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4월 7일 월요일

‘노아' 주인공 러셀 크로우

“노아는 모든 종교의 연결고리 같은 인물”



현재 상영 중인‘노아’에서 노아로 나온 러셀 크로우(4월7일로 50세가 된다)와의 인터뷰가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크로우는 평소 심술첨지로 알려진 기분의 높낮이가 격심한 사람이어서 질문이 마음에 안 들면 벌컥 화를 내기도 하는데 이 날 인터뷰 전에 동석한 로렌조 소리아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의 부회장이“러셀 크로우가 오늘 기분이 안 좋은 날이니 질문사항에 신경을 써 주세요”라고 경고를 했다. 이런 경우는 오래 전 뉴욕에서도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크로우와의 인터뷰는 무척 순조롭게 진행됐다. 흰 셔츠에 감색 정장을 하고 잔 수염에 머리를 단정히 빗은 그는 처음에는 약간 인상을 썼지만 시간이 가면서 미소와 함께 유머까지 구사해 가면서 질문에 차분하고 조용히 답했다. 기자는 이날 그에게“당신이 신이라면 이 세상을 보다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는데 그는 이에 대해 별난 질문도 다 한다는 듯이 큰 미소를 지으면서“난 그 경지에까지 이를 수가 없어 당신 질문에 답할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크로우는 인터뷰 후 사진을 찍을 때 나와 악수를 나누면서“뭐 나더러 신이 된다면 어쩌겠냐구 물었지”라며 크게 웃었다. 이에 나는“당신 원래 신 아니야”라고 대꾸해 줬다.     

*바티칸에 초청돼 교황을 만난 소감이 어떤가.
- 아름답고 나를 겸손케 만들어주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매력적이었다. 난 가톨릭도 아니고 또 세례도 안 받았다. 평소 교황과 어떤 유대관계 같은 것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는 전의 사람들과 달리 몇 가지 문제에서 보다 열린 자세를 지닌 사람이다. 영화에 대한 일부 기독교 측의 반대 때문에 교황은 우리에 대한 초청을 취소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시종일관한 친절을 베풀어주었다. 그는 그 날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엇이며 아버지의 자녀에 대한 교육적 책임은 무엇인가에 대해 얘기했다.

*당신이 혼자 서 있는 영화 포스터가 마음에 드는가. 좀 무섭게 보이는데.
- 패라마운트 스튜디오의 마케팅에 대해 내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다운타운 LA에 가면 14층 높이의 빌보드 광고를 볼 수 있는데 정말로 내가 봐도 대단하더라. 그런 광고는 내 생애 처음 본다.

*영화도 보지 않고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이 신화적 내용을 지닌 오래된 얘기가 왜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어필한다고 생각하는가.
- 영화를 보지도 않고 비판한다는 것은 진짜로 어리석은 짓이다. 사실이 아닌 가정 하에서 자기 이름을 내걸고 의견을 표명한다는 것은 당치도 않은 일이다. 그런데 영화를 뒤늦게 본 기독도교 지도자들은 영화에 대해 매우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간의 지구에 대한 관리와 인간과 동물과의 관계 그리고 영적인 문제를 놓고 우리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만드는 예술은 그 어느 것이든 좋은 것이 아닌가. 이 영화가 내놓은 주제 중 하나는 개인으로서의 우리와 그 우리가 믿는 것과의 개인적 관계다. 이 얘기의 골자는 끝이 없는 부담을 부여하는 직무와 맞서는 사람이다. 노아는 표면적으로는 순결한 사람들과 동물들을 구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지상의 모든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어야 한다. 당신이 그 위치에 있다면 어떤 사람이 되었을 것인지에 대해 여러 가지로 묻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골자는 가족드라마다. 어떤 특정한 임무에 오직 한 마음으로 집념하는 누군가가 초래하는 문제에 관한 영화라고 하겠다.  

