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1월 31일 금요일

레이버 데이 (Labor Day)

탈옥수를 집에 숨겨주는 젊은 어머니


프랭크(조쉬 블로린·왼쪽)와 아델(케이트 윈슬렛)이 부엌에서 춤을 추고 있다.

공식적으로 여름철이 끝나는 레이버 연휴 동안에 일어나는 탈옥수와 그를 숨겨주는 젊은 어머니 간의 촛농이 피부에 떨어지는 감각을 느끼게 만드는 여성용 최루물이다. 신파극의 정형과도 같은 영화로 로맨틱하고 또 에로틱한 멜로드라마이자 서스펜스 기운이 담긴 스릴러이기도 하다. 조이스 메이나드가 쓴 소설이 원작으로 젊은 감독 제이슨 라이트만의 인물들에 대한 연민과 이해 그리고 차분한 연출이 가슴에 와 닿는다. 볼만한 작품이다. 
어린 아들과 단 둘이 사는 정서적으로 육체적으로 분출구가 막힌 고독한 여인이 탈옥수를 자기 집 안에 숨겨주면서 밀폐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3자간의 미묘한 감정적 인간적 관계를 그렸다. 영화는 아들의 관점에서 얘기된다(토비 맥과이어의 내레이션.)
1985년. 8월의 마지막 주말 노동절 연휴. 매서추세츠주의 교외에서 13세난 조숙한 아들 헨리 윌러(개틀린 그리피스)와 단 둘이 사는 이혼녀인 아델(케이트 윈슬렛)은 남자의 사랑과 보호가 필요한 정서적으로 육체적으로 불안정한 여자다.
아델이 개학을 앞둔 행크(헨리의 애칭)와 함께 아들의 옷을 사려고 동네 수퍼에 들렀다가 탈옥수 프랭크 체임버스(조쉬 브롤린)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아델은 타의 반 자의 반으로 그를 자기 집안에 숨겨준다. 프랭크는 아내 살인죄로 20년형을 살고 있던 중이었다. 그의 과거가 플래시백으로 얘기되는데 이 부분이 현재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프랭크는 아내를 죽인 살인범이라기엔 무척 민감하고 자상하며 또 상냥한 사람이다. 이런 프랭크가 아델과 행크의 삶에 개입하면서 아델에게는 남편 그리고 행크에게는 아버지와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프랭크는 행크에게는 자동차 타이어 바꾸는 법과 야구공 받는 법을 가르쳐 주고 아델에게는 파이 굽는 법을 가르쳐 주면서 이 가족의 일원이 되다시피 한다.
이로 인해 아델은 그동안 갈급했던 애정의 수분을 프랭크로 부터 마음껏 빨아들이면서 영육이 다시 활짝 피어나고 행크도 나름대로 성장한다. 그러나 행크는 프랭크로부터 어머니를 보호하겠다는 본능과 함께 프랭크로부터 자신을 남자로 인정받고자 하는 갈등에 빠진다.
둘 다 서로가 필요한 고독한 두 남녀의 눈물 짜는 멜로물이자 소년의 성장기로 노골적인 섹스신은 없으나 뜨거운 여름을 배경으로 아델과 프랭크가 서로에게 조심조심 접근하면서 암시적으로 보여주는 애정의 작은 제스처와 표정이 매우 에로틱하다. 영화에서 가장 자극적인 장면은 프랭크가 아델의 손을 잡고 파이 굽는 법을 가르쳐주는 장면이다. ‘고스트’에서 패트릭 스웨이지가 드미 모어를 뒤에서 끌어안고 함께 도자기를 만드는 장면을 생각나게 만드는 섹시한 장면이다.
늘 무언가를 동경하는 듯한 슬픈 눈동자를 지닌 윈슬렛이 섬세하면서도 농익은 연기를 보여주고 노스탤지어 무드를 자아내는 꿀빛나는 촬영도 좋다. 지난해 말에 골든 글로브(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었다)와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을 위해 1주일간 상영했다가 이번에 본격적으로 전국적으로 상영된다. PG-13. Paramount. 전지역.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제86회 아카데미상 후보작

