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9월 15일 화요일

귀래(Coming Home)


루(왼쪽)는 자기를 기억 못하는 아내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갖은 방법을 쓴다.


공리, 사랑과 상실의 깊은 슬픔 절절히…


두 사람 모두의 데뷔작인 ‘홍고량’으로부터 시작해 ‘홍등’ 등 여러 편의 영화를 함께 만든 장이모 감독과 그의 연인이었고 뮤즈인 연기파이자 감각적인 스타 공리가 다시 손잡고 만든 사랑과 상실과 그리움에 관한 멜로드라마다.
문화혁명과 그로 인한 비극 그리고 그런 과거와의 화해라는 정치적 색채도 지닌 영화인데 기억상실증의 남편(로널드 콜만)의 기억을 되살리려고 애쓰는 부인(그리어 가슨)의 아름다운 드라마인 ‘마음의 행로’(Random Harvest)의 거꾸로 판이라고 하겠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아름답고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슬픈 내용 그리고 인물 개발과 촬영 등이 모두 좋은 변치 않는 사랑의 영화로 특히 공리가 거의 자기를 감추는 듯한 착 가라앉은 연기를 뛰어나게 한다. 
문화혁명의 혼란스런 말기 아름답고 헌신적인 아내 펭(공리)과 발레리나가 꿈인 딸 단단(신인 장 후이웬)과 살던 지식인 루(첸 다오밍)는 당에 찍혀 강제노동 수용소로 보내진다. 루는 수용소 탈출을 시도했다가 붙잡힌 뒤 사상교육 끝에 근 20년 만에 풀려난다.
이 긴 기간 펭은 변치 않는 가슴으로 남편이 돌아올 날만을 기다리면서 돌아올 남편을 맞기 위해 종종 기차역에 나가 기다린다. 한편 단단은 당에 의해 세뇌교육을 받은 뒤 지식인인 자기 아버지에 대해 반감을 갖는다.
그런데 루가 돌아와 보니 펭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입고 기억상실증자가 돼 자기를 알아보질 못한다. 그러나 펭은 기억만 못할 뿐이지 정신적으로는 이상이 없다. 
펭은 어떻게 해서든지 남편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려고 남편이 쓴 편지를 뒤적이고 계속해 기차역에 나가 남편을 기다린다. 그리고 단단은 발레리나의 꿈을 빼앗긴 채 공장의 근로자로 일한다. 
루는 아내가 전연 자기를 못 알아보자 그녀의 기억을 되살리려고 여러 가지 수단을 쓰나 백약이 무효. 그래서 루는 펭과 가까이 있기 위해 그녀의 집 근처에 거처를 마련하고 친절한 타인으로서 아내에게 접근한다. 루가 이렇게 친절한 이웃으로서 펭에게 접근하는 모습이 심금을 울린다.
마지막 기차역에서의 장면은 목이 막히고 가슴이 메어질 듯이 슬픈데 장이모는 이런 슬픔을 아주 상냥하고 또 아름답게 처리해 눈물을 흘리게 된다. 첸 다오밍의 조용하면서도 힘이 있는 연기가 훌륭하고 장 후이웬도 잘 하나 공리의 포착하기 힘들 정도로 민감하고 깊이 있는 연기가 감탄스럽다. 감정적으로 모질게 매질을 당하는 것 같은 사랑의 이야기다. 
PG-13. 로열극장(11523 샌타모니카) 310-478-3836.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울프 토템(Wolf Totem)


첸젠은 늑대새끼를 몰래 애완용으로 키운다.