*각본이 원전과 얼마나 다른가를 파악하려고 구약성경을 읽었는가.
- 영화에 대한 비판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성경의 본의를 모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노아가 술에 취한 것을 가지고 비판하는데 노아는 인류 사상 처음으로 포도주를 만든 사람이 아닌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영화에 나오는 거인들을 보고 비난했지만 그것은 성경에 있는 사실이다. 민수기에 ‘우리가 정탐한 땅은 그 거주민을 삼키는 땅이요 거기서 본 모든 백성은 신장이 장대한 자들이며’라는 구절이 있다. 노아에 대한 성경구절을 읽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었는데 노아가 모든 종교의 경전에 나온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에 따라 나는 노아의 얘기를 인간과 인간이 공유하는 경험의 바탕에서 이해하게 됐다. 그러니까 노아를 어떤 거창한 은유적 인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개인으로서 표현할 수가 있어 쉬웠다. 그리고 홍수라는 신화도 모든 주요 문명과 역대의 모든 사람들이 경험한 것으로 지리학적으로도 얘기할 수가 있다. 이번에 우리가 어떤 종교를 믿건 간에 노아는 모든 종교의 연결고리 구실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당신이 감독으로 데뷔하는 ‘워터 디바이너’(The Water Diviner)는 언제 완성되는가.
- 터키에서 막 촬영을 끝냈다. 편집은 다음 영화 촬영지인 피츠버그에서 할 예정인데 앞으로 한 5주가 걸릴 것 같다. 그것이 끝나면 호주에 가서 나의 디렉터스 컷판을 제출할 것이다. 그래서 난 지금 모스크바와 로마와 리우 등 세계를 돌면서 ‘노아’ 홍보하느라 내 영화 마치느라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내가 나오는 다음 영화는 이탈리아 감독 가브리엘레 무치노가 연출하는데 각본을 읽고 너무나 아름답고 감정적이어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당신은 노아가 방주를 지었듯이 무얼 짓는 것을 좋아하는가.
- 그렇다. 호주의 내 농장에서 사람들을 위해 곱게 장식된 지팡이를 만들어주는데 그럴 땐 선을 하는 기분이다. 그리고 농장의 나무와 짐승들을 돌보는 것은 무언가를 짓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당신이 신이라면 이 세상을 보다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일을 하겠는가.
- 우선 당신과 얘기를 나누겠다. 그러나 난 신의 경지에까지 오를 수는 없어 당신의 물음에 대해 할 말이 없다.

*연기자와 두 아이(10세와 7세난 두 아들이 있다)의 아버지로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며 사는가.
-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요즘에는 스카이프도 있고 전화에 페이스 타임도 있어 아이들과 얘기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얼굴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너무 바빠서 그것이 계획대로 안 된다. 원래는 영화와 영화 사이에 상당한 공간을 두었는데 이 직업이란 모든 것이 항상 변하기 때문에 그것이 뜻대로 안 된다. 아이들이 일어날 때 그들과 얼굴을 보면서 전화로 대화를 하는 것이 나의 하루를 움직이게 만드는 주요 촉진제이다. 내 뜻대로라면  아이들이 지금 나와 함께 있겠지만 난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생활환경을 마련해 주고 싶다. 그들이 같은 장소에 살고 한 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들과 사귄다는 것이 비행기를 자주 갈아타고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가 떨어져 산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이다. 나는 항상 시드니나 호주에서만 일을 할 수는 없다. 난 지난 25년간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 늘 돌아다녀야 했다. 이 직업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일이 있는 곳으로 간다는 것이다.     

*예언자로서의 신성한 인물인 노아의 역을 위해 어떻게 준비했는가.
- 나는 노아를 수퍼맨으로 안 보고 하나의 개인으로 보려고 신경을 썼다. 그의 과거와 은유 같은 것들을 모두 거두어내고 노아를 상응하는 부담을 짊어지게 하는 엄청난 임무를 맡은 사람으로서의 인간 여정을 그리려고 했다. 그는 자기 임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저지른 결과도 생각해야 했다. 방주에 오르지 못한 사람들과 그에 따른 죄의식을 생각해야 했다. 나는 이런 생각으로 노아를 해석했지만 노아의 얘기를 종교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뜻에 거슬리고자 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노아의 얘기는 꼭 얘기돼야 할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강렬한 경험이 될 것이다. 그들은 이 영화를 보고 매우 중요한 것들에 대해 토의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에서 결코 나쁜 점은 볼 수 없고 대신 긍정적인 면만 보게 된다. 영적인 것과 인간의 지구에 대한 관리 그리고 우리와 동물과의 관계에 대해 토론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얼음 속에서 70년만에 깨어난 `전사' 


캡튼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왼쪽)와 윈터 소울저(세바스티안 스탠). 

