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는 모든 종교의 연결고리 같은 인물”
현재 상영 중인‘노아’에서 노아로 나온 러셀 크로우(4월7일로 50세가 된다)와의 인터뷰가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크로우는 평소 심술첨지로 알려진 기분의 높낮이가 격심한 사람이어서 질문이 마음에 안 들면 벌컥 화를 내기도 하는데 이 날 인터뷰 전에 동석한 로렌조 소리아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의 부회장이“러셀 크로우가 오늘 기분이 안 좋은 날이니 질문사항에 신경을 써 주세요”라고 경고를 했다. 이런 경우는 오래 전 뉴욕에서도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크로우와의 인터뷰는 무척 순조롭게 진행됐다. 흰 셔츠에 감색 정장을 하고 잔 수염에 머리를 단정히 빗은 그는 처음에는 약간 인상을 썼지만 시간이 가면서 미소와 함께 유머까지 구사해 가면서 질문에 차분하고 조용히 답했다. 기자는 이날 그에게“당신이 신이라면 이 세상을 보다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는데 그는 이에 대해 별난 질문도 다 한다는 듯이 큰 미소를 지으면서“난 그 경지에까지 이를 수가 없어 당신 질문에 답할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크로우는 인터뷰 후 사진을 찍을 때 나와 악수를 나누면서“뭐 나더러 신이 된다면 어쩌겠냐구 물었지”라며 크게 웃었다. 이에 나는“당신 원래 신 아니야”라고 대꾸해 줬다.
*바티칸에 초청돼 교황을 만난 소감이 어떤가.
- 아름답고 나를 겸손케 만들어주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매력적이었다. 난 가톨릭도 아니고 또 세례도 안 받았다. 평소 교황과 어떤 유대관계 같은 것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는 전의 사람들과 달리 몇 가지 문제에서 보다 열린 자세를 지닌 사람이다. 영화에 대한 일부 기독교 측의 반대 때문에 교황은 우리에 대한 초청을 취소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시종일관한 친절을 베풀어주었다. 그는 그 날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엇이며 아버지의 자녀에 대한 교육적 책임은 무엇인가에 대해 얘기했다.
*당신이 혼자 서 있는 영화 포스터가 마음에 드는가. 좀 무섭게 보이는데.
- 패라마운트 스튜디오의 마케팅에 대해 내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다운타운 LA에 가면 14층 높이의 빌보드 광고를 볼 수 있는데 정말로 내가 봐도 대단하더라. 그런 광고는 내 생애 처음 본다.
*영화도 보지 않고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이 신화적 내용을 지닌 오래된 얘기가 왜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어필한다고 생각하는가.
- 영화를 보지도 않고 비판한다는 것은 진짜로 어리석은 짓이다. 사실이 아닌 가정 하에서 자기 이름을 내걸고 의견을 표명한다는 것은 당치도 않은 일이다. 그런데 영화를 뒤늦게 본 기독도교 지도자들은 영화에 대해 매우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간의 지구에 대한 관리와 인간과 동물과의 관계 그리고 영적인 문제를 놓고 우리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만드는 예술은 그 어느 것이든 좋은 것이 아닌가. 이 영화가 내놓은 주제 중 하나는 개인으로서의 우리와 그 우리가 믿는 것과의 개인적 관계다. 이 얘기의 골자는 끝이 없는 부담을 부여하는 직무와 맞서는 사람이다. 노아는 표면적으로는 순결한 사람들과 동물들을 구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지상의 모든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어야 한다. 당신이 그 위치에 있다면 어떤 사람이 되었을 것인지에 대해 여러 가지로 묻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골자는 가족드라마다. 어떤 특정한 임무에 오직 한 마음으로 집념하는 누군가가 초래하는 문제에 관한 영화라고 하겠다.
*각본이 원전과 얼마나 다른가를 파악하려고 구약성경을 읽었는가.
