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랭던(가운데)과 시에나 브룩스(오른쪽)가 베니스에서‘인퍼로노’의 단서를 찾고 있다. |
거대한 재앙을 막아낼 유일한 단서 찾아라
하버드대의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을 주인공으로 한 베스트셀러 미스터리 스릴러 ‘다빈치 코드’와 그 속편격인 ‘천사들과 악마들’을 쓴 댄 브라운의 소설이 원작. 이 두 소설의 영화판을 감독한 론 하워드와 역시 두 영화에서 랭던 역을 맡은 탐 행스가 나오는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다.
영화가 재미가 없는 데다가 플롯이 터무니없이 복잡하고 과장돼 기호학자인 랭던도 어리둥절해 하니 보통 사람들은 도무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것이다. 솜씨가 좋은 하워드의 연출력도 나태하고 산만하기 짝이 없다. 지루하고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영화로 이탈리아에서 찍어 경치 하나는 좋다.
랭던이 이탈리아의 플로렌스에서 머리에 심한 부상을 입은 채 병원에서 깨어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자기가 왜 플로렌스에 왔는지 모르는 기억 상실증자가 된 랭던은 지옥의 모습의 환상에 시달리는데 이런 랭던을 치료하는 의사가 영국인인 아름다운 시에나 브룩스(펠리시티 존스-‘모든 것의 이론’의 스티븐 호킹 박사의 아내 역).
이어 가죽옷을 입고 모터사이클을 모는 늘씬하고 냉기가 감도는 미녀 킬러가 병원에 와 랭던에게 총질을 하면서 랭던과 시에나는 숨이 턱에 차도록 영화 내내 도망간다. 이들 뒤를 여자 킬러와 기관총을 든 킬러들이 계속해 쫓고.
역시 첫 부분에서 누군가에게 쫓기는 과대망상증자인 억만장자 버트랜드 조브리스트(벤 포스터)가 높은 종탑 꼭대기로 도망가다가 갈 길이 막히자 투신자살한다. 조브리스트는 지구의 인구과잉 문제 해결책으로 세계 인구의 절반을 멸살시킬 바이러스 ‘인퍼르노’를 만든 장본인.
그런데 랭던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자기 수중에 들어온 작은 전등 모양의 환등기 장치를 통해 13세기 이탈리아 화가 보티첼리(‘비너스의 탄생’)가 단테의 글을 바탕으로 그린 ‘지옥의 지도’를 관찰하면서 이 그림 속에서 ‘인퍼르노’의 소재를 알 수 있는 단서를 찾아낸다.
그리고 랭던은 재앙을 막기 위해 시에나와 함께 플로렌스에서 베니스로 이어 이스탄불로 킬러들을 피해 가면서 장소를 옮기는데 이렇게 경치 좋은 장소로 이동하는 까닭이 도무지 분명치가 않다. 그런데 과연 시에나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와 함께 랭던의 옛 연인 엘리자베스와 비밀단체의 정체가 불분명한 해리(인도 배우 이르판 칸)가 등장하면서 랭던은 누가 자기편 인지를 몰라 갈팡질팡 한다. 클라이맥스는 물위의 무대에서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는 가운데 벌어지는데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고 맨 끝에 랭던이 하는 짓도 실소가 나올 정도로 유치하다. 행스의 연기야 늘 적당히 잘 하는 것인데 이 영화로 할리웃의 메이저 영화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연기파 영국 배우 펠리시티 존스가 아깝다. PG-13. Sony. 전지역.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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