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10월 25일 화요일

실화 드라마‘부인’의 레이철 바이스




“영화와 현실이 충돌… 매우 특별한 경험했다”


실화 드라마‘부인’(Denial)에서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영국의 저술가 데이빗 어빙을 비판하는 책을 냈다가 어빙으로부터 고소를 당해 런던 법정에 섰던 미 대학교수 데보라 립스탯으로 나온 영국 배우 레이철 바이스(46)와의 인터뷰가 최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씩씩한 모습의 바이스는 우아하면서도 시선이 따갑도록 강렬한 인상을 주었는데 약간 아이 같은 음성으로 위트와 유머를 섞어가며 질문에 지혜롭게 대답했다. 깔깔대고 웃으면서 액센트를 섞어 똑똑 부러지듯이 분명하고 총명하게 대답, 인터뷰가 재미있고 즐거웠다. 바이스는 현 제임스 본드 역의 대니얼 크레이그의 아내다. 한편 바이스와의 인터뷰 중간에 실제의 데보라 립스탯(맨 왼쪽)이 참석했다. *은 립스탯의 대답.         
-영화에서 립스탯은 아우슈비츠를 방문, 감정적으로 깊은 경험을 겪는데 역시 그런 느낌을 받았는가.
“이번에 처음으로 그 곳엘 갔다. 실화의 주인공으로 그 땅에 서 있자니 현실과 영화의 얘기가 충돌하면서 매우 특별한 경험을 했다. 아우슈비츠 밖에서 철조망을 통해 수용소 안을 향해 촬영이 허가되긴 이번이 처음이다.”

-역의 어떤 부분이 흥미 있었나.
“영국 사람인 내가 뉴욕 퀸즈에 사는 유대인으로 나와 런던에서 영국의 법제도에 대해 몰라 혼란을 겪는 노릇을 한 것이다.”

-영화 찍기 전에 립스탯을 만났는가.
“그렇다. 그를 안 만났더라면 이 역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우리 집을 찾아와 며칠을 함께 보내면서 자신의 얘기를 자세히 들려줬다. 립스탯은 뭐든지 자기가 하는 사람이다. 매우 독립적이요 생동적이며 다채로운 사람이다. 강렬하고 우습고 결단력이 있는 훌륭한 사람이다. 그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후에야 립스탯 노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립스탯처럼 불공정한 것에 대해 맞서는 사람인가.
“난 정의 수호를 위해 일어서는 사람을 존경한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인간성이다. 영화를 본 젊은 사람들이 불공정에 대해 맞서는 용기를 가져주길 바란다. 나 자신도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데보라 립스탯이 런던 법정에 서 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나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난 내 고양이를 아주 사랑하는데 그것도 사랑이고 내 아들을 사랑하는 것도 사랑이다. 그 중에서도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가장 강력하고 맹렬하다고 본다.”    

-누구와 친한가.
‘난 아직도 학교 때 사귄 친구들과 교제하고 있다. 자라면서 새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내게 중요한 사람들은 어렸을 때 안 사람들이다.“

-집과 식당 중 어느 곳에서 식사하기를 즐기는가.
“집이다. 난 훌륭한 부엌을 가지고 있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부인을 불법으로 취급하는 오스트리아와 독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난 홀로코스트 부인을 인정하지는 않으나 그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 틀린 말이라도 하게 하는 것이 낫다. 생각하는 것을 공개하지 않고 숨기면 오히려 썩게 마련이다.”

-당신의 아버지는 헝가리 유대인인데 그로부터 홀로코스트에 대해 얘기를 들었는가.
“아버지는 2차 대전 직전에 조국을 떠나 그것을 실제로 경험하진 않았으나 조국에 남은 가족은 잃었다. 늘 그의 가슴엔 그것이 남아 있는데 따라서 나도 홀로코스트를 생각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다. 나도 그것과 함께 자란 셈이다.    

-남편과 서로의 영화에 대해 얘기하는가.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서로의 각본도 읽지 않는다. 무슨 직업이든 간에 늘 그것에 대해 얘기한다는 것은 지루한 일이다. 그러나 난 남편의 영화에 매우 관심이 있고 그의 연기의 열렬한 팬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세계 정치 등 다른 할 말들이 많다.”

-다음 영화는 무엇인가.
“17세기 영국을 무대로 한 ‘페이보릿’이라는 작품이다. 앤 여왕과 그녀의 자문관인 레이디 소머셋의 얘기로 나는 소머셋 역을 맡는다. ‘권력의 균형’이라고도 부르는데 제목이 계속 바뀌고 있다.   

