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7년 4월 10일 월요일

‘유언’(The Last Word) 셜리 매클레인




“자신을 알면 알수록 가능성에 한층 더 가까워져”


현재 상영 중인 드라마 ‘유언’(The Last Word)에서 자기 부음에 좋은 여자로 표현되려고 뒤 늦게 착한 일 한다고 부산을 떠는 심술 맞은 이혼녀 해리엣으로 나오는 할리웃의 베테런 스타 셜리 매클레인(81)과의 인터뷰가 최근 베벌리 힐즈의 포 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춤추고 노래하며 스크린과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매클레인은 특히 코미디 드라마에 능한데 두목(?) 프랭크 시내트라를 비롯해 딘 마틴, 피터 로포드,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및 조이 비숍 등으로 구성된 ‘랫 팩’의 준 멤버였다. ‘랫 팩’은 샌즈 호텔을 중심으로 베이가스의 쇼 무대를 주름 잡았던 마초 스타그룹이다.
이들이 나온 유명한 영화가 ‘오션의 11명’(1960)으로 이 영화는 후에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에 의해 신판과 속편이 만들어져 빅히트했다. 현재 샌드라 불락을 주연으로 여성 판 ‘오션의 11명’이 제작 중이다.
매클레인은 비록 얼굴과 손에 주름이 잡혔지만 귀여운 할머니 같았는데 눈을 깜빡 거리면서 위트와 유머를 섞어 질문에 명랑하게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마치 여왕처럼 우아하고 품위가 있었는데 유머 속에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고 차분하고 조리가 또렷했다. 대답 내용이 매우 철학적이었다.  

-해리엣이 당신 자신을 표현한 것인가.
“부분적으로 맞다. 해리엣이 능률과 균형을 좋아하고 또 매사를 쉽게 처리하려고 하는 것이 나를 닮았다. 나의 작업 윤리가 바로 그렇다. 각본을 쓴 스튜어트 핑크도 나를 생각하면서 글을 썼다고 했다.”

-당신은 환생에 관한 책을 몇 권 썼는데 환생을 믿는가.
“내 책들은 다 자아 발견에 관한 것이다. 해리엣 역도 그런 것이다. 난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자아 반성을 하기를 원하고 있다. 난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여자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물었더니 어머니는 헤어스타일과 얼굴과 태도가 모두 예쁘고 고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도 했지만 그 것을 너머 나 자신의 영역을 넓히려고 애썼다. 내가 계속해 연기하려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연기로 인해 난 내 자신의 다른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다음 세대에 전하고픈 삶의 교훈이라도 있는지.
“자신이 스스로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머물지 말고 더 자신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라는 것이다. 우리에겐 늘 우리가 몰랐던 다른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 것을 알면 알수록 우리는 우리의 운명과 가능성에 한층 더 가까워 질 수가 있다.”

-당신의 인생에 후회할 것이라도 있는지.
“없다. 난 살면서 어려움에 처하고 상처를 받을 때마다 그 것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자 했다. 배운다는 것에 후회란 있을 수 없다.”

심술많은 해리엣은 죽기전에 좋은 일을 한다며 부산을 떤다.
-요즘의 할리웃을 어떻게 보는가.
“요즘은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블록버스터 영화에 집념하는데 예전에는 배우들이 성격개발이나 인물 위주의 영화에 보다 신경을 썼다. 돈은 요즘처럼 그렇게 많이 요구하지도 또 있지도 않았다. 그 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그 때 배우 노릇 하기란 지금보다 힘들었지만 자신의 가능성에 대한 도전의 기회는 더 많았다.”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 자신들 내면의 민주주의를 검사한 뒤 우리가 얼마나 아마추어에 대해 관대할 수 있는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말 밖에 할 것이 없다.”