마블만화의 주인공으로 미국의 수퍼히로 중 하나인 캡틴 아메리카를 주인공으로 만든 2011년 작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의 속편으로 전편보다 얘기나 스펙태클 그리고 액션과 인물들의 성격 개발 등이 한층 진보한 흥미진진한 영화다.  
냉전시대의 분위기를 풍기는 영화의 내용은 요즘 시의에도 맞는 요소를 지녔는데 가급적 컴퓨터 특수효과를 지양하고 옛날 영화들처럼 실제 액션을 구사해 더 재미있다. 액션과 서스펜스와 다소 복잡한 얘기 그리고 다양한 인물들의 묘사가 고루 조화를 이루면서 강약과 완급의 보조를 잘 이루고 있다.
특히 영화에서 볼만한 인물은 거대한 군수업체의 최고급 간부로 나오는 로버트 레드포드. 뜻밖에도 진보파인 그가 매파로 나와 차갑고 단단한 연기를 하는데 레드포드가 조연으로 나온 것도 이색적이다.
전편에서 얼음 속에서 동면상태에 들어간 미 육군장교 스티브 로저스 즉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가 그로부터 70년만에 워싱턴 D.C.에서 깨어난다. 아날로그 시대의 그가 디지털 시대의 문화에 얼떨떨해 하면서 적응하려는 에피소드가 우습다. 
처음에 캡틴 아메리카가 쏜살같이 달리는 조깅을 하면서 역시 조깅을 하는 전직 육군 특공대 출신의 샘 윌슨(앤소니 맥키)과 안면을 트는데 거대한 두 날개를 몸에 달고 하늘을 나는 샘(일명 팰콘)은 이로 인해 캡틴 아메리카와 동지가 돼 후에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지닌 윈터 솔저와의 대결에 동참한다.
캡틴 아메리카가 궁극적으로 대결하게 되는 적은 거대한 군수산업체 쉴드(SHIELD)의 고급간부 알렉잰더 피어스(레드포드). SHIELD는 공중에 무한정 떠 있으면서 막강한 파괴력으로 목표물들을 제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과 공적인 자료를 토대로 잠재적인 적을 구별해 낼 수까지 있는 무인정찰 공격기인 ‘헬리캐리어’를 3개 제조해 실용할 채비를 마쳤다. 그런데 알렉잰더는 유엔의 안보리 같은 세계 안보위의 리더이기도 하다. 
알렉잰더의 이같은 계획에 대해 ‘헬리캐리어’의 기능과 임무에 의문을 표하면서 아직은 이르다고 반대하는 사람이 알렉잰더의 옛 친구이자 SHIELD의 감독인 닉 휴리(새뮤얼 L. 잭슨). 이로 인해 힘으로 적을 박살내겠다는 알렉잰더와 신중론자인 닉 간에 갈등이 생기고 결국 둘은 적이 되고 만다.
이 둘을 대리해 직접 치고 박으면서 육박전을 벌이는 사람이 닉의 지시를 받는 캡틴 아메리카와 알렉잰더의 졸개인 금속제 왼팔을 가진 기공할 파괴력을 지닌 윈터 솔저(세바스티안 스탠). 그런데 둘은 과거의 절친한 전우. 둘이 지상과 공중에서 싸우느라 난리법석이 일어나는데 팰콘 외에 캡틴 아메리카를 돕는 또 다른 동지가 전직 KGB 출신의 늘씬한 나타샤 로마노프/블랙 위도(스칼렛 조핸슨이 얼굴이 퉁퉁 부어 보기가 안 좋다).
운행 중인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격투를 비롯해 굉장히 속도가 빠르고 박력 있는 액션신이 많은데 에반스가 캡틴 아메리카 역을 손에 꼭 맞는 장갑을 낀 듯이 완벽하게 해낸다. 빅 히트와 함께 제3편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앤소니와 조 루소 형제 감독. 
PG-13. Disney.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알랭 르네