인간과 동물의 충돌… 공존…


동물과 인간관계를 그린 ‘베어즈’(곰)와 ‘두 형제’(호랑이)에서 자연대 문명 그리고 동물로부터 배우는 인간의 드라마를 연출한 프랑스의 장-자크 아노 감독이 이번에는 늑대와 인간의 관계를 그린 서사극으로 보기엔 좋은데 깊이나 감정적 충격이 약하다.
프랑스-중국 합작 입체영화로 장엄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몇 차례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액션이 있는 자연환경에 관한 다소 설교적인 작품인데 좋은 소재가 1차원적으로 다뤄졌다. 훈련을 받은 늑대의 사람 뺨칠 연기와 컴퓨터 특수효과 및 음악(제임스 호너)과 찬탄을 금치 못할 촬영 등 볼 것이 적지 않지만 인물들의 성격개발은 아주 미약하다. 좀 더 추진력이 있고 도전적이었어야 했다.
1989년 6월의 학생운동으로 3년간 옥살이를 한 루 지아민이 문화혁명 절정기인 1967년 내몽고로 이주해 11년간 유목민과 함께 산 경험을 쓴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베이징의 젊은 지식들인 첸 젠(윌리엄 펭 샤오펭)과 양 케(션 도우-이 역은 저개발된 것이다)는 내몽고의 유목민들의 삶을 향상시킨다는 뜻으로 그들과 살기 위해 자원해 초원에 도착한다. 당이 이들을 하방시킨 데는 앞으로 있을 한족들의 이주를 위한 사전 터 닦기의 일환이기도 하다.
첸은 아들 바타르와 며느리 바오 슌구위 그리고 어린 손자와 사는 유목민 족장 빌릭(바센 자부)의 집에 기거하면서 빌릭으로부터 초원을 배회하는 늑대들의 행동과 자연 생태계의 균형을 배운다. 그리고 첸은 어느 날 혼자 말을 타고 계곡으로 들어갔다가 늑대들에게 포위당한다. 이 경험 이후 첸은 늑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한편 당이 유목민들에게 인민군용 말들을 키울 것을 지시하면서 바타르는 말들을 늑대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늑대사냥에 나선다. 이 사냥에 함께 나간 첸은 늑대 새끼를 구출해 몰래 키운다. 
영화에서 경탄을 금치 못할 장면은 밤에 눈 덮인 초원을 질주하며 도주하는 말들을 공격하는 늑대들의 속도감 있는 추격. 눈부신 촬영이다. 이와 함께 이주해 온 한족들이 초원을 불태우면서 먹을 것을 잃게 된 늑대들이 높은 울타리 속의 양떼들을 습격하는 장면도 장관이다.
그러나 이런 몇 가지의 흥분되는 장면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인간사회와 동물왕국 간의 마찰을 무덤덤하게 다뤄 마치 디즈니의 동물왕국을 보는 것 같다. 아쉬움이 큰 영화이나 볼만은 하다  중국어에 영어자막. PG-13 일부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베테랑’토론토에 가다




