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10월 6일 목요일

부인(Denial)


홀로코스트 진위여뷰를 둘러싼 법정공방전의 세 인물 어빙, 립스탯 및 램턴(왼쪽부터).

홀로코스트를 부인한 데이빗 어빙


제목은 영국의 역사저술가로 홀로코스트를 부인한 데이빗 어빙의 주장을 말한다. 강렬하고 정열적이며 진지하고 또 엄숙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국의 정치드라마이자 법정드라마이다. 어빙을 거짓말쟁이라고 선언한 미국의 유대학 여류 교수 데보라 립스탯과 립스탯을 명예 훼손혐의로 고소한 어빙 간의 런던법정에서의 공방전을 그린 지적이요 스릴 있고 또 긴장감 감도는 훌륭한 드라마다.
진실 수호에 관한 말 많은 법정드라마치곤 아주 재미있고 집중된 관심을 이끄는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얘기로 법정의 대사는 전부 실제 재판에서 사용된 것을 그대로 써 기록영화 같은 사실감이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또 다른 볼만한 것은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다.
영화는 1994년 립스탯(레이철 바이스)이 애틀랜타의 에모리대학에서 강의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 해 펭귄사는 어빙의 홀로코스트 부인을 비판하는 립스탯의 책을 출판했다. 이 때 강의실 앉아 있던 한 남자가 일어나 자신을 데이빗 어빙(티모시 스팔)이라고 소개하면서 립스탯에게 홀로코스트의 진위여부를 놓고 토론하자고 도전한다. 그러나 립스탯은 이를 거부한다.
그로부터 2년 후 영국으로부터 립스탯에게 어빙이 보낸 고소장이 날아든다. 어빙은 립스탯의 책 때문에 자신의 생애가 파괴됐다면서 립스탯과 함께 펭귄사를 고소한 것이다. 재판을 위해 립스탯은 런던으로 날아간다.
그런데 영국법에 의하면 명에훼손 재판에서는 피고소인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게 돼있어 립스탯이 홀로코스트가 실제로 자행됐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할 입장이다. 립스탯의 변호사는 다이아나의 이혼소송을 맡았던 앤소니 줄리어스(앤드루 스캇). 그러나 스캇은 재판을 위한 준비와 자료수집 그리고 전략을 마련할 뿐이요 실제 법정에서 변호하는 사람은 달변의 직선적이요 강력한 리처드 램턴(탐 윌킨슨).
그리고 립스탯과 변호팀은 재판 전에 아우슈비츠를 방문한다. 이 장면이 매우 숙연하다. 립스탯은 처음에 램턴과 의견 충돌을 보이면서 갈등을 일으키나 서서히 그의 본의를 깨닫고 그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한다.
마침내 재판이 시작되면서 법정공방전이 벌어지는데 어빙은 자신이 스스로를 변호한다. 재판과정이 상당히 길고 언어의 대결이 치열한데 자칫하면 지나치게 심각하고 지루할 수도 있는 이 부분에 각본가 데이빗 헤어는 어빙을 동원해 다소 짓궂은  유머를 삽입해 무거움을 덜어준다. 법정대결이 육박전만큼이나 격렬하고 흥분된다.
연기파들인 바이스와 스팔과 윌킨슨의 연기가 불꽃을 튄다. 바이스의 연기는 열정과 에너지로 넘치는데 외골수로 자신의 진실에 매어달리는 여자 투사의 역을 단호하게 표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흡인력을 발산한다. 스팔의 연기는 기분이 나쁠 정도로 음산하면서도 우습고 또 인간적이며 윌킨슨의 분노에 찼으나 결코 이성을 잃지 않는 엄격한 연기도 보기 좋다. 착 가라 앉은 음악(하워드 쇼)과 촬영도 좋다. 믹 잭슨 감독. PG-13. Bleecker Street.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


마이크가 화재 속에 동료 인부들을 구출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멕시코만의 해저석유굴착기 화재사건 영화 


