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10월 12일 수요일

 ‘알제리의 전투‘(The Battle of Algiers·1966)


알제시민들이 유럽인 지역으로 내려와 대규모 반 프랑스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프랑스에 맞서 싸운 알제리 저항단체의 독립전쟁


알제리의 프랑스로 부터의 독립전쟁 중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벌어진 저항단체 FNL(민족해방전선)의 치열한 도시게릴라전쟁을 1954-1957년 까지 3년간 집중적으로 다룬 강렬하고 사실적이며 긴장감 가득한 불후의 걸작이다. FLN의 점령자 프랑스에 대한 무차별 테러와 이에 대한 프랑스군의 가혹한 진압이 자아내는 폭력과 유혈의 악순환을 마치 기록영화와 뉴스필름 찍듯이 생생하게 사실적으로 찍은 중요한 정치영화이자 전쟁영화로 이탈리아의 질로 폰테코르보가 감독한 흑백영화다.
급박감과 폭발성 그리고 스릴과 서스펜스와 근접감이 충격적인 뛰어난 레지스탕스영화로 FNL의 결성과 테러행위 및 프랑스군에 의한 괴멸의 과정을 다루고 있는데 감독은 반드시 아랍인들을 영웅적으로 또 프랑스인들을 괴물로 묘사하지 않고 양측의 테러와 이에 대한 응징을 공평히 묘사하고 있다.
1966년 베니스영화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는데 내용이 인화성이 강하고 사회 정치적으로 뜨거운 논란거리가 될 우려가 있어 프랑스에서는 5년간 상영금지 조치를 받았다. 이 영화는 게릴라전의 교본과도 영화로서 미국의 블랙 팬서당과 북아일랜드의 에레공화군의 교본처럼 쓰여졌고 지난 2003년 미국이 이락을 침공한 뒤에도 펜타곤에 의해 군당국자들에게 ‘테러를 이기는 방법’의 참고서로 상영됐었다. 전 세계서 테러가 횡행하고 흑백대결이 악화하고 있는  미국 내 현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시의에도 적절한 영화다.
영화는 FNL의 고급간부로 체포돼 투옥된 사디 야세프가 옥중에서 쓴 책을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야세프는 영화에서 FNL의 전략가 엘-하디 자파르로도 나온다. 야세프와 함께 FNL의 리더 중 한 명인 알리 역의 브라힘 하지악 등 대부분의 극중 인물을 비배우들이 맡아 사실감을 극도로 살렸는데 유일한 배우는 FNL을 타도하기 위해 알제에 투입된 프랑스 공수부대장 중령 역의 장 마르탕. 
알제 현지에서 찍었는데 특히 항구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의 미로 같은 구 도시(카스바-이 곳은 장 가방이 나온 운명적이요 로맨틱한 ‘페페 르 모코’의 무대이기도하다)에서 손으로 들고 찍은 도주와 추격과 총격전이 긴박감 있다. 줌 과 롱샷 그리고 큰 화폭에 일필휘지로 붓질을 하듯 대담하게 담은 대중의 시위장면 등 촬영(마르첼로 가티)이 빼어나다. 
그리고 테러직전의 드럼을 위주로 한 서스펜스 가득하고 몰아대는 듯한 리듬과 테러 직후의 처참함을 진혼곡식으로 표현한 엔니오 모리코네(‘황야의 무법자’ 음악)의 음악도 훌륭하다.  음악에는 모리코네의 친구이기도 한 폰테코르보가 동참했다. 이와 함께 폭발음과 총격소리 그리고 헬기소리와 추격하는 군화소리 등 음향효과도 직감적이다.
영화는 1957년 10월 7일(화면에 연도와 날짜가 명기되는데 이는 실제 사건이 있었던 때를 말한다)부터 시작된다. FNL의 리더중 하나인 젊은 알리와 남자 동료와 소년과 여자 동료가 카스바의 집 벽 속에 숨어 있는데 여기에 폭탄을 설치한 프랑스 공수부대장 마티외중령이 이들에게 항복을 권유하면서 알리의 회상이 시작된다. 알리의 잠복처는 프랑스군의 고문에 못견딘 나이 먹은 알제의 시민에 의해 드러났다.   
1954년. 잡범인 알리는 교도소에서 프랑스의 점령에 저항하던 시민이 단두대에서 처형되는 것을 보고 레지스탕스에 가입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첫 임무로 자파르가 지시한대로 프랑스경찰을 저격한다. 그러나 권총에 실탄이 없자 알리는 경찰을 때려눕히고 도주한다. 이는 자파르가 신참인 알리의 충성을 시험한 것이다. 
FNL은 유럽인 지역에서 경찰들을 무차별 살해한다. FNL은 프랑스에 동조하는 알제시민들도 처형한다. 이어 카스바로 가는 모든 길목이 차단되고 이를 지나가야하는 알제시민들은 검문검색을 받는다. FNL에의 테러에 분개한 프랑스인들이 카스바에 폭탄을 설치, 큰 인명피해가 난다. 이에 대한 응징으로 FNL은 유럽스타일로 꾸민 세 명의 여인의 핸드백에 폭탄을 숨겨 유럽인지역의 에어프랑스 사무실과 번잡한 카페 등 세 곳을 폭파하면서 대규모의 인명피해가 난다. 유혈폭력의 악순환이다.
이에 마티외 중령이 이끄는 프랑스공수특전단이 진압군으로 도착한다. 마티외는 부하장교들에게 FNL의 세포를 고립시켜 파괴하라고 지시한다. 한편 UN에서 알제리문제가 토의되는 것을 계기로 FNL은 8일간의 총파업을 지시하고 프랑스군은 파업에 들어간 시민들을 강제로 집에서 끌어내 닫은 상점의 문을 열게 한다. 그리고 FNL과 연관이 있다고 의심되는 시민들을 잡아다 전기충격을 주고 주리를 트는 가혹한 고문을 한다. 
잠복처가 탄로난 자파르는 투항하고 FNL에서 유일하게 체포되지 않은 사람은 알리. 여기서 장면은 처음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마티외는 알리에게 투항을 재차 종용한다. 골목과 지붕 위의 알제시민들이 알리가 숨어있는 곳을 향해 두 손을 들고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를 한다.
이로부터 2년 후인 1960년 12월. 2년간 잠잠하던 대규모의 알제시민들이 천으로 급조한 알제리국기를 흔들며 유럽인 지역으로 내려와 “알제리”를 외치면서 시위를 벌인다. 밤이 되면서 알제의 하늘을 아랍인 특유의 리드미컬한 외침이 가득히 채운다. 알제리는 1962년 7월 5일 독립했다. 개봉 50주년을 맞아 새로 복원된 ‘알제리의 전투’가 7일부터 1주일간 뉴아트극장(11272 산타모니카)에서 상영된다. (310)473-8530. 사디 야세프가 9일  오후 4시 극장에서 관객과 대담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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