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6월 10일 화요일

우리가 최고야! (We Are the Best!)

음악 통해 우정 맺고 삶의 방향 찾는 10대들


13세 난 펑크밴드의 소녀 멤버들인 헤드빅(왼쪽부터)과 보보와 클라라.

비틀즈에 미친 두 10대 소녀의 향수감 가득한 덴마크 영화 ‘트위스트 앤 샤웃’을 연상시키는 스윗하고 따스한 스웨덴 영화로 영화 속의 로큰롤에 심취한 반항적인 세 10대 초반의 소녀들처럼 약간 과격하고 야단스러우면서도 앙증맞고 귀엽다. 따분한 일상과 가정환경에 신물이 난 소녀들이 서로 성격은 다르면서도 음악을 통해 우정을 맺고 즐거움과 삶의 방향을 찾는다는 10대용 영화이지만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즐겁고 경쾌하고 정신적으로도 고무적인 영화다.
펑크음악이 있는 소녀들의 성장기인 영화의 시간대와 장소는 1982년의 스톡홀름. 안경을 낀 13세난 중학생 보보(미라 바르카머)는 조숙하고 똑똑한 소녀로 일상적인 것에 반항하는 톰보이. 언뜻 보면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분간 못할 헤어스타일에 복장차림이다. 보보와 동갑인 친구 클라라(미라 그로쉰)도 역시 조숙한 반항아로 모호크 헤어스타일을 한 남녀동성체 같은 모습의 아이. 
오히려 홀 엄마를 돌봐야 하는 보보는 클라라보다 똑똑하긴 하나 말발 세긴 클라라에게 못 따라간다. 클라라는 자기가 주인 노릇 못하면 견디지를 못하는 소녀다. 이 둘의 잡다한 우정의 모습이 에피소드식으로 묘사된다. 영화 전체가 일관성 있는 얘기로 진행된다기보다 에피소드식이다.
보보와 클라라는 다 특별한 음악적 재능이 없는데도 그냥 속풀이 겸 화풀이의 수단으로 차고에서 2인조 밴드를 결성하고 클라라가 리드싱어 노릇을 자처한다. 둘은 아무래도 음악적 소질이 있는 동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클래시컬 기타에 재능이 있는 동갑내기로 하늘하늘한 헤드빅(리브 리모인)을 새 멤버로 초청한다. 헤드빅 역시 경직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부모 밑에서 자라 숨이 막힌다. 
셋이 펑크밴드를 구성하고 신나게 노래하고 연주를 하는데 그 중에서도 걸작은 ‘브레즈네프 앤 레이건 퍼크 오프!’라는 노래. 별 볼일 없던 밴드가 음악적으로 진보하면서 학교 음악선생님의 눈에 띄어 커뮤니티센터의 크리스마스 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셋은 청중들의 열화와도 같은 박수갈채를 받는다. 그런데 이 셋이 청년들로 구성된 펑크밴드 멤버들을 만나게 되면서 세 소녀 간의 감정적 성숙도의 틈새가 벌어진다.                       
세 소녀 역의 배우들의 연기가 기차게 좋고 성숙됐다. 셋의 콤비네이션도 100%다. 부모님들은 딸뿐만 아니라 아들도 함께 데리고 가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기를 적극 권한다.  이 영화는 감독 루카스 모디손의 아내 코코의 반자전적 그래픽 소설이 원작이다. 
LA 지역 일부극장. New York(안젤리카 필름센터, 엘리노 부닌 필름센터).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폴트 인 아우어 스타즈(The Fault in Our Stars)

암에 걸린 10대 남녀의 가슴아픈 사랑


헤이즐(셰일린 우들리·왼쪽)과 거스(앤셀 엘고트)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사랑에 취해 있다.