단편 라이브 액션, 만화영화상 부분



‘부어맨의 문제’
제86회 아카데미상 단편 라이브 액션과 만화영화상 후보에 오른 영화들이 31일부터 2월13일까지 뉴아트(11272 Santa Monica Blvd. 310-473-8530)와 오렌지카운티의 리전시 사우스코스트 빌리지 3에서 상영된다. 두 부문은 따로 입장료를 내야 한다. 뛰어난 작품들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영화는 과거 이 부문에서 오스카상을 탄 감독들이 소개한다. 금년도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3월2일에 할리웃의 돌비극장에서 열리며 ABC-TV가 중계한다.

*라이브 액션

▲ ‘내가 아니었어요'(That Wasn't Me-스페인 24분)
내전중인 아프리카의 한 나라에 의료봉사 차 온 여의사가 소년 병사들에게 납치된 뒤 죽음 직전에 이르는 경험을 한다. 그 후 의사는 자기를 납치한 소년 병사를 오히려 구해주면서 둘의 삶이 영원히 연결된다. 강렬하다.
▲ ‘모든 것을 다 잃기 직전에'(Just Before Losing Everything-프랑스 30분)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수퍼마켓에서 일하는 여자가 10대인 딸과 어린 아들을 데리고 마켓으로 피신해 동료들의 도움을 받는다. 서스펜스와 스릴 있게 도주과정을 그렸다.
▲ ‘헬리움'(Helium-덴마크 23분)
어릴 때 동생을 병으로 잃은 병원 청소부가 불치의 병을 앓는 소년에게 환상적인 얘기를 통해 삶의 기쁨과 행복 그리고 저 세상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준다.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 ‘내가 다 해야 해요?'(Do I Have to Take Care of Everything?-핀란드 7분)
두 어린 딸과 남편의 시중을 혼자서 들어야 하는 시니와 온 가족이 참석해야 할 결혼식 날에 늦게 일어나 식에 늦지 않으려고 난리법석을 떨면서 준비를 한다. 그런데 온 가족이 헐떡거리면서 뛰어간 결혼식장엘 도착해 보니. 귀염성 있고 우습다.
▲ ‘부어맨 문제'(Voorman Problem-영국 13분)
교도소에 수감 중인 부어맨이 자기가 하나님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람의 정신감정을 위해 정신과 의사 윌리엄이 교도소를 방문한다. 끝의 반전이 아이로니컬하다.

*만화영화

▲ ‘늑대소년'(Feral-미국 13분)
숲 속에서 야생적으로 살던 늑대소년이 사냥꾼에 의해 발견된 뒤 문명세계로 돌아온다. 소년은 학교에 다니면서 새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자기가 숲에서 하던 대로 행동하나 급우들의 조롱만 받는다. 결국 소년이 돌아갈 곳은 야생의 세상이다. 데생 식으로 그린 흑백그림이 훌륭하다.
‘빗자루 위의 방’
▲ ‘겟 어 호스!'(Get a Horse!-미국 6분)-월트 디즈니의 첫 단편 만화영화에 바치는 기념작품으로 미키 마우스와 그의 여친 미니가 마차를 타고 신나게 노래하고 춤추다가 본의 아니게 헤어지면서 미키가 미니를 찾으러 나선다. 손으로 그린 흑백 그림과 컬러 컴퓨터 그래픽을 합성했다.
▲ ‘위블로씨'(Mr. Hublot-프랑스 11분)
기계 부품과 고철 등으로 만들어진 인물들이 사는 미래 세계(프리츠 랭의 ‘메트로폴리스’를 연상케 한다)에 사는 위블로씨는 외출을 꺼려하는 내성적인 사람. 그가 어느 날 로봇 강아지를 거리에서 주워 다 키우면서 위블로씨의 삶이 엉망진창이 된다. 디자인이 좋다.
▲ ‘귀신 들린 남자'(Possessions-일본 14분)
18세기.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숲 속을 가던 수선공이 비를 피해 작은 사당엘 들어가자 사당이 다른 세상의 방으로 변한다. 남자는 여기서 속에 한을 품은 찢어진 우산들과 키모노를 정성껏 수선하자 날이 밝는다. 그림과 컬러가 섬세하고 아름답고 화려하다.
▲ ‘빗자루 위의 방'(Room on the Broom-영국 25분)
자기가 늘 데리고 다니는 고양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와 새와 개구리를 차례로 자기 빗자루 위에 태운 친절한 마녀가 새 친구들에 의해 입에서 불을 뿜는 용으로부터 구원을 받자 고마움의 표시로 멋진 새 빗자루를 만들어 모두 함께 하늘을 비행한다. 마법적 매력을 지녔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월스트릿의 늑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사기꾼들의 방탕, 있는 그대로 담았어요”



