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7월 17일 월요일

원숭이 혹성의 전쟁(War for the Planet of Apes)


평화를 사랑하는 시저는 가족과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전쟁에 나선다.

원숭이와 인간의 대규모 전면전 액션과 스릴‘여름 블록버스터’


원숭이와 고릴라와 성성이 등 온갖 유인원들이 나와 인간과 싸운다고 난리법석을 떠는 원숭이 영화인데 재미있고 지적이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놀라움은 물론 기막히게 효과적인 특수효과 탓이 크지만 호전적인 인간과 평화를 추구하는 원숭이간의 대결이라는 내용에서 배울 점도 있다. 특히 트럼프가 보고 배워야 하겠다.
액션과 스릴이 시종일관 보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영화로 특히 인간보다 나은 원숭이들의 관대함과 사랑과 연민 그리고 통찰력 및 코믹한 행동이 여름철 블록버스터 영화를 휴먼 터치(몽키 터치라고 해야겠지만)로 감싸주고 있다. 
이 영화의 원전은 지난 1968년에 나온 찰턴 헤스턴 주연의 ‘혹성 탈출’이다. 그 것을 지난 2011년에 새로 만들었고 이 영화가 히트하면서 속편이 나온 뒤 이번 것은 두 번째 속편이다.
지난 영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북가주의 원숭이 실험실에서 생산한 바이러스로 인간 못지않게 똑똑한 원숭이들이 만들어진다. 이 바이러스로 인간은 떼죽음을 당한다. 그리고 원숭이들은 실험실을 탈출해 숲속으로 도주한다. 
그 후 10년. 숲 속에 자기들 나라를 구축한 원숭이들과 살아남은 인간들 간에 긴장이 팽배하면서 양자 간에 전면전이 일어난다. 전편의 영화와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원숭이들의 리더로 총명하고 현명하며 평화를 사랑하는 시저(앤디 서키스의 몸과 눈의 움직임을 포착한 모션-캡처 기술로 보여주는 시저의 행동과 희로애락의 감정이 가득한 눈 표정이 절묘하다.)
영화는 새디스틱하고 호전적인 대령(우디 해럴슨)이 파견한 군대가 시저의 영역을 침공해 전투가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시저는 평화의 제스처로 인간 포로들을 돌려보낸다. 그러나 대령은 이번에는 자기가 직접 전투에 참가해 원숭이들의 영역을 침공하면서 원숭이들은 피난을 떠난다. 
시저는 가족이 대령의 포로가 되면서 마침내 응전을 결심하고 동지들을 이끌고 대령의 본거지로 향한다. 일종의 원숭이들의 로드 무비인데 이 과정에서 갖가지 액션과 우스운 일들이 일어난다. 일행은 가다가 혼자 남은 소녀 노바(아미아 빌러)를 입양해 알뜰히 돌본다.
원숭이들 중에서 재미있는 것은 인간이 ‘배드 에이프’라고 명명한 나이 먹은 떠돌이 원숭이(스티브 잰). ‘배드 에이프’는 때로 살벌하고 폭력적인 영화에 코믹한 쉼표 구실을 한다. 
또 다른 것은 동정심 많고 상냥한 붉은 털의 성성이 모리스(캐린 코노발). 우스우면서도 인자해 보기에 좋다.
원숭이들의 감금과 그들에 대한 가혹 행위 그리고 탈출과 음모와 배신이 이어지면서 마침내 원숭이들과 인간의 치열한 전쟁이 일어난다. 
특수효과로 만들어진 원숭이들의 수화와 동작으로 표현되는 대화 그리고 이들의 몸짓과 움직임과 표정이 경이롭다. 이 영화는 성공한 ‘몽키 비즈니스’다. 맷 리브스 감독.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레이디 맥베스(Lady Macbeth)


욕정에 불타는 캐서린은 방해되는 자들을 하나씩 제거한다.

