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6년 12월 13일 화요일

‘신비한 동물사전’에디 레드메인




어렸을 때 마술에 집착, 뉴트 역 맡아 너무 신나


현재 빅히트 중인 환상모험영화 ‘신비한 동물사전’(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에서 1920년대 뉴욕의 마녀들과 마법사들이 사는 비밀사회에 도착해 모험을 겪는 신비한 동물 연구가 겸 작가 뉴트 스카맨더로 나오는 에디 레드메인(34)과의 인터뷰가 최근 뉴욕의 포시즌스호텔에서 있었다. 
이 영화는 ‘해리 포터’시리즈의 작가 J.K. 롤링이 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것으로 ‘해리 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다. 각본도 롤링이 썼다. 
레드메인은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자전적영화 ‘모든 것의 이론’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받은 연기파 슈퍼스타이나 전연 스타티를 내지 않는 소박하고 서민적인 사람이다. 항상 미소를 짓는 밝고 맑은 사람으로 겸손하고 상냥한 친구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액센트가 있는 발음으로 활발한 제스처를 써가면서 질문에 유머와 위트를 섞어 속사포 쏘듯이 대답을 했는데 개인적인 물음에는 얼굴에 홍조를 띠어가면서 수줍어했다.    

▶온갖 신비한 동물들이 나오는 이 영화는 상상력을 마음껏 동원해야 되는 작품인데 그에 대해 말해 달라.
“내가 지금까지 나온 영화 중 가장 많은 상상력을 동원해야 했다. 나는 인형극을 하는 사람과 안무가 등과 함께 상상의 동물들과 얘기를 하고 함께 행동하는 방법을 연습했다. 혼자 상대도 없는데 말하고 행동하자니 때론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영화에 나오는 동물의 교미댄스는 유튜브를 보고 연습했다. 연습기간 동안 난 멍청이가 되는 수밖에 없었다.”

▶역을 선정하는데 과감하게 극과 극처럼 다른 것을 선택하는데.
“이 영화는 각본이 좋아서 역을 맡았다. 뉴트는 영웅적인 사람의 모든 자질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인간관계가 서툴고 사회에 적응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또 그의 걸음걸이 등 동작이 무성영화 시대 최고의 코미디언 버스터 키튼의 그 것을 닮았다는 것도 좋았다. 배우의 꿈과도 같은 역이다.”

▶뉴트처럼 동물들을 좋아하는가.  
“내가 어렸을 때 완전히 귀가 먹은 개 다비를 키웠다. 다비는 늘 뛰어다녀 집안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곤 했는데 나는 그 개를 무척 사랑했다. 그러나 난 고양이와 말에 대해선 알레르기반응을 보인다.”

▶생애에서 가장 환상적이요 마법적인 때는 언제였는가.
“한나(33)와 결혼 했을 때와 자난 6월에 딸 아이리스의 출생을 맞았을 때이다.”

▶마법적 힘을 지녔다면 이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하겠는가.
“그 건 너무 거대한 물음이다. 단지 이 세상을 보다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뉴욕에 도착한 뉴트는 가방에서 달아난 신비한 동물들을 찾아 동분서주한다.

▶역을 어떻게 맡게 됐는가.
“내 에이전트가 전화를 걸어 데이빗 예이츠(영화의 감독)가 날 만나자고 한다고 말했다. 왜 그러는지 몰랐다. 그 때 조(롤링)는 영화의 각본을 쓰고 있을 때로 예이츠는 조가 쓴 만큼 내게 내용을 들려줬다. 우린 그러기를 몇 차례 했다. 그러는 동안에 난 얘기에 반해버렸다. 그리곤 오디션도 없이 역을 얻었다. 이어 뉴욕에 와서야 다른 배우들과 함께 오디션 과정을 거쳤는데 내 역을 위해서라기보다 다른 배우들을 위한 것이었다. 그 후 데이빗으로 부터 뉴트역을 잘 한다고 칭찬을 받았다.”

▶맡은 역들의 대부분은 과거 사람들인데 과거에 대해 특별한 매력이라도 갖고 있는지.
“난 늘 역사를 사랑했다. 내가 역사에 접근한 것은 미술과 건축을 통해서인데 대학에서도 그 것을 공부했다. 미술과 건축의 상관관계야 말로 매력적인 것이다. 난 과거를 사랑하는데 미술을 통해 그 것과 교류한다. 내가 과거 인물 역을 맡을 때면 난 늘 맨 먼저 런던의 국립초상화미술관에 가서 연구를 하곤 한다.”

▶마술에 관심이 있는가.
“난 어렸을 때 마술에 집착했었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의 할머니를 방문할 때면 졸라서 에딘버러에 있는 마술상을 찾아가곤 했다. 따라서 뉴트 역을 맡게 돼 너무 신난다. 할머니도 내가 언젠가는 마술사 역을 하리라고 믿으셨다.”

▶뉴욕에 처음 왔을 때 느낀 감정을 기억하는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14살인가 15살 때 어머니와 함께 왔었다. 밤에 호텔의 21층 방의 커튼을 열자 고색창연한 세인트 패트릭교회가 보였고 그 뒤로 마천루들이 하늘로 솟아 오른 것을 보고 무릎이 얼어붙는 듯한 경이감을 느꼈다. 뉴욕은 에너지와 생동감과 흥분이 가득한 도시다.”

▶이 영화의 속편을 네 편이나 만든다고 하는데 전 편에 다 나오고 싶은가.
“소망사항이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 것이 스릴러이자 어두우면서도 멋들어지게 경쾌하고 또 코미디와 함께 인간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속편과 관계없이 이 영화는 혼자서 독립해 즐길 수 있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해 속편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팬들의 호응 없이 속편이란 무의미하다.”