1980년대 말 월스트릿의 20대 날사기꾼 조단 벨포트(52)의 한탕성 급성장과 탐욕 그리고 호화방탕과 무분별 및 비도덕과 무책임 끝의 몰락을 그린 블랙 코미디이자 광란의 소극인‘월스트릿의 늑대’(The Wolf of Wall Street)에서 벨포트로 나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39)와의 인터뷰가 뉴욕의 런던 호텔서 있었다. 디카프리오와 마틴 스코르세지 감독이 다섯 번째로 손잡고 만든 영화로 벨포트가 쓴 자전적 글이 원전. 디카프리오는 벨포트 역으로 12일에 열린 2014년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주연상(코미디/뮤지컬)을 탔다. 이 영화는 현재 상영 중이다. 얼굴과 코 밑에 잔 수염을 해 나이에 비해 동안인 모습이 다소 어른스럽게 보이는 디카프리오는“그동안 잘들 있었습니까”라는 인사말을 하면서 인터뷰장에 들어섰다. 흰 셔츠에 단정한 정장차림의 미남 신사인 그는 약간 사무적이요 차갑게 보이긴 했지만 겸손하게 질문에 답했다.     

- 당신은 벨포트와 몇 달간을 함께 지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그런데 벨포트는 사실 법의 허점을 이용하고 어수룩한 사람들을 착취해 쉽게 돈을 벌려고 한 서푼짜리로 그는 보다 큰 월스트릿의 거물 사기꾼들의 축소형일 뿐이다. 난 그와 함께 지내면서 그가 복용한 약물을 비롯해 자세한 모든 것에 대해서까지 물었다. 벨포트는 월스트릿 당시를 돈과 여자와 약물에 빠졌던 제정신이 아닌 시기로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이제 개과천선했다.”  

- 당신은 이 영화의 제작자로서 어떤 활동을 했나.
“요즈음에는 이렇게 극단적으로 난잡하고 영화의 한계를 밀어 올리는 영화를 만들기가 힘들다. 스튜디오들은 이런 규모가 방대한 R등급(16세 미만 관람 때 부모나 성인 동반요)의 드라마를 만들기를 꺼려한다. 그래서 스튜디오 밖의 독립자본을 찾아야 했다. 우리는 월스트릿의 탐욕과 방탕과 과도를 극한적으로 사실적으로 그리려고 했다. 제작자로서 각본과 캐스팅을 비롯해 모든 부문에 관여했다.”

- 영화에서 가장 광적인 장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난장판 집단 섹스 신으로 현대판 칼리귤라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영화는 자기밖에 모르는 자들의 과다와 방탕의 블랙 코미디다. 우리는 월스트릿의 사람들에 대해 연구한 뒤 그들의 과도와 방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했다.” 

