주머니의 1인2역을 한다. 종전 후 러시아와 1991년의 뉴욕을 무대로 일어나는 얘기로 벨그라드에서 찍었다. 나는 내가 감시하던 이상적인 정치인을 사랑하게 되는 스파이로 나온다. 아름다운 영화다.”

-이 영화가 당신의 두 번째 할리웃 영화인데 할리웃에 대한 인상이 어떤가.
“좀 더 봐야겠다. 내가 할리웃에 머무는 시간이 얼마 안 돼 그것에 대해 어떤 구체적 의견을 가질 수가 없다. 다만 할리웃은 영화세계의 중심이고 그 곳에는 수많은 흥미 있고 불가사의 하며 또 매력적이요 믿어지지 않는 얘기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 뿐이다.”

-미국으로 이주할 생각이라도 있는가.
“난 내가 사는 어촌이 좋다.”

-조금 전에 무대에서 탐이 당신에 대해 대성할 사람이라고 칭찬했는데 그에 대한 소감은.
“믿지 못하겠다. 그것은 탐이 내게 주는 아름다운 선물이다. 탐과 함께 나도 자랑스러운 일에 동참하게 돼 흥분된다.”

-‘와이트 퀸’ 이후 당신의 생애가 어떻게 변했는가.
“여행을 많이 하게 되면서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났다. 매 영화가 내겐 서로 다른 삶의 에피소드다. 일을 하느라 피곤했다 행복했다 하면서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다. 그러나 어쨌든 나는 앞을 내다보면서 새 작품들을 생각하고 또 기대한다.”

-전에 베가스에 와 봤으며 도박이라도 했는가.
“처음이고 도박할 시간도 없다. 두 시간 후면 여길 떠나야 한다.”

-도박에 능한가.
“카드놀이는 하나 도박은 안 한다.”

-그러나 결정한다는 것은 도박이 아닌가.
“그렇다. 삶은 도박이다.”

-당신은 유능한 스파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난 당신이 머리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기 때문에 좋은 스파이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날 조심해야 한다.”

-액션 연기 중 무엇이 가장 두려웠는가.
“난 지상에서 2미터에만 있어도 공포를 느끼기 때문에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일이 너무 무서웠다. 그러나 서서히 고지공포를 극복해 나중에는 120피트까지도 올라갈 수가 있었다.”

-당신이 처음으로 본 ‘미션’영화는 무엇인가.
“제1편부터 순서대로 다 봤다. 언제 봤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아마 13세나 14세 때였을 것이다. 같은 영화를 보고 또 봤다.”

-왜 사람들이 ‘미션’영화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가.
“내 경우 액션과 동작이 좋아서다. 그리고 플롯이 좋은 내용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흥미 있다. 그리고 또 유머가 있어 좋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맨 프롬 U.N.C.L.E. (The Man from Uncle)


나폴레옹 솔로(왼쪽)와 일리아 쿠리아킨 역의 헨리 캐빌과 아미 해머.