둘 다 암을 앓는 10대 남녀의 청순가련하고 순진한 첫 사랑을 곱게 그린 몹시 센티멘털한 멜로드라마로 가끔 다소 들쩍지근하긴 하지만 두 주인공과 작품의 모양과 심성이 아름다워 두 사람과 함께 가슴 깊이 앓이를 하게 된다. 약간 ‘러브스토리’ 분위기가 난다.  
존 그린의 영 어덜트를 위한 동명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으로 제목은 셰익스피어의 연극 ‘줄리어스 시저’에 나오는 대사. 의역을 하면 ‘우리의 운명은 우리 탓이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마음대로 다룰 수가 없다’는 뜻.
삶과 죽음이라는 대명제 하에 10대의 순진하고 가슴 떨리는 첫 사랑과 희열과 아픔과 슬픔  그리고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희망 및 궁극적인 운명의 수용을 주도면밀하고 차분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특히 이들 복잡다단한 감정의 내밀한 모습을 정성껏 꾸밈없이 표현한 두 주인공의 호흡이 참 잘 맞는다. 그야말로 찰떡궁합인데 헤이즐 역의 연기파 셰일린 우들리와 거스 역의 앤셀 엘고트는 ‘다이버전트’에서 오빠와 여동생으로 공연한 바 있다.           
울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는데도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최루영화로 클리넥스 작은 통 하나씩 들고 가 관람하기를 조언한다. 
생에 대해 정면 돌파형으로 운명을 받아들이는 헤이즐 그레이스 랭캐스터(우들리)는 암환자로 늘 산소통을 끌고 다닌다. 백만달러짜리 미소를 짓는 다소 독선적으로 자신만만한 어거스터스 워터스(엘고트)는 망각되기를 두려워하는 아이로 암으로 다리 하나를 잘라냈다.
둘은 암환자들의 모임에서 만나는데 서로 첫 눈에 반하지만 서서히 관계를 맺으면서 한참을 친구처럼 지낸다. 이들 외에 중요한 역을 하는 사람들이 헤이즐의 건강에 온 신경을 쓰는 어머니(로라 던)와 거스(어거스터스의 애칭)의 낙천적인 성격의 친구로 역시 암을 앓는 아이잭(냇 울프).
헤이즐과 거스는 서로의 꿈과 생각을 나누면서 친구로부터 연인 관계가 되는데 사랑의 기쁨에 희열하면서 웃다가도 시한부 삶이란 운명 앞에서 불안과 고뇌로 울고 아파한다. 그러나 둘은 결코 절망하지 않고 늘 ‘언제나’라는 말로 다시 마음을 곧추 세운다. 그것이 바로 사랑의 힘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헤이즐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소설의 작가 페터 밴 후텐(윌렘 다포)이 살고 있는 암스테르담에 거스와 어머니와 함께 방문하는 장면. 그림엽서처럼 아름다운 도시를 배경으로 헤이즐과 거스는 후텐을 방문하고 앤 프랭크가 숨어 지내던 다락방에 올라가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죽음의 촉수 앞에서도 결코 인간의 선을 포기하지 않았던 앤의 마음에 감동, 뜨거운 포옹을 나눈다. 헤이즐과 거스의 사랑은 무르익고 둘은 여기서 처음으로 서로의 몸을 나눈다. 그 정경이 아름답다.
우들리와 엘고트가 다 연기를 아주 잘 하는데 특히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은 우들리의 연기다. 무슨 역을 맡아도 잘 하는데 여기서도 다소 다 큰 소년 같은 엘고트에 비해 심지가 단단한 연기를 하면서 영화의 기둥 노릇을 한다. 대성할 배우다. 영화의 결점이라면 암과 죽음의 영화치곤 작품이 다소 온화한 동화적으로 처리된 것. 그러나 보면서 실컷 울게 되는 모든 청춘의 영화다. 조쉬 분 감독. 
PG-13. Fox. 일부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다른 여자' 캐메론 디애즈


“남자가 날 배신해도 난 보복할 배짱 없어”