지난 2010년 4월 발생한 멕시코만의 절반 정도 잠수가 가능한 거대한 해저석유굴착기 ‘딥 호라이전’의 화재사건 실화를 다룬 액션재난드라마로 액션을 잘 다루는 기능공과도 같은 감독 피터 버그의 작품이다. 그가 ‘론 서바이버’에서 함께 일한 마크 왈버그와 다시 콤비가 돼 만든 영화로 기능적으로 손색이 없고 특수효과를 동원한 대재난 장면은 볼만하나 깊이나 독창성이 모자란다. 그리고 영화가 너무 정통적인 재난영화의 틀을 밟아 신섬감이 없다.
이 사고로 11명의 인부가 사망했고 굴착기의 폭발로 석유가 바다를 덮으면서 미 사상 최악의 생태계 사건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런데 이 굴착기는 한국의 현대중공업이 만든 것으로 폭발 후 이틀간 불타다가 침수했다.
영화는 2막 형식으로 구성됐다. 제1막에서는 굴착기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이 묘사되는데 주인공은 마이크 윌리엄스(왈버그). 그와 그의 아내 펠리시아(케이트 허드슨-장식용)의 관계와 함께 고참 ‘미스터 지미’(커트 러셀)와 젊은 여자 인부 안드레아(지나 로드리게스) 등이 소개된다. 그리고 후에 사고가 났을 때 인명보다 회사를 더 먼저 생각하는 석유회사의 간부 도널드 비드린(존 말코비치) 등이 필요한 악인으로 그려진다.
그런데 여기서 지나치게 자세하게 유정과 굴착과정에 대한 기술적 용어가 서술돼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는 바람에 인물 묘사가 소홀해져 작중 인물에게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는다.  
제2막에서는 굴착기에 고장이 생기면서 해저로부터 터진 파이프를 통해 솟아오른 석유와 물과 진흙이 굴착기를 뒤 덮고 이어 화재와 폭발이 일면서 거대한 강철장비들이 쪼개지고 무너지고 사람들이 공중으로 날아가 인명피해가 발생한다.
이 재난장면은 매우 효과적으로 박진하게 그려졌다. 그리고 마이크가 필수적인 영웅이 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인명을 구출하려고 맹활약을 한다.
영화가 사람들 보다 대규모 액션과 스턴트에 치중해 공허하다. 폭발과 화재의 재난영화로선 무난하나 이로 인한 후유증과 비극과 사건 속의 인물들에 대한 무게 있는 취급이 모자라 그냥 시끄럽기만 하고 별 재미도 없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타작이 되고 말았다. 연기를 거론할 영화도 못 된다. PG-13. Summit.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연인들과 폭군(The Lovers and the Despot)


김정일과 신상옥, 최은희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배우 최은희-신상옥 감독 북한 피랍사건 다뤄


영국의 로버트 캐난과 로스 아담이 함께 감독한 배우 최은희(89)와 그의 남편이었던 신상옥 감독의 김정일의 지시에 의한 북한에로의 피랍사건을 다룬 기록영화다. 두 영화인의 개인적 면모와 김정일의 영화에 대한 집념 그리고 북한의 실상을 서스펜스 스릴러이자 멜로물 식으로 다룬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은희와 신상옥이 몰래 녹음한 김정일과의 전화 통화 내용. 김정일의 육성으로 그의 영화에 대한 애착을 감지할 수 있다.   
최은희는 1978년 7월 홍콩으로부터 영화제작자를 자처하는 여자로부터 영화를 함께 만들자는 제의를 받고 홍콩으로 갔다가 같은 달 11일 괴한들에 의해 납치된다. 최은희는 화물선에 실려 북한으로 가는 8일간 건장한 남자들이 자기를 감시했다고 증언한다. 
북한에 도착한 최은희를 반갑게 맞는 사람이 김정일. 김정일은 최은희와 악수를 하면서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며 반색을 한다. 그 후 최은희는 집이 제공되고 좋은 대접을 받았지만 방기된 상태로 남는데 김정일이 최은희를 납치한 이유는 남한의 영화가 북한의 영화보다 월등하다고 느끼면서 동경했기 때문. 
최은희 실종 2개월 후 영화인으로서 침체기에 빠진 신상옥이 최은희를 찾으러 홍콩으로 갔다가 역시 실종된다. 신상옥이 재출현한 것은 납북된지 5년 후 그가 북한에서 만든 영화가 알려지면서이다.
이 5년간 신상옥은 북한의 감옥에 투옥돼 있었는데 여기서 탈출했다가 붙잡혀 독방에 갇혀 세뇌를 받게된다. 신상옥은 김정일에게 충성서약의 글을 보내 감옥에서 풀려나 최은희와 재회, 영화 활동에 들어간다.
둘은 김정일의 감독 하에 특혜를 받으면서 작품활동을 하다가 1986년 유럽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핑계로 비엔나에 갔다가 주 비엔나 미 대사관을 통해 미국으로 오기까지 2년여 동안 총 7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김정일은 두 사람에게 ‘주의’ 대신 감정적인 영화를 만들라고 주문, ‘춘향’ 등 러브스토리와 대규모 제작비가 든 ‘불가사리’도 만들었다. 둘이 만든 ‘소금’으로는 최은희가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주연상을 받았다.
북한 탈출 후 두 사람은 미국에서 살면서 신상옥은 아동용 영화 ‘닌자’를 만들었는데 이어 한국으로 귀국, 지난 2006년 80세로 별세했다.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카트웨의 여왕(Queen of Katwe)


