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8년 1월 19일 금요일

‘위대한 쇼맨’ 휴 잭맨




스리-링 서커스의 창시자인 P.T. 바넘의 삶을 그린 초호화 뮤지컬 ‘위대한 쇼맨’(The Greatest Showman)에서 바넘 역을 맡아 춤추고 노래 부르는 호주 태생의 휴 잭맨(49)과의 인터뷰가 최근 베벌리힐스의 포 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영화의 음악은 지난해 ‘라 라 랜드’로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상을 탄 저스틴 허위츠가 작곡했고 작사는 역시 ‘라 라 랜드’로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상을 탄 저스틴 폴과 벤지 파섹이 했다.
그런데 바넘과 후에 동업자가 된 제임스 베일리가 1881년에 세운 ‘바넘 & 베일리’ 서커스는 1919년 링글링 형제 서커스와 합병, 링글링 브라더스 앤드 바넘 & 베일리 서커스로 불리다가 지난 5월에 폐쇄했다. 큰 키에 호남형인 잭맨은 매우 상냥하고 겸손했는데 큰 제스처와 함께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진지하게 질문에 대답했다. 스타 티를 안내는 서민적인 사람이어서 더 호감이 갔다. 그는 필자의 영어 이름이 H.J. 라는 것을 알고 자기 이름의 두 문자와 같다고 웃으며 반가워했다.


“춤추는 장면 위해 10주간 매일 10시간씩 리허설”


-만나본 사람들 중에 가장 위대한 쇼맨은 누구인가.
“멜번의 한 카페를 무대로 노래 부르던 록 그룹 ‘멘 앳 웍’의 리드 싱어 콜린 헤이다. 그는 솔로로도 유명했는데 내 아내 데브의 가까운 친구이기도 하다. 그는 청중을 다룰 줄 아는 재주를 지녔는데 노래 하다가 멈추고 얘기를 하면서 청중을 매료시켰다. 그리고 저스틴 팀벌레이크와 비욘세와 스팅도 위대한 쇼맨들이다.” 

-첫 서커스를 구경한 소감은.
“다섯 살인가 여섯 살 때였다. 아버지와 함께 갔는데 아버지는 팝콘이 비싸다고 음식을 장만해 가 그것을 먹으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어릿광대를 보면서 우습다기보다 슬프다고 느꼈다. 그 서커스는 처음으로 동물을 동원하지 않은 서커스 중 하나다.”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을 위한 리허설이 힘들었는지.
“영화는 4년간의 작업 끝에 만들어졌다. 일단 브로드웨이의 뛰어난 연예인들과 2주간 리허설을 한 뒤 영화를 찍기 전 10주간의 리허설에 들어갔다. 그렇게 오래 걸린 것은 할리웃 황금기의 명 댄서 진 켈리가 춤추는 장면을 위해서 8주간의 리허설을 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보다 2주는 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일 하루에 10시간 씩 영화의 모든 춤 장면을 리허설 했다.”

-당신의 아이들(17세난 아들 오스카와 12세난 딸 에이바)도 연예인이 되려고 하는가.
“난 그저 아이들에게 그들이 사랑하는 것을 추구하라고 격려할 뿐이다. 난 연기를 사랑하나 때로 힘들 때가 있다.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추구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결코 늘 편안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매우 민감한 사람이었나.
“난 아직도 민감하다. 젊어서 아버지에게 내가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더니 아버지는 ‘좋아’라고 말하면서도 내가 너무 민감하고 부끄러움이 많아 걱정이라고 했다. 나는 요즘에도 내 영화에 관한 평을 읽지 않는 이유는 나쁜 부분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내가 깨달은 것은 그저 최선을 다 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배우로서 끊임없이 비판을 받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텐데.
“그렇긴 하다. 그러나 자기가 믿는 것을 행하는 데는 위험 부담이 있게 마련이다. 때로 실패해도 괜찮다는 사실과 타협해야 한다. 바른 이유로 한 일이 실패했을 때는 후회하지 않아도 좋다. 이 영화에 나온 것도 잘 만들어지지 않는 뮤지컬에 대한 믿음과 함께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바넘은 스웨덴 가수 제니 린드(레베카 퍼거슨 분)에게 완전히 매료되는데 실제로도 그렇게 누구에겐가 매료된 적이 있는가.
“초등학생 때 아버지와 함께 구경한 고등학생들이 나오는 뮤지컬 ‘맨 오브 라 만차’의 주인공 휴고 위빙을 보고 그의 연기에 완전히 반했었다. 후에 배우가 된 위빙은 당시 17세였다. 그의 노래와 연기에 감복해 뮤지컬의 레코드를 사 반복해 들었다. 최근에 크게 매료됐던 것은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주인공 벤 플랫의 노래와 연기다.”