-첫 번째 오디션에 대해 말해 달라.
“난 오디션 없이 막 바로 히치콕의 ‘트러블 위드 해리’의 세트에 나가면서 데뷔했다. 난 히치콕의 작은 ‘황금의 아이’였다. 따라서 내겐 매 영화가 다음 영화를 위한 오디션이나 마찬가지였다. 난 ‘라 라 랜드’의 여주인공처럼 고통스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됐다. 나는 오히려 역을 맡은 뒤에 오디션을 한 셈으로 사실 그 것이 더 어렵다.”

-당신은 ‘랫 팩’과 매우 가까웠는데 그들 중 누가 가장 좋았는가.
“딘(마틴)이 제일 우스웠다. 내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우스운 사람이다. 그의 즉흥성과 타이밍이란 가히 천재적인 것이었다.
난 프랭크(시내트라)를 매우 존경한다. 그는 큰 가슴과 재주를 지닌 사람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새미(데이비스 주니어)가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그를 돌봤다. 난 그들과 개성적인 면을 제외하곤 내적으로 그렇게 긴밀한 관계는 아니었다 좌우간 그들은 내 타입이 아니었다. 내 타입은 존 웨인이나 로버트 미첨이다. 그들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은 무대 매너였다. 즉흥성이다. 난 그들이 무척 그립다.”

-해리엣은 남들이 자기를 좋아해주길 바래 뒤 늦게 개과천선 하는데 당신도 남이 당신을 좋아해주길 바라는가.
“그렇다. 난 셰익스피어가 ‘모든 세상은 극장이요 우리는 그 무대에서 우리 역을 하면서 관객이 우리를 좋아할지 어떨지를 몰라 염려 한다’라고 한 말을 진짜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다 자기 친구와 직장 동료와 가족이 자기를 좋아해 주길 원하고 있다. 따라서 나는 그런 맥락에서 인생을 보다 더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다 자신과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의 책임을 전적으로 떠맡아야 한다.”

-남이 당신에 대해 어떻게 말할 것인지에 대해 걱정 하는가.
“그렇게 많이 걱정하진 않는다. 그들은 지금까지 나를 잘 대해줬다. 사람들은 나의 솔직함을 좋아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일지라도 내가 대중 앞에서 자기들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어떤 반응을 취할지는 미지수다.”

-당신의 집도 해리엣의 집처럼 정결하고 정돈이 잘 돼 있는가. 집에서는 무엇을 하는가. 
 “내 집은 외국에서 가져온 것들과 사진들로 가득 차있다. 사람들은 날 보러 우리 집에 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내 인생의 벽이라고 부르는 사진들을 보러 온다.
그러나 나 지저분한 것보다는 정리정돈 된 것을 좋아한다. 집에 있을 땐 글을 쓰고 개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논다. 때론 그저 하늘을 쳐다본다. 물론 사람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그 것보다는 혼자 있는 것이 더 좋다. 난 지금이 과거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 난 몇 가지의 내 문제도 해결했고 또 내 유머도 과거보다 더 신랄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당신의 사랑과 기쁨에 대한 정의는.
“사랑이란 공포의 결여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결코 우리들이 배워온 로맨틱한 모습과는 다른 것이다. 기쁨으로 말 할 것 같으면 따뜻한 변기 의자다. 내게 있어 진짜 기쁨이란 자유의 느낌이다.”

-개가 몇 마리나 있는가.
“네 마리다. 자유를 좋아하는 한 마리가 집을 나갔는데 그 것이 돌아오면 다섯 마리고. 한 때는 아홉 마리까지 가지고 있었다. 난 개들의 개성과 요구를 좋아한다. 난 그들의 지능을 존경하고 그들은 내 지능을 존경한다,”

-해리엣은 젊은 여자와 우정을 맺는데 당신도 그런 경우가 있는가.
“지금의 내 여자 친구들은 다 나보다 젊다. 난 젊은 여자들로부터 배우기를 좋아한다.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모든 것이 일차원적이다.”

-올 해가 칸영화제 개막 70주년인데 영화제 심사위원을 한 당신의 칸에 대한 소감은.
“음식과 프랑스 언론이 기억된다. 심사위원은 출품된 영화를 다 봐야하기 때문에 보통 고된 일이 아니다. 난 칸영화제의 세련미와 함께 거리 산책을 좋아했다. 그리고 참석했던 모든 외국 친구들이 그립다. 칸의 기억 중 가장 좋았던 것이 외국 친구들이다.”

