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8년 12월 24일 월요일

메리 파핀스 돌아오다(Mary Poppins Returns)


마법의 보모이자 가정부인 메리 파핀스는 궁지에 빠진 뱅스 가족을 돕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다.

환상의 마법세계로… 춤과 노래 흥겨운 뮤지컬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노래와 춤이 끊임없이 나오는데 모든 것이 지나쳐 보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온 가족이 보고 즐길 만은 하지만 과함이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뮤지컬이다.
1964년에 디즈니가 만든 줄리 앤드루스와 딕 밴 다이크가 나온 ‘메리 파핀스’의 속편인데 소란을 떨지 않고 다정하고 아름답고 포근하고 또 인간미가 넘치는 전편에 비하면 속편은 전편을 능가해야 되겠다는 식으로 과한 무리수를 썼다. 겉은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한데 내용은 부실한 마법이 결핍된 마법영화다. 
또 하나 결점은 뮤지컬로 노래가 많이 나오는데도 어느 것 하나 전편의 ‘침 침 치리’처럼 듣자마자 따라 부를 수 있게 친근감이 가는 것이 없다는 점. 속편에 나오는 노래 중 그런대로 가장 나은 것은 영화 처음에 굴뚝 청소부 버트(린-마누엘 미란다)가 부르는 ‘언더니스 더 러블리 런던 스카이.’ 
이 영화는 제76회 골든 글로브 작품(코미디/뮤지컬), 남녀 주연 및 음악 등에서 수상 후보에  올랐지만 막상 그 많은 노래 중 단 한곡도 수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20세기 초 런던. 전편에서 어린 아이로 나온 마이클 뱅스(벤 위셔가 어색하다)는 이제 삼남매를 둔 아버지로 아이들과 함께 사망한 아내를 그리워한다. 마이클의 착한 여동생 제인(에밀리 모티머)이 오빠 가까이 살면서 아이들을 돌본다. 그런데 마이클이 집을 산 대부금을 3개월 치나 못 내 집이 은행에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이 때 하늘에서 메리 파핀스(에밀리 블런트)가 우산을 펴들고 내려와 마이클의 아이들의 보모 노릇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파핀스는 아이들에게 온갖 마법의 신통력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을 환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와 함께 굴뚝 청소부 버트도 마이클의 아이들의 친구가 되는데 버트는 제인을 좋아한다.  
영화에서 오지그릇에 그려진 그림들 속으로 아이들이 들어가 환상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노래와 춤이 있는 장면은 너무 길고 요란해 머리가 다 어지러울 정도다. 만화와 라이브 액션을 혼성한 이 장면은 보는 사람에게 마법의 경이를 보여 준다기보다 소음과 함께 무질서를 보는 것 같다.
블런트가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열심히 연기를 하지만 깨끗하고 순수하면서도 활력이 넘치던 줄리 앤드루스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메릴 스트립과 앤젤라 랜스베리가 캐미오로 나와 저마다 한 곡조씩 뽑는 것도 공연한 짓. 그러나 전편의 굴뚝 청소부 버트로 나온 밴 다이크가 영화 끝에 호호백발의 할아버지로 불쑥 나와 잠깐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은 즐겁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할러데이 시즌에 맞는 영화이긴 하다. 롭 마샬 감독. PG 등급. Disney.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콜드 워(Cold War)


빅토르와 줄라(오른쪽)는 만남과 이별을 계속하면서 맺을 수도 끊을 수도 없는 사랑을 이어간다.

