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5월 10일 화요일

캡튼 아메리카: 시빌 워(Captain America: Civil War)


친구인 캡튼 아메리카(왼쪽)와 아이언 맨 사이에 갈등이 일어난다.


아이언맨과 캡튼의 한판“싸움은 시작되었다”


마블만화의 주인공들이 총동원돼 도주하고 추격하면서 닥치는 대로 치고 박고 때려 부수고 설전을 나누느라 야단법석을 떨어 엄청나게 시끄러운 올스타 캐스트의 특수효과가 판을 치는 오락물 액션영화다. 이 번이 시리즈 세 번째로 시리즈 팬들이 무척 좋아하게 생겼다.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치곤 말끔하니 잘 만든 수준급 영화로 콩 튀듯 하는 박력 있는 액션 장면과 복잡할 정도로 얼기설기 엮은 내용 그리고 잘 개발된 인물들과 연기 등이 다 좋다. 
정의를 지키는 수퍼히로들과 세계를 말아 먹으려는 악인과의 결사투쟁이 이런 영화의 보통 주제인데 이번에는 선과 악의 대결에 한 수 더 떠 마치 현재 상영 중인 흉물 ‘배트맨 대 수퍼맨: 정의의 새벽’처럼 두 주인공 수퍼히로가 의견대립을 보이면서 주먹질을 하느라 영화의 소음이 곱으로 늘어난다.
먼저 세뇌를 당한 벅키(세바스티안 스탠)가 막강한 암살자 윈터 솔저로 변신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비엔나에서 엄청난 테러가 발생하면서 윈터 솔저가 그 누명을 뒤집어쓴다. 
그런데 벅키는 캡튼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의 어렸을 때부터의 절친한 친구. 이로 인해 후에 윈터 솔저를 처치하려는 아이언 맨과 캡튼 아메리카 사이에 갈등이 인다.
그런데 캡튼 아메리카와 그의 수퍼히로 동지들인 어벤저스들이 세계 곳곳에서 악인들과 다투다가 본의 아니게 무고한 주위사람들과 재산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피해를 주면서 불만에 찬 여론이 뒤끓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이들은 유엔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되는데 캡튼 아메리카는 이에 반대하는 반면 아이언 맨은 찬성하면서 과거의 친구가 적대적인 관계로 변한다. 그래서 양측 간에 세상이 떠나갈 듯한 전투가 벌어지는데 그 중에서도 볼만한 것은 독일 공항에서의 대결전.
나오는 수퍼히로들은 캡튼 아메리카와 아이언 맨 외에도 팰컨(앤서니 매키), 비전(폴 베타니),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블랙 위도(스칼렛 조핸슨), 워 머신(단 치들), 호크아이(제레미 레너) 및 앤트-맨(폴 러드) 등.
여기에 새로 등장하는 수퍼히로가 아프리카 왕국의 왕자로 부친의 죽음을 복수하려는 팬서(채드윅 보스만)와 스파이더 맨(탐 홀랜드-기차게 연기를 잘 한다. 대성하겠다.) 이들이 서로 패를 나눠 싸우는데 장관이다.
영화의 진짜 악인은 깊은 개인적 원한을 품은 헬무트 지모(대니얼 브륄). 서로 적처럼 싸우던 수퍼히로들은 나중에 힘을 합쳐 헬무트의 무섭고 막강한 무리들과 결전을 벌인다. 
정치적 의미와 함께 우정과 희생의 문제를 커다란 규모의 액션영화 속에 다룬 영화로 중심 플롯은 캡튼 아메리카와 아이언 맨의 갈등이다. 
앤소니와 조 루소 감독. PG-13.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펠레: 전설의 탄생(Pele: Birth of a Legend)


17세의 펠레는 브라질 월드컵 승리의 주역이 된다.

