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2월 18일 화요일

로보캅 (RoboCop)

반인간 반기계 로보캅 범죄자를 소탕

반 인간 반 기계 로보캅인 머피가 범죄자들을 소탕하고 있다.

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반 인간 반 기계의 액션영화는 1987년 폴 베어호벤 감독이 만든 동명영화의 리메이크로 현대화하긴 했지만 대부분 원작의 내용을 답습하고 있다. 원작에서는 피터 위어가 로보캅으로 나왔는데 이번에는 스웨덴 태생의 조엘 킨나만(TV 시리즈‘킬링’)이 새 로보캅으로 나온다.
원작이 액션과 함께 사회 풍자적 의미를 지녔던 것에 비해 전 세계적 빅히트 작 액션영화 ‘엘리트 스쿼드’를 만든 브라질의 호세 파디아(할리웃 데뷔)의 리메이크는 액션에 치중해 총소리가 요란하고 스피드가 과속이다. 액션영화 치곤 올스타 캐스트의 영화로 배우들이 전부 연기를 잘해 영화의 수준을 어느 정도 올려놓고 있다.
2028년. 영화는 폭스뉴스 스타일의 TV 뉴스맨 팻 노박(새뮤얼 L. 잭슨이 반질반질 기름칠한 가발을 쓰고 자기 역을 즐기고 있다)이 전쟁 중의 테헤란에 파견된 원격 조정되는 폭동과 테러 진압 로봇들의 효과적인 활동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그러니까 미국은 이번에는 이란에 또 점령군으로 들어간 것이다). 
이 로봇 제조회사인 옴니사의 회장 레이먼드 셀라스(초대 ‘배트맨’ 마이클 키튼이 사악하고 간교스런 연기를 잘 한다)는 어떻게 해서든지 자사제품을 미국 내 범죄 퇴치용으로 팔아먹으려고 계획 중이나 의회가 이를 반대한다. 
한편 디트로이트의 형사 알렉스 머피(킨나만)는 동료와 함께 총기 밀매단에 관해 수사를 하던 중 자기집 앞에 주차한 차에 밀매단이 장치한 폭탄이 터지면서 얼굴과 머리 그리고 신체의 일부분만 남기고 전신이 완전히 파괴된다.
여기서 셀라스는 아이디어를 얻어 머피를 반 인간 반 기계 경찰로 만들기로 하고 인간을 기계화 하는 것을 꺼려하는 옴니사의 탑과학자 데넷 노턴(게리 올드맨이 차분한 연기를 한다)을 시켜 머피를 로보캅으로 만들도록 한다.
로보캅이 된 머피가 도시의 범죄를 소탕하면서 액션이 콩 튀듯 하는데 이 액션에 머피와 그의 부인 클라라(애비 코니쉬가 영화에 감정적 무게를 준다)와 어린 아들 데이빗(존 폴 루탄) 간의 관계를 넣어 액션영화에 인간성을 가미한다. 
그리고 완전히 기계화한 머피는 이 관계로 인해 잠재했던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로보캅을 상품으로 팔아먹으려는 셀라스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셀라스가 자기 말을 안 듣는 머피를 처치하기 위해 하수인(잭 얼 헤일리도 잘 한다)을 파견하면서 요란한 추격과 총격전이 일어난다.
날렵한 몸매의 키다리 킨나만이 액션과 함께 감정적으로도 강렬한 연기를 보여줘 볼만은 하나 결국 재탕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를 만든 컬럼비아사는 1987년작 로보캅을 모르는 젊은 팬들을 목표로 했음에 분명한데 보통 액션영화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이 영화가 과연 그들에게 얼마나 어필할지 의문이다. PG-13. 전지역. ★★★(5개 만점)

겨울 이야기 (Winter's Tale)

기적 이루고 죽음마저 극복하는 사랑의 힘

겨울 속에서 사랑을 나누는 도둑 피터(왼쪽)와 폐병환자 베벌리.

