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트배튼 총독이 간디(왼쪽)와 인도 독립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가운데는 총독부인 에드위나. |
인도 독립 서사시, 엉성한 구성으로 몰입 떨어뜨려
1947년 8월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직전 이 역사적 절차를 순조롭게 진행시키기 위해 인도 총독으로 부임한 루이스 마운트배튼 경(휴 본느빌)의 실화를 허구와 섞어 만든 화사한 시대극으로 ‘베컴처럼 차라’를 감독한 인도계 미국 여류감독 구린더 차다가 연출했다.
옛날 영화식의 대하 서사극으로 앙상블 캐스트와 현지 촬영을 비롯해 의상과 세트 등 표면적으로는 잔칫상처럼 화려하고 풍성하나 연출 능력이나 내용은 다소 진부하고 감정적으로나 극적으로도 깊이가 모자란다. 언뜻 보기엔 ‘인도로 가는 길’을 연출한 데이빗 린의 작품을 연상시키나 광범위하고 파란만장한 얘기를 너무 소심하고 곱고 깨끗하며 또 피상적으로 다뤄 극적 충격이 약해 작품 안으로 몰입이 제대로 되질 않는다.
영화는 정치적 내용과 함께 340개의 방이 있는 총독의 저택 내 지배 계급과 하인 계급의 얘기를 ‘위층 아래층’ 식으로 다뤄 역시 본느빌이 나온 영국 드라마 시리즈 ‘다운턴 애비’를 생각나게도 한다.
합리적이요 진보적인 마운트배튼 경은 아내 에드위나(질리안 앤더슨)와 함께 뉴델리 총독 저택에 여장을 풀자마자 인도 독립 문제 논의에 들어간다. 문제는 인도를 한 국가로 독립시키느냐 아니면 힌두족이 대다수인 인도로부터 회교도들을 분리시켜 2개의 국가로 독립시키느냐 하는 것. 이를 놓고 총독은 간디(네라지 카비)와 네루(탄베르 가니)와 연쇄 회담을 벌이면서 아울러 회교도 대표인 모하메드 알리 지나(덴질 스미스)와도 회담을 갖는다.
이와 함께 저택 밖 세상에서는 힌두교들과 무슬림들 간에 유혈 폭력이 일어나면서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고 이런 갈등은 저택 내 하인들에게까지 번진다. 이에 마음이 다급해진 총독은 인도를 두 국가로 나누기로 결정하고 영국으로부터 변호사 시릴 래드클립(사이먼 캘로)을 불러들여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국경을 그리도록 시킨다.
이런 정치적 얘기와 함께 총독을 비롯한 지배 계층과 이들에게 봉사하는 사람들의 일상이 묘사되면서 뜬금없이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사랑의 얘기가 끼어든다. 마치 밖에서의 힌두교 대 무슬림의 갈등에 대비시키기라도 하려는 듯이 저택 내 하인층인 힌두 청년 지트(머니시 다얄)와 무슬림 처녀 알리아(후마 쿠레시) 간의 사랑이 묘사되나 이는 상투적인 당의정 식의 곁가지다.
격동적인 실화를 다룬 영화로선 얘기의 결이나 구성이 엉성한데 장려한 드라마가 되기보다는 공손한 소프트 오페라가 됐다. 그리고 인물들의 성격 개발이나 그들이 작품에 얹는 무게도 실하지 못하다. 좋은 소재를 충분히 살리진 못했으나 볼 만은 하다. 영국과 인도의 베테랑 스타들인 마이클 갬본과 지난 1월에 사망한 옴 푸리가 나온다. 그런데 바람둥이인 에드위나는 네루와 정사를 벌였고 마운트배튼도 정부가 있었다고 한다.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