브라질 전설 축구황제 펠레의 전기영화


브라질의 전설적인 축구황제 펠레의 전기영화인데 펠레 개인과 축구경기의 열정과 흥분과 재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무기력하고 진부한 영화다. 전기영화의 상투적인 것은 모두 다 사용한 바람 빠진 축구공 같은 영화다.
얼마 안 있어 브라질에서 열릴 월드컵 경기를 겨냥하고 나온 것 같은데 영화의 첫 부분 절반을 어린 펠레의 가난한 생활과 공차기 재주 등으로 감상적으로 메워 지루하기 짝이 없다. 펠레가 입단한 브라질 대표팀의 코치로 미국 배우 빈센트 도노프리오가 나와 서툰 액센트를 섞은 영어를 하고 1958년 스웨덴에서 열린 월드컵 결승전에서 브라질과 맞붙은 스웨덴 코치로는 영국 배우 콤 미니가 나온다.
영화는 스톡홀름에서 열린 월드컵으로 끝이 나는데 여기서 17세의 펠레가 맹활약, 우승을 하면서 국민영웅이 된다. 
어린 펠레는 한 때 축구선수였던 청소부 아버지와 하녀인 어머니 밑에서 구두닦이를 하면서 가난하게 자란다. 펠레의 유일한 낙은 동네 꼬마들과 함께 맨발로 천으로 만든 축구공을 차면서 노는 것. 이 때부터 펠레는 공차기에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이런 펠레에게 축구의 꿈을 심어주는 사람이 아버지(세우 호르헤). 그는 브라질 무술에서 개발한 ‘진가’라는 특이한 스타일의 공차기를 아들에게 가르친다. 그리고 동네 경기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인 펠레를 눈여겨 본 스카웃의 종용으로 틴에이저가 된 펠레(케빈 데 파울라)는 청소년 국가대표팀에 들어간다.
여기서 펠레는 인종 및 계급차별을 받으면서도 축구에 매달리지만 코치는 펠레의 야만적인 ‘진가’ 스타일을 버리라고 지시한다. 물론 펠레의 이 독특한 공차기는 팀이 경기에서 열세를 보일 때 사용되면서 코치도 적극적으로 이를 후원한다.
그리고 펠레는 불과 17세의 어린 나이로 스톡홀름에서 열린 1958년 월드컵 경기에 출전한다. 국가대표팀 코치도 처음에는 펠레의 특이한 스타일을 나무라나 결국 펠레의 무술과 발레를 추는 것과도 같은 이 스타일 때문에 브라질은 결승전에서 스웨덴을 꺽고 우승한다.
실베스터 스탤론과 함께 펠레가 직접 나와 공을 찬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포로 축구영화 ‘빅토리’가 생각는데 올스타 캐스트의 이 영화도 실은 맹물 같은 영화였다. 그러나 ‘빅토리’는 이 영화에 비하면 걸작이다. 축구영화가 살아 움직이질 못하고 영양실조에 걸린 듯이 비실비실해 보는 사람도 맥이 빠진다. 펠레가 잠깐 얼굴을 비친다. 감독은 제프와 마이클 짐발리스트 형제. PG. IFC.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몬고메리(몬티) 클리프트(1920~1966)의 영화


우수어린 눈빛과 섬세한 내면의 연기 영원히....


세상의 고독을 몽땅 혼자 등에 지고 다니는 분위기를 지녔던 아름다운 얼굴과 섬세하고 민감한 내면의 소유자로 절제되고 심오한 연기를 보여 주었던 몬고메리(몬티) 클리프트(1920~1966)의 영화 4편이 5월 매주 화요일 하오 1시에 LA카운티 뮤지엄(윌셔와 페어팩스) 내 빙극장에서 상영된다.     