현재 히트하며 상영 중인 뉴욕의 여변호사가 뒤늦게 자기 애인이 유부남인 것을 발견한 뒤 남자의 부인과 남자의 또 다른 젊은 애인과 함께 동지가 돼 남자에게 복수를 하는 여성용 코미디‘다른 여자’(The Other Woman)에서 여변호사로 나온 섹시 스타 캐메론 디애즈(41)와의 인터뷰가 4월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이국적 마스크(아버지가 쿠바계)의 늘씬한 금발미녀인 디애즈는 질문에 커다란 제스처와 함께 새빨간 루지를 칠한 입을 크게 벌리고 “흐 흐 흐 흐”하고 웃어대면서 유머와 위트를 섞어 거침없이 대답했다. 에너지 덩어리인 디애즈는 솔직하고 지혜로운 여자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대답하기 싫은 질문에는 딱 잘라 거절했지만 상냥함을 잃지 않고 질문에 응했다. 기자가 그에게“당신은 유부남을 사랑할 수 있는가”라고 묻자 디애즈는“노”라고 대답하면서“당신 지금 내게 구애하는 거예요”고 농담을 건넸다. 이에 기자는“난 당신 애인되기엔 키가 너무 작다”고 말하자 디애즈는 깔깔대며 웃었다. 인터뷰 후 디애즈와 사진을 찍을 때 기자가 다시“난 너무 작아”라고 말하자 디애즈는“아니야, 내가 하이힐을 신어서 그래요. 유 아 스위트”라며 기자를 위로했다.

*당신은 너무 예뻐 남자로부터 배신을 당해 본 적이 없겠지만 만약에 남자에게 배신을 당한다면 어떤 복수를 하겠는가.
- 난 보복할 만한 배짱이 없다. 가장 좋은 보복은 배신한 사람으로부터 돌아서 그저 가버리는 것이다. 그게 남자의 가슴에 비수를 찌르는 것이다.

*남자의 어떤 면이 여자에게 큰 매력을 준다고 보는가. 그리고 남자는 또 여자의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낄까.
- 남녀가 서로에게 끌리는 가장 큰 매력은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진짜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고 그런 진정성으로서 상대에게 접근한다면 매력 만점이라고 본다. 내가 매력을 느끼는 남자도 이런 사람이다.

*당신은 또래의 스타들과 사이가 좋고 경쟁이나 우열의 비교를 안 하면서 잘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디서 그런 것을 배웠는가.
- 부모님에게서다. 난 16세 때부터 모델을 했는데 같은 모델 친구들과 함께 모델 자리 얻으러 가곤 했다. 누구는 선발되고 또 누구는 빈손으로 돌아오곤 했다. 이 때 부모님은 내게 남이 가지고 있는 것은 네 것이 아니니 탐내지 말라고 가르쳐 주었다. 남들이 가진 것을 축하해 주라면서 네가 가진 것과 네가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을 귀하게 여기라고 말했다. 그저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격려했다. 그래서 난 어려서부터 남과 경쟁을 하지 않게 됐다. 나의 경쟁상대는 나다. 

*남의 거짓말에 속거나 배신당해 본 적이 있으며 그렇다면 당신은 거기에 어떻게 반응했나. 
- 거짓은 배신이다. 난 거짓이나 배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 그럴 만한 상황을 피해 다닌다. 서로 명확히 자기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들과만 관계를 가지려고 한다. 물론 나도 거짓에 속고 배신도 당해 봤지만 그 내용을 여기서 밝히고 싶지는 않다.

*당신도 이 영화에서처럼 당신과 매우 다른 성격의 여자 친구가 있는가. 여자 친구란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 내게 있어 여자 친구란 모든 것이다. 나도 나와 아주 판이한 여자 친구들이 있다. 여자 친구는 내 삶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특히 영화계의 친구들이 내겐 매우 중요하다. 우린 함께 자주 움직이곤 하는데 이렇게 공동생활을 하면서 서로 삶을 최대한으로 즐기고 또 함께 성장한다. 그래서 난 이 직업을 사랑한다.