체스 챔피언 피오나와 체스 코치 로버트가 주민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우간다 빈민촌에 사는 체스 천재 소녀의 인간승리


우간다 수도 캄팔라의 빈민촌 카트웨에 사는 일자무식의 어린 체스천재 10대소녀 피오나 무테시(마디나 날완가)의 역경을 극복한 인간승리의 감동적이요 영혼을 고무하는 실화로 인도계 여류감독 미라 나이르(‘미시시피 마살라’)가 연출했다. 
가을철에 접어들어 상을 노리고 나오는 영화들의 표본과도 같은 영화로 상냥하고 기분 좋고 흥미 있는 가족용 드라마로 특히 소녀를 비롯한 여성팬들이 좋아할 것이다. 
뛰어난 연기와 함께 특별히 흠 잡을 데 없이 재미 있고  보기 좋게 만들기는 했으나 결과가 뻔한 얘기를 지나치게 감동적으로 미화시키려고 자잘구레한 얘기들을 미주알 고주알 늘어놓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장황하고 반복되는 감이 들어 끝까지 보고 있자니 피로하다. 극적 긴장감이 모자란다. 
홀어머니 해리엣(루피타 니온고-‘12년간의 노예생활로’ 오스카 조연상)과 남동생 브라이언(마틴 카반자) 그리고 언니 나이트(타린 ‘케이’ 카이아제)와 함께 살면서 길에서 물건을 파는 피오나의 체스실력을 간파한 사람은 동네 아이들에게 운동을 코치하는 ‘스포츠 아웃리치 미니스트리’의 로버트 카텐데(데이빗 오이엘로). 그는 교회건물에서 아이들에게 체스도 가르치는데 피오나가 체스에 남다른 재주를 지녔다는 것을 알고 해리엣에게 피오나가 체스를 배우도록 허락할 것을 당부하나 거절당한다.
그러나 물론 피오나는 카텐데의 수제자가 되는데 독립심 강하고 끈질기며 또 역경과 문제에  잘 대처하는 피오나는 여덟 수를 내다보는 체스 귀재. 그리고 피오나는 많은 난관과 장애를 극복하고 지역대회를 거쳐 전국대회에서 우승한다. 이런 줄거리를 둘러싸고 찢어지게 가난한 피오나의 어려운 가족생활과 피오나와 어머니와의 갈등과 화해 또 나이트의 달동네 탈출을 위한 가출 등이 거의 진부할 정도로 자세히 그려진다. 
또 토목공학자인 카텐데의 아내와의 삶과 그의 장래 문제도 다른 서브플롯을 이루는데 카텐데는 좋은 직장이 생기나 아내의 격려와 함께 카트웨에 남아 동네 아이들의 페스탈로치 노릇을 계속한다. 모성과 어머니의 자녀를 위한 희생의 영화이기도 한데 감독이 메시지 전달에 집념, 다소 거부감이 가긴하나 충분히 보고 즐길만하다. 
훌륭한 것은 연기. 신인 날완가가 침착하고 다부지며 니온고의 품위 있는 연기 그리고 오이엘로의 민감한 연기를 비롯해 조연진들의 연기도 뛰어나다. 
현지촬영도 좋고 의상을 비롯해 다양한 색깔도 눈부시다. 끝에 배우들과 그들이 연기한 실제 인물들이 함께 나온다. PG. Disney.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맥베스’