코믹한 기운을 지닌 스파이 액션 버디영화 치곤 우습지도 신나지도 또 박력과 스릴도 없고 두 주연 배우 간의 화학작용도 미적지근하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어쩐지 찜찜한 기분이었는데 그 기분이 딱 맞아 떨어진 무기력하고 심심한 영화다.
이 영화는 다분히 아이들 장난 같았지만 멋있는 1960년대 인기 동명 TV 시리즈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냉전시대 미 CIA 스파이 나폴레옹 솔로(로버트 본)와 소련 KGB 스파이 일리아 쿠리아킨(데이빗 맥컬럼)이 사상과 이념을 잠시 접어두고 서로 손을 잡고 세계를 말아 먹으려는 사악한 집단을 상대로 싸우는 내용이었다.
시리즈의 매력은 특히 바람둥이 솔로와 고지식한 쿠리아킨의 절묘한 콤비네이션이었는데 이 번에 큰돈을 들여 세계를 돌면서 찍은 이 영화에서는 덩지가 큰 두 배우 헨리 캐빌과 아미 해머가 각기 솔로와 쿠리아킨으로 나와 시리즈 흉내를 내지만 영 둘 간에 화학작용이 일어나질 않고 물에 기름 뜨듯하고 있다.
영화를 감독하고 공동으로 각본을 쓴 가이 리치(마돈나의 전 남편)는 신판 ‘셜록 홈즈’를 만든 영국 감독인데 그의 연출 솜씨는 세련미가 결핍된 밀어붙이는 식. 이 영화도 극적인 부분과 액션 그리고 로맨스와 코믹한 면이 제대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배급사인 워너 브라더스는 프랜차이즈를 염두에 두고 이 영화를 만들었음에 분명한데 흥행에 크게 성공할 것 같지가 않다. 그렇게 되면 이 영화는 ‘론 레인저’에 이어 사람 좋은 아미 해머(미 거부 해머 가문의 일원으로 해머 뮤지엄은 LA의 윌셔와 웨스트우드 코너에 있다)의 두 번째 스튜디오 실패작이 되는 셈이다.
솔로와 쿠리아킨은 한 밤에 소련이 관할하는 동베를린에서 서로 차를 타고 상대방을 공격하면서 소개된다. 둘이 공동으로 노리는 목표는 자동차 정비공장의 눈부시게 예쁜 미캐닉 개비(‘엑스 마키나’의 스웨덴 배우 알리시아 비칸더). 개비의 아버지는 히틀러의 총애를 받던 로켓 제조자로 최근 실종됐는데 우도를 찾아내기 위한 미끼가 개비.
개비를 먼저 손에 넣은 것이 솔로로 그를 미행하던 쿠리아킨과 솔로 간에 좁은 골목길에서 맹렬한 추격전이 벌어진다. 코믹 터치를 가미한 이 상투적인 추격전에서부터 이 영화가 앞으로 제대로 길을 가지 못하겠구나 하는 감을 잡게 된다.
여하튼 평소 같았으면 서슴지 않고 서로를 죽일 솔로와 쿠리아킨은 상부의 지시에 따라 개비를 데리고 오월동주 식으로 우도를 찾아 나선다. 딸을 오래 못 본 우도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영화의 대부분은 로마에서 내용이 전개되는데 우도가 고안한 로켓이 사악한 집단의 손에 못 들어가게 하는 것이 솔로와 쿠리아킨의 임무.          
로켓을 노리는 악인으로 늘씬한 팔등신 미녀 엘리자베스 데비키(‘위대한 개츠비’에서 호연을 했다)가 나오고 U.N.C.L.E.의 팀장으로 휴 그랜트가 나오는데 그랜트가 몹시 어색한 연기를 한다.
영화는 U.N.C.L.E.의 시작을 통보하면서 끝이 나는데 속편이 나올 만큼 이 영화가 호응을 받을지 의문이다. PG-13. 전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채플린의 무성영화, 다시 봐도 감동이…


리틀 트램프가 공장의 거대한 톱니바퀴에 올라 타 기계흉내를 내고 있다.

뉴베벌리 시네마(7165 Beverly Blvd.)에서는 23일과 24일 찰리 채플린의 명작 무성영화‘모던 타임스’와‘서커스’를 동시 상영한다. (323)938-4038