*당신이 참지 못할 것은 무엇인가.
바람둥이에게 농락당한 세 여자. 레즐리 맨(왼쪽부터), 캐메론 디애즈, 케이트 업턴.
- 다행히도 난 이제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 경험에 의해 과거처럼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참지 못할 것이 더 이상 없다고 해도 되겠다. 이젠 더 이상 과거처럼 가치 없고 쓸모없는 것들의 목록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난 다만 이젠 내가 있어야 할 곳의 나 자신을 계속해 찾고 싶다. 내 생활은 지금 완숙하고 난 그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

*영화 처음에 선데이 러브에 관한 노래가 나오는데 당신의 일요일은 어떤 것인가.
-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을 최대한으로 흡수하는 날이다. 영혼을 가득히 채우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로 내 주위를 감싼다.

*당신이 여자들의 몸에 관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 내가 39세 때 썼는데 주위의 여자들이 자기 몸에 대해 무지하고 자기 몸을 증오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말들을 하는 것을 듣고 쓰기로 결정했다. 40년 동안이나 자기가 살아온 몸에 대해 모른다니 말이 되는가. 그것은 교육 부족 때문이다. 자기 몸은 자기만이 건강하게 지키고 돌봐야 하는 각자의 책임이다. 나는 여자들이 적당한 식사방법과 육체적 활동 그리고 자기들의 몸이 과학적 수준에 의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모른다는 것을 발견하고 글을 쓰기로 했다. 사람은 자기 몸의 가장 작은 부분만 알아도 자기 몸과의 관계가 바뀌게 된다. 그와 같은 이해와 지식은 당신으로 하여금 세상의 모든 것을 달리 보게 하고 과거와 달리 삶에 참여하게 하는 힘을 주게 된다. 

*당신은 유부남을 사랑할 수가 있는가.
- 그럴 수 없다. 그런 쪽으로는 전연 관심도 없다. 미안하지만 그 질문 나에 대한 데이트 요청인가.

*이 영화에 매력을 느껴 만들기로 한 이유가 무엇인가.
- 여자들 간의 우정이다. 난 복수엔 관심 없다. 그것은 단지 코미디를 위한 플롯일 뿐이다.  여자들의 관계에 대해 얘기를 한다는 것은 내게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또 여자 관객들 특히 젊은 여자들이 보라고 만들었다. 스튜디오들은 10대 남자 아이들을 목표로 많은 영화를 만드는데 젊은 여자들도 화면에서 자신들의 얘기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극장으로 몰려든다. 사실 남자들보다 더 떼를 지어 구경한다.

*당신은 이 영화에서처럼 매우 민감한 것에 대해서도 그렇게 공개적이고 대담한가.
- 그런 것 같다. 난 수년 전에 영화 ‘메리에겐 뭔가 있어’에서는 남자의 정액을 머리칼에 묻히기도 했다. 따라서 난 그런 것들을 별로 두려워하질 않는가 보다. 난 늘 매우 직선적이었고 여러 가지에 대해서 별로 민감하지를 않다.

*여자가 직업과 어머니 노릇을 어떻게 서로 균형을 맞춰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 난 어머니가 아니어서 내 경험을 말할 수는 없지만 회사 고위직에 있는 내 친구들의 경우를 들어 말하겠다. 회사 일을 잘 하는 여자가 엄마 노릇도 잘 하더라. 그러나 그러면서도 때로 두 가지 다 못하겠다고 포기하는 경우도 봤다. 둘 다 최고의 수준으로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난 믿을 수가 없다.

*당신도 조지 클루니처럼 결혼을 안 하는데 도대체 이유가 무엇인가.
- 사람들은 자기가 선택한 것을 남도 선택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자기가 한 선택이 옳고 또 그것에 대해 기분 좋게 느끼는 것 같다. 결혼한 사람이 미혼자 보고 결혼하라고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것은 마치 자기가 먹는 스테이크가 맛있다고 채식주의자에게 고기를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선택은 자신이 하는 것이다. 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사람으로 특별히 선택을 하지 않는다. 난 결혼을 안 하겠다고 선언한 적도 없고 아기를 안 가지겠다고 선언한 적도 없다. 난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난 무얼 공언하는 사람이 아니다.

