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1월 27일 금요일

황금(Gold)


케니(왼쪽)와 마이클이 인도네시아의 정글에서 황금의 꿈을 쫓고 있다.

황금을 찾아 몸부림치는 사나이의 투쟁과 모험


황금을 찾아 집념과 꿈에 사는 사나이의 끈질기고 어떤 난관에도 굴복치 않는 거의 맹목적인 투쟁과 모험을 그린 옛 할리웃 스타일의 드라마로 영화에서처럼 열병이 난 환자와도 같이 전력투구하며 몸부림치는 매튜 매코너헤이의 연기가 장관이다. 그러나 영화의 내용은 이 연기를 따르지 못하는 부실하고 미적지근한 것이어서 기대를 했다가 실망했다. 보고 즐길 만은 하나 속이 튼튼치 못한 규모 큰 B급영화다.
이 영화는 배급사인 와인스틴사가 작년 말에 오스카상 수상후보에 올리기 위해 1주일간 개봉했다가 이제 다시 내놓았으나 상감엔 훨씬 못 미친다. 큰 결점은 극본에 있는데 통 큰 드라마틱하고 정열적인 내용을 초점이 흐리멍덩하게 그려 모험영화에서 볼 수 있는 박력이나 긴장감을 느낄 수가 없다.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에 사는 사나이의 얘기(사실에 바탕을 뒀다)의 주인공은 리노에서 와쇼광산회사를 경영하는 케니 웰즈(매코너헤이). 배불뚝이에 뻐드렁니를 하고 대머리에다가 술과 담배를 즐기는 케니는 ‘내 사전에는 불가능이란 없다’를 신조로 삼는 정열가이자 낙천가.
서론은 1981년 회사가 잘 나갈 때 케니의 아버지(크레이그 T. 넬슨)가 아들에게 회사의 책임권의 일부를 넘기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로부터 7년 후 경제 침체로 케니의 회사는 망하고 케니는 집마저 잃고 동네 바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견실한 애인 케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감독 론 하워드의 딸)의 집에서 산다. 그리고 일은 바에서 본다. 이런 처지에서도 케니의 허장성세와 낙천성은 여전하다.
이어 1997년. 어느 날 케니는 술에 취한 상태애서 인도네시아(태국서 찍었다)에서 일하는 유명한 지질학자 마이클 아코스타(에드가 라미레스)를 머리에 떠올린다. 케니와 달리 과묵한 마이클은 미 발굴 금광 이론의 신봉자. 그래서 케니는 인도네시아로 날아가 마이클에게 함께 정글 속에 발굴되지 않은 금광을 탐사하자고 제의해 둘이 팀이 된다.
채취 자금 마련을 위해 케니는 혼자 미국으로 돌아와 여기저기서 투자자를 물색하고 마이클은 장비를 마련해 본격적인 금 채취에 들어간다. 열대의 악조건 하에서 케니와 마이클은 집요하게 땅을 파는데 이 과정에서 케니는 열사병에 걸리는 등 둘은 온갖 악조건에 시달린다. 영화의 중심 플롯 중의 하나가 두 사나이의 의리와 우정인데 매코너헤이의 연기에 밀린 듯이 라미레스는 우물쭈물한다.
마침내 잭팟이 터지면서 금이 발굴되자 월스트릿의 회사들이 너도 나도 케니의 사업에 뛰어들려고 한다. 여기서 탐욕스런 월스트릿의 모습이 자세히 그려진다. 그리고 얘기는 후반에 가서 뜻밖의 대반전을 시도한다. 매코너헤이의 연기 외에 촬영과 음악이 좋다. 소재가 좋아 보다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영화인데 아쉽다(등급 R.) *지난 1974년에 로저 모어(제 3대 제임스 본드)가 나온 ‘황금’이라는 영화가 재미있다. 세계 금값을 조정하기 위해 남아공의 금광을 폭파하려고 시도는 모험 액션영화다. R.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세일즈맨(The Salesman)


에마드는 변을 당한 아내에 대해 보호 본능과 함께 의심마저 품는다.