-세실 B. 드밀이 감독해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 작품상을 탄 ‘지상 최대의 쇼’도 바넘의 서커스 얘기인데 참고로 이 영화를 봤는가.
“안 봤다. 난 영화에 나오기 전에 비슷하거나 같은 내용의 작품을 안 본다. ‘레 미제라블’에 나왔을 때도 같은 내용의 다른 영화들을 안 봤다. 일단 같은 내용의 작품에 대해 어떤 말을 듣거나 또 그것을 보게 되면 내 직관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배우는 영감을 찾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스스로가 맡은 인물을 찾아내야 한다.”
 
P.T. 바넘(중앙)이 서커스 단원들에 둘러싸여 노래를 부르고 있다.

-바넘에 이어 실제 인물들인 미 정치인 게리 하트(민주당 대통령 후보 제1순위였으나 혼외정사가 드러나 중도하차)와 이탈리아의 스포츠카 재벌 엔조 페라리로 나오는데 실제 인물들을 연기하는데 어떤 책임감이라도 느끼는지.
“게리 하트는 아직 살아 있어 하기에 압박감과 책임감을 더 크게 느낀다. 그러나 무슨 역을 하든지 늘 그 역의 직업과 같은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어서 어차피 책임감을 피할 수는 없다. 바넘 역을 충실히 하기 위해 그에 관한 책을 37권이나 읽었다. 이 영화는 문자 그대로의 뮤지컬이라기보다 바넘이라는 인물과 그의 삶에 대한 고찰이라고 해야 좋을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 중에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 
“교황이다.”

-갖고픈 드림 하우스라도 있는가.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만 있다면 난 어디서든지 행복하다.”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내가 지난 2009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사회를 맡아 춤추고 노래를 부른 뒤 이 영화의 제작자인 래리 마크가 날 찾아왔다. 그는 사람들은 나를 지금까지 ‘울버린’으로만 기억하고 있는데 이제부터는 브로드웨이 쇼맨이라고 알게 될 것이라면서 뮤지컬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난 좋다고 했다. 그 때까지 23년간을 어떤 스튜디오도 창작 뮤지컬을 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뮤지컬은 참으로 만들기가 힘들다. 그 것은 음악의 에베레스트 산이나 마찬가지다. 관객이 처음 듣는 음악을 작곡해 그들을 감동시킨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노래와 음악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 영화 만드는데도 7년이나 걸렸다.”

-무대에 올라 춤추고 노래 부를 때 어떤 기분인가.
“난 다섯 살 때부터 무대에 섰는데 늘 무대에 오르면 편안했다. 마치 집에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무대에서 내려 왔을 때보다 올라갔을 때가 더 편하게 느껴졌다. 무대에 오르면 전연 생면부지인 관객과 연계되는 것을 느끼곤 하는데 그것은 실제 삶에서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다. 바로 무대의 마술이다. 난 관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날 흥분시킨다. 그래서 오스카 시상식 때도 내가 무대에 나서지 않을 땐 무대 옆에서 서 있었다. 난 매일 같이 이것이 마지막 공연이라는 생각으로 무대에 선다. 특히 춤추고 노래 부를 땐 내 안에서 무언가 다른 것이 솟아난다. 영화 할 때와는 다르다.”