- 영화는 탐욕에 관한 것인데 당신은 탐욕을 어떻게 생각하나. 
“탐욕은 삶의 내성에 속한 것이다. 기회주의와 탐욕 없이는 그 무엇도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러나 지적인 삶의 형태인 우리는 남을 착취하거나 이용하지 않고 서로 화목하게 공존하면서 진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궁극적으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소비하고 남을 전연 무시하고 가능한 한 많은 부를 취하겠다는 개념이 팽배하고 있다. 이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런 생각이 모든 잘못의 뿌리다. 우리가 이런 생각을 초월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전까지는 영원히 같은 잘못을 저지르게 될 것이다.”

- 당신이 콸루즈라는 약물을 복용한 뒤 부작용으로 쓰러져 몸부림치는 장면이 있는데 대역이라도 썼나.
“아니다. 그 장면을 촬영하다가 등을 몹시 다쳐 촬영을 하루 중단해야 했다. 내가 경련을 일으키는 장면은 유튜브에 있는 약물을 섭취한 뒤 진짜로 경련을 일으킨 어떤 사람의 모습을 보고 그대로 모방했다.”

- 영화에서 코케인을 밥 먹듯이 하는데 그 가루가 무엇인가.
“아기용 비타민이다. 하루 종일 그것을 코로 들여 마시느라 코가 다 헐었다. 그런데 가장 안전한 비타민이라는 B-12를 너무 많이 섭취하는 바람에 마치 진짜 약물을 복용한 듯이 들뜬 기분이었다.”

- 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벨포트가 회사원들을 상대로“열심히 돈벌라”고 독려하고 있다.
“인정받는 것을 싫어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그러나 진실은 개인이 그것에 대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연기와 작품이 모든 것을 말해 줄 것이다. 내가 아무리 내 영화에 관해 선전한다고 해도 개인들의 그것에 대한 반응은 각자에게 달려 있다.”   
- 조단 벨포트를 연기하면서 당신 성격에 어떤 변화라도 일지 않았는가.
“난 근본적으로 착한 사람이지만 자기밖에 모르는 탐욕스런 그를 매일 같이 연기하다 보니 그의 성격이 나를 어느 새 잠식하고 든다는 느낌을 경험했다. 그래서 때로 나 자신을 조절해야만 했다. 이렇게 하기 힘든 역도 없었다.”              

- 어떻게 해서 마틴 스코르세지가 감독을 맡게 되었는가.
“그와 난 이 영화를 7년 전쯤에 만들려고 했었는데 예산문제가 해결이 안 돼 중단했다. 그 뒤 레드 그래닛이라는 독립영화사가 날 보고 제작비를 대겠다고 제의하면서 내용과 표현에 한계를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난 영화를 만들려고 7년간이나 별렀던 차여서 스코르세지에게 가서 예술적으로 전연 한계를 두지 않을 테니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스코르세지는 그것이 마음에 들어 영화제작에 응했고 우린 둘이 각본의 초기단계에서부터 함께 일했다.” 

- 힘과 부와 명성을 지닌 사람으로서 당신은 어떻게 과도와 과다를 적절히 조절하는가.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쉬운 일이 아니다. 늘 당신 주변에서 누군가가 당신을 통제해 주는 사람이 필요다. 나도 젊었을 때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고 과다 과도하게 산 적이 있다. 그러나 다행히 일찍 나를 통제해 줄 사람이 있었다. 그로 인해 내 세계는 결국 예술과 자신의 업적에 기반을 둔 상상의 세계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의 내 인생은 불과 10년 전과도 매우 다른 것이다. 난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할 뿐이다.”          

- 제작자로서 어떻게 작품을 선정하는가.
“먼저 나를 위한 보다 나은 작품을 찾기 위해 제작자가 되기로 했다. 이렇게 시작한 제작사는 서서히 성장하면서 내가 연기하지 않는 작품들을 구해 내 제작사의 특성이 드러난 영화들을 만들게 되었다. 나는 제작하는 영화의 감독에게 절대적 권한을 준다. 그러나 내가 주연을 겸할 경우는 철저히 간섭한다. 제작자로서의 보람은 스튜디오의 간섭을 떠나 철저한 자유를 누린다는 것이다.”