*‘모던 타임스’
(Modern Times·1936)
채플린이 제작, 감독, 주연하고 각본과 음악까지 쓴 급속히 기계화하는 현대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한 걸작으로 채플린이 유럽 여행서 간디를 만났을 때 나눈 대화에서 영감을 받아 글을 썼다. 이 영화는 또 기계의 노예화하는 서민들의 삶과 그들의 봉기를 그린 면에서 프리츠 랭의 ‘메트로폴리스’를 연상시킨다. 경제공황시대 대량 실직사태와 재정적 결핍에 시달리는 미 서민들에 대한 채플린의 비판이다.    
채플린의 분신인 리틀 트램프는 공장의 조립공으로 매일 열악한 환경 하에서 똑같은 일을 하다가 신경파탄으로 병원에 입원한다. 그가 공장에서 일하는 장면이 배꼽 빠지게 우스우면서도 가슴 섬뜩하다. 퇴원 후 실직자가 된 채플린은 어쩌다 공산주의를 지지하는 데모 행렬 앞에 섰다가 경찰에 체포돼 영창생활을 한다.
출옥 후 그가 만난 여인이 배가 고파 빵을 훔친 뒤 경찰을 피해 달아나는 고아 출신의 엘렌(채플린의 아내 폴렛 고다드). 이어 채플린은 백화점 야간 경비원에 이어 엘렌이 댄서로 일하는 카페의 웨이터 겸 가수로 취직한다. 그러나 엘렌이 도망자의 신세여서 채플린도 그녀와 함께 계속해 도망간다. 채플린과 엘렌이 손을 잡고 새벽에 희망을 찾아 길을 떠나는 모습을 뒤에서 찍은 마지막 장면이 감동적이다. (사진)

*‘서커스’(Circus·1928)
역시 채플린이 제작, 감독, 주연하고 각본과 음악도 쓴 70분짜리 포복절도할 코미디로 역대 무성영화 사상 일곱 번째로 돈을 많이 번 영화다.
억울하게 소매치기로 몰려 경찰에 쫓기던 리틀 트램프가 어쩌다 공연 중인 서커스장 안으로 뛰어들었다가 관객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는다. 이에 서커스 단장이 트램프를 광대로 쓰려고 테스트를 하나 실력이 변변치 않음이 드러난다. 그래서 단장은 트램프를 소도구 담당자로 쓴다. 트램프는 단장의 의붓딸로 기수인 머나와 사귀면서 그녀를 사랑하게 되나 머나가 사랑하는  남자는 줄 타는 렉스. 그리고 트램프의 주선으로 머나와 렉스가 결혼하고 서커스는 공연을 마치고 트램프를 떼어 놓은 채 다음 목적지로 떠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시민 케인’




