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10월 6일 목요일

연인들과 폭군(The Lovers and the Despot)


김정일과 신상옥, 최은희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배우 최은희-신상옥 감독 북한 피랍사건 다뤄


영국의 로버트 캐난과 로스 아담이 함께 감독한 배우 최은희(89)와 그의 남편이었던 신상옥 감독의 김정일의 지시에 의한 북한에로의 피랍사건을 다룬 기록영화다. 두 영화인의 개인적 면모와 김정일의 영화에 대한 집념 그리고 북한의 실상을 서스펜스 스릴러이자 멜로물 식으로 다룬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은희와 신상옥이 몰래 녹음한 김정일과의 전화 통화 내용. 김정일의 육성으로 그의 영화에 대한 애착을 감지할 수 있다.   
최은희는 1978년 7월 홍콩으로부터 영화제작자를 자처하는 여자로부터 영화를 함께 만들자는 제의를 받고 홍콩으로 갔다가 같은 달 11일 괴한들에 의해 납치된다. 최은희는 화물선에 실려 북한으로 가는 8일간 건장한 남자들이 자기를 감시했다고 증언한다. 
북한에 도착한 최은희를 반갑게 맞는 사람이 김정일. 김정일은 최은희와 악수를 하면서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며 반색을 한다. 그 후 최은희는 집이 제공되고 좋은 대접을 받았지만 방기된 상태로 남는데 김정일이 최은희를 납치한 이유는 남한의 영화가 북한의 영화보다 월등하다고 느끼면서 동경했기 때문. 
최은희 실종 2개월 후 영화인으로서 침체기에 빠진 신상옥이 최은희를 찾으러 홍콩으로 갔다가 역시 실종된다. 신상옥이 재출현한 것은 납북된지 5년 후 그가 북한에서 만든 영화가 알려지면서이다.
이 5년간 신상옥은 북한의 감옥에 투옥돼 있었는데 여기서 탈출했다가 붙잡혀 독방에 갇혀 세뇌를 받게된다. 신상옥은 김정일에게 충성서약의 글을 보내 감옥에서 풀려나 최은희와 재회, 영화 활동에 들어간다.
둘은 김정일의 감독 하에 특혜를 받으면서 작품활동을 하다가 1986년 유럽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핑계로 비엔나에 갔다가 주 비엔나 미 대사관을 통해 미국으로 오기까지 2년여 동안 총 7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김정일은 두 사람에게 ‘주의’ 대신 감정적인 영화를 만들라고 주문, ‘춘향’ 등 러브스토리와 대규모 제작비가 든 ‘불가사리’도 만들었다. 둘이 만든 ‘소금’으로는 최은희가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주연상을 받았다.
북한 탈출 후 두 사람은 미국에서 살면서 신상옥은 아동용 영화 ‘닌자’를 만들었는데 이어 한국으로 귀국, 지난 2006년 80세로 별세했다.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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