- 주식이나 증권에 투자하는가.
“안 한다. 우리나라의 경제는 70~80년을 주기로 한 번씩 붕괴되곤 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제 없는 시장경제에서는 사람들이 가능한 한 이득을 취하려 들게 마련이다. 그런 체제에는 너무나 허점이 많아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남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고자 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는 균형과 견제를 요하는 새 법이 필요하다. 내가 과다하게 무언가를 취득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미술품이다. 미술시장도 완전히 날라리 시장이다. 나도 사선 안 될 미술품들을 사긴 했지만 재미는 봤다.”

- 당신은 영화에서 천재적 세일즈맨으로 나오는데 그런 기술로 여자를 어떻게 유혹하겠는가.
“근본적으로 늘 자신이 있는 그대로 남아야겠다. 자기가 아닌 다른 것이 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 봐야 들통이 나게 마련이다. 나는 늘 만나게 될 사람이라면 만나게 마련이라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억지로 되는 수가 없다.”

- 팬들과 당신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가.
“젊었을 때는 팬들의 관심을 즐겼다. 그러나 그 뒤로 그런 것은 쉽게 뒤집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이 때문에 나는 내가 원하고자 하는 배우요 예술가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팬들은 내가 개인으로서 선택하는 역에 반응하게 마련이다. 난 그들이 내가 늘 같은 사람으로 남아 있지 않고 예술가로서 진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믿는다.”

- 당신에게 있어 가장 큰 유혹은 무엇인가.
“재킷이다. 난 재킷이 쓸데없이 너무 많다. 난 멋진 차나 비행기는 없지만 재킷은 많다.”

- 당신은 부를 도에 넘치게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을 채울 다른 것이 없을 경우 부에 더욱 집착하게 마련이다. 난 그런 사람들을 여럿 알고 있다. 그들은 영양을 섭취할 기본이 없어서 그렇다고 본다. 물론 나도 성공을 원한다. 그러나 그것이 당신의 집념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 당신 나이 39세인데 지금까지 이룬 것 중에 무엇이 가장 자랑스러우며 앞으로 5~10년간 무엇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가.
“난 16세 때 배우가 되면서 인생이 달라졌는데 바로 이처럼 배우가 되기로 결정한 것이 나의 큰 자랑이다. 배우로서 난 늘 보다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보다 자유롭고 보다 많은 기회를 포착하려고 애쓰고 있다. 난 환경보호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 난 지난 한 해를 거의 쉬면서 나 자신과의 재연결을 시도했다. 인생에는 연기만큼 흥미 있는 다른 일도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도 중요하다.”

-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로 중요한 영향을 주리라고 생각하는가.
“이 영화에서처럼 인간의 어두운 면을 탐구하는 일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정직하게 보여주는 일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주의나 경고성 의미만을 지닌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응분의 결과를 받음으로써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계몽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영화다.”  

- 당신은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는가.
“이제 더 이상 극단적인 운동은 하지 않는다. 그냥 정기적으로 운동을 한다. 적당한 운동을 하고 쉬면서 죽을 정도로 위험한 지경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내 건강 유지법이다.”

- 지금까지 산 물건 중 가장 비싼 것은 무엇인가.
“어머니에게 사 준 집과 워홀의 그림이다.”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     