밸런타인스 데이를 맞아 나온 여성용 최루물로 기적을 이루고 죽음마저 극복하는 사랑의 힘에 관한 멜로드라마다. 원작은 마크 헬프린의 소설. 1세기를 넘나들면서 시공을 초월해 운명과 대결하는 사랑의 영속적인 힘을 피력하고 있는데 무지무지하게 로맨틱해야 할 영화로선 피가 끓는 뜨거운 심장이 모자란다.
‘마법적 사실주의’ 작품으로 백마의 기수까지 나오는 선과 악의 대결의 이야기이기도 한데 센티멘털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고 즐길 만은 하나 마법과 경이와 활력이 영양실조에 걸린 영화다. 로맨티시즘의 영혼이 아쉽다. 
이 영화에서 악마의 하수인으로 나오는 러셀 크로우가 주연한 ‘아름다운 마음’의 각본을 써 오스카상을 받은 아키바 골즈맨의 감독 데뷔작(각색 겸)인데 헛발을 내디딘 셈이다. 오스카상을 받은 배우들을 비롯해 올스타 캐스트의 영화로 연기도 돋보이는 데가 없다. 모든 것이 중간급인 다소 나태하기까지 한 작품이다.
20세기 초 뉴욕의 범죄가 판을 치는 흉악한 동네. 젊은 도둑 피터 레이크(콜린 패럴)가 자기를 죽이려는 한때 자신의 보호자였던 범죄단 두목 펄리 소움즈(러셀 크로)와 그의 졸개들을 피해 도주한다. 펄리는 악마(윌 스미스는 전혀 미스 캐스팅)의 하수인으로 영화는 사랑을 파괴하려는 악과 그것을 지키려는 선의 대결의 이야기이다. 
도주하는 피터 앞에 나타나는 백마. 백마를 탄 피터는 백마의 종용에 따라 마지막 도둑질을 시도하다가 불치의 폐병을 앓는 아름다운 베벌리 펜(제시카 브라운 핀들레이)을 만나 깊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피터는 집요하게 자기를 추적하는 펄리를 피해 다니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베벌리를 살리려고 애를 쓴다. 그에게는 기적이 필요하다.  
이어 피터는 1세기 후의 뉴욕에 마치 깊은 꿈에서 깨어난 사람 같은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 그리고 그는 자기 과거를 캐내려고 이 과거와 연결이 있는 신문사에 들렀다가 불치의 병을 앓는 어린 딸 애비(리플리 소보)를 둔 여자 저널리스트 버지니아 게임리(제니퍼 카넬리)를 만난다. 과연 애비는 누구의 환생일까요. 마침내 사랑은 기적을 이루고 백마가 하늘을 나른다. 윌리엄 허트와 에바 마리 세인트가 캐미오로 나온다. 오스카상 수상자인 한스 짐머의 음악이 센티멘탈하다. PG-13. WB. 전지역.   ★★★


`아메리칸 허슬’크리스천 베일

“영화출연 망설였는데, 아내가 결정했죠”



3월2일에 열릴 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총 10개 부문에서 수상 후보에 오른 코미디‘아메리칸 허슬’(American Hustle)의 주연배우 크리스천 베일(40)과의 인터뷰가 뉴욕의 런던 호텔에서 있었다. 베일은 1980년 미 연방수사국(FBI)의 지시로 뉴저지를 무대로 정치인들과 마피아를 상대로 한 부정부패 함정수사의 앞잡이로 사기를 친 실존인물 어빙 로즌펠드 역을 맡아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스페인에서 찍고 있는‘엑소더스’에서 모세 역을 맡아 촬영 중에 뉴욕으로 날아온 그는 긴 머리에 텁수룩한 모세의 수염을 하고 검은 셔츠의 간편한 차림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액센트가 있는 빠른 어조로 마치 연기하듯이 상체와 두 손 그리고 얼굴 표정을 다채롭게 사용하면서 질문에 답했는데 가끔 농담을 섞긴 했지만 매우 진지했다. 눈초리가 아주 매서웠는데 인터뷰장 뒤에는 부인 시비가 앉아 남편의 대답을 경청했다.  

*어떻게 해서 이 영화에 나오게 됐는가.
- 역사적 드라마라는 점과 개성 있는 인물들에 깊은 매력을 느꼈었다. 그래서 감독 데이빗(O. 러셀)과 작품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를 했는데 다른 영화 출연 스케줄 때문에 도저히 이 영화에 나올 수가 없어 데이빗에게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도 미련이 크게 남아 망설이고 있으니까 아내가 데이빗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영화에 나오기로 결정했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러니까 아내 때문에 영화에 나오게 된 셈이다.

