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알면 알수록 가능성에 한층 더 가까워져”
현재 상영 중인 드라마 ‘유언’(The Last Word)에서 자기 부음에 좋은 여자로 표현되려고 뒤 늦게 착한 일 한다고 부산을 떠는 심술 맞은 이혼녀 해리엣으로 나오는 할리웃의 베테런 스타 셜리 매클레인(81)과의 인터뷰가 최근 베벌리 힐즈의 포 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춤추고 노래하며 스크린과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매클레인은 특히 코미디 드라마에 능한데 두목(?) 프랭크 시내트라를 비롯해 딘 마틴, 피터 로포드,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및 조이 비숍 등으로 구성된 ‘랫 팩’의 준 멤버였다. ‘랫 팩’은 샌즈 호텔을 중심으로 베이가스의 쇼 무대를 주름 잡았던 마초 스타그룹이다.
이들이 나온 유명한 영화가 ‘오션의 11명’(1960)으로 이 영화는 후에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에 의해 신판과 속편이 만들어져 빅히트했다. 현재 샌드라 불락을 주연으로 여성 판 ‘오션의 11명’이 제작 중이다.
매클레인은 비록 얼굴과 손에 주름이 잡혔지만 귀여운 할머니 같았는데 눈을 깜빡 거리면서 위트와 유머를 섞어 질문에 명랑하게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마치 여왕처럼 우아하고 품위가 있었는데 유머 속에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고 차분하고 조리가 또렷했다. 대답 내용이 매우 철학적이었다.
-해리엣이 당신 자신을 표현한 것인가.
“부분적으로 맞다. 해리엣이 능률과 균형을 좋아하고 또 매사를 쉽게 처리하려고 하는 것이 나를 닮았다. 나의 작업 윤리가 바로 그렇다. 각본을 쓴 스튜어트 핑크도 나를 생각하면서 글을 썼다고 했다.”
-당신은 환생에 관한 책을 몇 권 썼는데 환생을 믿는가.
“내 책들은 다 자아 발견에 관한 것이다. 해리엣 역도 그런 것이다. 난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자아 반성을 하기를 원하고 있다. 난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여자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물었더니 어머니는 헤어스타일과 얼굴과 태도가 모두 예쁘고 고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도 했지만 그 것을 너머 나 자신의 영역을 넓히려고 애썼다. 내가 계속해 연기하려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연기로 인해 난 내 자신의 다른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다음 세대에 전하고픈 삶의 교훈이라도 있는지.
“자신이 스스로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머물지 말고 더 자신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라는 것이다. 우리에겐 늘 우리가 몰랐던 다른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 것을 알면 알수록 우리는 우리의 운명과 가능성에 한층 더 가까워 질 수가 있다.”
-당신의 인생에 후회할 것이라도 있는지.
“없다. 난 살면서 어려움에 처하고 상처를 받을 때마다 그 것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자 했다. 배운다는 것에 후회란 있을 수 없다.”
심술많은 해리엣은 죽기전에 좋은 일을 한다며 부산을 떤다. |
“요즘은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블록버스터 영화에 집념하는데 예전에는 배우들이 성격개발이나 인물 위주의 영화에 보다 신경을 썼다. 돈은 요즘처럼 그렇게 많이 요구하지도 또 있지도 않았다. 그 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그 때 배우 노릇 하기란 지금보다 힘들었지만 자신의 가능성에 대한 도전의 기회는 더 많았다.”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 자신들 내면의 민주주의를 검사한 뒤 우리가 얼마나 아마추어에 대해 관대할 수 있는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말 밖에 할 것이 없다.”
-첫 번째 오디션에 대해 말해 달라.
“난 오디션 없이 막 바로 히치콕의 ‘트러블 위드 해리’의 세트에 나가면서 데뷔했다. 난 히치콕의 작은 ‘황금의 아이’였다. 따라서 내겐 매 영화가 다음 영화를 위한 오디션이나 마찬가지였다. 난 ‘라 라 랜드’의 여주인공처럼 고통스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됐다. 나는 오히려 역을 맡은 뒤에 오디션을 한 셈으로 사실 그 것이 더 어렵다.”
-당신은 ‘랫 팩’과 매우 가까웠는데 그들 중 누가 가장 좋았는가.
“딘(마틴)이 제일 우스웠다. 내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우스운 사람이다. 그의 즉흥성과 타이밍이란 가히 천재적인 것이었다.