불관용

한국 경제학회가 발표한 최근 논문에 따르면 한국사회의 관용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 회원국 중 31위로 나타났다. 판단의 근거로 장애인 배려와 관용성 및 외국인 수용 3가지를 제시했는데 여기서 꼴찌를 한 것이다.
난 이 보도를 읽고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그리고 언뜻 최근 다시 한국 컴백설에 휩싸였던 가수 겸 배우 유승준(38)이 생각났다. 유승준은 2002년 입대를 앞두고 과거 군에 복무하겠다던 자신의 다짐을 버리고 미국 국적을 취득 복무를 면피, 국민감정을 건드린 괘씸죄로 지금까지 10여년간 반역자 취급을 받으며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살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 출입국관리법 제11조에 따라 입국이 금지되고 있는데 ‘경제 질서 또는 사회 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는 사람’이라는 항목에 걸린 것 같다. 참으로 애매모호한 이현령비현령식의 법조항이다.
그리고 유승준이 병역의무가 최종 면제되는 나이인 만 41세가 넘어 입국을 시도하더라도 법무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유승준이 무슨 솔제니친도 아닌데 한국은 그를 영원한 망명자로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내 짐작엔 정부가 그의 입국을 심사할 의도가 있더라도 국민감정이 무서워 망설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공인인 유승준이 식언하고 입대를 회피한 행위는 기릴 만한 것은 아니나 한국의 또 다른 공인들인 국회의원과 고관대작 본인이나 그들의 아들들이 이 핑계 저 핑계로 병역을 면탈한 경우가 더러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과문한 탓인지 법이 저들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했다거나 유승준에 대한 격앙된 국민감정이 이들에 대해서도 발화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없다. 법이나 국민감정이나 모두 차별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매사에 너무 감정적인 것이 탈이다.
한국의 관용도를 재는 기준의 하나인 외국인 수용에 인색한 것은 우리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얘기다. 한국 사람들은 매우 폐쇄적인데 이 폐쇄성이 병세가 악화하면 극단적인 민족주의에로까지 이르게 마련이다.
한국에는 혼혈가정이 해가 갈수록 증가, 2020년이 되면 혼혈가정 수가 100만여명에 이르고 전체 청소년의 20%가 혼혈가정 출신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자기와 다른 피부 색깔과 사상과 믿음을 지닌 사람들도 자신과 같은 인격체로 받아들일 수 있는 평등과 공존의식에 대한 자각이 절실히 요구된다.
흑인을 ‘깜둥이’ 혼혈아를 ‘튀기’라고 멸시하지 않는 것이 관용이다. 관용이란 의식수준이 상향조정될 때 베풀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의식수준이 급격히 성장한 물질수준을 미처 못 따르는 것 같다. 저임금을 노리고 동남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임금을 착취하고 아동 노동을 시키는 것도 모두 타인종 멸시와 물질수준 위주의 사고방식 때문이다.
1958년 인기절정이던 엘비스 프레슬리가 군에 징집되자 팬들이 당시 대통령이던 아이젠하워를 암살하겠다고 협박을 했었다. 그런데 엘비스는 연예병 특과를 주겠다는 제의를 거절하고 2년간 독일서 보통 군인으로 복무한 뒤 제대했다. 난 유승준 논쟁이 일 때마다 왜 그가 내가 복무했을 때와는 달리 복무기간도 짧고 또 구타도 없는 민주화한 군 입대를 피했을까 하고 궁금해지곤 한다. 엘비스도 하고 나도 했는데.
인간의 끈질긴 불관용을 통렬하게 고발한 대하 서사적 영화가 D.W. 그리피스의 ‘불관용’(Intoleranceㆍ1916)이다. 영화사의 최고 걸작 중 하나인 이 3시간반짜리 무성영화는 바빌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2,000년여를 지나오면서도 치유되지 않는 인간의 불관용을 병행하는 4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준다.
페르시아의 바빌론 정복과 예수의 십자가상의 죽음 그리고 프랑스 구교도들의 신교도 대학살 및 범죄와 구제에 관한 20세기의 멜로드라마 등 4편의 얘기는 관용과 사랑의 상징인 영원한 어머니(릴리안 기쉬)가 아기가 담긴 요람을 흔드는 장면(사진)에 의해 연결된다.
유승준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 땅을 밟지 못한다는 현실이 가장 가슴 아프다’면서 ‘나는 계속 한국을 사랑하고 그리워할 것’이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불관용의 제물인 예수는 자기를 십자가에 못 박은 자들마저 용서했다. 이제 그만하면 됐다. 유승준을 용서하라.                                  
<한국일보 편집위원 /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