-당신에게 명성과 돈이란 무엇인가.
“요즘엔 그 둘 없인 독립영화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난 그 것에 대해 신랄한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인간적인 얘기를 하려면 그 둘이 다 절실히 필요하다. 난 운이 좋아 오래 동안 그 둘을 다 지녀왔다. 그들은 결코 내게서 무언가를 빼앗아가지 않았다. 난 그것들을 내게 주어진 선물로 여겨왔다. 그래서 더 이상 요구한 적이 없다.
난 중하층 가족에서 자랐다. 우린 다 열심히 일 해서 먹고 살았다. 그래서 부에 대해 매우 고마워하고 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고잉 인 스타일(Going in Style)


알버트와 윌리와 조(왼쪽부터)가 자신들의 연금동결 통지서에 아연질색하고 있다.

연금동결에 채무까지… 은행 터는 3인조 할아버지


자신들의 연금을 말아먹은 은행을 터는 3인조 노인들의 강도질 코미디로 셋이 다 오스카 조연상을 탄 베테런 모간 프리맨(82), 마이클 케인(84) 및 앨라 아킨(79) 등이 심심풀이로 나온 영화다. 이들의 아이들 장난 같은 짓을 보면서 시간 보내기엔 큰 무리가 없지만 엉성하다.
철저히 어른(노인)들을 위한 영화로 내용 중에 서민을 기만하고 자기 영리만 채우는 은행을 비롯한 대기업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할아버지들이 아이들이 되어 딱총 질을 하면서 자기들끼리 신이 나서 즐기는 영화다. 
프리맨은 ‘밀리언 달러 베이비’, 케인은 ‘사이더 하우스’와 ‘한나와 그 자매들’ 그리고 아킨은 ‘리틀 미스 선샤인’으로 각기 오스카 조연상을 탄 연기파들. 터무니 없는 영화에서 이 셋의 콤비가 볼만한데 여기에 색다른 감각을 부여하는 것이 왕년의 빅 스타요 가수로 엘비스 프레슬리의 애인이었던 앤-마그렛(75). 그로 인해 노인의 로맨스가 꽃핀다. 
이 영화는 마틴 브레스트가 1979년에 감독하고 조지 번즈와 아트 카니 그리고 리 스트라스버그가 나온 동명영화의 리메이크로 요즘 시대에 맞게 현대화 했다. 
처음에 딸처럼 사랑하는 손녀 브루클린(조이 킹)과 싱글 맘인 딸과 함께 브루클린에서 사는 조(케인)가 모기지 페이먼트를 올린 은행을 찾아가 따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때 은행강도들이 들이닥친다. 이를 자세히 지켜보는 조. 
조에겐 같은 철공장에서 오래 동안 함께 일한 절친 한 두 친구가 있으니 하나는 서부에 딸과 손녀를 둔 윌리(프리맨)요 다른 하나는 재즈 색소포니스트가 되려다 못 된 투정꾼인 알버트(아킨). 윌리와 알버트는 한 아파트에서 동거한다. 이들이 함께 하는 일이란 조깅을 하고 공원 벤치에 앉아 한담을 나누고 노인센터에 가서 사람들과 대화하고 같은 다이너에 가서 밥 먹고 하는 것들. 
그런데 이들이 일했던 공장이 팔려 해외로 이사를 하면서 은행으로부터 자신들의 연금이 동결된다는 통보를 받는다. 특히 조는 한 달 안에 오른 모기지 페이먼트를 못 내면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다. 그래서 조는 자기가 경험한 은행강도를 셋이 함께 하자고 제의한다. 조가 보기엔 강도질이 아주 쉬웠는데 이 제의에 윌리와 알버트는 처음에는 조가 미친 소리 한다고 콧방귀를 뀐다. 
그러다가 둘이도 자기들의 돈을 말아먹은 은행이 미워 강도모의에 동참한다. 그리고 리허설로 셋의 단골인 동네의 작은 수퍼마켓에서 도둑질을 시도 한다. 상의와 하의 주머니에 달걀과 돼지고기 등을 쑤셔 넣고 줄행랑을 치다가 붙잡힌다. 
이 마켓의 할머니지만 아직도 섹시하고 정력적인 점원인 애니(앤-마그렛)가 좋아하는 사람이 알버트. 처음에는 애니의 적극적 공세에 수세를 취하던 알버트도 마침내 애니의 매력에 못 견뎌 둘이 침대로 뛰어든다. 노인이라고 섹스 못 하라는 법 없다는 사실이다. 
이어 셋은 랫팩의 복면을 쓰고 은행을 턴다. 그리고 모두가 그 후로 내내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맷 딜런이 엉성한 FBI요원으로 나온다. 감독은 배우이기도한 잭 브래프. PG-13. WB.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콜로살(Colossal)


