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자 없는 고양이가 이스탄불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
여유로운 이스탄불의 떠돌이 고양이들
여유롭고 즐겁고 우아하며 명상에 잠기게 만드는 이스탄불의 주인 없는 고양이들에 관한 기록영화다. 터키인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이다 토룬이 연출했는데 제목은 터키어로 고양이를 말한다.
이스탄불 도처에 사는 수천마리의 떠돌이 고양이들의 눈으로 본 이스탄불 찬미와도 같은 영화로 고양이와 도시와 도시 주민들에 관한 고찰이다. 마법적인 매력을 지닌 작품으로 인간이 고양이를 돌보고 그들과 사귀면서 얻고 깨닫는 삶의 예지를 보게 되는데 말하자면 고양이 철학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고양이를 키우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매우 좋아할 영화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큰 기쁨을 줄 것이다.
특히 보기 좋은 것은 촬영이다. 온갖 모양의 고양이 얼굴을 클로스업으로 보여주다가 카메라가 네발로 움직이는 이들을 따라가면서 물 흐르듯이 움직인다. 이와 함께 이스탄불이라는 아름다운 도시와 주민들의 일상을 다정하고 인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카페와 상점의 고양이들 그리고 골목과 지붕 위와 부두 방파제에 사는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면서 돌보는 사람들의 관계가 마치 인간 대 인간의 관계처럼 포착됐는데 사람들은 고양이들을 통해 사람으로부터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고양이들은 비록 사람들이 주는 음식에 의존하지만 매우 독립적이다. 언제든지 집에 들오고 싶으면 들어오고 또 나가고 싶으면 나간다. 그 모습이 도도하다.
어떤 사람은 “개는 사람을 신이라고 생각하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 고양이는 사람을 신의 뜻의 중개인으로 생각 한다”고 말한다. 또 어떤 사람은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고양이를 쓰다듬는 것은 기도용 염주를 만지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고양이와 대화는 마치 외계인과의 교류와도 같은 우리와 전연 다른 생명체와의 통화라고 말한다. 한 빵가게 주인은 고양이로 인해 자신의 삶이 풍부해졌다고 고양이 예찬론을 고백한다.
한 작은 배의 선주는 자기가 고양이로부터 입은 은혜를 갚기 위해 버려진 고양이 새끼들에게 정성껏 우유를 먹이고 또 어떤 사람은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이 고양이는 자기가 다른 고양이를 쓰다듬으면 질투를 낸다고 말한다.
고양이들이 분주하게 가게와 집을 들락날락하는 모습과 새끼들을 품고 보호하는 모습 또 거리를 배회하고 저희들끼리 다투는 모습을 카메라가 역동적으로 쫓아다니는데 사람들은 도시에 고층건물들이 늘어나면서 점점 고양이들이 살 수 있는 녹지대가 줄어들어 걱정이라고 말한다.
고양이들이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그들의 시각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따스하면서도 지적인 작품으로 풍성함과 희열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스탄불의 고양이들은 오토만 제국 때 이 도시가 무역의 중심지가 되어 전 세계로부터 온 상선들에 타고 있던 고양이들이 땅에 내려 정착하면서 늘어났고 아울러 하수구가 건설되고 쥐가 번성하자 집집마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고양이 천국이 되었다고 한다.
아크라이트(바인과 선셋) 로열(11523 산타모니카) 플레이하우스(패사디나) 유니버시티 타운센터(어바인).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