연극배우 부부의 갈등… 아내에 대한 보호 의식과 의심


지난 2011년 ‘이혼’(A Separation)에서 균열하는 부부관계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을 탄 이란의 아스가르 화라디 감독의 또 하나의 갈등하는 부부관계를 치밀하게 해부한 수작이다. 
연극과도 같은 영화로 화라디는 그의 작품들에서 관객에게 뚜렷한 해답을 안 주고 애매모호한 상황 속에 남겨 놓기를 즐겨하는데 갈등하는 인간관계란 것이 그렇게 뚜렷한 답이 있는 것이 아니만큼 이해할만하다. 그래서 더 흥미가 있다.
화라디는 굉장히 치밀한 사람으로 연출과 연기 도출 등이 다 뛰어난데 연극무대 출신이어서 그의 영화들은 연극 같은 요소를 갖추고 있다. 잘 만든 영화이긴 하나 화라디의 다른 영화들인 ‘과거’(The Past)와 ‘엘리에 관하여’(About Elly) 등에 비하면 다소 뒤진다.              
테란에 사는 인텔리 부부인 에마드(샤하브 호세이니)와 라나(타라네 알리두스티)는 파트 타임 연극배우들로 지금 막 붕괴 위험에 있는 아파트에서 옛 거주자가 어질러 놓고 이사 간 아파트로 이사와 어수선한 상태. 둘은 아서 밀러의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두 주인공 부부 윌리와 린다 로만 역을 맡아 연습 중이다.  에마드는 학교 선생이다. 
그런데 어느 날 라나가 혼자 집에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나 아파트 문을 열어 주면서 한 남자의 공격을 받아 머리에 상처를 심한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화라디는 라다가 변을 당하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드라마를 엮어가도록 인도한다. 
이 사실을 안 에마드는 아내에 대한 보호 의식과 함께 상한 자존심에 치를 떨면서 범인을 찾으려고 하나 아내마저 범인의 인상을 똑바로 보지 못해 아마추어 형사 노릇이 뜻대로 안 된다. 따라서 그의 좌절과 분노는 더욱 상승하면서 그 분출구를 아내에 대한 의심과 화풀이에서 찾는다.               
두 부부의 관계가 이글어지면서 에마드는 아내에 대해 거의 적의마저 품게 되는데 이 와중에도 라나는 연극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관객은 둘이 무대에서 연습을 하면서도 다투는 소리를 들으며 긴장하게 되는데 이는 마치 연극 속의 연극을 보는 셈이다. 서브 플롯이 있으나 중심 플롯에 큰 도움은 못 되고 마지막 부분이 다소 억지스런 데가 있다. 
훌륭한 것은 호세이니와 알리두스티의 사실적인 연기. 연기라기보다 진짜로 갈등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는것 같다. 올해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 성인용. Amazon/Cohen. ★★★1/2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마르셀 파뇰의‘마르세유 3부작’


촬영하고 있는 마르셀 파뇰.
전후 이탈리아 영화계의 한 물결이었던 네오 리얼리즘의 창시자인 로베르토 로셀리니가 “스크린의 네오 리얼리즘의 아버지는 내가 아니라 당신입니다”라고 찬양한 프랑스의 극작가이자 영화감독인 마르셀 파뇰이 극본을 쓴 서사적 3부작 사랑의 이야기 ‘마르세유 3부작’이 4K로 새로 복원돼 27일부터 로열(Royal)극장(11523 Santa Monica)에서 상영된다. (310)478-3836.
‘마리우스’(Marius^1931), ‘화니’(Fanny^1932) 및 ‘세자르’(Cesar^1936) 등으로 구성된 3부작은 남불 항구도시 마르세유를 무대로 일어나는 소시민들의 삶을 지극히 사실적이요 정답고 인간성 가득하게 그린 코믹 터치가 강한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
성 잘 내는 세자르가 경영하는 술집 아들 마리우스와 생선가게 딸 화니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인간희극이요 러브 스토리인데 유유자적 하듯이 서두르지 않고 주인공들과 그들 이웃의 일상을 미주알고주알 캐듯이 상세하고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보면 영화 같지가 않고 우리 동네 사람들의 얘기 같아 정이 가는데 인물들이 나와 가십과 허튼 소리 그리고 욕설을 하면서 친목하고 오해하고 싸우는 모습이 자애롭게 그려졌다. 인간성 탐구이자 개인들의 성격 묘사 영화인데 극작가의 작품이어서 말이 많고 연극처럼 느껴진다. 이는 파뇰이 자기 작품을 영화화한 연극으로 취급하면서 이미지 보다 대사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시네마와 연극이 절묘하게 접목된 사랑스럽고 평화로우며 아름다운 작품이다.
‘마리우스’는 헝가리 태생으로 유럽을 전전하다 후에 영국에 정착해 ‘네 날개’ 등 여러 편의 명화를 만든 알렉산더 코다가 ‘화니’는 후에 명장이 된 프랑스의 신예 마크 알레그레가 그리고 ‘세자르’는 파뇰이 감독했다. 비록 파뇰이 감독을 하진 않았으나 ‘마리우스’와 ‘화니’는 파뇰의 통제 하에서 만들어졌다.
이 3부작은 최근의 프랑스의 배우이자 감독인 다니엘 오퇴유의 것을 비롯해 그 동안 모두 다섯 차례나 신판으로 만들어졌고 오페라로도 만들어진 세월을 초월해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다. 파뇰의 다른 유명한 작품들로는 ‘빵 굽는 남자의 아내’ ‘우물 파는 남자의 딸’ 및 ‘마농의 샘’ 등이 있다.

