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8년 2월 28일 수요일

폭스트롯(Foxtrot)


이스라엘 군인이 라이플을 안고 폭스트롯을 추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처한 비극적 현실, 초현실적으로 담아


척박하도록 사실적인 현실감과 저 세상 얘기처럼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절묘하게 조화해 이스라엘의 병역의무제도를 신랄하고 대담하며 또 분노에 차 비판한 이스라엘 영화다. 
이스라엘군이 철딱서니 없는 젊은 사람들을 정치적 목표를 위해 사용해 일어나는 터무니없는 비극과 함께 이로 인한 이스라엘 민간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슬픔과 고통과 심리적 손상과 함께 팔레스타인 측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차별과 수모를 그리면서 이스라엘의 대 팔레스타인 정책까지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대단히 용감한 작품이라고 하겠다.
이런 슬픔과 고통은 감독의 초현실적 솜씨 탓에 희극적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비극과 희극이 거의 황당무계할 정도로 얄궂게 폭스트롯 댄스를 추고 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지난 2009년 순찰하는 탱크 속의 4명의 이스라엘 군인들의 협소감 가득한 드라마 ‘레바논’을 만들어 베니스영화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탄 새뮤얼 마오즈. 이 영화가 그의 두 번째 작품이다.
제목은 춤의 이름이자 변경 초소를 지키는 이스라엘 군의 암호. 영화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전개된다. 
먼저 최신식 아파트에 사는 건축가 마이클 펠드만(리오르 아쉬케나지)과 그의 젊은 부인 다프나(새라 애들러)에게 이스라엘 군인들이 찾아와 둘의 아들로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 있는 초소에서 근무 중이던 아들 조나산(요나탄 쉬레이)이 사망했다고 통보한다. 
다프나는 기절하고 마이클은 충격과 고통과 슬픔을 어쩌지 못해 우리 안의 짐승처럼 집안을 헤맨다. 그러다 자기가 기르는 개를 발로 걷어찬 뒤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바닥에 주저앉는다. 그리고 군이 아들의 죽음에 대해 뭔가 숨기고 있다고 의심한다. 
이어 장면은 마이클과 다른 3명이 지키는 변경 초소로 전이된다. 이 부분이 매우 초현실적이다. 이들은 지루해서 죽을 지경인데 낙타 한 마리가 지나갈 땐 순순히 차단기를 올려주다가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지나갈 땐 야유를 한다. 그러나 이들이 악한 사람들은 아니다. 여기서 이들의 정체와 과거와 주위환경 그리고 이들이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하는 것들이 조명된다. 
한 군인이 라이플을 마치 자기 애인이나 되는 것처럼 두 팔로 꼭 끌어안고 폭스트롯은 이렇게 추는 것이라며 시범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이들의 권태와 무료가 화면 밖의 보는 사람들에게까지 감염된다. 그리고 터무니없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군 고급장교가 이들을 방문, 그런 일은 변경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얼버무린다. 
마지막은 다시 펠드만의 집. 집 안은 처음과 달리 더럽고 난장판으로 집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이클과 다프나가 치열하게 싸우는데 처음과 달리 이번에는 다프나가 주도권을 쥐고 남편과 숨 막히는 신경전을 벌인다. 슬픔에 절은 부모의 고통을 통해 터무니없는 전쟁의 직접적인 결과를 사실적이면서도 희화적으로 그린 훌륭한 작품이다. 연기와 함께 이스라엘군의 초소가 있는 황량한 사막지대를 때로 밝고 때론 우중충하게 찍은 촬영이 좋다.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아마데우스(Amadeus)


모차르트가 체코 프라하에서 초연되는 자신의 오페라를 지휘하고 있다.