영화가 단순한 오락적 차원을 넘어 선험적이요 지적으로 도전적인 예술 매체임을 작품에서 추구해온 프랑스의 명장 알랭 르네(사진)가 3월1일 파리에서 91세로 사망했다. 그가 숨지자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국가의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하나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70년에 가까운 영화인으로서의 생애를 통해 공상과학영화, 기록영화, 코미디, 기족드라마, 뮤지컬 및 도저히 장르를 구분하기가 힘든 독특한 영화 등 다양한 부류의 영화를 만들었던 르네는 죽기 직전까지 병상에서도 다음 영화의 편집 초안을 구상 중이었다고 한다.
뉴웨이브의 대표적 인물로 모더니스트였던 르네의 많은 영화들은 너무 지적이요 초현실적인 데다가 실험적이어서 대중적이진 못했지만 영화를 통해 무언가 새로운 것을 터득코자 하는 사람들에겐 선지자 같은 감독이었다. 그의 영화는 수수께끼를 푸는 지적 재미마저 있다.
르네도 이 점을 잘 안다는 듯이 생전 한 인터뷰에서 “나는 보지는 않았지만 수백만명이 본 ‘조스’와 같은 영화에 물론 관심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집에서 TV 보기를 원치 않는 극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영화를 만든다”고 말했다.
우아한 트래킹 샷과 생략적인 편집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왕래가 잦은 르네의 큰 주제는 인간은 기억이라는 불치병에 시달리는 환자들이라는 것이었다. 그의 초기 작품들로 르네하면 대뜸 이 두 영화가 떠오르게 되는 ‘히로시마 내 사랑’(Hiroshima Mon Amourㆍ1959)과 ‘작년 마리앙바드에서’(Last Year at Marienbadㆍ1961)는 모두 기억에 관한 것들이다.
르네의 첫 극영화인 ‘히로시마 내 사랑’은 일본인 건축가와 프랑스인 여배우(에마뉘엘 리바)의 핵의 피폭지인 히로시마에서의 짧은 만남을 통해 사랑의 망각성과 기억의 아픔을 이 도시의 고통과 핵 투하 불과 14년 만에 서서히 잊혀져가는 기억의 상실과 접목시킨 러브스토리이자 반전영화다.
이름도 없는 국적이 서로 다른 두 남녀의 대사와 포옹과 클로스업 되는 두 얼굴을 통해 사랑과 죽음, 기억과 망각 그리고 전쟁과 평화에 대한 명상이 거의 초현실적 분위기에서 서술되는데 프랑스의 여류 소설가 마게리트 뒤라스가 쓴 각본이 육감적이요 상징적인 시와도 같다. 리바(87)는 지난해에 ‘아무르’로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었다.
이 영화도 그 진의를 깊이 깨달으려면 여러 번 봐야 되겠지만 ‘작년 마리앙바드에서’는 완전히 비논리적이요 시공을 초월한 사랑과 기억의 영화여서 마치 정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것 같은 작품이다.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고등학생 때(그 때 마음과 두뇌가 당한 혼란이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로 그 때부터 지금까지 여러 번 봤지만 매번 어려운 수학문제 풀듯이 끙끙 앓는다..
처음 공포영화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오르간 음악과 함께 카메라가 화려하게 장식된 바로크풍의 호텔 내부의 천장과 복도와 계단을 트래킹 샷으로 천천히 포착한다. 이어 ‘히로시마 내 사랑’에서 처럼 이름도 없는 남자의 “다시 한 번 나는 걷는다”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영화는 남자의 반복되는 과거 회상과 그가 만났다고 주장하는 역시 이름 없는 여인(델핀 세릭)의 이에 대한 부인이 계속되면서 장소를 바꿔가며 과거와 현재가 분주히 교차된다. 그런데 과연 둘은 남자의 말대로 작년에 마리앙바드에서 만났을까.
영화가 논리와 질서정연한 서술방식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상상의 미로를 헤매고 다녀 오죽하면 당대 굴지의 비평가였던 뉴요커의 폴린 케이엘이 “목표 없는 대재난”이라고 혹평을 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뉴욕타임스는 “1960년대 가장 신비한 영화 중 하나”라고 칭찬했고 재클린 케네디는 백악관에서 이 영화를 관람했다. 멋 부린 의문부호와도 같은 영화로 지식인들의 컬트영화라고 하겠는데 ‘히로시마 내 사랑’과 닮은 데가 있다
르네의 또 다른 유명한 영화가 30분짜리 기록영화 ‘밤과 안개’(Night and Fogㆍ1955)다.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찍은 영화로 홀로코스트에 관한 가장 감동적인 시적 수필이라고 불린다.
큰 키에 멋쟁이 신사로 수줍음이 많았던 르네는 몸이 약해 어릴 때 집에서 교육을 받았는데 아들이 영화에 사로잡힌 것을 안 부모가 8mm 카메라를 사 준 것이 그가 영화인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생애 프랑스의 오스카상인 세자르 상을 두 번 탔고 칸영화제서 생애업적상을 받았는데 자기 영화에 부인이자 배우인 사빈 아제마(1998년 결혼)와 함께 베테런 배우인 앙드레 뒤솔리에 등 단골배우들을 자주 기용했다. 르네의 첫 부인은 작가이자 프랑스 문화상을 지낸 앙드레 말로의 딸인 플로랑스였으나 이혼했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