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왼쪽)와 잔이 공원에서 테드의 인간화에 관해 논의 중이다. |
“나 인간 맞단말야”저질 장난감의 생떼
입 걸고 상스럽고 음란하고 또 나오는 말마다 욕설인 살아 있는 장난감 곰 테드의 천방지축형 터무니없는 속편 코미디다. 대마초를 태우고 맥주를 병나발 불면서 F자 상소리를 계속해 내뱉는 성욕이 넘쳐흐르는 이 장난감 곰이 나온 전편 ‘테드’(2012)는 R등급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수입을 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감독과 각본 그리고 테드의 음성연기는 코미디언 세스 맥팔레인이, 테드의 인간 친구로는 역시 마크 왈버그가 나온다. 장난감 곰이 인간처럼 말하고 느끼는 전편은 귀를 씻어야 할 정도로 음담과 상소리가 심했지만 그런대로 순진하고 귀여웠다.
그러나 속편은 전편만큼 아이디어가 참신하지 못하다. 테드가 정식으로 인간이라는 법정 판결을 받겠다고 소송을 벌이는 얘기가 무리가 심했다. 그리고 상스러운 면에서 전편을 능가해야겠다는 강박관념에 매달려 욕설과 음란한 제스처가 난무하는데 때론 구역질이 나도록 더럽다. 테드가 완전히 순수를 상실한 영화다. 그러나 흥행이 잘될 것이다.
영화는 유명 영화배우이자 연극배우인 패트릭 스튜어트의 아름다운 바리톤 음성의 해설로 진행된다. 장소는 보스턴. 마켓 캐시어인 테드가 역시 같은 마켓에서 일하는 육체파 태미-린(제시카 바스)과 결혼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전편에서 결혼한 테드의 친구 잔(왈버그)은 이혼했다. 그런데 테드와 태미-린은 결혼생활 1년 만에 권태기에 빠져 저녁마다 상소리와 함께 기물을 파괴하면서 싸운다.
둘은 마켓의 다른 종업원의 권고에 따라 관계의 회복을 위해 아기를 낳기로 한다. 그러나 테드가 생식능력이 없는 만큼(그런데도 어쩌자고 태미-린이 테드와 결혼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남의 정자를 빌려 인공수정으로 아기를 낳기로 작정한다. 그리고 테드와 잔은 왕년의 인기만화 ‘플래시 고든’의 주인공 샘 J. 존스와 수퍼보울 우승 풋볼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쿼터백 탐 브레이디를 찾아가 정자를 빌려달라고 했다가 혼쭐이 난다. 한편 이와 함께 태미-린이 산부인과 의사로부터 과거의 문란한 약물남용으로 인해 자궁이 완전히 결딴 나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선언을 받는다.
영화에는 J. 존스와 브레이디 외에도 유명 연예인들이 캐미오로 나온다. 제이 레노가 화장실 동성애자로 리암 니슨이 과대망상에 시달리는 마켓 손님으로 그리고 데니스 헤이스버트가 산부인과 의사로 각기 나온다.
그래서 테드와 태미-린은 이번에는 아기를 입양하기로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매서추세츠주가 테드가 인간이 아니고 물건이라고 공식 선언을 하면서 테드는 아기 입양은커녕 태미-린과의 결혼도 무효가 되고 또 직장에서도 쫓겨난다.
이에 뿔이 난 테드는 주를 상대로 자신이 인간임을 밝힐 소송을 하기로 하고 잔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잔이 고용한 변호사는 이제 대학을 막 나온 예쁜 새만사 L. 잭슨(애만다 사이프리드)인데 새만사 역시 대마초를 즐겨 피운다.
그러나 소송에서 테드가 지면서 이번에는 테드와 잔과 새만사가 함께 뉴욕에 있는 전설적인 민권변호사 패트릭(모간 프리맨)을 찾아가 변호를 부탁하나 과거 테드가 잔과 함께 저지른 온갖 방종한 생활 때문에 거절당한다.
이 와중에 잔이 한 가지 얻은 것은 새만사와의 로맨스. 낙심한 테드와 잔 간에 갈등이 생기면서 테드는 잔과 새만사를 버리고 뉴욕 시내를 방황하다가 마침 열리고 있는 만화 주인공들의 박람회인 카미칸 전시장에 들어선다. 그리고 여기서 나태하고 무의미한 액션이 일어나는데 이 부분은 순전히 상영시간을 꿰어 맞추려는 지연작전에 지나지 않는다.
R. Universal.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