모차르트 천재성에 질투의 눈 먼 궁정작곡가


체코 태생의 감독 밀로쉬 포만이 연출한 1984년 작으로 모차르트와 그의 라이벌로 오스트리아의 궁정 작곡가였던 이탈리아 태생의 안토니오 살리에리 간의 경쟁의식을 허구화한 걸작 드라마다. 원작은 피터 쉐이퍼의 연극 ‘아마데우스’로 쉐이퍼가 각색했다.
아카데미 작품, 감독, 각색, 남우주연(살리에리 역의 F. 머리 에이브래햄), 분장, 미술, 음향 및 의상상 등 총 8개 부문 수상작이다. 모차르트 역의 탐 헐스도 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 실패했다.
오페라 ‘마적’ ‘돈 지오반니’ ‘후궁으로부터의 도주’ 그리고 여러 편의 교향곡과 피아노 협주곡을 비롯해 ‘진혼곡’ 등 모차르트의 주옥같은 음악들이 전편을 통해 계속해 흐른다. 네빌 매리너 경이 지휘하는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드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이 영화의 주제는 모차르트가 대표하는 비범과 살리에리가 대표하는 평범함의 치열한 대결이다. 그러니까 이류의 일류에 대한 경쟁의식이다. 영화는 늙은 살리에리가 과거를 회상하며 자기가 모차르트를 죽였다고 고백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18세가 후반 오스트리아 비엔나. 요젭 2세 황제(제프리 존스)의 궁정 작곡가 살리에리가 뒤늦게 도착한 모차르트의 천재적 음악성에 경탄하면서도 질시에 눈이 멀어 모차르트를 죽이고 모차르트가 작곡한 ‘진혼곡’을 자기 것으로 발표하려고 음모를 꾸미는 것이 중심 내용이다.
영화에서 모차르트는 아주 조야하고 상스럽고 철이 덜든 망나니로 묘사되는데 이런 모차르트를 처음 본 살리에리는 어떻게 신이 자기처럼 신심이 깊은 자를 외면하고 저런 상스러운 자에게 천재적 재능을 주었는가하고 실망과 분노에 떤다.
이어 모차르트의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도주’와 ‘피가로의 결혼’ 및 ‘돈 지오반니’와 ‘마적’ 등의 작곡 과정이 묘사되고 이와 함께 모차르트와 그의 아내 콘스탄제(엘리자베스 베리지)와의 관계가 이어진다.
모차르트가 ‘마적’ 작곡 중 쓰러져 병상에 눕자 살리에리는 모차르트가 ‘진혼곡’을 작곡하는 것을 도와준다. 모차르트가 음을 말하면 살리에리가 이를 악보에 옮겨 적는 식이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서서히 독살한 뒤 ‘진혼곡’을 자기 것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가난에 쪼달리던 모차르트는 죽고 묘비도 없이 공동묘지에 묻힌다. 마지막에 윌체어를 탄 살리에리를 에워싸고 모차르트의 하이에나의 울음소리 같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러브리스(Loveless)


사랑이 없는 부모를 둔 알로샤가 실종되면서  부모는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린다.

사랑없는 부모… 실종된 아들
수색과정서 드러나는 민낯들


사랑 없는 결혼을 끝내가는 부모의 갈등에 충격을 받아 집에서 사라진 아들을 찾으면서 겪는 부모의 후유증과 실종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그리고 수색에 나선 자원봉사대의 긴 수색과정을 통해 인간 영혼의 부식과 도덕적 무감각과 함께 현대 러시아 사회를 냉소적으로 비판한 엄청나게 심각하고 무게가 있는 러시아 영화다.
러시아 사회의 부패와 관료체제를 성경 속의 욥의 이야기를 빌려 우회적으로 비판한 걸작 ‘해수’(Leviathan)를 연출한 안드레이 즈비야긴체프의 작품으로 고통스럽도록 느리고 진지하다. 작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오는 3월 4일에 있을 오스카 시상식의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이다. 
2012년 늦가을로 우중충한 잿빛 날씨가 을씨년스럽다. 두 사람의 사랑 부재에 한기가 느껴지는 부부 제니아(마리아나 스피박)와 보리스(알렉세이 로진)는 이혼 직전의 사이로 둘은 완전히 서로를 무시하고 미워하는 사이다. 제니아는 미장원 주인이고 보리스는 회사원으로 제니아에게는 부유한 사업가 애인 안톤(안드리스 케이쉬스)이 있고 보리스는 이미 임신을 한 애인 마샤(마리나 바실리에바)와 마샤의 어머니가 함께 사는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 
부부는 살고 있던 모스크바 교외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는데 아파트가 팔리면 자신들의 12세난 아들 알료샤(마트베이 노비코프)를 누가 양육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데 서로 안 맡으려고 한다. 이 때 제니아가 자기는 알로샤도 또 보리스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는데 이 말을 자기 방에서 들은 알로샤가 소리 없이 운다.
그리고 알로샤가 실종된다. 제니아는 아들이 실종된 것도 학교로부터 아이가 이틀이나 결석했다는 통보를 받고서야 안다. 이를 경찰에 신고하나 담당형사는 인력부족이라며 실종자 수색을 하는 자원봉사대에게 부탁해보라고 건의한다. 
이어 자원봉사대의 길고 긴 수색이 진행되는데 아파트 인근 숲과 버려진 건물 등을 샅샅이 뒤지나 별무효과다. 황량한 숲과 유리창이 깨지고 물이 고인 폐건물의 모습이 엄청나게 비관적인 영화 내용을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 
부부는 혹시나 아들이 시골에서 혼자 사는 제니아의 어머니를 방문했을까 하고 찾아가는데 여기서 제니아의 찌든 과거의 현장이 노출되면서 안톤이 상징하는 부에 대한 제니아의 동경의 근원을 알게 된다. 부부는 비슷한 아이를 찾았다는 병원의 통보를 받고 갔지만 아들이 아니고 아들 또래의 사체도 역시 알로샤의 것이 아니다. 영화는 이와 함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비롯해 러시아 시민들의 부에 대한 집착 등 러시아의 사회정치적 제반문제 등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영화는 알로샤의 실종 1년 여 후에 끝나는데 아들의 실종으로 인한 후유증을 앓는 보리스와 제니아의 모습을 보여주는 라스트신이 충격적이다. 사랑 없이는 그 누구도 살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슬프고 비관적으로 아름다운 작품으로 부부로 나온 배우의 연기가 좋은데 특히 영화에 잠깐 나오는 알로샤 역의 노비코프의 말 없는 표정 연기가 뛰어나다. 그리고 촬영과 형식미도 훌륭하다.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초기 인간(Early Man)