독재체제를 넘은 정열적이고 가슴 아픈 사랑… 흑백필름에 담은 영상미 돋보여


제목은 차갑지만 내용은 두 남녀의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불타는 뜨거운 정열에 관한 것이다. 아름답고 가슴 아픈 사랑에 관한 것으로 개인의 관계를 파괴하는 독재국가의 횡포를 고발하고도 있다. 폴란드의 파벨 파블리콥스키 감독(‘이다’)의 흑백영화로 감독의 부모 이야기다. 
전후 공산치하의 폴란드와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넘나들며 이어졌다 끊어졌다 하는 개성과 생각이 서로 다른 두 남녀 음악인의 필연적이면서 한편으로는 맺을 수 없는 사랑의 얘기다. 1949년부터 1964년까지 변화하는 정치적 분위기 안에서 이 두 사람이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는 모습을 뜨겁고도 비극적으로 그렸다. 둘이 다 음악인어서 포크송과 재즈와 클래시컬 뮤직이 많이 나온다.
서방세계의 물을 먹은 세련된 지휘자이자 음악학자인 빅토르(토마스 코트)는 폴란드의 시골을 돌면서 민요를 수집하다가 춤과 노래를 하는 합창단을 조직하기로 하고 가수들을 오디션 한다. 오디션에 참가한 여자가 직선적이요 정열적인 줄라(요안나 쿨릭). 줄라는 오디션에서 선발되면서 곧이어 빅토르의 애인이 돼 둘은 격렬한 사랑에 빠진다.
합창단이 동독의 초청을 받으면서 빅토르는 줄라와 함께 서방세계로의 망명을 기도하나 줄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둘은 헤어지게 된다. 이어 둘은 만남과 헤어짐을 계속하면서 삶이 둘을 안내하는 대로 생존과 사랑을 이어간다. 둘은 서로 약속하고 이를 깨고 또 서로를 후원하고 배신하면서 사랑의 험로를 줄기차게 밟는다.   
빅토르는 혼자 파리로 망명하는데 그를 그리워하는 줄라는 출국 비자를 얻기 위해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한다. 이어 둘은 파리에서 재회하고 줄라는 재즈바에서 가수로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개성이 강하고 애국적인 줄라는 서방세계의 무력한 남자가 되다시피 한 빅토르와 갈등을 빚으면서 둘은 다시 헤어진다. 그리고 둘은 영원히 맺어지기도 힘들고 또 끊을 수도 없는 사랑을 간직하기 위해 최후의 결단을 내린다.
에피소드 식의 내용으로 감독의 매우 경제적인 연출이 훌륭한데 특히 아름다운 것은 흑백 촬영이다. 이와 함께 장르가 서로 다른 사운드 트랙도 들을 만하다. 무엇보다 아름답고 뛰어난 것은 코트와 쿨릭의 연기로 감각적이요 정열적인 쿨릭과 이에 반해 차분하고 내적인 코트의 연기가 아주 보기 좋은 조화를 이룬다.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노새(The Mule)


얼이 마약 운반 후 사례금을 세어보고 있다.

90세 옹고집 노인, 얼떨결에 마약운반책이 되는데…


88세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하고 주연도 한 범죄드라마로 할아버지 이스트우드가 심심파적으로 만든 것처럼 여유 있고 느린 걸음처럼 천천히 간다. 이스트우드가 역시 연출하고 주연도 한 ‘그랜 토리노’(2008)의 분위기를 지녔는데 이스트우드가 까다롭고 고집불통인 노인 역을 우스운 농담을 뱉어내면서 아주 잘 한다.
재미는 있지만 문제는 이스트우드가 별 악의 없이 말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니그로”라는 인종차별적인 말을 하는데다가 멕시칸들은 몽땅 마약범죄자들처럼 묘사해 멕시칸들이 보면 기분이 안 좋을 것이다. 멕시코의 막강한 마약 카르텔인 시나로아 카르텔을 위해 코케인을 십여 차례 픽업트럭으로 운반하고 거액의 사례비를 받은 90세난 노인의 실화로 제목은 마약 운반자를 칭하는 속어다.
아내 메리(다이앤 위스트)와 이혼하고 혼자 일리노이 주 페오리아에서 원예업을 하는 얼 스톤(이스트우드)은 가족보다 자기가 재배한 꽃을 더 사랑하다시피 하는 사람. 그는 손녀 지니(타이사 화미가)의 결혼식도 잊어버리고 자기 기분을 내는 사람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꽃들을 매매하는 바람에 얼의 꽃장사가 안 돼 그의 꽃밭과 집이 차압된다. 아메리칸 드림의 몰락으로 얼은 인터넷을 증오하는 시대에 한참 뒤진 사람임은 물론이다 .     
파티가 열린 지니의 집을 찾았다가 문전 박대를 당한 얼이 그 자리에서 자기는 평생 교통위반 딱지를 한 번도 인받았다고 자랑하는 말을 들은 멕시칸이 얼에게 다가와 쉽게 돈을 벌수 있는 일이 있으니 하겠느냐고 제의한다. 얼의 구닥다리 포드 픽업으로 멕시코로부터 마약을 싣고 미국으로 운반하는 일.
돈에 궁색한 얼은 이를 수락하는데 처음에는 자기가 운반하는 물건이 마약인지를 모른다. 그러나 이런 플롯은 씨도 먹히지 않는 소리다. 첫 운반이 성공하면서 얼은 거액의 사례비를 받는데 돈 맛을 안 얼은 마약 운반을 계속한다. 누가 90이 다 되가는 노인이 트럭으로 마약을 운반한다고 생각 하겠는가. 얼이 마약 운반으로 돈을 벌기로 한 것은 돈이 필요한 가족과의 화해를 위한 한 수단이기도 하다.
얼은 카르텔의 최우수 마약 운반책이 돼 멕시코의 카르텔 두목(앤디 가르시아)의 초청까지 받고 팔등신 미녀의 섹스서비스 등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얼은 마약 운반을 중단하려고 해도 이미 카르텔의 범행에 너무 깊숙이 개입된 상태다. 이와 함께 얼이 운반하는 마약의 양이 갈수록 늘면서 얼은 연방 마약 단속 수사관들(브래들리 쿠퍼와 마이클 페냐)의 집요한 추적을 받는다. 얼은 수사관들과 카르텔의 킬러들의 감시를 받으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된다.
범죄영화인데다가 이스트우드가 나와 마지막에 액션을 기대하게 되나 이스트우드는 액션을 자제하고 온화할 정도로 부드럽게 연출했다. 각본이 다소 엉성하고 진행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즐길만한 영화로 특히 이스트우드의 연기가 볼만하다. R 등급. WB.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카퍼나엄(Capernaum)


자인(오른쪽)은 본의 아니게 어린 요나스를 돌보게 된다.