*영화에서 당신은 수사 대상으로 친구가 되다시피 한 사람에게 크게 상처를 주는데 영화계에서 일하면서 이와 비슷한 경험이라도 있는가.
- 난 매우 솔직하고 직선적이어서 영화와 달리 누군가와 갈등이 있게 되면 내 심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배우라는 직업은 때로 서로가 잔인해야 할 정도로 솔직함을 요구한다. 난 뒤에서 칼로 등을 찌르는 사업에는 종사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영화계에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당신은 영화에서 대머리를 감추기 위해 가발을 쓰는데 실제로도 외모와 옷에 신경을 쓰는가.
- 난 다행히 어빙처럼 대머리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나나 내 아내 모두 옷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그냥 아무 것이나 입는다. 난 똑같은 셔츠 3벌과 팬츠 3벌밖에 없다. 

*당신은 영화를 위해 체중을 많이 늘렸는데.
- 그건 데이빗이 요구한 것이 아니라 내 자의에 의한 것이었다. 나는 완벽한 사기꾼이 외모가 멋쟁이가 아니라 배가 나온 몸을 했다는 것에 이상한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자꾸 체중을 늘렸더니 데이빗이 나보고 “너 뭐 하는 짓이냐”고 나무라기까지 했다. 그리고 키도 내 키보다 작게 보이려고 상체를 자꾸 짓눌러 내렸더니 배가 더 나왔다. 
사기꾼 어빙역의 크리스천 베일과 사기 파트너이자 정부인 에이미 애담스.

*옷이 주인공의 개성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보는가.
- 물론이다. 특히 사기꾼은 어떤 옷을 입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영화에서 어빙은 옷을 매우 주도면밀하게 선택했다.

*당신은 아직도 말에 액센트가 있는데.
- 난 웨일즈 태생으로 이젠 영국에서 산 것보다 미국에서 산 것이 더 오래인데도 아직도 액센트가 남아 있다. 영국에 살 때 굉장히 많은 곳을 돌아다녔는데 그 때 액센트를 얻은 것 같다.

*영화에서 당신의 아내로 나온 제니퍼 로렌스에게 선배로서 무슨 조언이라도 했는가.
- 제니퍼는 생각이 똑바른 사람이어서 충고가 필요 없다. 그리고 난 우리가 모두가 다른 사람들이니 만큼 내 경험을 들어 남에게 충고를 해 준다는 것이 소용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데이빗이 제니퍼를 골랐을 때 난 제니퍼가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우리 셋이 앉아서 얘기를 나눈 결과 난 제니퍼가 얼마나 재능이 큰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역 소화와 연기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사기 당해 본 적이 있는가.
- 물론이다. 난 유능한 비즈니스맨이 아니어서 사기를 잘 당한다. 사기를 당하면 그냥 한 수 배웠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린다.     

*대머리가 된 기분은 어땠으며 체중을 늘리려고 무엇을 먹었는가.
- 닥치는 대로 다 먹었다. 머리를 면도로 밀고 나니 시원해서 좋더라. 특히 내 어린 딸 엠마린(8)이 대머리를 신나게 때리면서 좋아했다. 그런데 한 번은 선스크린을 안 발랐다가 머리가 불타는 줄 알았다. 

*성공한 배우가 아닌 개인으로서 어떻게 삶에 대처하는가.
- 자기 성공의 죄수가 되지 말아야 한다. 배우니까 어떻게 행동해야지 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면 된다. 자기 길을 만드는 것이다. 난 연기 후에 아름답고 훌륭한 가족과 아내와 딸에게 돌아가곤 한다. 그들이 내가 사는 까닭이다. 그러니 걱정할 일이 별로 없다. 

*한 영화와 다른 영화 사이에 쉴 때 무엇을 하는가.
- 난 한 영화에 나온 뒤 다음 영화를 만들 때까지 어느 정도 쉬어야 한다. 쉴 땐 오랫동안 가만히 앉아 있는데 가족과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나 자신을 즐긴다. 영화에서 남이 된 후에 다시 자기로 돌아온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더 이상 배트맨 역은 안 하겠는가.
- 안 한다.