■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The Heirless·1949)



미국 작가 헨리 제임스의 ‘워싱턴 스퀘어’를 원작으로 만든 빈틈없이 잘 짜여지고 절제된 흑백명화다. 거장 윌리엄 와일러의 엄격한 연출솜씨가 뛰어난 부녀 간의 갈등과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로 내용과 연기, 음악(아론 코플랜드가 오스카상을 탔다)과 세트와 의상 등이 모두 훌륭한 영화로 계속해 봐도 매번 새로운 감동을 느끼게 되는 걸작이다.
19세기 뉴욕의 워싱턴 스퀘어에 사는 유복하나 냉혹한 의사 슬로퍼(랄프 리처드슨)는 잔인할 정도로 엄격하게 외동딸 캐서린(올리비아 디 해빌랜드)을 통제한다. 그래서 소심한 캐서린은 외출도 거의 하지 않고 집안에서 수나 놓으며 사는 노처녀가 된다. 
이런 캐서린에게 그의 숙모가 미남 백수 모리스(몬티)를 소개하면서 사랑에 굶주린 캐서린은 이 말 수단 좋고 잘 생긴 건달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나 모리스가 노리는 것은 캐서린의 재산. 건달의 심중을 파악한 슬로퍼는 딸에게 “네가 만약 상속녀가 아니더라도 그가 널 좋아할 것 같으냐”고 힐문하다. 그리고 캐서린은 유산상속에서 제외되는데 이를 안 모리스가 둘이 함께 야반도주하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나타나지 않는다. 디 해빌랜드가 오스카 주연상을 탔고 그밖에도 의상과 미술상을 받았다. 


■  ‘젊은이의 양지’(A Place in the Sun·1951)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영상미가 만개한 이 영화는 강렬한 사랑의 얘기이자 인간영혼에 관한 힘찬 분석으로 디오더어 드라이저의 소설 ‘미국의 비극’이 원작. 유난히 클로스업과 오버랩이 많은 영화다.
가난한 시골청년 조지(몬티)가 공장을 소유한 부유한 도시의 먼 친척집을 찾아와 공장에 취직한다. 
그는 여기서 역시 외로운 여공 앨리스(셸리 윈터스)와 사귀면서 앨리스가 임신을 하는데 조지가 회사사장의 아름다운 딸 앤젤라(17세의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깊은 사랑에 빠지면서 그는 두 여자 사이에서 깊이 고뇌한다. 
그리고 조지는 함께 보트놀이를 갔다가 익사한 앨리스의 죽음을 방관, 살인죄로 사형선고를 받는다.  두 아름다운 배우 몬티와 리즈의 콤비가 절묘한 화합을 이룬 작품으로 화면에 가득히 클로스업되는 둘의 얼굴이 지극히 아름답다. 
몬티의 수수께끼와도 같은 연기와 함께 첫 성숙한 여인의 역을 부드럽고 순수하고 또 강렬히 표현한 리즈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오스카 감독, 각색, 촬영(흑백), 편집, 의상 및 음악상을 탔다. 


■ ‘지상에서 영원으로’(From Here to Eternity·1953)



일본의 진주만 습격 직전과 직후 하와이의 군 병영 내의 군인들의 우정과 의리 그리고 이들의 연인들을 함께 휩쓸고 간 모진 운명의 드라마로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연출력이 달인의 경지에 이른 흑백영화다. 원작은 제임스 존스의 동명소설.
군대를 집으로 삼는 직업군인들을 주인공으로 한 고독의 영화이자 압제에 저항하는 투쟁의 영화이기도 하다. 
세 남자 즉 말뚝상사인 워든(버트 랜카스터)과 권투선수인 고집불통의 졸병 프루(몬티) 그리고 ‘케세라 세라’ 스타일의 졸병 마지오(프랭크 시내트라)의 신념과 명예를 지키려는 고집과 범할 수 없는 인간정신의 드라마가 이들의 여인(데보라 카와 다나 리드)들과의 로맨스와 함께 소용돌이를 치면서 강력하고도 가차 없이 사실적으로 전개되는 걸작이다. 특히 유명한 장면은 밤의 와이키키 해변에서의 워든과 그의 애인으로 자기 상관의 아내인 캐런(데보라 카)과의 뜨거운 키스신.   
몬티와 랜카스터의 불타는 연기가 감동적인데 둘은 다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상은 ‘제17 포로수용소’의 윌리엄 홀든이 가져갔다. 
이 영화로 가수와 배우로서의 삶이 하락일로에 있던 시내트라가 오스카 조연상을 타면서 재생하게 되고 프루의 애인으로 클럽의 호스테스 알마 역을 한 다나 리드가 역시 오스카 조연상을 탔다.  어려서 본 이 영화 때문에 필자가 영화광이 되고 말았다. 