욕정 사로잡힌 새색시 연쇄살인 음울하게 그려


처녀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더니 성적으로 좌절감에 빠진 젊은 새색시가 한을 품으니 여러 사람 저승길로 간다. 러시아 소설 ‘므첸스크 디스트릭의 레이디 맥베스’가 원작으로 이 소설 내용을 쇼스타코비치가 오페라로 만들었다가 스탈린에게 퇴폐적 작품이라는 낙인이 찍혀 음악가로서의 생애는 물론이요 목숨마저 위험에 빠졌던 일화가 유명하다.
섹스와 살인과 음모 그리고 권위에의 저항이 있는 어둡고 정열적이요 음울하면서도 안으로 끓어오르는 멜로드라마로 연기와 촬영과 의상이 모두 훌륭한 재미 만점의 작품이다. 특히 질식할 것 같은 부부 생활에서 탈주한 여자의 이야기여서 ‘보바리 부인’과 ‘안나 카레니나’ 및 ‘차털레이 부인의 연인’을 생각나게 한다. 또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황량한 영국의 멀리 떨어진 시골 정경이 ‘폭풍의 언덕’을 연상케 한다.
1865년. 영국 북부 노덤버랜드의 황량한 시골의 외딴 대저택에서 사는 40세의 알렉산더(폴 힐튼)는 방년 17세의 캐서린(플로렌스 퓨)을 아내로 맞는다. 알렉산더와 그의 아버지 보리스(크리스토퍼 페어뱅크)는 부유한 광산주로 2세를 보기 위해 플로렌스의 아버지로부터 딸을 땅과 함께 매입했다.
차갑고 기분 나쁜 분위기를 풍기는 폭군적인 알렉산더는 신혼 초야의 행위를 거부한다. 그리고 아내에게 외출을 금지시킨다. 보리스도 며느리에게 적대적이다. 캐서린은 하녀 안나(네이오미 액키)와 몇 명의 하인들이 지키는 저택의 수인이나 마찬가지다. 한창 피가 끓어오르는 나이의 캐서린은 푸른 드레스를 입은 채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면서 자유를 탐낸다.
광산에서 폭발사고나 나면서 알렉산더가 현지로 가고 보리스도 업무 차 런던에 간다. 둘이 없는 동안 캐서린은 외출해 거친 자연을 즐긴다. 그리고 마구간에 들렀다가 젊고 신체 건강하고 도전적인 막일꾼 세바스티안(코스모 자비스)을 만나 둘은 눈이 맞는다.
캐서린과 세바스티안은 주위에 아랑곳 않고 침실과 마구간을 가리지 않고 욕정을 불사르는데 결국 둘의 통정을 안나를 비롯해 알렉산더와 보리스 등 모두가 알게 된다. 이에 가혹한 응징 행위가 가해지면서 안나는 자기가 계획한 음모에 마다하는 세바스티안을 끌어들여 살인을 한다. 이 살인은 연쇄 살인으로 번진다.
계급과 인종문제도 다른 작품으로 아이로니컬하고 애매모호하게 끝이 나는데 퓨(21)가 도도하고 당찬 연기를 알차게 한다. 대성할 배우다. 윌리엄 올드로이드 감독.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할리웃의 아시안