난 프랭크(시내트라)를 매우 존경한다. 그는 큰 가슴과 재주를 지닌 사람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새미(데이비스 주니어)가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그를 돌봤다. 난 그들과 개성적인 면을 제외하곤 내적으로 그렇게 긴밀한 관계는 아니었다 좌우간 그들은 내 타입이 아니었다. 내 타입은 존 웨인이나 로버트 미첨이다. 그들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은 무대 매너였다. 즉흥성이다. 난 그들이 무척 그립다.”
-해리엣은 남들이 자기를 좋아해주길 바래 뒤 늦게 개과천선 하는데 당신도 남이 당신을 좋아해주길 바라는가.
“그렇다. 난 셰익스피어가 ‘모든 세상은 극장이요 우리는 그 무대에서 우리 역을 하면서 관객이 우리를 좋아할지 어떨지를 몰라 염려 한다’라고 한 말을 진짜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다 자기 친구와 직장 동료와 가족이 자기를 좋아해 주길 원하고 있다. 따라서 나는 그런 맥락에서 인생을 보다 더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다 자신과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의 책임을 전적으로 떠맡아야 한다.”
-남이 당신에 대해 어떻게 말할 것인지에 대해 걱정 하는가.
“그렇게 많이 걱정하진 않는다. 그들은 지금까지 나를 잘 대해줬다. 사람들은 나의 솔직함을 좋아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일지라도 내가 대중 앞에서 자기들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어떤 반응을 취할지는 미지수다.”
-당신의 집도 해리엣의 집처럼 정결하고 정돈이 잘 돼 있는가. 집에서는 무엇을 하는가.
“내 집은 외국에서 가져온 것들과 사진들로 가득 차있다. 사람들은 날 보러 우리 집에 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내 인생의 벽이라고 부르는 사진들을 보러 온다.
그러나 나 지저분한 것보다는 정리정돈 된 것을 좋아한다. 집에 있을 땐 글을 쓰고 개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논다. 때론 그저 하늘을 쳐다본다. 물론 사람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그 것보다는 혼자 있는 것이 더 좋다. 난 지금이 과거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 난 몇 가지의 내 문제도 해결했고 또 내 유머도 과거보다 더 신랄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당신의 사랑과 기쁨에 대한 정의는.
“사랑이란 공포의 결여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결코 우리들이 배워온 로맨틱한 모습과는 다른 것이다. 기쁨으로 말 할 것 같으면 따뜻한 변기 의자다. 내게 있어 진짜 기쁨이란 자유의 느낌이다.”
-개가 몇 마리나 있는가.
“네 마리다. 자유를 좋아하는 한 마리가 집을 나갔는데 그 것이 돌아오면 다섯 마리고. 한 때는 아홉 마리까지 가지고 있었다. 난 개들의 개성과 요구를 좋아한다. 난 그들의 지능을 존경하고 그들은 내 지능을 존경한다,”
-해리엣은 젊은 여자와 우정을 맺는데 당신도 그런 경우가 있는가.
“지금의 내 여자 친구들은 다 나보다 젊다. 난 젊은 여자들로부터 배우기를 좋아한다.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모든 것이 일차원적이다.”
-올 해가 칸영화제 개막 70주년인데 영화제 심사위원을 한 당신의 칸에 대한 소감은.
“음식과 프랑스 언론이 기억된다. 심사위원은 출품된 영화를 다 봐야하기 때문에 보통 고된 일이 아니다. 난 칸영화제의 세련미와 함께 거리 산책을 좋아했다. 그리고 참석했던 모든 외국 친구들이 그립다. 칸의 기억 중 가장 좋았던 것이 외국 친구들이다.”
-당신에게 명성과 돈이란 무엇인가.
“요즘엔 그 둘 없인 독립영화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난 그 것에 대해 신랄한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인간적인 얘기를 하려면 그 둘이 다 절실히 필요하다. 난 운이 좋아 오래 동안 그 둘을 다 지녀왔다. 그들은 결코 내게서 무언가를 빼앗아가지 않았다. 난 그것들을 내게 주어진 선물로 여겨왔다. 그래서 더 이상 요구한 적이 없다.
난 중하층 가족에서 자랐다. 우린 다 열심히 일 해서 먹고 살았다. 그래서 부에 대해 매우 고마워하고 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