-과거의 삶과 지금의 그것이 어떻게 달라졌는가.
“난 젊었을 땐 모든 것을 너무 세기말적으로 생각했다. 애인과 이별했을 때 그것이 세상의 끝인 줄 알았고 학기말 시험에 낙제를 하고선 내 인생은 끝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생을 크게 즐기질 못 했다. 그러나 그런 과거의 투쟁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있을 수가 없다고 믿는다. 난 요즘엔 매일 아침 조용히 명상을 하면서 하루의 삶을 구상한다. 그리고 저녁에는 그 날의 내 하루를 돌아보며 점수를 매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컴 얼라이브’를 노래 부르며 춤 출 때가 가장 힘들었다. 나이 49세가 되니 다리와 무릎이 제대로 말을 안 듣는다. 난 그 동안 춤을 많이 추었지만 이 영화처럼 힘들기는 처음이다. 그리고 노래도 고음으로 불러야해 쉽지가 않았다.”

-아침에 명상하는 것 말고 무엇 다른 것으로 시작하는 것은 없는지.
“내 친구의 아버지가 비뇨기과 의사인데 그의 말에 따라 아침에 최소한 2리터의 물을 마신 뒤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운동을 하고 명상한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메리와 마녀의 꽃(Mary and the Witch’s Flowers)


메리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의 도시에 도착했다.

빗자루 타고 간 구름 위 마법학교서 펼쳐지는 모험


‘키키의 배달 서비스’(Kiki’s Delivery Service)와 ‘스피리티드 어웨이’(Spirited Away) 등 아름답고 독창적이며 상상력 풍성한 손으로 그린 만화영화들을 만드는 스튜디오 기블리의 하야오 미야자키 감독 밑에서 수련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이 스튜디오 기블리를 떠나 만든 첫 만화영화로 그림이나 내용이 스튜디오 기블리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소녀들의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는 어른들도 즐길 수 있다.
스튜디오 기블리 작품에서 자주 다룬 소녀(여자)의 독립성과 융통성 그리고 적응능력을 여기서도 얘기하고 있다. 
원작은 영국의 여류작가 메리 스튜어트가 쓴 ‘작은 빗자루’(The Little Broomstick). 
영국의 푸른 시골과 하늘의 도시가 무대다. 빨강 머리 소녀 메리(12세의 루비 반힐의 음성)는 여름방학을 맞아 시골의 이모 할머니 샬롯(린다 배론) 집에 온다. 시골 생활이 지루한 메리는 우편물을 배달하는 자기 또래의 소년 피터(루이스 애쉬번 서키스)를 만나 그의 소개로 마을과 주변 시골을 둘러본다.
어느 날 샬롯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혼자 깊은 숲속으로 들어온 메리는 피터의 고양이들을 만나 이들을 따라가다가 덤불 속에서 빛을 내는 이상한 푸른 꽃과 함께 오래된 빗자루를 발견한다. 그리고 꽃의 끈적끈적한 화밀이 움직이면서 힘을 발휘하더니 빗자루가 요동을 하면서 공중으로 뜬다. 
메리가 빗자루를 타고 공중 높이 올라 도착한 곳이 구름 위에 떠있는 도시의 엔도 마법 대학(‘해리 포터’를 생각나게 한다.). 이 학교는 여교장 멈블추크(케이트 윈슬렛)와 그를 보좌하는 신비한 닥터 디(짐 브로드벤트)가 돌본다. 
멈블추크는 메리의 마법 능력에 크게 감탄, 즉시로 메리를 학교에 입학시킬 생각을 하나 메리는 자신의 신통력이 잠정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과연 시간이 지나면서 메리의 마법 능력은 힘을 잃기 시작한다. 
오래 동안 ‘마녀의 꽃’이라 불리는 마법의 푸른 꽃의 소재를 찾으려고 애 써온 멈블추크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메리를 적으로 여기면서 피터를 납치한 뒤 메리에게 ‘마법의 꽃’의 소재를 대라고 위협한다. 그리고 메리가 위험을 무릅쓰고 피터를 구출하기 위해 자꾸 힘을 잃어가는 빗자루를 타고 하늘의 도시를 다시 찾으면서 추격과 도주의 액션과 모함이 일어난다.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자신감과 독립심을 발견해 어른이 되는 문턱에 이르는 소녀의 신선하고 상상력 가득한 작품으로 무대가 여름 시골과 구름 위 창공에 뜬 도시여서 보기에 눈이 시원하다. 그림이 아주 자연스럽다. 그리고 세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들의 음성연기가 듣기 좋다. 온 가족이 즐길 영화다.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나의 예술(My Art)