“이럴 거면 왜 날 낳았나요?”… 부모의 양육부실을 고소한 12소년의 생존투쟁


가난과 힘든 삶에 견디다 못해 부모를 상대로 자기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것과 함께 양육 부실을 고소한 베이루트의 빈민가에 사는 12세난 소년 자인의 감동적요 충격적인 드라마로 레바논의 여류 네이딘 라바키의 작품이다. 자인의 고난과 생존 투쟁을 보면서 눈물과 웃음이 뒤범벅이 되는데 보고나서 가슴에 시퍼런 멍이 드는 느낌이 온다. 제76회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부문 후보작.  
베이루트의 빈민가와 거기에서 하루살이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기록영화처럼 보여주는데 인정사정 없고 가혹할 정도다. 감독의 확고부동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로 특히 자인역의 자인 알 라페아의 연기가 신동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경탄스럽다. 
사람을 칼로 찌른 혐의로 옥에 갇힌 자인이 부모를 상대로 고소한 원고로 법정에 출두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의 과거가 플래시백으로 서술된다. 자인의 부모는 동네 교도소에 약물을 반입시켜 먹고사는데 자인이 사랑하는 11세난 여동생 사하르(세드라 이잠)를 닭 몇 마리에 나이 먹은 사람의 신부로 판다. 이에 분노와 슬픔에 젖은 자인은 지옥 같은 집을 탈출해 빈민가에서 뜨내기 삶을 산다. 
생존력의 화신이요 생존 기술이 뛰어난 자인의 빈민가에서의 삶이 참혹하지만 흥미 있게 묘사된다. 빈민가에서 자인을 따뜻이 받아들이는 사람이 이디오피아에서 이제 막 걷기를 시작한 어린 아들 요나스(트레저 방코레가 어찌나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는지 감탄스럽다)와 함께 밀입국한 라힐(요르다노스 쉬페라의 연기가 좋다). 자인은 여기서 자기 집에서 경험하지 못한 라힐의 인자함과 따스한 가슴에 아픈 상처를 달랜다.
라힐은 자인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요나스를 카트에 숨겨 일하러 나갔으나 이젠 자인이 요나스를 친 형처럼 돌본다. 그런데 어느 날 라힐이 가짜 신분증을 살 돈을 마련하러 나간 뒤 돌아오지 않으면서 자인은 요나스를 혼자 돌보게 된다. 라인은 억지춘향 격으로 요나스의 보모 노릇을 하게 되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서 길에 나가 요나스를 내버리고 달아나지만 결국 다시 돌아온다.
감독이 너무나 빈민가와 나오는 주요 인물들의 참담한 모습에 무게를 주어 때로 중압감을 느끼게 되지만 그들에게 연민의 정을 보이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끝이 다소 지나치게 교훈적이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난데 특히 시종일관 웃지 않는 표정을 지닌 알 라페아의 성숙하면서도 순진한 연기가 볼만하다. 제목은 원래 이스라엘 갈릴리 북쪽 해변의 어촌 이름. 이 것이 쌓인 쓰레기 잡동사니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R 등급.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2018년 베스트 텐


매일 한편의 영화를 보다시피 한 내가 올해 가장 감동한 영화는 소품 ‘라이더’(The Rider^사진)다. 4월에 개봉됐는데 본 사람 별로 없이 지나갔다. 사우스 다코다주 파인 리지 인디언 거주지에 사는 젊은 로데오선수 브레이디 블랙번(브레이디 잰드로)이 주인공인 현대판 웨스턴이다.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사실적인 미 카우보이와 서부에 관한 아메리칸 목가이자 만가다.   꾸밈이 없는 엄격한 작품으로 말을 타다 머리에 부상을 입어 더 이상 로데오에 참가할 수 없는 브레이디의 내적 고뇌와 갈등을 천착한 성격탐구 영화이기도 하다.
작중 주요 인물들은 실제 로데오 선수인 잰드로를 비롯해 비 배우들로 잰드로의 실제 가족이 나오고 내용도 이들의 실제 경험과 삶을 다뤘다. 영화의 각본을 쓰고 감독한 사람은 중국계 여류 클리오 자오로 작중 인물들에 깊은 연민의 정을 보이고 있다.
‘라이더’에 이어 나의 베스트 텐을 알파벳순으로 적는다.

