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되는 것보다 단지 배우가 되려고 했을 뿐”
2차대전시 모로코의 카사블랑카 주재 나치대사를 암살하기 위해 부부로 위장 침투한 캐나다 군 장교 맥스(브래드 핏)와 프랑스 레지스탕스 요원 마리안의 스파이 액션 스릴러 로맨스영화 ‘얼라이드’(Allied)에서 마리안으로 나온 마리용 코티야르(41)와의 인터뷰가 최근 베벌리힐스의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있었다.
사슴같이 동그랗고 큰 눈에 광채가 나는 아름다운 모습의 코티야르는 질문에 액센트를 섞어 다소 서툰 영어로 차분하게 대답했다. 프랑스의 유명한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전기인 ‘장미 빛 인생’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탄 코티야르는 핏이 아내 앤젤리나 졸리로 부터 이혼 소송을 당하기 직전 이 영화에서 공연, 이혼 이유가 핏과 코티야르의 로맨스 때문이라는 가십에 올랐었다. 코티야르의 남편은 배우이자 감독인 기욤 카네다. 코티야르는 현재 두 번째 아기를 임신 중이다.
-영화에 나온 소감은 어떤가.
“여배우로서 이런 튼튼한 이야기를 지닌 화려하고 멋진 작품에서 내가 좋아하는 로버트 즈메키스 감독과 일한 것이야 말로 꿈과도 같다. 깊이와 스타일과 아름다움을 고루 갖춘 영화다.”
-브래드 핏과의 경험은 어땠는가.
“그는 참으로 훌륭한 배우로 황홀한 경험이었다. 난 그의 영화들을 거의 다 봤는데 그는 매 영화마다 변신하는 사람이다. 그는 매번 다른 역을 시도하는 사람으로 나는 그런 배우를 존경한다.”
-아기 엄마이자 아내로서 핏과의 관계에 대한 가십을 견디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스타가 아니었더라면 하고 생각이라도 해본 적이 있는가.
“난 결코 스타가 되려고 한 것은 아니고 단지 배우가 되려고 했을 뿐이다. 난 내 꿈을 전파하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었다. 난 생동하는 강렬한 꿈을 현실로 사는 여자로 그로 인해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배우로서 내 삶을 내가 존경하고 또 나를 고무시키는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행운이다.”
-처음 이 영화의 각본을 읽었을 때의 소감은 무엇인가.
“처음 읽은 것은 4년 전이다. 그 즉시 느낀 점은 마리안 이야말로 여배우가 꿈 꿔온 역이라는 것이었다. 난 그 동안 많은 영화에서 어둡고 짓눌린 여자로 나왔는데 마리안은 이와 달리 황홀하고 화려한 시간과 배경 속의 여자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할리웃의 어떤 점을 수용하고 어떤 부분을 배척하는가.
“난 모든 것을 배척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것을 배척하기보다 분석하려고 노력한다. 어리석고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다 배척하면 무언가를 잃게 된다. 그리고 할리우드도 세상처럼 변화하고 있다. 나는 시네마의 본향인 할리웃에는 늘 정직하고 진지하고 진실한 것을 말하는 작가와 배우와 감독 그리고 예술가들이 있다고 믿는다.”
-모래폭풍 속에서 뜨겁게 섹스를 하는 장면 찍기가 힘들었는가.
“그런 장면 찍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즈메키스 감독이 매사를 편하게 만들어줘 큰 어려움을 겪진 않았다. 그는 참으로 훌륭하고 재능 있는 사람이다. 러브신을 위해선 사전 연습을 많이 했다. 그리고 자유롭게 자신을 역에 내맡겨 자연스럽고 사실과 같이 해낼 수 있었다.”
카사블랑카의 카페에 앉은 위장 결혼 부부 스파이 마리안(왼쪽)과 맥스. |
-폭격 속에 출산 장면은 어땠는가.
