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특공대원들은 7,000년 묵은 마녀와 싸운다. |
흉악범들로 조직된 특공대의 활약을 그린 액션
필자가 보기엔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소음과 파괴와 혼란의 난장판인데 이런 만화 같은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이 극장을 찾아 떼로 몰려들어 엄청나게 돈을 벌 것이다. DC 코믹스의 만화를 워너 브라더스가 떼돈을 들여 만든 올스타 캐스트의 환상이나 다름 없는 액션영화로 너무 나오는 인물들이 많아 머리가 다 어지럽다.
철저한 혼돈과 무질서의 영화로 때론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얘기가 빈약하고 방향감각을 잃고 갈팡질팡하고 횡설수설하는 바람에 다중 충돌사고를 일으킨 교차로에 서있는 느낌이다. 주인공들을 소개하는 다소 긴 서막 부분은 그런대로 재치 있고 앞으로의 얘기를 기대하게 만들었으나 곧 이어 얘기가 참신성을 잃고 진부한 만화 액션영화로 전락한다. 독창성 대신 얄팍한 재주와 우스갯소리 그리고 막무가내식의 액션에 의존한 영화로 보고 있자니 사람 피곤해진다. 많은 액션이 밤에 일어나는데 영화가 전반적으로 매우 어둡다.
미국 정부의 고지식한 고위관리 애만다 월러(바이올라 데이비스)는 살상과 파괴를 자행하는 정체불명의 막강한 힘을 지닌 적을 타도하기 위해 독방에 수감된 흉악범들을 규합해 특공대를 조직한다. 이들은 백발백중의 저격수 데드샷(윌 스미스)와 야구방망이로 사람 잡는 짙은 화장을 한 심리학자 출신의 할리 퀸(마고 로비) 그리고 손에서 불길이 치솟는 디아블로(제이 허난데즈). 이들 외에 부머랭을 무기로 쓰는 부머랭(제이 코트니)과 아무데나 기어오르는 슬립낫(애담 비치)과 사무라이 칼을 휘두르는 눈가리개를 한 여자 닌자 카타나(카렌 후쿠하라) 및 악어얼굴을 한 돌연변이 킬러 크락 등 특공대는 총 9명. 전자 4명을 뺀 나머지는 장식용이다.
이들과 국가의 적이 싸우는 것이 내용인데 영화의 또 다른 결점은 이 적이라는 것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는 그저 막연히 사악한 존재라고만 설명이 돼 너무나 인간적인 자살 특공대와 균형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 사악한 적의 우두머리는 7,000년 묵은 마녀인데 혼이 현재의 과학자인 준 문(카라 델레비비뉴) 속에 들어가 준을 조종한다. 그런데 마녀의 심장은 애만다가 보유하고 있어 애만다는 준을 자기 마음대로 다룰 수가 있다. 이런 얘기를 이해할 수 있는가.
무슨 소리인지 또 왜 그런지는 알 바 없으나 준의 애인은 자살 특공대를 지휘하는 릭 플랙 대령(조엘 킨나맨). 여기다 한 수 더 뜬 재미있는 한 쌍은 할리와 그녀의 애인 조커(재레드 레이토). 할리는 조커를 치료하다가 그의 매력에 사로잡혀 애인이 됐다.
그나마 영화에서 보기 생기 있고 보고 즐길 만한 것은 금속이빨에 푸른 머리 그리고 빨간 립스틱을 칠한 조커와 거리의 여인 같은 조커의 애인 할리의 관계. 조커는 무미건조한 영화에 충격을 주기 위해 동원된 일종의 게스트 스타다. 어둡게 변칙적이요 파괴적이면서 아울러 유머를 겸한 멋지고 재미 있는 영화가 될 수 있는 소재를 조막손으로 다루다시피 해 타작에 그치고 말았다. 뱃맨(벤 애플렉)도 잠깐 나온다. 데이빗 에이어 감독. PG-13.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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