★이 때 립스탯이 인터뷰에 동참했다.            
-당신의 얘기가 영화로 만들어진 것에 대한 느낌은.
*“우선 레이철이 투사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가 주연한 이 영화는 내 생애 있어 가장 좋은 일 중의 하나다. 영화에 대한 반응도 좋다. 레이철을 배우로서 뿐만이 아니라 개인으로서 알게 된 것이야말로 행운이다. 그는 내 얘기를 바로 표현하기를 원했다. 참으로 인간적인 사람이다.

-레이철이 당신 역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에 대해 조사를 했는가.
*“레이철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몰랐기 때문에 철저히 연구를 한 결과 110% 찬성했다.”

-장애물이 앞에 있을 때 그것과 다투어 극복하는 편인가.
*“우리는 늘 그른 것과 싸울 수는 없으나 때론 싸워야 한다. 그러나 이 싸움은 내가 하고 싶어서라기보다 싸울 수밖에 없게 된 경우다. 그런데 승리란 기분이 좋은 것이다. 영화를 통해 젊은이들도 불의에 대항해 승리했을 때 그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가를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삶에 대한 청사진이라도 있는가.
“없다. 나아가면서 그때 그때 결정한다.”

-살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어떻게 대처하는가.
“항복하지 않고 조용히 대응하는데 종종 실패한다.”

-당신의 책을 영화로 만든다고 들었을 때 우려한 점이라도 있는가.
*“처음부터 걱정한 것은 내 책은 진실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어느 정도 진실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을 난 알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극영화 아닌 기록영화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얘기의 본질은 진실이어서 제작자들과 얘기할 때도 그 점을 강조했다. 그랬더니 그들은 진실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그 말을 믿고 영화화를 허락하면서도 망설였고 과연 내가 바른 일을 하고 있는가 하고 물어야 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서 그들이 내 믿음을 지켜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존스 부부 따라 가기(Keeping up with the Joneses)


스파이 팀(왼쪽부터)과 그의 이웃 잭과 잭의 아내 캐런과 팀의 아내 나탈리.


앞집으로 이사온 새 이웃 알고보니 스파이


할리웃의 스튜디오들이 국화빵처럼 찍어내는 전형적인 넌센스로 이름께나 있는 배우들이 아깝다. 액션과 코미디와 로맨스를 두루뭉술하니 짬뽕한 스파이영화로 브래드 핏과 앤젤리나 졸리가 나온 ‘미스터 앤 미시즈 스미스’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내용이 터무니없는 데다가 난장판 식의 액션에 억지웃음으로 뒤범벅을 해 보면서 잊어버릴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멋쟁이 존 햄은 AMC-TV의 인기 시리즈 ‘매드 멘’으로 스타가 된 배우로 TV의 작은 공간을 벗어나 빅 스크린에서도 성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영화에 나와 가지고는 그의 경력에 아무 도움도 못 될 것이다. 
애틀랜타의 중류층 동네 막다른 골목에 살면서 11년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제프(잭 갈리피아나키스)와 캐런(이슬라 피셔)은 서로 사랑하고 있지만 옛날의 정열은 식어가는 상태. 제프는 인공위성과 레이다 및 미사일 기술 등을 제조하는 군수회사의 직원 상담원이고 캐런은 가구 디자이너. 
둘의 아이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서머캠프에 간 사이 둘은 정열의 불꽃을 되살리기 위해 온갖 섹시한 방안을 궁리 중인데 이런 시도가 둘의 앞집에 새로 이사 온 존스 부부로 인해 망가진다. 존스 부부의 남편 팀(존 햄)은 큰 키에 건장한 체격을 한 친절하고 상냥한 미남으로 여행작가이고 그의 팔등신 미녀 아내 나탈리(갤 개도-이스라엘 사람으로 텔아비브에 사는데 내년에 나올 ‘원더 우먼’의 주역이다)는 소셜미디어 전문가로 스리랑카의 고아들을 돕는 인류박애자.
캐런은 자기들에게 싹싹하게 구는 이들을 시기와 동경의 눈길로 바라보면서 저런 ‘고급 인간’들이 우리 동네에 살 이유가 없다며 둘의 동태를 감시한다. 그러나 낙천적인 잭은 아내와 달리 삶이 따분하던 차에 잘 됐다 하고 팀과 금방 친해지는데 이에 캐런도 서서히 나탈리와 가까워지긴 하나 의심은 못 버린다. 그리고 잭과 팀의 아이들 같은 심심풀이와 우정이 에피소드 식으로 묘사되고 이와 함께 존스 부부는 동네 사람들과도 친해진다.
그런데 존스 부부는 왜 이 동네로 이사를 왔을까요. 얼마 안 가 이들이 잭의 회사에서 기밀이 빠져나가는 것을 조사하기 위해 이 동네에 온 스파이들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이어 할리웃식의 황당무계한 총격과 자동차 추격과 도주가 있는 액션이 요란하게 일어난다. 팀이 아내와 잭 부부를 태우고 모터사이클을 타고 총을 쏘면서 쫓아오는 킬러들을 피해 초고속으로 벤츠를 역주행하는데 이 와중에 캐런은 죽는다고 비명을 지르면서 동시에 캠프에서 걸려온 자기 아이의 전화를 받는다. 
영화에서 잭 회사의 군사기밀을 사서 팔아먹는 나쁜 놈 스코르피온으로는 코미디언 패튼 오스왈트가 나온다. 뱀고기 요리도 나오는 어리석은 영화로 마치 속편이 있을 것처럼 끝난다. 킬링타임용. 그렉 모톨라 감독. PG-13. Fox.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문라이트(Moonlight)