■  ‘애정이 꽃 피는 나무’(Raintree County·1957)



에드워드 드미트릭이 감독한 총천연색 182분짜리 멜로드라마로 원작은 로스 라크리지 주니어의 소설. 몬티와 리즈 테일러 그리고 에바 마리 세인트 및 리 마빈 등이 나온다. 
1859년. 인디애나주 레인트리 카운티가 무대. 이상주의자로 노예제 폐지론자인 잔(몬티)은 뉴올리언스에서 이 곳으로 방문 온 아름다운 부잣집 딸 수잰나(테일러)와 사랑에 빠져 고교시절 애인 넬(마리 세인트)을 버린다. 남으로 내려갔던 수잰나가 다시 잔을 찾아와 자기가 잔의 아기를 가졌다고 고백, 둘은 결혼해 뉴올리언스로 간다.
그리고 잔은 수잰나의 어머니가 광인의 돼 남편과 남편의 흑인노예 정부와 함께 불타는 집에서 소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어 수잰나도 정신질환 증세를 보인다. 둘은 다시 레인트리로 이주하고 아들 지미를 낳는데 수잰나가 점점 더 심한 정신질환 증세를 보인다. 이윽고 수잰나는 지미를 데리고 자기 가족이 있는 조지아로 도주한다. 
남북전쟁이 나자 잔은 아내와 아들을 찾기 위해 북군에 입대한다. 잔은 수잰나를 정신병원에서 찾아내 아들과 함께 고향으로 데려가나 아직도 남편이 넬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안 수잰나는 늪으로 걸어 들어가 자살한다. 
이 영화를 찍던 중 몬티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졌는데 그래서 영화를 보면 전반부와 후반부의 그의 얼굴 특히 코 모양이 다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돌아온 ‘황야의 7인’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콧수염을 한 이병헌(사진 오른쪽)이 황야의 총잡이요 칼잡이 빌리 락스로 나오는 웨스턴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의 예고편이 최근 공개됐다. 얼핏 지나가는 이병헌을 보니 주먹질이 세고 날렵하다. 한국인 건맨이라는 파격적인 캐스팅을 한 이 영화는 율 브린너가 주연한 동명영화(1960)의 리메이크로 원전은 쿠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다.
웨스턴 원작의 내용은 미국에 접경한 멕시코 깡촌을 정기적으로 약탈하는 산적들에게 시달리다 못한 농부들이 미국으로 와서 고용한 건맨들과 산적들과의 치열한 대결. 리메이크의 무대는 미 서부의 한 작은 마을 로즈 크릭(뉴올리언스에서 찍었다). 이 마을을 말아먹으려는 탐욕적이요 무자비한 실업가 보그(피터 사스가드)와 그의 졸개들의 시달림을 받는 주민들을 위해 마을에 7인의 건맨이 도착하면서 유혈 총격전이 벌어진다.  
흑인 감독 안트완 후콰가 연출한 리메이크에서 7인의 리더인 샘 치솜 역은 덴젤 워싱턴이 맡았는데 워싱턴의 첫 웨스턴이다. 구레나룻에 콧수염을 하고 검은 모자에 검은 말을 탄 워싱턴이 45구경 콜트권총을 쏜살같이 뽑아 적을 황천으로 보내는 모습이 멋있다. 그런데 후콰와 워싱턴은 워싱턴이 오스카 주연상을 탄 ‘트레이닝 데이’와 ‘이퀄라이저’에서도 함께 일했다.