CBS-TV의 인기 수사시리즈 ‘하와이 화이브-0’에 수사관으로 나오는 한국계 배우 대니얼 대 김과 그레이스 박(사진 왼쪽서 두 번째와 첫 번째)이 출연료 문제로 8회째 시즌 촬영에 앞서 도중하차를 발표, 다시 한 번 할리웃의 아시안 배우들에 대한 차별론이 대두되고 있다.
두 사람은 4명의 수사관 중의 일원으로 중요한 역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2명의 백인 수사관 역의 알렉스 오러플린과 스캇 칸(배우 제임스 칸의 아들-사진 오른쪽서 첫 번째)보다 출연료가 적다는 이유로 시리즈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대니얼과 그레이스의 8회째 시즌부터 인상된 출연료는 에피소드 당 각기 19만5,000달러로 이는 알렉스와 스캇의 출연료보다 5,000달러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웃이 소수계인 아시안을 서자 취급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치욕적으로 아시안을 묘사한 것은 오드리 헵번이 나온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다. 여기서 미키 루니가 뻐드렁니를 한 일본인으로 나와 어릿광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같은 아시안으로서 분기가 탱천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할리웃의 아시안 배우들에 대한 처우는 어느 정도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ABC-TV의 아시안 아메리칸 가족에 관한 인기 코미디 시리즈 ‘프레시 오프 더 보트’의 대만인 가장으로 한국계 코미디언 랜달 박이 나오고 AMC 채널의 인기 산송장 시리즈 ‘워킹 데드’의 고정 출연 배우 중 하나로 스티븐 연이 나온 것이 그 실례다. 그러나 아직도 할리웃의 아시안 배우들은 고작해야 단역이나 배경 인물로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할리웃에서 활동한 한국계 배우의 원조는 도산의 아들 필립 안. 그는 많은 영화에 나왔지만 역시 모두 단역들. 얼마 전에 다시 본 윌리엄 홀든과 제니퍼 존스가 나온 로맨스 영화 ‘모정’에서도 필립은 단역으로 거의 대사가 없는 제니퍼의 외삼촌으로 나온다. 그나마 할리웃은 필립 안의 업적을 기려 할리웃 명성의 거리에 그의 이름을 새겼는데 이 것은 코리안 커뮤니티의 적극적인 로비의 결과다.
할리웃의 궁극적 목표는 흥행 성공이다. 따라서 할리웃이 아시안 배우를 괄시하는 것은 인종차별에서 라기 보다 흥행성 때문이라고 봐야 옳다. 그래서 올 해 나온 일본만화가 원작인 ‘고스트 인 더 쉘’의 주인공으로 스칼렛 조핸슨을 썼고 작년에 나온 ‘닥터 스트레인지’에서도 아시안 남자 도사 역에 틸다 스윈턴을 썼다가 논란거리가 됐었다. 또 올 해 나온 꼴불견 ‘만리장성’의 주연도 맷 데이먼이다.
그나마 할리웃이 요즘 신주단지 모시 듯 하는 아시안이 중국인이다. 이는 중국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할리웃의 시장인데다 막대한 중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상술의 하나다. 요즘 할리웃 스튜디오들의 영화를 보면 내용과 별 관계도 없이 중국 배우들이 나오고 또 중국에 관한 에피소드를 삽입한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한 중국 배우의 말처럼 그 역이란 것이 말 한 마디 정도 하는 배경 인물인 ‘화병’에 지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백인이 지배하는 할리웃이 괄시하는 것은 비단 아시안 뿐만이 아니다. 비 백인이 다 찬밥 신세다. 그래서 아카데미도 최근 ‘오스카는 온통 백색이다’라는 힐난을 받고나서야 부랴부랴 외국의 영화인들과 미국 내 소수계와 여성 영화인들을 회원으로 영입하고 있다. 이로써 봉준호, 김기덕, 이병헌, 송강호 등 여러 명의 한국인 영화인들이 오스카 회원이 됐다.
현재 할리웃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배우들로는 올해 오스카 회원으로 영입된 존 조와 성 강, 릭 윤, 스티븐 연, 대니얼 김, 랜달 박, 저스틴 전, C.S. 리 및 그레이스 박(캐나다)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을 스크린에서 만나기란 쉽지가 않다.
내가 지금 보기를 기다리고 있는 영화가 ‘트와일라이트’ 시리즈에 단역으로 나온 저스틴 전이 감독하고 각본을 쓰고 주연도 한 ‘국’(Gook-8월18일 개봉)이다. 동양인을 비하하는 말인 ‘국’은 4.29 폭동 당시 가업인 사우스 LA의 구둣가게를 지키는 두 형제의 이야기로 올 선댄스영화제서 ‘넥스트 오디언스’상을 탔다. 그리고 ‘스타 트렉’시리즈로 잘 알려진 존 조가 주연하는 소품 인디드라마 ‘콜럼버스’(8월4일 개봉)도 기대가 크다.
나는 오래 전에 대니얼을 골든 글로브 파티에서 만났고 그 후 하와이에서 ‘하와이 화이브-0’를 찍고 있던 그와 전화 인터뷰를 했었다. 사람이 매우 겸손하고 소박해 금방 친근감이 갔다. 할리웃에서 인기 높은 작품 출연을 거부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행위다. 끼리끼리 싸고도는 영화사와 TV사들이 소위 ‘말썽’ 피우는 배우들을 은연중에 보이콧하고 있는 것이 공개된 비밀이다. 대니얼과 그레이스의 출연 거부가 할리웃의 아시안 배우들에 대한 차별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두 사람의 건투를 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