*당신은 현대 여성의 전형과도 같은 여자로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아 부러운데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내가 아이가 없어서 나만의 시간이 많아서 그렇다. 많은 내 친구들은 자신의 행복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없고 늘 남의 행복에 대해서 걱정을 하고 있다. 이렇게 자유롭다는 것은 축복이다. 난 늘 내 개인적 성장과 인간으로서의 진화를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가 살면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최대한으로 사용하고자 한다. 

*여름에 나올 당신의 다음 영화 ‘섹스 테입’에 대해 말해 달라.
- 그것은 내 진짜 섹스 테입은 아니다. 내 것은 오는 겨울에 나온다(이 농담을 하고 디애즈는 깔깔대고 웃었다). 아이들을 낳고 10여년 간 잘 살고 있는 모두 직장인인 부부가 서로 사랑은 하면서도 아이들 돌보고 직장 일로 피곤해 별로 섹스관계가 없다. 그러던 차에 내가 어느 날 밤 남편(제이슨 시겔)에게 온갖 자세로 섹스를 하면서 그것을 아이패드로 찍자고 제안을 한다. 그리고 신나게 섹스를 하고 나서 내가 남편에게 기록한 것을 지우라고 했는데 남편이 그것을 안 지워서 탈이 난다는 얘기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서부에서 죽는 백만가지 방법 (A Million Ways to Die in the West)

지저분하게 웃기는 코미디 웨스턴물


안나(샬리즈 테론)가 알버트(세스 맥팔레인)에게 총 쏘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2012년에 나와 빅히트한 음탕하기 짝이 없는 장난감 곰 영화 ‘테드’를 제작하고 올해 오스카 쇼의 사회를 본 세스 맥팔레인(40)이 주연하고 감독하고 공동으로 제작과 각본도 쓴 로맨스를 곁들인 코미디 웨스턴이다. 
맥팔레인은 어디까지 가는지 보겠느냐는 식으로 말끝마다 미성년자 섹스 등 음탕한 대사와 이맛살을 찌푸리게 되는 소리를 동반한 체내 온갖 더러운 배설과 분비물에 오줌을 누는 양의????????????? 성기와 듣기에 거북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코미디라는 명목 하에 만취한 자가 노상 방뇨하듯이 배설하고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완전히 의견이 갈릴 영화로 너무 음탕하고 더러워 웨스턴이라는 장르에 어울리지를 않는다. 원래 코미디 웨스턴은 흔치 않은데 멜 브룩스의 ‘불타는 안장’을 제외하곤 흥행서 성공한 경우도 드물다. 이 영화는 ‘불타는 안장’과 함께 오프닝 크레딧에 나오는 모뉴먼트 밸리에서 볼 수 있듯이 존 포드의 웨스턴을 경배하고 또 모방하고 있다.
볼만한 것은 유타와 뉴멕시코주에서 찍은 삭막하게 아름답고 광활한 서부 정경. 그러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의 서부는 사람이 못 살 곳으로 나온다. 영화에서 가장 좋은 것은 조엘 맥닐리의 음악. 오프닝 크레딧과 함께 하늘 높이 치솟고 광야를 질주하는 듯한 음악은 고전 웨스턴의 음악을 연상시킨다. 이와 함께 콧수염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포이와 그의 친구들이 헛간에서 춤추면서 부르는 ‘당신이 콧수염이 있다면’도 신난다.
1882년 애리조나주의 작은 마을 올드 스텀프. 목양업자인 알버트(맥팔레인)는 마을 건맨과의 결투에서 비겁하게 후퇴하는 바람에 눈이 큰 애인 루이즈(아만다 사이프리드)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그리고 루이즈는 콧수염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포이(닐 패트릭 해리스)에게 간다.
이를 위로하는 사람이 알버트의 친구 에드워드(조반니 리비시)와 그의 직업창녀 루스(새라 실버맨). 그런데 에드워드와 루스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여서 혼전 섹스를 안 한다. 
이 마을에 서부의 악명 높은 킬러 클린치(리암 니슨)의 아름답고 섹시하고 총 잘 쏘는 아내 안나(샬리즈 테론)가 도착하면서 비겁자로 낙인찍힌 알버트의 인생이 크게 방향전환을 하게 된다. 알버트의 어디가 좋아서 그런지 이해난감이나 안나는 알버트에게 상냥하게 굴면서 그에게 총 쏘는 법을 가르쳐 준다. 물론 둘 사이에 로맨스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이어 마을에 클린치가 도착, “내 아내와 키스를 한 놈이 누구냐”면서 무고한 사람을 총으로 쏴 죽인다. 이에 겁이 난 알버트는 ‘걸음아 나 살려라’며 마을에서 도망을 가다가 인디언에게 붙잡힌다. 그러나 인디안 추장 코치즈(웨스 트루디)는 알버트의 자초지종을 듣고 그를 돕는다. 여기서 용기를 되찾은 알버트는 클린치와 맞서기 위해 마을로 돌아간다. 
말만큼이나 행동으로도 지저분하게 웃기는 코미디인데 너무 더럽고 냄새가 나 영화를 보고나서 샤워를 해야 할 것이다. 이 영화와 글렌 포드가 나온 고전 코미디 웨스턴 ‘쉽맨’(The Sheepman)을 비교해 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R. Universal.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멀레피슨트’ (Maleficent)

