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즈바이크가 아내와 함께 차창을 통해 불타는 사탕수수밭을 바라보고 있다. |
지적이고 아름답게 그린 유명작가의 브라질 망명생활
1920년대 토마스 만과 함께 독일어 작가로서 많은 독자를 확보했던 유대계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즈바이크의 브라질에서의 망명생활을 시각적으로 지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깊고 아름답게 그린 전기영화다.
다작인 그의 소설 중 대중에게 잘 알려진 것이 ‘모르는 여인의 편지’. 옆 아파트에 이사 온 멋쟁이 피아니스트를 소녀 시절부터 성장해서 까지 사랑한 여인의 얘기로 이 글은 막스 오펄스가 감독한 루이 주르단과 조운 폰테인 주연의 아름답고 비극적인 영화로 만들어졌다.
작가의 몇 개의 특별한 순간들을 중심으로 서술되는데 1930년대 중반에서 1942년 그가 두 번째 부인 로테(애네 슈바르츠)와 함께 브라질의 페트로폴리스에서 자살할 때까지의 삶을 5개의 에피소드와 에필로그로 구성했다.
심리적으로 통찰력 있고 감정적으로 강렬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감독(공동 각본)은 배우이기도 한 여류 마리아 슈라더로 독어 대사에 영어자막.
작가의 타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작가의 성격과 끊임없는 망향을 절실하고 품위있게 묘사하면서 육신은 안전하나 자기 언어의 고향인 조국을 떠나온 작가의 방황하는 마음을 절실히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 즈바이크(요젭 하더)를 환영하는 브라질 대통령궁에서의 만찬장면으로 시작된다. 즈바이크는 나치를 피해 1934년 런던으로 망명했다가 브라질에 정착하는데 영화는 그가 자기를 찬양하는 대도시와 시골마을의 독자들을 찾아 끊임없이 여행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뿌리 없는 망명생활의 모습이다.
이어 1936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작가회의. 여기서 즈바이크는 나치정권을 비판하라는 요청을 거절한다. 이유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는 비판은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즈바이크는 이어 아내와 함께 바히아주로 여행을 하는데 차창을 통해 타오르는 사탕수수밭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장면은 불타는 자신의 조국을 바라보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엄격한 영화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시골마을의 엉성한 시장과 그의 직원들이 즈바이크의 방문에 채 때를 못 맞춰 준비하느라 법석을 떠는 장면. 우수와 경쾌함이 병행된 장면으로 넌센스 코미디 같다.
그리고 즈바이크는 1941년 뉴욕에 사는 전처 프리데리케(바바라 주코바)를 방문한다. 여기서 그와 프리데리케는 조국에서 구원을 요청하는 친구들과 친지에 대한 문제를 심각히 논의한다. 에필로그에서는 즈바이크 부부의 시신이 침실에서 발견된다. 배우들의 연기가 위엄이 있고 촬영도 훌륭하다. 일부지역.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