“그것은 어려웠다. 잘못하면 과장된 연기를 하거나 아니면 모자라는 연기를 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출산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마리안이 맥스를 카사블랑카에서 처음 만난 것이 영화 ‘카사블랑카’가 개봉된 해와 같은 1942년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이에 관한 생각을 해보았는가. “그 영화는 작품과 배우들이 다 전설적인 것이어서 감히 영감을 받으려고 생각하기가 두려웠다. 그러나 생각은 했다. 한 가지 말할 것은 난 모로코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되면서 변한 점은 무엇인가.
“변했다기보다 진화했다고 봐야 한다. 어머니와 배우로서 일하자면 서로 다른 삶의 균형을 찾아야한다. 어머니가 되기 전에는 내 개성에 까지 영향을 미치도록 역에 영육을 바쳤고 난 그에 괘념치 않았지만 이젠 영화가 끝나면 집에 돌아와 내 자신으로 돌아와 아이와 함께 있어야한다. 왜냐하면 아이가 배우인 내가 아니라 엄마인 나를 원하고 또 알기 때문이다. 다섯 살 난 아들 마르셀은 내가 다른 사람으로 보이는 세트에 오는 것을 싫어한다. 이제 둘째를 보면 배우와 어머니로서의 균형을 유지하기가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역을 어떻게 택하는가.
“튼튼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에이전트가 먼저 고르고 이어 나와 그에 대해 상의한다. 그들은 내가 배우로서 진화할 수 있는 역을 고른다. 따라서 그들은 단순히 에이전트가 아니라 나의 창조적 삶을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명작이 아닌데도 자꾸 보게 되는 영화라도 있는가.
“윌 퍼렐과 존 C. 라일리가 주연한 코미디 ‘스텝 브라더즈’다. 보면서 웃다가 울다가 한다. 난 코미디를 좋아한다.”
-역을 위해 브래드 핏을 언제 만났는가.
“제작이 시작 되는 즉시로 즈메키스와 함께 만났다. 그리고 촬영 15일 전부터 예행연습을 했다. 준비 기간은 모든 영화에 있어 다 주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그 15일 간은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다. 나 자신을 잃지 않고 나와 전연 다르게 일을 하는 배우들에게 적응한다는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미국인인 핏이 프랑스계 캐나다인이 쓰는 프랑스어를 익히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 그는 훌륭한 배우일 뿐 아니라 친절하고 관대하며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이다.”
-자연과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그 일은 내 삶의 일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우리가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고 또 그 책임을 져야한다. 난 그린피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 운동은 지구와 인간성에 상처를 입히는 사람들을 계속해 주시할 것이다. 그들은 순전히 영리추구를 위해 지구와 인간성을 해치고 있다. 난 우리의 생명과 생존에 관한 의식을 일깨워주고 있는 환경보호단체 사람들을 매우 존경하고 있다.”
-남편과의 관계는 어떤가.
“너무 사적인 질문인데 우린 매우 행복하다. 우리의 삶은 멋지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진화하다보면 더 훌륭한 사람이 되게 마련이다. 나는 남편으로 인해 나 자신을 더 많이 발견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옆을 정직과 사랑과 존경심으로 지키고 섰다는 것이야 말로 인간으로서 아름답고 멋진 경험이다.”
-영화에서처럼 가까운 사람의 정체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실제로 경험한 적이라도 있는가. 타인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자신을 알고 자신의 정체에 대해 마음을 열고 깊이 통찰한다면 다른 사람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문도 열린다고 본다. 자신을 진실로 안다면 삶의 수많은 가능성의 문이 열려 보다 강하게 살게 된다고 믿는다.”
-사람을 안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살면서 그에 대해 신비하다고 느껴본 적이 있는가.
“스스로를 아는 것조차 어려우니 타인을 안다는 것은 항상 의문과 신비라고 하겠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으로서 계속해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매우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때로 의문을 느낄 때가 있다.”
-당신은 디오르의 모델인데 그로 인해 배운 점이라도 있는가.
“덕택에 패션에 대해서 보다 많이 알게 되었다. 그 전에는 패션이 하나의 예술의 형태라는 것을 몰랐다. 이젠 디오르의 아름다운 창작품을 입으면 행복감을 느낀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