‘잠자는 숲속의 미녀’ 라이브 액션 입체영화


무서운 요정 멀레피슨트(앤젤리나 졸리)가“수리수리 마수리”하면서 마법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디즈니의 만화영화와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으로도 잘 알려진 프랑스 동화 ‘잠자는 숲속의 미녀’(Sleeping Beauty)를 디즈니가 라이브 액션 입체영화로 만들었는데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즐겁게 볼 수 있는 가족용이다. 그런데 아주 꼬마는 보기가 좀 무섭겠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주인공은 나쁜 요정 멀레피슨트의 저주를 받아 영원한 잠에 빠진 오로라 공주인데 이 영화는 오로라 대신 멀레피슨트(앤젤리나 졸리니까 당연한데 멀레피슨트는 졸리가 가장 좋아하는 디즈니 만화영화 인물이다)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왜 그가 사악한 요정이 되었으며 그는 과연 사랑에 의해 구원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을 묻고 있다.
영화에서 멀레피슨트와 오로라의 아버지인 국왕 스테판은 “참 사랑이란 없다”고 사랑을 부정하는데 이 영화는 여러 가지 얼굴을 한 진실한 사랑의 정체와 의미를 찾고 있기도 하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독특하고 새롭게 해석한 작품으로 특수효과와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시각미(촬영 딘 셈러)와 음악(제임스 뉴턴 하워드) 그리고 디자인과 의상 등이 다 좋은데 카리스마 가득한 것은 졸리의 무시무시한 모습과 연기다. 
검은 망토에 지팡이를 들고 거대한 날개와 황소 뿔을 등과 머리에 단 멀레피슨트는 화가 나면 초록빛 눈알에서 독기를 발산하면서 온갖 흉악한 마술을 부리고 새빨간 입술로 저주를 내뱉는다. 그렇지 않아도 윤곽이 뚜렷한 그의 얼굴의 광대뼈를 유난히 부각시켜 찔리면 크게 다치겠는데 갓난아이가 이를 보면 자다가 경기를 일으키겠다.
옛날 옛적 숲속 나라에 아름답고 착한 소녀 요정 멀레피슨트(엘라 퍼넬)가 살고 있었다. 소녀는 숲속의 기기괴괴한 동물들과 친구이자 그들의 일종의 지도자인데 그가 어느 날 인간의 나라에 사는 청년 스테판(잭슨 뷰스)을 만나면서 둘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멀레피슨트를 증오하는 노왕 헨리(케네스 크랜햄)가 멀레피슨트를 제거하는 자에게 왕위와 자기 딸을 주겠다고 공언하면서 권력욕에 눈이 먼 스테판이 멀레피슨트에게 접근해 그의 날개를 따간다. 그래서 과거의 연인이 서로 원수가 된다. 멀레피슨트의 스파이이자 심부름꾼 노릇을 하는 것이 까마귀 출신의 청년 디아발(샘 라일리).
왕이 된 스테판(샬토 코플리)이 딸 오로라(어린 오로라 역으로 졸리의 딸들이 나온다)를 낳고 성대한 세례식을 베풀면서 초대 받은 세 명의 요정 플리틀(레즐리 맨빌)과 크놋그래스(이멜다 스턴튼)와 티슬윗(주노 템플)이 날아와 오로라에게 축복을 한다.
그러나 이때 이 자리에 복수심에 불타는 초대 받지 못한 손님 멀레피슨트가 나타나 오로라에게 저주를 내린다. 오로라가 16세 되는 날 물레가시에 손을 찔려 영원한 잠에 빠지게 되는데 오직 참사랑의 키스만이 오로라를 잠에서 깨어나게 유예조건을 달아준다. 
이에 스테판은 왕국의 모든 물레를 압수해 불에 태우거나 지하에 감추고 세 요정으로 하여금 오로라를 먼 외딴 곳에 데려가 16세가 될 때까지 키우라고 명령한다. 오로라는 무럭무럭  자라면서 숲의 나라에까지 가 멀레피슨트와 만나고 멀레피슨트는 오로라의 착한 마음과 순수에 서서히 감동이 돼 굳어졌던 마음이 차차 녹게 된다. 그리고 오로라는 숲속에서 프린스 차밍 필립(브렌턴 트웨이티스)을 만나 서로 첫 눈에 반한다. 
오로라가 16세가 되는 날 멀레피슨트의 저주가 실현되면서 오로라는 영원한 잠에 빠진다. 과연 오로라를 이 잠에 깨울 사람은 누구인가. 환상적인 면을 사실성과 잘 접목시킨 영화다. ‘아바타’의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오스카상을 탄 로버트 스트롬버그의 감독 데뷔작이다. PG. 전지역.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해방자’