최근 권위 있는 영국 영화협회가 144명의 비평가와 감독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오손 웰즈가 25세 때 감독한 ‘시민 케인’(Citizen Kane·1941·사진)이 역대 영화사상 가장 훌륭한 영화로 선정됐다.  
할리웃의 기인 웰즈(1915~1985)가 미 역사의 한 괴물인 언론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1863~1951)를 모델로 만든 영화 ‘시민 케인’은 영화가 다변한 언어이며 개인적 예술적 표현의 용솟음치는 분출구라는 것을 힘차게 보여준 기념비적 작품이다.
천재 웰즈가 제작·감독·주연하고 각본을 쓴(허만 J. 맨키위츠와 공동 집필) 이 영화는 웰즈의 대담한 개혁정신과 실험정신이 천둥번개 치듯이 빛과 소리를 내며 창조된 작품으로 영화사상 최고 최대의 작품으로 일컬어진다. 이 영화는 일면으로는 권력과 부패의 고전적 연구서이자 또 다른 면으로는 뒤틀린 ‘아메리칸 드림’을 기이한 아름다움과 매서운 통찰력으로 묘사한 대담한 작품이다.
주인공인 언론 재벌 찰스 포스터 케인이 여러모로 실제 인물인 허스트를 그대로 닮아 큰 화제가 됐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외아들 허스트는 절정기에 29개의 신문, 15개의 잡지 그리고 8개의 라디오 방송국을 소유했던 언론제국의 황제로 군림하면서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은 물론이요 미 정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었다. 허스트의 신문들은 대부분 선동적이요 감각적인 뉴스 위주의 옐로 페이퍼에 가까웠다.
걸물이자 가차 없는 모리배에 가까웠던 허스트는 정치적 야심이 컸던 인물로 아내를 두고 만난 정부인 영화배우 매리온 데이비스를 스타로 만들려고 코스모폴리탄 픽처스라는 영화사까지 세운 뒤 자신의 언론매체를 총동원해 할리웃에도 강한 입김을 불어 넣었었다.
그는 또 광적으로 전 세계로부터 그림과 조각들을 포함한 예술품들을 수집해 캘리포니아의 중부 도시 샌시메온 산정에 허스트 캐슬이라는 별장을 지었다. 허스트가 ‘황홀한 언덕’이라 부른 이 캐슬은 ‘시민 케인’의 거대하고 음습한 케인의 저택 ‘자나두’의 모델이다.      
웰즈가 스크린에 표현한 케인의 개인적 면모나 사생활 그리고 그의 저택까지가 이렇게 허스트의 그것들을 똑 닮자 허스트는 영화 개봉 전과 후에 이 영화를 사장시키려고 자신의 언론매체를 총동원해 맹공격을 해댔었다. 옐로 저널리스트, 실패한 정치인, 혼외정사자인 케인은 누가 봐도 허스트였다. 허스트는 자기 신문에 영화의 광고를 못 내게 하고 필름을 소각시키려고 할리웃의 동지들을 동원해 영화의 원본 필름을 매입하려고 시도하는가 하면 자기 패거리를 시켜 당시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었던 후버로 하여금 웰즈의 뒷조사를 시키기도 했다.  
허스트의 정부 매리온 데이비스가 모델인 케인의 정부 수전(도로시 코밍고어)은 술에 절은 서푼짜리 오페라 가수로 케인의 허영과 야망에 밀려 오페라 무대에 섰다가 비참한 실패를 한다. 허스트가 이 영화를 특별히 증오한 것은 매리온에 대한 이 같은 처참한 묘사에 분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케인이 “로즈버드”를 마지막 말로 남기고 죽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덩지와 재능이 모두 거인급이었던 웰즈를 영원히 영화예술의 제우스로 기억하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그는 작품, 감독, 주연상 등 부문에서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으나 상을 모두 놓쳤다.
‘시민 케인’은 대사와 행동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소품과 세트와 조명과 음악 및 스크린의 여백과 그림자와 음향 그리고 무엇보다도 카메라의 위치와 움직임과 각도의 창조적 구사를 통해서도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작품이다.
신문기자의 취재형식을 빌어 케인의 생의 전모를 캐어나가는 식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의 위대성은 웰즈의 비상한 연출과 변화무쌍한 연기, 맨키위츠의 실팍하고 뛰어난 각본 그리고 그렉 톨랜드의 딥포커스 기법을 사용한 생생한 촬영 등이 혼연일체가 되어 이루어진 것이다.
자신의 권력과 과다한 야망 때문에 파괴된 이 거인에 대한 고전적 비극이 주는 교훈은 성공과 권력과 부가 사랑과 평안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돈 주고 산 모든 것을 잃고 홀로 죽으면서 케인은 마지막 말로 어렸을 때 자기가 타던 썰매의 이름인 ‘로즈버드’를 토해낸 것이다
신동이었고 셰익스피어 해석의 대가였던 웰즈는 ‘시민 케인’으로 마치 제왕처럼 뉴욕으로 부터 할리웃에 도착했으나 그의 두 번째 걸작인 ‘위대한 앰버슨 일가’(The Magnificent Ambersons·1942)로 과격분자라는 낙인이 찍혀 할리웃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추방을 당한 뒤 자신의 예술성을 만개시키지 못한 사람이다. 죽기 전 10연년 간은 포도주 광고(선셋 블러버드에 나붙은 광고를 본 기억이 난다)에 나오면서 찬값을 벌던 그는 그릇이 너무 커 할리웃이 받아들이지 못한 비극적 거인이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