*어빙은 아내가 있는데도 다른 여자를 애인으로 뒀는데 당신에게 있어 충실은 어느 정도 중요한가.
-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난 저 뒤에 앉아 있는 엄청나게 아름다운 여자로부터 유혹을 받았다. 평생의 반려자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 감독과 각본 그리고 공연 배우들도 다 중요하나 난 절대로 통상적인 것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난 실험하는 자세로 역을 택하기 때문에 데뷔하는 감독과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 채 가능성만 보고 일하는 것도 흥미 있는 일이다. 그리고 완전히 실패할 가능성을 가진다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영국엔 자주 가며 축구팬인가.
- 영국엔 주로 영화 때문에 자주 간다. 난 아마추어 축구팬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은 뛰어난 연기파인데 어떻게 그런 재능을 갖게 되었는가.
- 아이 때 연극공부를 좀 했지만 그것은 YMCA 수준이다. 따라서 난 주로 세트에서 배웠다. 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해 이 직업에 대해 애증의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다. 그 것이 일방적인 사랑보다 훨씬 더 건전하다. 애증이 공존해야만 모방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을 해보겠다는 욕망이 생긴다. 난 언제나 연기자로서 높낮이가 지극히 극단적인 삶을 살고 있다. 난 역을 맡을 때 때로는 그것이 내 첫 영화라는 자세로 대할 때가 있는가 하면 또 때로는 그것이 내 마지막 작품이라는 자세로 대할 때도 있다. 그 어느 경우건 간에 새로운 것을 배우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좋은 연기란 감독 없이는 나올 수가 없다.

*당신은 이제 나이 40인 됐는데 소감이 어떠며 어떻게 생일을 축하할 것이며 또 지금까지 이룬 것 중에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 무엇인가.
- 40이 되니 좋다. 난 인생을 잘못 살았다고 후회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우선 최근 영화에 여러 편 나와 당분간 쉬겠다. 사람들이 날 보기가 지겹다고 말하기 전에 말이다. 난 내 생일을 축하하는 파티 같은 것을 즐기지 않는다. 가장 자랑스러운 일은 내 딸이다. 자식이란 사람이 열망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예술이다. 

*당신은 유명스타로서 어떻게 그렇게 사생활을 철저히 지킬 수가 있는가.
- 잘 모르겠다. 난 스타라고 불리는 것이 다소 민망하다. 스타는 나와 달리 엄청나게 매력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난 배우라는 직업이 좋다. 난 운이 좋은 편이다. 난 누가 날보고 스타라고 부르면 몸에 소름이 돋는다. 스타라는 범주에 빠지지 않으면 보다 자유스럽다.  

*파파라치들에 대해선 어떻게 대처하는가.
- 솔직히 말해서 지금처럼 이렇게 기자회견을 하기 때문에 파파라치가 따라 붙는다. 회견이 없다면 파파라치도 없을 것이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사랑의 힘



