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커 대위는 자기가 증오하는 아메리칸 인디언들을 호송하고 대륙종단의 길을 간다. |
대륙종단 여정서 겪는 모험 ‘웨스턴 무비’
웨스턴의 장인 존 포드 감독의 ‘역마차’(Stage Coach)와 ‘수색자’(The Searchers)의 분위기를 갖춘 옛날 스타일의 준수한 웨스턴으로 중심 플롯이 포드의 마지막 웨스턴으로 리처드 위드마크, 칼 말덴, 제임스 스튜어트 및 캐롤 베이커 등 올스타 캐스트의 ‘샤이엔 가을’(Cheyenne Autumn)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인 강인한 웨스턴 ‘용서 받지 못한 자’(Unforgiven)의 숨결도 느껴진다.
대형화면에 파노라마치는 서부광야의 웅장한 아름다움과 심각한 내용 그리고 뛰어난 연기 등이 있는 길고 긴 대륙종단의 드라마로 사실감 가득한 폭력이 영화의 쓴 맛을 한층 북돋는다.
아메리칸 인디언들을 고향으로 호송하는 미군 기마대 장교의 얘기여서 인디언들을 다룰 땐 상투적인 점도 있으며 진행 속도가 매우 느리긴 하지만 감독(각본 겸) 스캇 쿠퍼의 야심만만한 대하 서사극이다.
1892년. 뉴멕시코 주 베린저 요새에 주둔한 조셉 블락커 대위(크리스천 베일)는 수십 년 간 아메리칸 인디언들을 토벌하면서 그들에 대한 적개심에 가득 찬 사람. 그에게 상관이 긴 세월을 부대 내 감옥에 수감돼 살면서 이제 불치의 중병에 걸린 샤이엔 인디언 추장(웨스트 스투디)과 그의 아들(애담 비치) 등 가족을 그들의 몬태나 주의 고향까지 호송하라고 지시한다.
블락커는 처음에 이를 거절하다가 군인으로서의 명예와 곧 제대하면 타게 될 연금을 생각해 마지못해 자기가 믿는 부하들과 신병(‘네 이름으로 날 불러다오’로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오른 티모데 샬라메가 어색하다)을 소집해 인디언들과 함께 북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 긴 여정에서 살인혐의를 받고 있는 범죄자(벤 포스터)와 인디언들의 습격으로 가족을 잃어 거의 실성할 지경에 이른 여인 로잘리 퀘이드(로자먼드 파이크) 등을 만나 이들도 일행에 합류한다.
영화는 처음에 퀘이드의 가족이 인디언들의 습격으로 살해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폭력이 매우 사실적이다. 이들이 길을 가는 도중에 여러 가지 사건과 인디언들과 또 다른 적들의 습격이 발생하는데 이런 액션과 함께 블락커와 인디언 추장 간의 증오와 적대감이 극적 긴장감을 조성한다. 그리고 블락커는 이 여정에서 서서히 인간성을 되찾으면서 백인과 인디언이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교훈마저 남긴다. 좀 상투적이나 관용을 얘기하고 있다.
베일의 연기가 눈부시다. 얼굴과 몸에 힘을 꽉 주고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풀지 않아 보는 사람의 숨통을 조인다. 아메리칸 인디언 배우들인 스투디와 비치의 연기도 훌륭하다. 파이크도 연기는 좋지만 뜨거운 태양 아래 말을 타고 긴 여정을 하는 여자의 백색 피부가 어떻게 그렇게 타지도 않고 흰지 알다가도 모를 일. 그리고 라스트 신은 통속적인 할리웃식 결말이다. R등급.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