‘마리우스’   
마리우스(왼쪽)와 화니가 사랑의 말다툼을 하고있다.
마르세유 부둣가에서 술집을 경영하는 홀아비 세자르(레뮈)는 성질이 급해 화를 잘 내나 마음은 착하고 인정이 많은 사람이다. 허풍쟁이요 농담 잘하는 낙천주의자로 아프고 슬픈 것도 유머러스하게 대처할 줄 아는 세상의 달인다.
그에겐 23세난 아들 마리우스(피에르 프레스네이)가 있는데 가게를 돌보는 마리우스의 꿈은 항구에 정박한 배를 타고 항해하는 것. 하구한 날 배만 쳐다보고 있는 꿈에 사는 남자다. 마리우스에겐 총명하고 아름다운 20세난 애인 화니(오란 드마지-파뇰의 애인으로 그의 아들을 낳았다)가 있는데 어릴 적부터 사귀어온 둘은 떼어 놓을 레야 떼어 놓을 수 없는 사이. 화니는 마리우스네 이웃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미망인 의 딸이다. 마리우스의 아내가 되고픈 화니도 마리우스가 집을 떠나 바다로 나가고파 안달이 난 것을 잘 알아 속이 아프다.
그런데 화니를 사랑하는 남자가 또 하나 있으니 그는 역시 항구에서 선박관계 물품을 파는 돈 많고 사람 좋은 50세의 오노레 파니스(페르낭 샤르팽). 화니는 마리우스를 사랑하면서도 그가 결코 자기와 결혼해 집에 남으면 행복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그를 바다로 내보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마리우스가 떠나기 전 날 밤 둘은 함께 지낸다. 제1부는 마리우스가 배를 타고 5년간의 항해를 떠나는 것으로 끝난다.
주로 세자르가 얘기하는 미사여구와 터무니없는 소리 그리고 유머와 위트가 있는 대사가 쏟아져 나오는데 이와 함께 다소 과장된 연기로 인해 마치 스크루볼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눈부시게 훌륭한 레뮈의 연기가 다음 2편까지 이어진다. 화면을 가득히 메우는 연기다. 127분. 흑백.

‘화니’
제1부 끝을 바로 이어 시작된다. 마리우스를 떠나보내고 슬픔에 젖어 있는 화니는 마리우스의 아기를 가졌다는 것을 안다. 처녀가 아기를 가졌으니 큰 일이 났다. 계속해 화니에게 구혼하는 남자가 파니스. 파니스는 화니가 아기를 가졌는데도 그 아기는 하늘이 자기에게 준 선물이라며 아기 아버지 이름 알 필요도 없다며 결혼하자고 조른다. 그래서 화니와 파니스는 마을 성당에서 성대히 결혼식을 치른다.
그리고 아들 세자리오가 부활절에 태어난다. 세자리오의 대부는 사실은 친 할아버지인 세자르. 그런데 이를 어쩌나 집을 나갔던 마리우스가 출항 2년 만에 불쑥 나타난다. 그리고 세자리오가 자기 아들이라고 강변하나 먹혀들지를 않자 한을 품고 다시 집을 떠난다. 127분. 흑백.
‘화니’는 1961년 할리웃의 조슈아 로간 감독에 의해 영어 판으로 만들어졌다. 레즐리 커론이 화니로 호르스트 북홀즈가 마리우스로 그리고 모리스 슈발리에와 샤를르 봐이에가 각기 파니스와 세자르로 나온다. 매우 아름답고 로맨틱하다.  