야망과 권력, 음모와 배신과 살인 그리고 죄의식과 광기가 있는 오페라 ‘맥베스’(Macbeth^사진)는 베르디가 작곡한 셰익스피어의 세편의 연극 중 최초의 것이다. 나머지 둘은 ‘오텔로’와 ‘팔스타프’. 오페라 프로그램 노트에 의하면 베르디는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도 오페라로 만들려고 스케치까지 했으나 완성하지 못했다.
오페라 ‘맥베스’는 연극처럼 깊고 어둡고 강렬하면서 드라마틱하다. 지난 22일 LA 다운타운의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에서 공연된 LA오페라의 ‘맥베스’를 보면서 느낀 점은 극과 오페라의 폭 넓은 스케일과 함께 베르디의 음악이 참으로 훌륭하다는 것이었다.
노래도 노래지만 음악이 연극이 표현하고자하는 모든 내성과 감정을 다양하고 풍성하게 드러내 오페라의 음감에 깊이 젖어들었다. 장엄하고 음산하며 쾌활하고 희롱하듯 즐겁고 또 서정적이면서 비감하게 연극의 내용을 마음껏 구현한 음악이다. LA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제임스 콘론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가 이같은 음악을 무성한 삼림처럼 질감 있고 다변하게 연주했다.        
맥베스역의 은퇴를 모르는 사나이로 LA오페라의 총감독이기도한 플라시도 도밍고와 간교하고 표독스런 레이디 맥베스 역의 메조-소프라노 에카테리나 세멘추크를 비롯해 맥베스의 동료장군 방코 역의 로베르토 탈리아비니 및 끝에 가서 맥베스와 결투를 벌이는 맥더프 역의 아르투로 샤콘-크루스 등이 모두 노래를 잘 불렀지만 특별히 감탄할만한 음성들은 아니었다.
다만 나이 75세에도 무대를 가득 채우면서 청아한 음성을 구사하는 도밍고의 에너지가 놀랍고 세멘추크의 안개가 낀 듯한 음성이 인상적이었다. 도밍고는 처음에 바리톤으로 시작했으나 곧 이어 테너로 바꿔 활동하다가 6년 전에 바리톤으로 돌아갔다.
이번 공연에서 심하게 눈에 거슬렸던 것은 맥베스에게 스캇틀랜드의 왕이 된다고 예언을 한 마녀들이다. 연극에서는 마녀가 세 명인데 다르코 트레스냑이 연출한 이 오페라에서는 아홉 명의 긴 꼬리를 한 피부가 벗겨진 암컷 인쥐 같은 마녀들이 극중 내내 무대를 차지하면서 때로 광대처럼 굴어 극과 음악을 심하게 훼손하고 있다.
“삶은 바보가 말한 소리와 분노로 가득 찬 무의미한 얘기”라는 맥베스의 유명한 독백(윌리엄 포크너는 이 독백에서 따 자기 소설 제목 ‘The Sound and the Fury’-‘음향과 분노’로 썼다)이 있는 ‘맥베스’는 권력에 대한 야심에 가득 찼으나 머뭇거리는 스캇틀랜드의 장군 맥베스가 간악한 아내 레이디 맥베스의 사주에 따라 던칸 왕을 살해, 옥좌에 오르나 결국 부부가 함께 멸망하고 마는 얘기다.
