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나(제시카 채스테인)가 사자 새끼들을 아기 돌보듯 하고있다. |
나치로부터 유대인 탈출시킨 동물원 사육사 부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홀로코스트영화요 전쟁영화이자 동물영화이며 또 인간의 선과 영웅주의 및 용기를 그린 드라마로 극적이요 스릴과 서스펜스 그리고 액션마저 있는 내용을 너무 말끔하게 처리해 깊이나 충격 그리고 진정한 감정을 느낄 수가 없다.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사실 속에 담긴 다양한 얘기를 지극히 평범하고 진부하고 감상적으로 처리해 참담하고 대담하고 과감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마음이 움직이질 않는다. 뉴질랜드의 여류 감독 니키 카로(‘웨일 라이더’)는 복잡한 얘기를 너무 단순화 했고 또 윤택을 냈는데 마치 벅찬 과제를 받은 학생이 어쩔 줄을 몰라 대충 뭉뚱그려 내놓은 답안지 같다.
동물원의 많은 동물들과 주인공 역의 연기파 제시카 채스테인의 모습 그리고 프로덕션 디자인과 촬영 및 음악 등 여러 모로 중간 수준은 되나 기대에 못 미치는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타작이다.
나치의 폴랜드 바르샤바 점령 때 동물원을 지키면서 300명의 유대인들을 보호하고 탈출시켰던 동물원 사육사 부부 안토니나(채스테인)와 얀(요한 헬덴버그) 자빈스키의 실화로 안토니나의 일기를 바탕으로 다이앤 애커만이 쓴 베스트셀러가 원전이다.
나치가 폴랜드를 폭격하면서 어린 아들을 둔 얀과 안토니나가 돌보는 동물원이 쑥대밭이 된 채 동물들이 대량으로 죽고 호랑이와 낙타가 시내를 방황 한다(이 장면이 재미있다). 그리고 나치군인들은 우리 밖으로 나온 코끼리를 쏴 죽인다.
전쟁 전부터 얀과 안토니나를 알고 있던 나치의 권위 있는 동물학자 루츠 헥크(다니엘 브륄)는 자빈스키 부부에게 살아남은 동물들을 전쟁이 끝날 때까지 독일에서 보호하자며 이들을 이동시킨다. 그리고 동물원의 폐쇄를 꺼리는 자빈스키 부부는 루츠에게 동물원을 독일군들을 위한 식량 조달처인 돼지농장으로 운영하겠다고 부탁해 허락을 받는다.
돼지들의 먹이는 유대인들을 격리한 게토의 음식쓰레기. 얀은 아들과 함께 트럭을 몰고 게토로 가서 쓰레기를 옮기는데 이 때 쓰레기 속에 유대인들을 숨겨 나온다. 그리고 이들은 자빈스키 집의 지하실에 숨어 안토니나의 극진한 돌봄을 받는다. 이렇게 해서 이들의 집에 숨어든 뒤 바르샤바를 탈출한 유대인들은 무려 300여명.
그런데 필요 이상으로 게토의 참상을 자주 보여주는 영화에서 이런 참상이나 유대인 탈출과 지하실 피신 장면 등이 아무런 공포감이나 충격을 주지 못한다. 솜방망이 터치다. 영화에 약간의 액센트를 주는 것이 안토니나를 사랑하는 루츠의 모습. 안토니나가 자기 집을 찾은 루츠가 지하실에서 나오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려고 그의 귀를 막고 입을 맞추는 장면이 있는데 이 역시 서투르다. 이어 얀을 포함한 폴랜드 게릴라들과 독일군과의 시가전 장면이 나오나 마찬가지로 평범하기 짝이 없다.
연기를 잘 하는 채스테인이 겉으로는 연약하나 속은 대담무쌍한 여자의 모습을 잘 표현하나 폴랜드 액센트는 어색하다.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는 덤덤하다. 인간들보다는 컴퓨터 특수 이미지 효과를 거의 안 쓴 동물들의 생생한 모습이 무미건조한 영화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PG-13. Focus. 랜드마크(피코와 웨스트우드) 등 일부 지역.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