덕(가운데)과 석기시대 인간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석기 vs 청동기 시대 원시인
액션, 유머 넘치는 축구 대결


옛날 스타일의 스톱 모션 만화영화를 만드는 영국의 아드만 스튜디오의 새 스톱 모션 만화영화로 이 스튜디오의 스타 감독 닉 파크가 만들었다. 파크 감독은 아드만의 인기 만화영화 ‘월래스와 그로밋’과 ‘션, 양의 영화’를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했는데 이번 영화도 온 가족이 즐길 만하다.
원시인들의 액션과 모험과 유머 그리고 영국 국민들이 광적으로 즐기는 축구가 있는 따스하고 향수가 배인 영화로 축구에 대한 찬양과 함께 인류공존의 평화 메시지마저 갖춘 작품이다. 농담도 즐겁고 유명 배우들이 맡은 음성연기도 좋다. 그러나 이 영화는 파크 감독의 전 영화들보다는 다소 재미가 떨어진다.
동굴에 사는 석기시대 인간들과 공룡들이 평화롭게 사는 지구에 거대한 별똥이 떨어진다. 그리고 원시인들이 뜨거운 별똥 조각을 공으로 사용해 발로 차면서 축구가 발명된 것이다. 그로로부터 수천 년 후 푸른 숲의 계곡이 삶의 터전인 인간들은 늙은 지도자 보브나(티모시 스팔) 밑에서 토끼 사냥을 하면서 평화롭게 사는데(그러나 꽤 많은 토끼를 매번 놓친다) 이 중에 젊고 야심만만한 덕(에디 레드메인)은 들소나 맘모스 같은 큰 짐승들을 사냥하자고 제의하나 먹혀들지 않는다. 덕의 친구는 호기심 많은 멧돼지 호그놉(닉 파크).
이 때 청동 갑옷을 입은 청동기시대 인간인 누스 경(톰 히들스톤)이 부하들을 이끌고 나타나 석기인간들이 사는 계곡을 점령하고 이들을 계곡으로부터 몰아낸다. 청동기시대 인간들이 계곡을 점령한 이유는 거기서 구리를 캐내기 위해서다. 한편 청동기시대 인간들은 대형 경기장에서 검투사 결투 스타일의 축구를 즐기는데 덕이 이 출입금지 지역에 몰래 잠입했다가 붙잡히면서 청동기시대  인간들로부터 석기시대 인간들과의 축구경기 도전을 받는다.
덕을 도와주는 청동기시대 처녀가 축구가 하고파도 여자여서 못 해 속이 상한 구나(메이지 윌리엄스). 일단 자기 마을로 돌아간 덕은 주민들에게 자초지종을 말하나 축구라곤 해본 적이 없는 이들은 고개를 내젓는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이 축구를 했다는 덕의 강력한 설득과 구나의 격려에 감동한 석기시대 인간들은 맹훈련에 들어간다. 과연 누가 이길까요. 내용과 대사 그리고 인물들의 움직임 등이 다 귀염성이 있다.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