‘세자르’
제2부로부터 20년 후. 세자리오는 군사학교에 들어가고 파니스는 심장병으로 자리에 눕는다. 죽음이 임박했다. 파뇰의 죽음과 슬픔을 대면하는 여유와 유머를 갖춘 자세가 배꼽 빠지도록 우습게 묘시되는 것이 자기를 찾아온 성당 신부와 파니스 간의 종부성사 장면.
신부가 10계명을 하나씩 말하면 파니스는 “아 난 그것은 지켰지요”라고 고백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내 외의 여자를 탐해 관계한 것. 그리고 신부는 파니스에게 죽기 전에 세자리오에게 자기가 친 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라고 다그치나 파니스는 결코 진실을 알리지 않고 죽는다. 장례식 장면에도 유머가 만발한다.
일시 귀가한 세자리오에게 화니가 마침내 사실을 고백한다. 그리고 마리우스가 마르세유에서 멀지 않은 툴롱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경영하고 있다는 것을 안 세자리오는 아버지를 찾아가기로 한다. 마리우스는 그 동안 다소 험하고 어려운 삶을 살았는데 아직도 자기를 내쫓다시피 한 세자르와 화니에 대해 한을 품고 있다. 마침내 세자리오가 마리우스를 찾아가 “내가 당신의 아들이요”라고 밝힌다. 둘의 첫 대면 장면이 아름답다.
이제 홀몸이 된 화니는 마리우스를 자기 남편으로 맞으려고 하나 마리우스는 지난 20년간 둘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 조화를 이루기가 힘들다며 화니의 구혼을 거절한다. 이를 가운데서 중재하는 것이 현명한 세자르. 그리고 모두들 그 뒤로 내내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마지막 편이 제일 재미있고 좋은데 아름답고 우습고 평화롭다. 이 영화는 단순한 음악을 비롯해 내용이나 형식미가 오주의 영화를 생각나게 한다. 141분. 흑백.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라 라 랜드’의 오스카