올 여름 할리웃보울 프로그램 중 이색적인 것 중 하나가 LA필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작곡한 영화음악 ‘해방자’(The Liberator-7월31일 연주)다. 영화 ‘해방자’(8월22일 개봉)는 스페인으로부터 남미를 해방시킨 베네수엘라 태생의 국민영웅 시몬 볼리바(1783~1830년)의 삶을 그린 대하드라마다.
두다멜도 베네수엘라 태생으로 그는 조국의 시몬 볼리바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기도 하다. 두다멜은 4월에 할리웃보울에서 있은 시즌 프로 소개 때 “할리웃에 살면서 영화음악을 작곡하는 것은 있을 법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큰 기대는 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었다.
베네수엘라 배우 에드가 라미레스가 시몬 볼리바로 나온 ‘해방자’(사진)를 봤는데 영화나 음악이나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었다. 영화와 음악이 모두 전형적인 고전 로맨틱 대하 서사극의 틀을 답습하고 있어 기시감이 가득하다. 영화는 덩지는 크나 심지가 굳질 못했다. 음악이 영화가 서정적이요 로맨틱한 부분에서는 장면에 끌려가듯이 달콤 나긋하다가 장엄하고 박력 있는 액션 신에서는 너무 앞서 나갔다.
소위 예술적인 클래시컬 음악은 영화음악을 2류 상품으로 얕잡아 보는 것이 요즘 추세이지만 2차 대전 전만해도 뉴욕 필 등 미국의 저명한 교향악단들은 영화음악 작곡가들의 작품을 서슴없이 연주했다.
자료에 의하면 1940년대만 해도 뉴욕 필은 히치콕의 ‘사이코’ 음악을 작곡한 버나드 허만의 칸타타 ‘모비 딕’과 비엔나 태생으로 에롤 플린이 주연한 칼부림 영화들인 ‘로빈 후드의 모험’과 ‘시호크’의 음악을 작곡한 에리히 볼프강 콘골트와 ‘벤-허’의 음악을 작곡한 모리스 자르의 오케스트라 작품들을 연주했다.
그런데 2차 대전 후 독일 음악계의 영향을 받은 편견적인 이상주의가 대두하면서 영화음악을 마치 클래시컬 음악의 서자 취급하게 됐고 이런 생각이 아직까지 음악계에 팽배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이런 편견에도 불구하고 많은 클래시컬 음악 작곡가들이 영화음악을 작곡했다. 벤자민 브리튼, 아론 코플랜드, 프로코피에프 및 쇼스타코비치 등이 그 대표적 인물들이다. 레너드 번스타인과 안드레 프레빈 및 토루 타케미추 등도 다 두 분야의 음악을 작곡했다.
