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헬기 조종사 레이(드웨인 잔슨)가 지진으로 쑥대밭이 된 샌프란시스코를 내려다 보고 있다. |
LA·SF 덮친 9.2 빅원 “오 마이 갓”
지진 구경하다가 사람 골병들겠다. 정말 피곤한 영화다. 플롯이나 인물들의 제대로 된 개발은 뒷전에 놓고 시종일관 특수효과를 동원해 캘리포니아를 박살내는데 주인공들이 “오 마이 갓”을 후렴처럼 계속해 내지른다. 그래 정말 “오 마이 갓”이다. 제목은 캘리포니아주를 관통하는 지진대 이름.
툭하면 땅이 흔들리는 LA와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캘리포니아에 사는 사람들에겐 다시 한 번 지진 대비책을 생각하게 해줄 영화라는 점에서 주정부에 기여하는 바는 있지만 지진의 광란만가지곤 얘기가 부족해 써 넣은 가족애와 전연 어울리지 않는 로맨스 그리고 주인공은 꼭 마지막에 가서야만 구출된다는 상투적인 설정이 어색하기 짝이 없다.
찰턴 헤스턴과 에이바 가드너가 주연한 대형 졸작 ‘지진’(1974) 등 대재난 영화들이 많이 나온 1970년대의 영화들을 연상시키는 영화인데 이번 영화에서 땅덩어리가 칼로 버터 자르듯이 통째로 뭉텅 절단되는 샌프란시스코는 1906년에 대지진이 일어나 3,000여명이 사망하고 도시의 80%가 화재로 파괴됐다. 이 지진은 1936년에 스펜서 트레이시, 클라크 게이블 및 재넷 맥도널드가 공연한 ‘샌프란시스코’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필견의 명화다.
‘샌안드레아스’는 처음에 맛보기로 LA 소방국 소속 베테런 수색 구조요원 레이(레슬러 출신으로 별명이 ‘록’인 드웨인 잔슨)가 헬기로 절벽에 매달린 자동차에서 젊은 여자를 구출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이 장면은 스릴 있다.
이어 칼텍의 지진 전문 교수 로렌스(폴 지아매티)가 라스베가스 인근에서 발생한 심한 진동이 릭터기에 기록되자 조교 김박 박사(한국계 윌 윤 리로 세상에 이런 한국 이름도 있는지 금시초문이다)와 함께 조사차 후버댐에 간다. 그리고 지진이 일어나고 후버댐이 터지면서 김 박사는 장렬한 죽음을 맞는다. 아무리 소수계 배우지만 너무 빨리 죽는다. 로렌스는 TV 인터뷰에서 이번 지진의 여파는 미 동부에서도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데 글쎄올시다 이다.
이어 진도 9.2의 지진이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하는데 먼저 LA에서 일어나면서 최근에 지은 것이 분명한 다운타운의 초현대 고층빌딩이 무너지고 빌딩 꼭대기에 있는 식당에 들렀던 레이와 이혼수속 중으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대규모의 회사 사장 대니얼(아이오안 그루퍼드)과 동거중인 아내 엠마(칼라 구지노)가 “오 마이 갓”을 내지르며 레이에게 구조를 요청한다.
LA의 할리웃 사인과 함께 빌딩들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는 가운데 이번에는 지진이 샌프란시스코를 덮친다. 마침 이 곳에 있던 레이와 엠마의 장성한 딸 블레이크(알렉산드라 다다리오)가 역시 “오 마이 갓”을 내지르며 아버지에게 구조를 요청한다.
지진이 나면서 블레이크가 탄 차가 지하 주차장에 갇히는데 이를 구조하는 남자가 빌딩에서 잠깐 만나 인사를 나눈 영국 청년 벤(휴고 존스턴-버트)과 그의 어린 남동생 올리(아트 파킨슨).
이에 레이는 엠마와 함께 딸을 구하려고 헬기와 자동차 그리고 경비행기를 번갈아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그리고 계속해 샌프란시스코가 박살이 나는데 높이 15피트의 쓰나미 파도가 이 도시를 덮치면서 블레이크는 빌딩과 함께 물 속에 갇힌다.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의 동료 일본기자 요코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이 영화가 상영되지 않는다고 한다. 브래드 페이턴 감독. PG-13. New Line. 전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