북미 최대의 국제영화제요 권위 있는 세계 영화제의 하나인 제40회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가 오는 10일부터 20일까지 캐나다의 토론토에서 열린다. TIFF는 가을과 연말시즌 흥행을 위한 상업적으로도 중요한 영화제일 뿐 아니라 오스카상을 노리는 영화들이 대거 상영돼 어떤 영화가 여기서 주목을 받는가 하는 점이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작년에 이 영화제서 첫 선을 보인 ‘모든 것의 이론’(The Theory of Everything)의 에디 레드메인과 ‘스틸 앨리스’(Still Alice)의 줄리안 모어가 각기 오스카 남녀주연상을 탄 바 있다.
TIFF가 할리웃 영화들과 오스카상을 노린 작품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사실이긴 하나 영화제는 프로그램의 많은 부분을 아시아영화에 할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일례로 TIFF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도시에서 도시로’(City to City)의 대상 도시로 작년에 선정된 도시가 서울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부지영 감독의 ‘카트’(Cart) 등 총 8편의 한국영화가 상영됐었다.
올 해 TIFF에 선을 보일 한국영화는 액션영화를 잘 만드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Veteran 사진)과 세계적인 예술영화 감독 홍상수의 17번째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Right Now, Wrong Then) 및 제66회 칸영화제서 단편영화 대상을 탄 ‘세이프’(Safe)의 각본을 쓴 권오강의 감독 데뷔작 ‘돌연변이’(Collective Invention) 등 3편.
황정민과 유아인이 나오는 ‘베테랑’은 트럭 운전사의 의문의 죽음을 수사하는 고참 형사(황정민)와 오만하고 잔인한 재벌 상속자의 대결을 다룬 얘기로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이 관람, 역대 흥행사상 10위를 차지한 영화다. 제작비 불과 340만달러를 들여 지금까지 총 7,400만달러를 번 이 영화는 오는 18일부터 LA의 코리아타운의 CGV 극장에서 상영한다.
‘베테랑’은 TIFF의 ‘뱅가드’ 부문에 출품돼 북미 최초로 상영되는데 TIFF의 프로그래머 지오반나 훌비는 “‘베테랑’은 독특한 카메라 기술과 어리석은 농담이 있는 류 감독 특유의 영화로 재미 만점”이라고 칭찬했다. 훌비는 이어 “한국의 명장 류승완은 이 영화에서 그의 빅히트 액션영화 ‘부당거래’에서 보여준 권력층의 부패한 세력결집에 관한 어두운 탐구에 뻔뻔한 유머를 잘 배합시켰다”고 덧붙였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과거 TIFF에서 8편이나 상영된 바 있다. ‘매스터즈’ 부문에 소개되면서 북미 최초로 상영되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지난 8월에 열린 스위스의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서 대상인 황금표범상과 함께 출연한 정재영이 남우주연상을 탄 작품이다.  
홍상수 특유의 소주 마시면서 대화 나누는 미니멀리스트 영화로 관계에 관한 드라메디인데 이 것 역시 홍 감독의 특유의 서술형태인 같은 상황이 각기 주인공들인 남자와 여자의 입장으로 전개된다.
영화감독 함춘수(정재영)는 실수로 하루 먼저 특강 차 수원에 내려갔다가 화가 윤희정(김민희)을 만난다. 둘은 윤의 작업실에 가 그림을 구경하고 저녁에는 회에다 소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이렇게 가까워진 둘은 이어 다른 카페로 옮겨 술을 더 마신다.
그러나 윤희정은 함춘수가 마지못해 자신이 기혼자임을 밝히자 그에게 실망한다. 이런 만남과 헤어짐의 얘기가 남녀의 입장에서 변용을 이루면서 반복된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 오는 24일에 개봉되고 25일부터 열리는 뉴욕영화제(NYFF)에서도 선을 보인다.
훌비 프로그래머는 이 영화에 대해 “영화감독과 화가의 운명적 만남에 대한 2개의 변용인 이 영화는 영화적 경험을 풍부케 해주는 것으로 홍 감독의 전 영화들과 유사하면사도 놀랍게도 다르다”고 평했다.
‘베테랑’과 함께 ‘뱅가드’ 부문에 출품돼 세계 최초로 상영되는 ‘돌연변이’는 훌비에 의해 사회적 문화적인 통상 관념에 도전하는 혁신적인 영화로 꼽혀 선정됐다. 젊은 실직자(이광수)가 제약회사의 신약제조 실험대상이 되었다가 부작용으로 서서히 물고기로 변하면서 일약 한국의 수퍼스타로 변신한다. 그러나 그는 갑자기 유명인사가 된 것 만큼이나 급속히 몰락하고 만다.
훌비는 “이 영화는 포복절도할 사회풍자로 대중문화의 변덕스런 동향을 탐구한 매우 독창적인 데뷔작”이라면서 “권오강은 앞으로 한국 영화계가 눈 여겨 봐야 할 재능인”이라고 칭찬했다.
제40회 TIFF 개막작은 장-마크 발레가 감독하고 제이크 질렌할과 네이오미 와츠가 공연하는 드라마 ‘파괴’(Demolition)이고 폐막작은 파코 카베자스가 감독하고 샘 록크웰과 앤나 캔드릭이 나오는 액션 코미디 로맨스영화 ‘미스터 라이트’(Mr. Right)이다.
나도 토론토에 가 영화도 보고 파티에도 참석할 예정이나 맷 데이먼, 자니 뎁, 에디 레드메인, 네이오미 와츠, 줄리안 모어 및 리들리 스캇 등 자그마치 모두 29명의 배우와 감독을 인터뷰할 생각을 하니 가기 전부터 피곤이 몰려 온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