완이 리틀에게 수영을 가르치고 있다.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흑인 소년 성장기


마이애미에 사는 흑인 소년의 성장기이자 러브 스토리로 배우들과 감독이 모두 흑인들이다. 홀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소년이 틴에이저가 되고 이어 청년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한 점의 과장도 없이 차분하고 담담하고 자세하게 그렸는데 그런 고요 속에 강렬한 힘을 지닌 감동적인 작품이다.
세 차례의 성장과정을 세 배우가 묘사하는데 처음 보는 배우들의 연기가 마치 이웃사람의 모습을 보듯이 사실적이다. 거칠고 다소 어둡고 강인하며 또 날 것과도 같이 적나라하고 아프고 연민스러운데 연출이 매우 은밀하고 침착하며 민감하면서도 강한 흡인력을 지녀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무엇보다 아름다운데 연기뿐 아니라 음악과 촬영도 훌륭하다.
소년 리틀(알렉스 R. 히버트)은 작고 약해 학교 왈패들에게 시달린다. 어느 날 다시 이들에게 당하던 리틀은 드럭 딜러들의 거래처인 폐건물로 달아났다가 여기서 만난 적에겐 위협적이나 순진한 사람들에겐 친절한 드럭 딜러 완(마헤르샬라 알리)의 보호를 받게 된다. 그러나 리틀의 어머니 폴라(네이오미 해리스-007의 상관 M의 비서 모니페니)는 완과 아들이 가까운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리틀은 10대가 되어 본명 치론(애쉬턴 샌더스)으로 불린다. 키가 크고 비쩍 마른 치론은 역시 외톨이로 그의 유일한 친구는 다소 거치나 친절한 케빈(자렐 제롬). 둘은 밤의 해변에서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데 두 사람 사이에 로맨틱하고 성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치론은 이제 신체 건장하고 터프한 청년이 돼 블랙(트레밴테 로즈)이라 불리며 애틀랜타에 산다. 그는 장식용 금이빨을 한 과묵하고 고독한 외톨이로 이제 비로소 과거 평탄치 못한 어머니와의 관계를 다소 회복한 상태.  
어느 날 느닷없이 마이애미에서 간이식당의 쿡으로 일하는 케빈(안드레 홀랜드)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이에 블랙은 케빈을 찾아가 둘이 식당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장시간 대화를 나눈다. 이어 둘은 케빈의 아파트로 간다. 영화에서 가장 아름답고 조용하게 보는 사람의 감정을 울먹이게 만드는 장면이 마지막 장면. 블랙의 사랑의 고백이 있고 케빈은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둘 사이의 분위기가 경이롭도록 은근하고 깊고 아름답다.
연기들이 다 뛰어난데 특히 로즈의 안으로 억누르는 듯한 섬세하면서도 긴장된 연기가 돋보인다. 블랙과 케빈의 대화장면과 배우들의 연기가 밤의 월광처럼 빛나는 보석과도 같은 영화로 상냥해 좋다. 배리 젠킨스 감독. 성인용. A24.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아가씨’