생일이니 무슨 기념일이니 하면서 날 잡아놓고 축하하는 것을 별로 탐탁지 않게 여기는 나는 해마다 날 잡아놓고 사랑을 표시하는 밸런타인스 데이가 오면 작은 고민에 빠지곤 한다. 과연 올해도 아내에게 밸런타인스 데이 선물을 할 것인가 아니면 말 것인가 이 것이 문제로구나. 카드와 붉은 장미 한 송이(초컬릿은 살이 쪄서 안 된다)를 사는 것이 힘들어서가 아니다. 39년간 산전수전 다 겪으며 동고동락 해온 아내에게 날 잡아놓고 애정의 표시를 한다는 것이 어쩐지 형식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형식적이라도 좋다는 것이 아내의 태도다.
도깨비장난에 불과한 것이 사랑이지만 그것은 페리 코모도 노래했듯이 지구를 돌아가게 하는 능력을 지녔다. 사랑의 힘이란 기적을 낳고 죽음마저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이 로맨틱들의 예찬이다.
지난 일요일 내가 다니는 동부장로교회의 이용규 목사님이 ‘마음에 사랑하는 자’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하면서 사랑의 힘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홀랜드에 사는 78세의 미망인이 80세의 할아버지를 사랑하게 돼 둘이 결혼을 다짐했다. 문제는 할머니가 과거 50년간 담배를 피워온 골초라는 것.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결혼조건으로 금연을 요구했고 이에 고민을 하던 할머니는 50년간 애호하던 담배를 끊고 할아버지와 결혼했다고 한다. 이게 바로 사랑의 힘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는 것이다.
해마다 밸런타인스 데이가 오면 영화사들은 로맨스 영화들을 개봉한다. 소위 데이트 영화들로 서로의 손을 잡고 보는 남녀의 감상성에 아첨하는 것들이다.
오늘 개봉되는 ‘겨울 이야기’(영화평 참조)는 사랑은 기적을 낳고 죽음도 이긴다는 전형적인 여성용 최루물이다. 역시 오늘 나오는 ‘어바웃 라스트 나잇’은 로브 로와 드미 모어가 나온 동명영화의 리메이크이고 ‘엔드리스 러브’도 브룩 쉴즈가 나온 동명영화의 리메이크다. 원작이나 리메이크나 다 타작이다.
이미 개봉된 로맨스 영화 중 여성 팬이 좋아할 만한 것이 자기 집에 숨겨준 탈옥수와 사랑을 하는 젊은 이혼녀(케이트 윈슬렛)의 드라마 ‘레이버 데이’다. 역시 현재 상영 중으로 모든 것이 기계화한 요즘 인간 접촉을 아쉬워하는 별난 로맨스 영화 ‘허’는 먼 그리움처럼 애잔하고 아름다운 얘기다. 고독한 청년(와킨 피닉스)과 컴퓨터의 인공지능 여인(스칼렛 조핸슨의 음성) 간의 사랑의 대화가 심금을 울린다.
며칠 전 TV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다시 보면서 한숨 두숨 다 쉬었다. 아이오와 시골의 ‘전쟁신부’ 프란체스카(메릴 스트립)와 떠돌이 사진작가 로버트(이스트우드)의 나흘간의 뜨거운 사랑의 얘기인데 프란체스카의 이별을 아파하는 모습에 육신의 통증마저 느꼈다. 피아노 위주의 영화음악과 비단결 음성을 지닌 자니 하트만이 부르는 ‘아이 시 유 비포 미’등이 담긴 영화의 사운드트랙이 로맨틱하다.
프랑스 영화 ‘미용사의 남편’은 사랑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꼬마 때부터 자기 머리를 감고 깎아주는 여자미용사의 흰 가운 사이로 드러나는 풍만한 젖무덤과 감촉과 냄새를 좋아하던 소년이 커서 여자미용사와 결혼한다. 그런데 사랑이란 어차피 한시적이라는 것을 두려워하던 미용사가 그것을 지키려고 과감한 행동을 취하면서 비극이 일어난다.
‘영국인 환자’는 감각적이요 지적이며 정열적이자 비극적인 사랑의 영화로 감정적 충격에 호흡이 멎는 듯한 느낌을 겪게 된다. 레이프 화인즈와 크리스틴 스캇 토머스의 맺지 못할 사랑이 작품의 무대인 사하라사막처럼 지글거리며 타오르는데 연인들의 처절한 죽음으로 끝난다.
비극이 희극보다 강한 충격을 주는 것이 사실이어서 로맨스 영화도 비극적인 것이 더 잔상에 오래 머무른다. ‘의사 지바고’의 유리와 라라의 사랑도 그래서 더 강렬한데 이 아름다움을 한층 로맨틱하게 채색해 주는 것이 모리스 자르의 음악이다.
우디 알렌의 ‘맨해턴’은 42세의 TV작가(알렌)와 17세의 여고생(매리엘 헤밍웨이-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손녀)의 사랑을 그린 아이스크림 소다 맛 나는 맨해턴 송가다. 거쉬인의 ‘랩소디 인 블루’가 사랑하고 싶은 무드를 부추긴다.
브룩 벤튼과 에타 존스 등 많은 가수들이 노래한 ‘아임 인 더 무드 포 러브’에서 제목을 빌린 웡 카-와이 감독의 ‘인 더 무드 포 러브’(사진)는 고독과 잠깐이면 사라지는 미와 젊음과 사랑의 이야기. 매기 청이 입은 알록달록한 청삼이 곱기도해 계속해 엇갈리고마는 사랑이 더욱 안쓰럽다. 모두 밸런타인스 데이에 알맞은 사랑의 영화들이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