레이디 맥베스도 말했듯이 “권력의 길이란 악의 씨가 뿌려져있어” 그것을 찬탈하려면 피를 보게 마련이다. 셰익스피어의 리처드3세와 한국의 군부쿠데타를 일으킨 군인들도 그랬다. 무서운 것이 여자라고 엉거주춤하는 맥베스를 “비겁자”라고 질책하며 던칸 왕을 죽이라고 독촉하는 것이 레이디 맥베스다.
제1막에서 레이디 맥베스가 남편의 편지를 읽는 장면은 처음에 노래가 아닌 낭독으로 시작된다. 프로그램 노트에 의하면 베르디는 오페라에 강한 극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이런 처리를 했다. 베르디는 과거 노래 위주의 오페라 테두리에서 벗어나 극을 음악만큼이나 비중 있게 다루기 위해 레이디 맥베스는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해야한다. 거칠고 공허하고 답답하고 악마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음악과 드라마를 함께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베르디와 동시대인인 바그너의 ‘뮤직 드라마’가 생각난다.
오페라는 맥베스와 맥더프의 칼싸움으로 절정에 이른다. 맥베스는 맥더프의 칼에 찔려 죽는데 물론 그 죽음은  ‘오페라적 죽음’이어서 맥베스는 치명상을 입고도 제 할 말 다 하고 죽는다.
셰익스피어의 많은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졌듯이 ‘맥베스’도 여러 번 영화화했다. 그 중에서 유명한 것이 오손 웰즈가 감독하고 주연한 흑백영화(1948)다. 레이디 맥베스 역은 자넷 놀란이 맡았는데 촬영과 무드와 연기 등이 뛰어난 작품이다. 또 로만 폴란스키도 존 핀치와 프란시스 아니스를 써 영화(1971)를 만들었고 작년에는 마이클 화스벤더와 마리옹 코티야르가 주연한 ‘맥베스’가 나왔다.
그러나 ‘맥베스’ 영화 중 최고의 걸작은 아키라 쿠로사와가 내용을 사무라이영화로 변용한 ‘피의 왕좌’(Throne of Blood 1957)이다. 도시로 미후네가 맥베스 역을 고전미를 지닌 이수주 야마다가 레이디 맥베스 역을 한 이 흑백영화는 일본의 극 노와 가부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촬영과 화면구성과 의상 및 연기 등이 뛰어난 명화다. 마지막에 갑옷을 입은 미후네가 공포에 질려 황소 눈을 한 채 빗발같이 쏟아지는 화살을 맞으며 죽는 장면이 장렬하다.
오페라 ‘맥베스’는 10월 5일, 8일, 13일(하오 7시30분)과 16일(하오 2시30분)에 공연하며 13일 공연은 산타모니카 피어와 사우스파크 게이트에서 야외 스크린으로 무료 관람할 수 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매그니피슨트 이병헌