엘리가 ‘모로코’의 마를렌 디트릭을 재연하고 있다.

아마추어들이 재연하는 황금기 영화들… 향수 물씬


여류 영화인이요 사진작가이며 또 미술가인 로리 시몬스의 감독(각본 겸) 데뷔작품으로 약간 자기도취적이요 소품 안에 너무 많은 아이디어를 채워 넣긴 했지만 상냥하고 민감하며 낙조의 서글픈 분위기를 지닌 예술적 작품이다.
전원목가요 로맨스영화이며 예술계 풍자극이요 중년의 위기 얘기이자 할리웃 황금기와 스타 파워에 대한 동경이요 대마초에 취한 코미디로 시몬스가 주연한다. 레나 던햄과 파커 포지 캐미오 출연.
뉴욕에서 미술을 지도하는 60대의 비디오 미술가 엘리(시몬스)는 하던 직업과 수업지도를 떠나 북부 교외의 친구가 집을 오래 비운 사이 쉴 겸 집을 봐주려고 병으로 뒷다리를 제대로 못 쓰는 애견 빙을 데리고 거대한 저택에 도착한다.
엘리는 집 안에서 친구가 숨겨놓은 다량의 대마초를 발견, 영화 내내 이를 피워대 보자니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그리고 엘리는 모두 배우 지망생들인 두 명의 정원사(로버트 클로헤시와 조시 새프디)와 인사를 나눈다.
이어 엘리는 자기 프로젝트 제작에 들어간다. 프로젝트란 화면에 투영된 할리웃 황금기 영화들의 장면을 재연해 비디오에 담는 것이다. 옛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은 엘리가 재연하는 영화들을 보고 그 영화 제목과 장면들을 상기하면서 애잔한 향수감에 젖게 될 것이다. 이 영화 장면 재연에 출연하는 사람들이 엘리를 비롯해 두 정원사와 엘리 제자의 아버지(존 로스만).
엘리가 재연하는 영화들은 다음과 같다. 마를렌 디트릭의 ‘모로코’, 킴 노박의 ‘피크닉’과 ‘벨, 북 그리고 캔들’, 마릴린 몬로의 ‘미스피츠’와 ‘뜨거운 것이 좋아’, 윌리엄 파웰과 앤 블라이스의 ‘미스터 피바디와 인어’, 스탠리 쿠브릭의 ‘클라크웍 오렌지’ 그리고 두 편의 프랑스영화인 카트린 드뇌브의 ‘쉘부르의 우산’과 잔느 모로의 ‘쥘르와 짐’.
이들 영화의 장면들이 감독의 애정과 정성이 가득히 담긴 마음으로 재연되는데 아마추어 배우들이 연기하듯이 다소 엉성한 부분이 있어 더 재미있다.
시몬스는 보통 사람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화사한 스타 파워를 자신이 재연하는 환상을 통해 찬미하고 느끼고 있는데 그 같은 마음이 화면 밖으로 분출되면서 보는 사람의 마음속으로 파고든다. 시몬스의 영화예술에 대한 정열이 가득히 담긴 영화다.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