‘블랙클랜즈맨’(BlacKkKlansman)-1970년대 중반 백인 동료경찰(애담 드라이버)과 함께 백인우월주의자 단체인 KKK의 내막을 파헤친 흑인 경찰 론 스탈워드(존 데이빗 워싱턴-덴젤 워싱턴의 아들)의 실화. 스파이크 리 감독. 올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블라인드스파팅’(Blindspoting)-북가주 오클랜드에 사는 흑백 두 친구의 관계를 통해 인종문제와 계급차이 및 문화적 정체성을 다룬 솔직하고 대담하며 사실적인 소품 드라마. 예측불허하고 파격적이며 유머와 황당무계 그리고 긴장감이 가득한 영화다.
‘보헤미안 라프소디’(Bohemian Rhapsody)-영국의 록그룹 퀸의 리드 싱어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의 삶을 다룬 전기영화. 정열적이요 에너지가 충만한 작품으로 말렉의 연기가 불타듯 뜨겁다. 빅히트한 ‘보헤미안 라프소디’ ‘위 윌 록 유’ ‘위 아 더 챔피언즈’ 등 퀸의 히트곡들이 나온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 이 영화는 한국에서 지금까지 총 800만명 이상이 관람하면서 아직도 빅히트 중이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즈’(Crazy Rich Asians)-싱가포르작가 케빈 콴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으로 감독 존 추와  배우들이 다 아시안들인 미 메이저영화. 재벌가 아들(헨리 골딩)과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성공한 중국계 여교수(콘스탄스 우)의 편견과 난관을 극복한 사랑의 승리를 그린 화사한 코미디 드라마. 미셸 여 공연.   
‘페이보릿’(The Favorite)-18세기 영국여왕 앤(올리비아 콜만)을 모시는 두 여인 레이디 사라(레이철 바이스)와 애비게일(엠마 스톤)이 서로 여왕의 총애를 받으려고 암투를 벌이는 코믹한 드라마. 여왕은 나름대로 두 여인의 라이벌 의식을 즐기면서 자기 속을 차린다. 세 배우의연기가 뛰어나다. 그리스 감독 요고스 란티모스.
‘퍼스트 맨’(The First Man)-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라이언 가슬링)의 실화. 암스트롱의 아내(클레어 포이)와의 관계와 시험비행사로서의 활약과 달 착륙을 위한 준비과정   그리고 달 착륙을 지적이요 차분하게 다뤘다. ‘라 라 랜드’의 데미언 차젤이  감독했는데 영화에서 달에 성조기를 꽂는 장면을 쓰지 않아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린 북’(Green Book)-1962년. 오만하고 도도한 흑인 재즈 피아니스트 단 셜리(마허샬라 알리)와 그의 8주간 미 남부 순회공연에 고용된 일자무식의 인종차별주의자인 백인 운전사 토니(비고 모텐슨)와의 관계를 그린 코믹한 드라마로 실화다. 닮은 데라곤 없는 둘이 동행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우정으로 맺어지는 얘기가 훈훈하다. 모텐슨과 알리의 연기와 콤비가 일품. 피터 파렐리 감독.
‘니코’(Nico)-미 록그룹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리드 싱어로 독일 태생의 가수이자 모델이며 배우였던 니코(본명 크리스타 페프겐)의 삶의 마지막 3년을 강렬하고 사실적으로 그린 드라마. 니코 역의 덴마크 배우요 가수인 트린 디르홀름의 연기가 압도적이다. 영국과 이탈리아 합작.
‘바이스’(Vice)-역대 미 부통령 중 가장 막강한 세력을 지녔던 딕 체이니(크리스천 베일)의 삶을 우습고도 진지하며 현실감 있게 다룬 드라마로 베일의 연기가 뛰어나다. 체이니의 대통령인 아들 부시로 샘 록웰이 나와 호연 한다.
외국어영화로는 ‘가디언즈’(The Guardians-프랑스) ‘네버 룩 어웨이’(Never Look Away-독일) ‘로마’(Roma-멕시코) ‘카퍼나엄’(Capernaum-레바논) ‘콜드 워’(Cold War-폴랜드) ‘육과 영’(On Body and Soul-헝가리) ‘걸’(Girl-벨기에) ‘어느 가족’(Shoplifters-일본) ‘버즈 오브 패시지’(Birds of Passage-콜럼비아) ‘야생 배나무’(The Wild Pear Tree-터키) 등이 좋았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Burning)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예비후보 9편에 올랐다. 한국영화가 예비후보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1월 22일 5편의 최종 후보가 발표되는데 ‘버닝’은 평이 좋아 기대해 봄직하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