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왼쪽)와 이브가 대통령 바위 얼굴을 타고 도주하고 있다. |
여러 번 봐도 새로운 재미느끼는 상쾌한 명화
서스펜스의 장인 알프렛 히치콕이 자신의 미국 영화 중 최고의 것이라고 말한 다채롭고 장난기 짙은 멋진 스타일의 1958년 작 스파이 스릴러다. 잘 생기고 멋진 배우들의 매력과 연기, 대가다운 기술과 성적 의미가 내포된 대사와 성숙한 남녀의 은근한 로맨스 그리고 넉넉한 유머와 우여곡절이 심한 플롯 등으로 여러 번 봐도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되는 미풍과도 같은 상쾌한 명화다.
히치콕 특유의 멀쩡한 사람이 신원이 오인돼 계속해 도주하는 혼란과 악몽의 도주와 추격의 작품으로 영리하나 다소 경박한 삶을 살고 있는 광고회사의 고급 간부로 나오는 케리 그랜트의 냉소적이며 꿋꿋하면서도 멋있는 신사풍 매력이 만점이다. 히치콕이 각본가 어네스트 레만과 이 영화를 구상했을 때의 제목은 ‘링컨 코 위의 남자’로 히치콕은 늘 사우스다코타주의 명물인 링컨 등 4명의 미 대통령들의 얼굴들이 조각된 마운트 러시모어에서 영화를 찍고 싶어 했다고 한다.
음악은 ‘사이코’ 등 히치콕의 여러 편의 영화음악을 작곡한 버나드 허만이 맡았고 히치콕은 늘 하던 버릇대로 여기서도 영화 첫 부분에 잠깐 나온다. 버스를 타려다가 문이 닫히는 바람에 못 탄 사람이 히치콕이다.
멋쟁이이긴 하나 바람둥이에다 자기밖에 믿는 사람이 없는 이혼경력이 화려하고 내면이 얇은 광고회사 고급 간부 로저 손힐(그랜트)이 대낮에 뉴욕의 플라자호텔 내 오크룸 바에서 고객들과 사업논의를 하던중 공산국 스파이 두목 필립 밴댐(제임스 메이슨)의 졸개들에 의해 납치된다. 이들은 로저를 CIA 요원 조지로 오인, 납치한 것인데 필립은 뒤늦게 실수를 깨닫고 버본을 병째로 로저의 입안에 부어넣은 뒤 만취한 그를 차 운전석에 앉혀 내쫓는다.
여기서 살아난 로저는 플라자호텔의 조지의 방을 뒤져 단서를 얻은 뒤 자기 납치사건의 의문을 풀어줄 외교관 타운센드를 찾아 유엔 빌딩으로 간다. 로저가 타운센드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에 타운센드가 등에 칼을 맞고 쓰러지면서 로저는 살인범으로 몰려 이 때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해 도주한다.
로저는 조지의 행방을 찾아 시카고행 열차에 오르는데 열차 안에서 아름답고 우아한 이브(에바 마리 세인트)를 만나 그의 도움으로 경찰을 따돌린다. 그리고 이브의 주선으로 시카고 교외의 옥수수밭이 있는 들판에 가 여기서 만나기로 된 조지를 기다린다. 그러나 로저는 조지 대신 나타난 살충제 살포 비행기의 기총소사 세례를 받아 죽다 살아난다.
이에 로저는 이브의 뒤를 추적, 미술품 경매장에서 이브가 필립과 함께 있는 것을 발견, 눈물을 머금는 이브에게 냉소적인 모멸의 말을 쏟아 붓는다. 그리고 로저는 여기서 일부러 벌인 소란으로 경찰에게 체포되는데 그 후 CIA 고위 책임자가 로저 앞에 나타나 조지와 필립과 이브의 정체를 알려준다.
클라이맥스는 한밤 마운트 러시모어의 대통령 얼굴 위에서 일어난다. 대통령 얼굴을 타고 넘으며 도주하는 로저와 이브를 뒤쫓는 필립 일당 간의 추격전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데 이 장면이 급격한 컷에 의해 열차 침대칸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열차는 기적소리를 내면서 터널 안으로 들어간다. 26일 하오 1시 LA카운티 뮤지엄(윌셔와 페어팩스)내 빙극장에서 상영한다.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