제 89회 오스카 시상식은 ‘라 라 랜드’(La La Land-사진)의 잔치로 이어질 것 같다.  옛 할리웃과 뮤지컬에 바치는 노스탤지어 가득한 이 영화는 지난 24일 발표된 오스카상 각 부문 수상후보에서 작품 감독 남녀주연 등 무려 14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이는 베티 데이비스가 나온 ‘이브의 모든 것’(All About Eve^1950)과 ‘타이태닉’에 이어 오스카 사상 최다 부문에 후보에 오르는 기록이다. ‘라 라 랜드’는 지난 8일에 있은 골든 그로브 시상식에서도 총 7개 부문에서 상을 타 골든 글로브 사상 초유의 기록을 냈었는데 이로써 이 영화는 오는 시상식에서 오스카 작품상을 탈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아카데미는 지난 2년간 남녀연기상 부문에서 흑인배우를 한 명도 안 뽑아 ‘오스카는 온통 백색이다’라는 구설수에 올랐었는데 이번에는 작품, 감독 및 연기 부문에서 여러 명의 흑인작품과 영화인들을 후보로 선정했다.
작품상 후보에 오른 ‘문라이트’(Moonlight), ‘울타리‘(Fences)’, ‘히든 피겨즈’(Hidden Figures) 등과 감독상 후보에 오른 배리 젠킨스(문라이트) 그리고 주^조연상 후보에 오른 덴젤 워싱턴(울타리)과 바이올라 데이비스(울타리), 마헤르샬라 알리(문라이트)와 네이오미 해리스(문라이트)를 비롯해 루스 네가(러빙) 및 옥타비아 스펜서(히든 피겨즈) 등이 그 예다. 흑인 배우들이 연기상 부문에서 6명이나 후보에 오른 것은 오스카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밖에도 기록영화 후보에 오른 5개의 영화들 중 4편이 흑인감독이 만든 것이고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신파극 ‘라이언’에 나온 데브 파텔은 인도태생이다. 이는 백인 일색에 대한 비판에 영향을 받았음이 분명한데 이와 함께 작년에는 흑인들이 만들고 나온 영화들뿐 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다양하고 훌륭한 작품들이 많았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런데 7,000여명으로 구성된 아카데미의 회원들은 아직도 대부분 나이 먹은 백인 남자들이다.
상기 작품들 외에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들로는 ‘도착’(Arrival), ‘헬 오어 하이 워터’(Hell or High Water), ‘바닷가의 맨체스터’(Manchester by the Sea), ‘라이언’(Lion) 및 ‘핵소 고지’(Hacksaw Ridge) 등 총 9편이다. ‘핵소 고지’를 감독한  멜 깁슨은 감독상 후보에도 올랐는데 이로써 유대인과 동성애자들에 대한 차별적 발언과 개인적 행동으로 과거 10년간 할리웃의 금기인물이 되었던 깁슨은 면죄부를 받은 셈이 됐다.
그리고 ‘핵소 고지’ 나온 앤드루 가필드는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또 다른 남우주연상 후보들은 케이시 애플렉(바닷가의 맨체스터), 라이언 가슬링(라 라 랜드) 및 거의 아무도 안 본 영화 ‘캡튼 팬태스틱’(Captain Fantastic)에서 자녀들을 자연 속에서 키우는 히피 아버지로 나온 비고 모텐슨이다.
해 마다 수상후보가 발표되면 뜻밖의 후보들의 선정과 함께 당연히 후보에 오를 줄 알았던 배우들의 탈락이 있게 마련인데 이번에도 그런 일들이 발생했다. 그 중 가장 놀랄 일은 외계인의 지구 방문을 그린 공상과학 영화 ‘도착’에서 언어학자로 나온 에이미 애담스의 주연상 후보 탈락이다. 애담스는 이 영화로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으면서 골든 글로브 등 여러 시상그룹에 의해 후보로 뽑혔으나 탈락했다. ‘도착’은 작품상 외에도 감독과 각색 및 촬영 등 모두 8개 부문에서 수상후보에 올랐다.
애담스의 탈락으로 어부지리를 본 사람들이 강간당한 후 제물이 되기를 거부하고 반전 하는 섹시 스릴러 ‘엘르’(Elle)의 이자벨 위페르와 흑백결혼의 드라마 ‘러빙’(Loving)의 신인 루스 네가. 위페르는 프랑스의 베테런 배우로 이번에 처음으로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는데 올 해 골든 글로브 주연상을 탔다. 그런데 ‘엘르’는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선 탈락됐다.             탈락이라는 이변을 맞은 또 다른 여배우가 아넷 베닝이다. 베닝은 ‘20세기 여자들’(20th Century Women)에서 1970년대 북가주에서 10대의 아들을 혼자 키우는 어머니로 나와 깊고 섬세한 연기를 보여줘 비평가들의 호평과 함께 골든 글로브상 후보에도 올랐었다.
오스카상 단골 후보인 메릴 스트립은 이번에도 또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스트립은 실화인 코미디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Florence Foster Jenkins)로 후보가 됐는데 이는 스트립이 지금까지 모두 20차례 후보에 오르는 것으로 오스카 사상 초유의 기록이다. 또 다른 여우주연상 후보들은 ‘재키’(Jackie)의 나탈리 포트만, 엠마 스톤(라 라 랜드).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은 베테런 마틴 스코르세지 감독의 믿음에 관한 드라마 ‘침묵’(Silence)은 골든 글로브에 이어 아카데미로부터도 외면을 받았다. 종교와 신앙에 관한 치열한 탐구인 이 영화는 감독 자신의 신앙고백과도 같은 훌륭한 영화인데 달랑 촬영상 후보 하나에만 올랐다.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2월 26일 지미 킴멜의 사회로 할리웃의 돌비극장에서 열리고 ABC-TV에 의해 생중계 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