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7월 11일 화요일

스파이더-맨: 홈커밍(Spider-Man: Homecoming)

스파이더-맨은 동네 잡범부터 처리하면서 수퍼 히로 행세를 한다

틴에이저 스파이더-맨 성장통과 호쾌한 액션



21세 난 영국배우 탐 홀랜드가 15세난 고등학생 스파이더-맨(본명 피터 파커)으로 나오는 또 다시 새로 시작한 ‘스파이더-맨’ 영화로 경쾌하고 속도감 있으며 틴에이저처럼 원기왕성하다. 일종의 소년 성장기로 틴에이저 영화이지만 어른들도 즐겨 볼 수 있도록 요란하고 박력 있는 액션과 드라마를 잘 섞어 신선하고 말끔한 영화를 내 놓았다.
주인공 파커처럼 영화가 단정하고 순진하고 서민적이며 또 장난기가 짙은데 특수효과도 대단하고 무엇보다 홀랜드가 즐기면서 신나게 해대는 연기가 좋다. 빅히트할 것이며 이로써 앞으로 속편이 나올 것도 분명하다.
이 영화는 작년에 나온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어벤저스 멤버들인 아이언 맨(본명 토니 스타크)과 캡틴 아메리카 등과 함께 맹활약하면서 소개된 스파이더-맨(역시 탐 홀랜드)을 본격적으로 주인공으로 사용한 얘기다.
퀸즈에서 아주머니 메이(마리사 토메이)와 함께 사는 파커는 학교에서 외톨이. 유일한 친구가  뚱보 네드(제이콥 배탈론). 그리고 파커는 동급생 흑인소녀 리즈(로라 해리어)를 사랑하나 수줍어 말을 못하고 속을 태운다.
파커는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돌보는 어벤저스의 견습생인데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스파이더-맨으로 길길이 날뛰던 액션이 그리운데다 늘 선행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틴에이저다.
그래서 동네 잡범들부터 처리한다면서 스파이더-맨 옷을 입고 하늘을 훨훨 나르면서 자동차 절도범을 잡고 구멍가게 ATM 기계를 통째로 뜯어가는 도둑들을 때려잡는다. 그리고 길을 찾는 할머니에게 길을 안내해주고 스파이더-맨을 보고 넋을 잃은 시민들 앞에서 곡예 묘기를 보여주며 초능력을 마음껏 즐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엉뚱한 실수가 많아 사고를 저지르는데 그 때마다 이를 수습해주는 것이 아이언 맨 즉 스타크다.
파커가 수퍼 히어로 스파이더-맨의 옷을 안 입었을 때의 모습이 네드와의 우정과 학교생활 그리고 첫 사랑의 몸살 및 메이와의 관계를 통해 묘사되면서 액션과 조화를 이룬다.      
스파이더-맨의 적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파괴된 외계인들의 우주선과 온갖 무기의 잔해들을 고철로 처리하는 서민 에이드리안 투메스(마이클 키튼). 그런데 투메스가 시 정부로부터 해고를 당하면서 그는 힘과 돈 있는 기득권층에 반발해 외계인이 남긴 기계에서 캐낸 초능력을 이용해 닥치는 대로 악행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자기는 막강한 초능력을 발휘하는 쇠로 만든 독수리 옷을 입고 ‘벌처’가 돼 하늘을 날면서 온갖 범법을 저지르고 이와 함께 훔친 외계인의 기계를 이용해 가공할 파괴력을 지니 무기를 만들어 팔아먹는다.
액션 중의 장관은 뉴욕 앞 강을 운항하는 페리에서의 스파이더-맨과 ‘벌처’의 대결. 페리의 한 가운데가 갈라지면서 배가 두 쪽이 난 것을 스파이더-맨이 자신의 거미줄을 이용해 봉합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장면이 대단하다. 그리고 마지막 화물항공기에서의 결전도 볼 만하다. 한 가지 엉뚱한 점은 리즈와 투메스와의 관계. 억지다. 존 와츠 감독. ★★★½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파리에서 길 잃어(Lost in Paris)


돔(왼쪽)과 피오나가 합심해 찾아낸 마르타(중간)의 손을 꼭 잡고 있다.

“사라진 아주머니 찾아라”파리 돌아다니며 겪는 소동 훈훈한 코미디로


변덕스럽고 독창적이며 상냥하고 순진한 영화로 말보다 몸으로 보여주는 행동으로 웃기는 코미디다. 배우들의 얼빠진 모습과 그들이 저지르는 장난과 실수와 어처구니없는 짓의 타이밍이 절묘하니 완벽한 미니어처 코미디로 거의 초현실적 분위기가 난다. 
무성영화의 명 코미디언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의 영화와 프랑스의 코미디언 자크 타티의 영화를 연상케 하는데 센 강과 에펠탑이 있는 아름다운 파리에서 찍은 촬영이 곱다. 
이 영화는 벨기에 브러셀에서 활동하는 남녀 콤비 코미디언 피오나 고든과 도미니크 아벨이 제작·감독하고 각본을 쓰고 또 주연까지 했는데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늑하게 만들어주고 아울러 깨끗하게 비워주는 청량제와도 같으면서 정감 있게 우습다. 
갈비씨에 안경을 쓴 빙충맞은 모습의 캐나다의 사서 피오나(고든)가 자기가 어릴 때 파리로 이주한 아주머니 마르타(에마뉘엘 리바-‘아무르’로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프랑스 배우 리바는 지난 1월 89세로 별세)를 찾으러 파리로 간다. 88세인 마르타로 부터 자기가 혼자 있기가 힘들다고 적은 편지가 뒤늦게 온 것. 편지가 뒤늦게 온 것은 마르타가 편지를 길에 있는 쓰레기통에 넣기 때문이다.
캐나다 국기를 꽂은 배낭 하나 달랑 지고 파리에 온 피오나가 마르타의 아파트에 찾아 갔더니 마르타는 간 곳이 없다. 동네 카페에 가서 물어 봤더니 마르타가 죽었다는 것이다. 이를 못 믿는 피오나는 파리 시내를 방황하며 마르타를 찾아다니다가 센 강변에서 천막을 치고 노숙을 하는 천하태평의 껑충한 돔(아벨)을 만난다. 
그리고 둘이 함께 마르타를 찾아 파리 시내를 샅샅이 훑고 다니다가 에펠탑까지 올라가면서 가지각색 넌센스 코미디가 벌어지는데 피오나와 돔이 저지르는 실수와 엉뚱한 행동이 재미있고 우습다. 깔깔대고 웃기보다 부드러운 미소를 짓게 만드는 천진난만한 코미디다. 
그런데 마르타는 안 죽었다. 노망이 든 마르타와 마르타의 옛 남자 역의 피에르 리샤르가 공원 벤치에 앉아 서로 두 발로 추는 댄스(카메라가 발만 찍는다) 모습이 아주 정겹다. 피오나와 아벨의 연기와 코믹한 행동의 타이밍이 스위스 시계처럼 정확하고 절묘하고 리바의 연기도 소박하다. ★★★½(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