글로리아는 서울에 나타난 괴물과 자신의 연광성을 믿는다.

무의미해보이는 존재에서‘여성 파워’를 보여주는 영화


희한한 공상과학 드라마이자 코미디이긴 하지만 장르를 구분할 수 없게끔 온갖 스타일을 혼성한 독특한 영화다. 영화에 나와 서울을 유린하는 고질라(또는 용가리)처럼 상상을 초월한 기발난 아이디어의 작품으로 궁극적인 결론은 여성 파워의 얘기다.
여자가 아직도 남자의 종속물처럼 취급 받고 있는 세상에서 겉으로는 약하고 얌전해 보이는 여자가 남자들의 주인 노릇을 참고 참다가 마침내 이에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독립을 찾는 얘기다. 
왜 고질라가 서울에 나타났는지는 잘 모르겠으나(한국의 남성 위주 사회 관습 때문일까) 이 고질라는 분명히 주인공 여자의 심리와 행동을 상징하고 은유하고 있는데 진지하고 심각한 주제를 지녔으면서도 감독은 보는 사람이 너무 심각하구나 하고 생각할 때면 이를 재치 있게 거의 터무니없는 코미디로 뒤집어 놓는다. 
뉴욕에서 애인 팀(댄 스티븐스)과 동거하는 글로리아(앤 해사웨이)는 실직한 인터넷 잡지 기자. 술과 자기가 이름도 모르는 친구(?)와의 파티로 날을 보내다가 팀으로부터 쫓겨나 뉴욕주의 작은 마을에 부모가 남겨준 집으로 이사한다. 
여기서 글로리아는 동네 바를 경영하는 학교 동창생 오스카(제이슨 수데이키스)를 만난다. 사람 좋은 오스카는 글로리아를 바의 웨이트리스로 고용하고 또 TV를 비롯해 온갖 가구를 거저 준다. 
그런데 서울에 거대한 고질라가 나타나 건물들이 파괴되고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전 세계로 퍼진다. 영화는 처음에 밤에 서울에서 한 소녀가 어머니와 함께 잃어버린 인형을 찾는데 고질라가 나타나는 것으로 시작, 그로부터 25년 후의 얘기로 이어진다. 
고질라 출현을 TV로 보던 글로리아는 자기와 고질라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처음에는 괴물로 취급받던 고질라가 자기에 도전하는 로봇이 나타나면서 두 괴물 간에 치열한 격투가 벌어진다. 
여성들이 박수를 칠 ‘여성 파워 만세’ 영화로 해사웨이가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친절을 베풀면서 그 대가로 사랑이나 섹스를 요구하는 남자들에게 짓눌려 살던 연약한 여자에서 과감히 자립하는 여자의 모습을 깊고 민감하고 힘차고 아름답게 연기한다. 수데이키스의 연기도 좋다. 
스페인의 나초 비가론도 감독. PG-13. 랜드마크(피코&웨스트우드) 아크라이트(선셋&바인),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