이병헌이 쌍칼 쓰고(사진) 총까지 쏘는 코리언 건맨 빌리 락스로 나오는 웨스턴 ‘매그니피슨트 세븐’(The Magnificent Seven-★★★½^5개 만점)은 액션과 폭력이 난무하는 오락물이다. 이 영화는 지난 1960년 웨스턴의 명장 존 스터지스가 감독하고 율 브린너, 스티브 매퀸,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및 로트 번 등이 나온 동명영화(한국제목 ‘황야의 7인’)의 리메이크다. 그리고 ‘황야의 7인’ 역시 아키라 구로사와가 감독하고 도시로 미후네가 주연한 ‘7인의 사무라이’(1954)를 웨스턴으로 만든 것이다.
안트완 후콰가 감독하고 과거 그와 함께 2편의 영화를 만든 덴젤 워싱턴이 주연하는 ‘매그니피슨트 세븐’과 1960년 작이 서로 크게 다른 점은 옛 영화의 건맨들은 다 백인이었으나 이번에는 흑인, 동양인, 멕시칸 및 아메리칸 인디언 등 온갖 국적과 피부색깔을 지녔다는 점.
‘무지개 연합 건맨’들의 웨스턴인데 어쩌다가 한국인 건맨이 미 서부에까지 도착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이병헌이 조연으로 나와 악인들을 종횡무진으로 처치하는 모습을 보자니 동포로서 마음 뿌듯하다. 이병헌은 과거 ‘G.I. 조’등 몇 편의 할리웃영화에 조연이나 단역으로 나왔으나 이번 역은 그 것들과 달리 상당히 비중이 크다.
이병헌이 맡은 역은 옛 영화에서 제임스 코번이 했던 과묵한 칼잡이 브릿 역으로 이병헌의 칼 대 그에게 시비를 거는 카우보이의 총 대결은 옛 영화의 장면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그러나 이 리메이크는 철저한 액션팬 용으로 깊이와 독창성 및 신선함은 부족하다. 솜씨 있게 만든 보고 즐길만한 영화이나 옛 영화의 멋과 스타일과 스타들의 카리스마를 따를 수는 없다.
1879년 미 서부의 금광마을 로즈 크릭. 이 금광을 독식하려고 탐욕스럽고 무자비한 자본가 바톨로뮤 보그(피터 사스가드의 역이 1차원적이다)가 졸개들을 동원해 주민들에게 땅을 헐값에 팔라고 위협한다. 옛 영화의 무대는 미 접경지대 멕시코 깡촌이었고 마을 주민을 위협하는 것은 산적 두목(금이빨 한 일라이 월랙)이었다.
주민들이 마을을 구하려고 고용한 건맨이 검은 옷을 입은 샘 치솜(워싱턴-이 역은 옛 영화의 율 브린너 역). 이어 치솜은 사회의 부적응자들인 건맨들을 모은다. 폭탄전문가인 도박사로 쾌활한 조쉬 패러데이(크리스 프랫), 남부군 출신의 저격수로 ‘죽음의 사자’로 불리는 굿나잇 로비쇼(이산 호크), 로비쇼의 단짝인 동양인 칼잡이 빌리 락스, 산악인 잭 혼(빈센트 도노프리오), 직업 무법자 멕시칸 바스케스(마누엘 가르시아-룰포) 및 활 잘 쏘는 아메리칸 인디언 레드 하베스트(마틴 센스마이어) 등이 나머지 6명.
다양한 건맨들을 소개하면서 이들 개개인의 면모나 성격묘사가 부족한데 액션과 폭력을 절제하고 이들을 좀 더 깊이 있게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클라이맥스는 개틀린 연발기관총을 동원한 보그일당 대 7인의 대결로 액션은 요란하나 과장된 만화 같다. 영화 끝에 엘머 번스틴이 작곡한 옛 영화의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서 원전에 대해 치하를 하고 있다.
영화에서 약간 찜찜한 것은 로비쇼가 락스를 자기 하인이었다고 농담조로 소개하는 장면. 이에 락스가 로비쇼를 고깝지 않은 눈길로 바라보는데 미 서부시대 동양인들이란 하인이나 쿡 또는 세탁부나 철도건설 노동자들이긴 했지만 한국인이 듣기엔 거부감이 인다.
이 영화는 최근 폐막된 토론토 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다. 그래서 토론토에서 영화 출연진과의 인터뷰가 있었다. 다음은 내 질문에 답한 그들의 이병헌에 대한 평가이다.
*덴젤 워싱턴
난 한국영화 ‘달콤한 인생’을 좋아했는데 거기에 이병헌이 나온지 몰랐다. 그가 해외에서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도 몰랐다. 그는 훌륭하고 진지하고 조용하^ 또 철저하고 정확한 배우다. 그야말로 스타다.
*이산 호크
이병헌이 나온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최고의 현대판 웨스턴 중 하나로 내가 아주 좋아한다. 뛰어나고 얄궂은 영화로 그 영화에 나온 이병헌과 함께 일하고 또 관계를 맺은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크리스 프랫
사람들은 이병헌이 얼마나 유명한 스타인줄을 모른다. 그는 한국의 엘비스다. 그는 정말로 훌륭하고 멋지고 또 친절하고 품위 있는 사람으로 역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진짜 프로다. 이 영화가 이병헌을 몰랐던 사람들이 그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나는 그와 함께 다시 일하고 싶다.
프랫은 인터뷰 후 나와 사진을 찍을 때도 다시 한 번 “나 정말 그와 같이 다시 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브라보 이병헌!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