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대령(헬렌 미렌)이 드론기 공격에 대한 상부 지시를 촉구하고 있다. |
테러전쟁 피해자를 둘러싼 드론 부대의 딜레마
전쟁 액션 드라마이자 심리 스릴러의 스타일을 혼용한 이 영화는 현재 미국이 테러리스트들을 살해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드론기의 공격에 의해 살해될 수도 있는 부수 피해자를 둘러싼 도덕극이기도 하다. 매우 사실적이요 현실적이어서 극중의 인물들과 함께 초조하고 긴장된 심장으로 내용에 함몰케 된다.
엉뚱한 사람의 피해를 염려해 드론기의 공격을 미루는 조종사와 공격을 주장하는 지휘관 그리고 최종 결정권을 지닌 정부의 고위 관리들의 갈팡질팡하는 거의 코믹한 탁상토론이 3중으로 교직되면서 보는 사람을 안절부절 못하게 만든다.
영국의 각료 상황보고실에 모인 각 부처에서 참석한 고위관리들과 프랭크 벤슨 장군(알란 릭크만의 유작) 등이 보는 가운데 영상으로 영국이 잡으려고 혈안이 된 무슬림 극단주의 단체에 합류한 영국 여자 테러리스트의 나이로비 은둔처가 포착된다. 테러리스트 체포작전을 총괄하는 사람은 영국군 여자 대령 캐서린 파웰(헬렌 미렌).
은둔처에 대한 공격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미국에서 드론기를 원격 조종하는 공군 조종사 스티브 와츠(아론 폴-TV 시리즈 ‘브레이킹 배드’). 그가 화면으로 드론기를 몰아 테러리스트들의 은둔처를 조준하는 장면이 마치 비디오 게임을 보는 것 같다. 한편 캐서린은 은둔처 내부를 살피기 위해 현지의 협조자(바카드 압디)를 시켜 장난감 같은 소형 드론기를 띄워 집 밖과 안의 상황을 포착한다.
이 소형 드론기에 의해 각기 미국인과 영국인인 두명의 젊은 극단주의자들이 몸에 자살폭탄 조끼를 입는 것이 포착되면서 캐서린은 정부 관리들에게 은둔처에 대한 드론기 공격명령을 촉구한다. 문제는 은둔처 바로 밖에서 어린 소녀가 빵을 팔고 있는 것. 드론기가 공격을 하면 이 소녀가 부수적으로 살해될 것이 필연적이어서 관리들은 공격명령을 놓고 서로들 갑론을박하면서 자신들의 상관의 최종 결정과 함께 미 국무부의 의견을 묻는다.
자살폭탄 준비가 거의 끝나고 두 테러리스트들이 임무를 수행할 시간이 임박하자 캐서린은 소녀가 부수 피해자가 될 확률까지 속여가면서 정부의 결정을 다그친다. 여전히 결정을 못하고 서로 미루는 관리들. 이에 캐서린은 연합군인 스티브에게 은둔처를 폭격하라고 지시하나 스티브는 부수 피해자가 있을 경우 공격을 금한 군의 규칙을 내세우면서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인간 살상에 대한 양심과 책임감과 결과 그리고 이를 둘러싼 결정권 등을 심리적으로 무게 있고 심각하게 다룬 작품으로 연기들이 좋다. 미렌의 단단한 연기도 좋지만 특히 폴의 고뇌하는 양심의 갈등이 비쳐진 강렬한 눈동자 연기가 매우 훌륭하다. 아주 시의에 맞는 작품이다. 개빈 후드 감독. R. Bleecker Street.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470-0492).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