특히 할리웃의 영화음악은 히틀러를 피해 LA로 도망 온 많은 유럽 클래시컬 음악 작곡가들에 의해 큰 영향을 받았다. 이들 중에서 영화 음악인으로 가장 성공한 사람이 콘골트로 ‘로빈 후드의 모험’의 음악은 하나의 장려한 교향곡이나 다름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러브 송 ‘세프템버 송’을 작곡한 쿠르트 바일도 역시 망명 작곡가다.
이들 망명 음악가들은 영화음악을 하나의 장르로 성립시키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영화음악을 대중음악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데 지대한 공로를 남겼다.
두다멜에게 LA 필의 지휘봉을 넘겨준 살로넨도 한때 영화와 콘서트 간의 간격을 이어 보자는 뜻으로 ‘필름하모닉’이라는 시리즈를 시도했었다. 살로넨이 ‘영화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콘체르토’라고 명명한 시리즈는 영화음악 작곡가와 그가 선택한 영화감독이 서로 협력해 작품을 만든 뒤 스크린의 영상과 함께 LA 필의 연주로 음악을 감상하게 꾸며졌었다.
시리즈 첫 작품은 데이빗 뉴만(‘차이나타운’)이 작곡하고 일본의 미술가 요시타가 아마노가 그린 초현실적 애니메이션으로 마이크 스미스가 감독한 ‘천일야화’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시리즈는 첫 회를 끝으로 중단되고 말았다.
클래시컬 음악 작곡가들이 영화음악을 작곡했듯이 영화음악 작곡가들 중에서도 클래시컬 음악을 작곡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5월 초 오렌지카운티의 퍼시픽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칼 세인트 클레어는 저명한 영화음악 작곡가들이 지은 클래시컬 음악을 연주했다.
존 윌리엄스(‘조스’)와 제임스 호너(‘타이태닉’) 그리고 하워드 쇼(‘반지의 제왕’) 및 엘리옷 골덴탈(‘프리다’)의 작품이 연주됐다. 이들은 다 클래시컬 음악으로 훈련된 작곡가들로 4명이 통틀어 받은 오스카상은 무려 11개에 달한다.
요즘처럼 영화가 단순한 오락상품으로 취급 받기 전 할리웃 황금기에는 영화음악가들은 감독 못지않은 독립을 누리고 또 존경을 받았었다. 1930~40년대만 해도 스튜디오들은 자체 오케스트라를 보유하고 또 작곡가들을 계약 고용해 주옥같은 음악들을 창조해 냈었다.
버나드 허만은 늘 “영화음악 작곡가와 오페라 작곡가라는 것은 따로 없다. 그들은 모두 작곡가들이다”라고 강조했었다. 골덴탈도 “영화음악 작곡가들에 대한 편견이 쉽게 없어지진 않겠지만 대중이 즐기는 한 결국 이런 편견은 서서히 무뎌지게 될 것이다”고 내다 봤다. 그렇다. 음악은 음악이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