- 영화에 대한 비판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성경의 본의를 모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노아가 술에 취한 것을 가지고 비판하는데 노아는 인류 사상 처음으로 포도주를 만든 사람이 아닌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영화에 나오는 거인들을 보고 비난했지만 그것은 성경에 있는 사실이다. 민수기에 ‘우리가 정탐한 땅은 그 거주민을 삼키는 땅이요 거기서 본 모든 백성은 신장이 장대한 자들이며’라는 구절이 있다. 노아에 대한 성경구절을 읽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었는데 노아가 모든 종교의 경전에 나온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에 따라 나는 노아의 얘기를 인간과 인간이 공유하는 경험의 바탕에서 이해하게 됐다. 그러니까 노아를 어떤 거창한 은유적 인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개인으로서 표현할 수가 있어 쉬웠다. 그리고 홍수라는 신화도 모든 주요 문명과 역대의 모든 사람들이 경험한 것으로 지리학적으로도 얘기할 수가 있다. 이번에 우리가 어떤 종교를 믿건 간에 노아는 모든 종교의 연결고리 구실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 터키에서 막 촬영을 끝냈다. 편집은 다음 영화 촬영지인 피츠버그에서 할 예정인데 앞으로 한 5주가 걸릴 것 같다. 그것이 끝나면 호주에 가서 나의 디렉터스 컷판을 제출할 것이다. 그래서 난 지금 모스크바와 로마와 리우 등 세계를 돌면서 ‘노아’ 홍보하느라 내 영화 마치느라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내가 나오는 다음 영화는 이탈리아 감독 가브리엘레 무치노가 연출하는데 각본을 읽고 너무나 아름답고 감정적이어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당신은 노아가 방주를 지었듯이 무얼 짓는 것을 좋아하는가.
- 그렇다. 호주의 내 농장에서 사람들을 위해 곱게 장식된 지팡이를 만들어주는데 그럴 땐 선을 하는 기분이다. 그리고 농장의 나무와 짐승들을 돌보는 것은 무언가를 짓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당신이 신이라면 이 세상을 보다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일을 하겠는가.
- 우선 당신과 얘기를 나누겠다. 그러나 난 신의 경지에까지 오를 수는 없어 당신의 물음에 대해 할 말이 없다.
*연기자와 두 아이(10세와 7세난 두 아들이 있다)의 아버지로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며 사는가.
-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요즘에는 스카이프도 있고 전화에 페이스 타임도 있어 아이들과 얘기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얼굴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너무 바빠서 그것이 계획대로 안 된다. 원래는 영화와 영화 사이에 상당한 공간을 두었는데 이 직업이란 모든 것이 항상 변하기 때문에 그것이 뜻대로 안 된다. 아이들이 일어날 때 그들과 얼굴을 보면서 전화로 대화를 하는 것이 나의 하루를 움직이게 만드는 주요 촉진제이다. 내 뜻대로라면 아이들이 지금 나와 함께 있겠지만 난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생활환경을 마련해 주고 싶다. 그들이 같은 장소에 살고 한 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들과 사귄다는 것이 비행기를 자주 갈아타고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가 떨어져 산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이다. 나는 항상 시드니나 호주에서만 일을 할 수는 없다. 난 지난 25년간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 늘 돌아다녀야 했다. 이 직업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일이 있는 곳으로 간다는 것이다.
*예언자로서의 신성한 인물인 노아의 역을 위해 어떻게 준비했는가.
- 나는 노아를 수퍼맨으로 안 보고 하나의 개인으로 보려고 신경을 썼다. 그의 과거와 은유 같은 것들을 모두 거두어내고 노아를 상응하는 부담을 짊어지게 하는 엄청난 임무를 맡은 사람으로서의 인간 여정을 그리려고 했다. 그는 자기 임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저지른 결과도 생각해야 했다. 방주에 오르지 못한 사람들과 그에 따른 죄의식을 생각해야 했다. 나는 이런 생각으로 노아를 해석했지만 노아의 얘기를 종교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뜻에 거슬리고자 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노아의 얘기는 꼭 얘기돼야 할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강렬한 경험이 될 것이다. 그들은 이 영화를 보고 매우 중요한 것들에 대해 토의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에서 결코 나쁜 점은 볼 수 없고 대신 긍정적인 면만 보게 된다. 영적인 것과 인간의 지구에 대한 관리 그리고 우리와 동물과의 관계에 대해 토론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