나는 원작을 서울 종로 3가에 있는 피카딜리 극장에서 봤는데 사나이들 중의 사나이들인 멋진  건맨들의 늠름한 자태와 총 쏘고 칼 던지면서 벌어지는 박진한 액션에 완전히 넋을 잃고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특히 시네마스코프 화면을 타고 7인의 건맨들이 말을 타고 저 멀리서 내 앞으로 달려오는 첫 장면이 나올 때 출렁이듯 흘러나오는 교향곡적 음악이 경쾌하기 짝이 없어 엉덩이가 절로 흔들어졌었다. 엘머 번스틴이 작곡한 음악은 영화의 주인공들 못지않은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리메이크의 음악은 최근에 작고한 오스카상 수상자인 제임스 호너가 작곡했다.
후콰 감독은 워싱턴과 이병헌 외에도 활을 잘 쏘는 코맨치 인디언 레드 하베스트 역에는 아메리칸 인디언 마틴 세스마이어를 그리고 멕시칸 배우 마누엘 가르시아-룰포 등 다양한 인종을 기용했다. 하베스트는 원작에 없는 인물이고 가르시아-룰포는 원작에서 로버트 번이 맡았던 리 역에 상응하는 노릇을 한다.
이들 외에 크리스 프랫이 시건방지나 매력적인 도박사 건맨 조시 패라디로 이산 호크가 남북전쟁에 참전했다가 그 후유증에 시달리는 저격수 굿나잇 로비쇼로 그리고 빈센트 도노프리오가 도끼를 잘 쓰는 술꾼 잭 혼으로 각기 나온다. 이병헌의 빌리 역은 원작에서 과묵하고 칼 잘 쓰던 제임스 코번의 역에 상응하는 것인데 원작에서 독일 배우 호르스트 북홀츠가 7인의 한 사람인 멕시칸 건맨 치코로 나온 바 있다. 이병헌의 캐스팅만큼이나 희한한 것이다.
후콰는 다인종 캐스팅에 대해 “현대 관객들에게 원작과 거리를 둔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며 “7인들은 쿠로사와의 사무라이들의 본질을 지녔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이어 “배우들의 콤비가 기차게 좋다”면서 “이 영화는 결코 원작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원작 ‘황야의 7인’은 개봉됐을 때 흥행서 실패했고 비평가들도 찬반의견을 보였었다. 아직도 이 영화는 존 포드의 ‘수색자’나 게리 쿠퍼가 나온 ‘하이 눈’보다 한 등급 아래의 것으로 취급받고 있는데 이와 상관없이 팬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는 명작 웨스턴이다. 영화는 율 브린너가 친구인 앤소니 퀸으로부터 ‘7인의 사무라이’를 소개 받고 리메이크권을 사 만들게 됐다.
브린너는 당초 출연이 아닌 감독을 맡으려고 했다가 ‘O.K. 목장의 결투’를 만든 존 스터지스에게 연출을 맡기고 자기는 건맨으로 나왔다. 브린너와 공연한 스티브 매퀸, 찰스 브론슨 및 로버트 번 등은 당시만 해도 TV 배우로 더 잘 알려졌었는데 이 영화로 스크린 스타로 변신하게 되었다.        
원작 ‘황야의 7인’의 장점은 신나는 액션 외에도 주·조연을 비롯해 단역까지도 다 개성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특히 볼만한 것은 금이빨을 한 산적두목 칼베라 역의 일라이 왈랙. 그는 가난한 농부들을 터는 비열한 도적인데도 어딘가 품위가 있어 브린너의 총에 맞아 죽을 때 동정마저 간다.
또 다른 매력은 건맨들이 풍기는 낙조와도 같은 분위기. 시대가 문명이 서서히 서부를 잠식하고 들어오던 때여서 과거의 영웅적 역할이 더 이상 요구되지도 않고 또 존재의 의미도 상실케 된 건맨들은 마치 주인 없는 사무라이들인 낭인과도 같은 존재가 되고 만다. 브린너의 말대로 “건맨이 총보다 더 싼” 때로 영화에서 7명 중 달랑 3명만 살아남는 것이 오히려 그런 분위기에 걸맞는다. 리메이크 ‘황야의 7인’은 오는 9월23일에 개봉되며 등급은 아이들도 볼 수 있는 PG-13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