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군인이 라이플을 안고 폭스트롯을 추고 있다. |
이스라엘군이 처한 비극적 현실, 초현실적으로 담아
척박하도록 사실적인 현실감과 저 세상 얘기처럼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절묘하게 조화해 이스라엘의 병역의무제도를 신랄하고 대담하며 또 분노에 차 비판한 이스라엘 영화다.
이스라엘군이 철딱서니 없는 젊은 사람들을 정치적 목표를 위해 사용해 일어나는 터무니없는 비극과 함께 이로 인한 이스라엘 민간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슬픔과 고통과 심리적 손상과 함께 팔레스타인 측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차별과 수모를 그리면서 이스라엘의 대 팔레스타인 정책까지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대단히 용감한 작품이라고 하겠다.
이런 슬픔과 고통은 감독의 초현실적 솜씨 탓에 희극적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비극과 희극이 거의 황당무계할 정도로 얄궂게 폭스트롯 댄스를 추고 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지난 2009년 순찰하는 탱크 속의 4명의 이스라엘 군인들의 협소감 가득한 드라마 ‘레바논’을 만들어 베니스영화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탄 새뮤얼 마오즈. 이 영화가 그의 두 번째 작품이다.
제목은 춤의 이름이자 변경 초소를 지키는 이스라엘 군의 암호. 영화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전개된다.
먼저 최신식 아파트에 사는 건축가 마이클 펠드만(리오르 아쉬케나지)과 그의 젊은 부인 다프나(새라 애들러)에게 이스라엘 군인들이 찾아와 둘의 아들로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 있는 초소에서 근무 중이던 아들 조나산(요나탄 쉬레이)이 사망했다고 통보한다.
다프나는 기절하고 마이클은 충격과 고통과 슬픔을 어쩌지 못해 우리 안의 짐승처럼 집안을 헤맨다. 그러다 자기가 기르는 개를 발로 걷어찬 뒤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바닥에 주저앉는다. 그리고 군이 아들의 죽음에 대해 뭔가 숨기고 있다고 의심한다.
이어 장면은 마이클과 다른 3명이 지키는 변경 초소로 전이된다. 이 부분이 매우 초현실적이다. 이들은 지루해서 죽을 지경인데 낙타 한 마리가 지나갈 땐 순순히 차단기를 올려주다가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지나갈 땐 야유를 한다. 그러나 이들이 악한 사람들은 아니다. 여기서 이들의 정체와 과거와 주위환경 그리고 이들이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하는 것들이 조명된다.
한 군인이 라이플을 마치 자기 애인이나 되는 것처럼 두 팔로 꼭 끌어안고 폭스트롯은 이렇게 추는 것이라며 시범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이들의 권태와 무료가 화면 밖의 보는 사람들에게까지 감염된다. 그리고 터무니없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군 고급장교가 이들을 방문, 그런 일은 변경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얼버무린다.
마지막은 다시 펠드만의 집. 집 안은 처음과 달리 더럽고 난장판으로 집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이클과 다프나가 치열하게 싸우는데 처음과 달리 이번에는 다프나가 주도권을 쥐고 남편과 숨 막히는 신경전을 벌인다. 슬픔에 절은 부모의 고통을 통해 터무니없는 전쟁의 직접적인 결과를 사실적이면서도 희화적으로 그린 훌륭한 작품이다. 연기와 함께 이스라엘군의 초소가 있는 황량한 사막지대를 때로 밝고 때론 우중충하게 찍은 촬영이 좋다. ★★★★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