속임수가 판을 치면서 플롯이 반전을 거듭하는 세계적 오퇴르 박찬욱 감독의 레즈비언 에로틱 스릴러 ‘아가씨’(The Handmaiden-★★★★-5개 만점·사진)는 발가벗은 욕정과 선혈이 흥건한 범죄영화로 본질은 러브 스토리다. 원작은 웨일즈의 여류작가 새라 워터즈의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레즈비언 로맨스 소설 ‘핑거스미스’(Fingersmith).
무대를 1930년대 일제치하 한국으로 옮긴 ‘아가씨’의 주요 인물은 4명. 친일파로 일본서 살다가 한국으로 온 음란서적 수집가인 변태적 인간 코주키(조진웅)와 자신의 후견인인 코주키의 엄격한 감시를 받으며 대저택(오사카서 촬영)에 갇혀 사는 히데코(김민희). 그리고 히데코의 막대한 유산을 노리고 그를 사랑으로 유혹하는 날사기꾼 백작(하정우)과 백작의 사주를 받고 히데코의 하녀로 들어간 소매치기 숙희(김태리).
누가 누구를 속이고 속는지 모를 만큼 얘기가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하는데 히데코와 숙희가 깊은 사랑에 빠지면서 흥미진진한 얘기가 점입가경에 이른다. 장르감독인 박찬욱의 뛰어난 솜씨가 뽐을 내는데 구도와 색깔과 촬영 및 프로덕션 디자인(올 칸영화제서 벌칸상 수상) 등 외형미가 완벽하고 연기도 훌륭하다. 특히 이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한 김태리의 어리숙한 듯하면서도 당돌한 연기가 단연 돋보인다.
물론 박찬욱의 영화여서 피가 흐르는 잔인성을 목격하게 되는데 ‘친절한 금자씨’에서 처럼 손가락이 싹독 싹독 잘려나간다. 이와 함께 히데코와 숙희의 전라의 격렬한 성애장면이 장시간 계속되는데 이 장면은 프랑스 영화 ‘푸른색이 가장 따뜻한 색’의 레즈비언 섹스신 다음 갈만하게 극사실적이다. 그런데 음악이 BBC-TV의 드라마 ‘다운턴 애비’의 것을 똑 닮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내적 깊이나 투철한 예술혼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박감독의 재능에 감탄하면서도 왜 그가 장르감독의 틀을 벗어나 그 재주로 예술성이 강한 영화를 만들지 않는 것인가 하고 궁금히 여긴다. 그는 언젠가 내게 말했듯이 자기가 깊은 영향을 받은 장르감독 히치콕의 길을 고수하려는 것인가.
얼마 전 영화 홍보차 LA에 온 박감독과 김태리를 만났다. 그는 시대를 1930년대로 잡은 것에 대해 “귀족 아가씨와 하녀라는 신분제도와 정신병원이라는 근대기관이 공존하는 시기가 그 때였기 때문이다”면서 “이와 함께 한반도의 근대성과 친일파들의 내면도 탐구할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태리에 대해 “1,500명에 육박하는 배우들을 오디션 했으나 내가 생각하는 숙희를 찾지 못했다”면서 “거의 자포자기적 심정으로 마지막 한 명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김태리였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이며 솔직한 여성의 모습을 그에게서 발견해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내가 김태리에게 “러브신 연기하기가 힘들었겠는데 참 용감한 연기”라고 말하자 태리는 “하기 힘들었어요”라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왜 한국어 제목은 ‘아가씨’인데 영어 제목은 하녀를 뜻하는 ‘핸드메이든’이냐고 물었다. 박 감독은 이에 대해 “두 여성 주인공이 균형을 이루기를 바랐다. 원제가 숙희를 가리키는 ‘핑거스미스’(소매치기)이니까 한국어 제목은 히데코가 주인공인 것처럼 ‘아가씨’ 그리고 영어 제목은 다시 ‘핸드메이든’으로 정했다”고 대답했다. 불어 제목은 ‘마드므와젤’이라고.
다소 길다고 느낀 동성애 장면에 대해서는 “애초에 우려했던 만큼 동성애 혐오자들이 준동하지는 않았다. 댓글을 악의적으로 달고 별점을 0으로 주어 깎아내리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젊은이들 특히 여성들 반응이 뜨거웠다. 무턱대고 혐오하던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자연스럽고 아름답더라’고 말할 때 정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화는 한국에서 430만명이 관람하며 히트를 했다.
앞으로 구상 중인 영화에 대해서는 한국어, 영어 영화 여러 편이 기획 가동 중이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데 박 감독의 한 측근은 내게 네트플릭스 영화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귀띔해 줬다.
박 감독은 지난 2013년 히치콕 스타일의 ‘스토커’(Stoker)로 할리웃에 데뷔했다. 박 감독은 이어 자신의 예술관과 영화관에 관해 “말로 설명할 만한 것은 없다”면서 “그때 그때 좋게 느껴지는 내용을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애쓸 뿐”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어 “꼭 사람의 손가락을 잘라야 하느냐”고 물었다. 박 감독은 이에 “코주키에게 그의 장서와 서화 컬렉션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한다면 그것이 파괴되었을 때 그의 분노도 짐작이 갈 것이다. 손가락을 자르는 것은 최소한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세계적으로 칭찬을 받은 ‘아가씨’를 제치고 한국에서 김지운 감독의 ‘밀정’(The Age of Shadows-현재 CGV서 상영)을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으로 올린 것에 대해 박 감독의 한 측근은 “그것은 늘 있는 한국의 정치적 성향 탓이라고 말했다. ‘아가씨’는 코리아타운 내 CGV, 아크라이트(바인과 선셋), 랜드마크(피코와 웨스트우드)에서 상영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