▶질적으로 우수한 영화가 아닌데도 자꾸만 보게 되는 영화라도 있는가.
“짐 캐리가 나온 ‘마스크’다. 얼마 전에도 또 봤다. 캐리의 연기야 말로 천재나 할 일이다. 그리고 캐리의 다른 영화 ‘덤 앤 더머’도 좋아한다.”

▶어디에서 사는가.
“런던에 산다. 난 그 도시의 에너지를 사랑하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디킨스의 소설에 나오는 장소처럼 역사로 가득 찬 곳이다. 우린 또 시골에 집을 빌려 사는데 런던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다. 지독히 조용하고 아름답다. 배우라는 직업은 너무 광적인 것이어서 조용히 쉴 곳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마법사처럼 사람을 보면 그들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는가.    
“아니다. 사람을 아는 것 같지만 실제론 생각했던 것과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경험 할 때가 많다. 난 사람을 쉽게 믿는데 종종 그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그러나 난 늘 마음 문을 열어 놓으려고 노력한다. 그렇지 않으면 냉소적이 되기 때문이다. 
나보다  아내가 사람 판단을 더 잘한다.” 

▶내년에 35세가 되는데 생일 축하를 어떻게 할 예정인가.
“난 크리스마스 얼마 후인 1월 6일에 태어나 모두들 내 생일을 잊어버린다. 어떤 사람은 크리스마스와 생일을 함께 축하하는 선물로 일석이조 식으로 축하한다. 그래서 조용하게 보내는 편이다.”

▶당신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상냥하고 접근하기가 쉬운가.
“솔직히 말해 모르겠다. 매우 정직한 가족을 가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었는가.
“나보다 여섯 살 아래인 남동생이 이 책의 열렬한 독자여서 내게도 권해 읽었다. 지금 생각하니 잘 한 일이다.”

▶맡은 역들의 대부분이 국외자들인데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는가.
“어떤 의미에서 우린 다 국외자들이다. 현실이 그렇기 때문에 난 그들에 대해 관심이 있고 호기심이 간다. 뉴트를 비롯해 롤링 작품의 주인공들도 대부분 국외자들이다.”

▶몹시 바쁜 생활에서 어떻게 한가로운 때를 찾는가.
“다행이도 난 이 영화 후에 다른 영화를 찍고 있지 않다. 오래간만에 맛보는 하늘에라도 오른 기분이다. 그러나 배우란 내면에 늘 연기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어 휴식을 취하려면 단단한 결심을 해야 한다.”

▶유머감각이 풍부한데 왜 코미디에 안 나오나.
“이 영화에 코미디 요소가 많아 좋아했다. 나의 어머니도 내게 늘 코미디에 나올 의사가 있느냐고 물으신다. 스티븐 호킹도 꽤 우스운 영화다. 그런데 배우들에게 제공되는 각본이란 그들이 성공한 영화와 비슷한 성질의 것이 많아 내게도 자연 심각한 내용의 각본이 많이 제공된다.”

▶코미디를 한다면 어떤 것을 하고 싶은가.
“난 버디 코미디를(두 친구가 찧고 까부는 코미디) 좋아 한다.”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된 이후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배우란 떠도는 곡마단원과 같이 외로운 직업이다. 그런데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되면서 혼자가 아니라 팀이 이뤄졌다. 매 경험이 다 특이한 경험이다. 왜냐하면 특별한 사람과 그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라 라 랜드(La La Land)


세바스찬과 미아(왼쪽)가 황혼 속에 할리웃힐스에서 스윙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황홀하고 아름답고 로맨틱한 뮤지컬 영화


‘라 라 랜드’라는 말은 화려 사치한 분위기에서 “니나노” 하면서 사는 영화인들의 동네 할리웃을 비웃는 말이나 이 영화는 그 조롱의 단어를 빌려 옛 할리웃의 영광과 화사함 그리고 영화와 음악에 대한 정열을 찬양한 헌사다.
할리웃 황금기 많이 만들어진 뮤지컬을 그리워하고 또 재현한 내용과 연기 및 촬영과 조명과 의상 그리고 프로덕션 디자인 등이 다 빼어난 로맨틱 뮤지컬이다. 프레드 애스테어와 시드 채리스 그리고 진 켈리와 레즐리 커론 커플의 기막히게 감미롭고 로맨틱한 콤비와 그들의 춤과 노래를 생각나게 만드는 다이아몬드의 광채를 내는 영화다.
한숨이 나올 정도로 노스탤지아가 가득한 황홀하고 아름답고 로맨틱하며 또 가슴 싸하게 만드는 진짜 명품으로 본격적인 뮤지컬이 외면을 받는 요즘에 이런 영화를 만든 데미안 차젤 감독(각본 겸-‘윕래쉬’)의 대담성에 박수를 보낸다.
영화의 문제점은 과연 이 영화를 뮤지컬에 관심이 없는 젊은 층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점. 주인공들로 젊은 팬들이 좋아하는 라이언 가슬링과 엠마 스톤을 기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첫 장면부터 화면에 확 빨려들게 된다. LA의 다운타운으로 가는 110번 프리웨이와 연결된 105번 프리웨이의 높고 커브 진 램프가 차량들로 마비된 상태. 기다리다 지친 차 안에서 음악을 듣고 있던 남녀운전자들이 차 밖으로 나오더니 프리웨이와 차 위에서 빅밴드의 경쾌한 리듬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직접 현장에서 찍은 이 장면이야 말로 감탄이 절로 나오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뮤지컬 신이다. 여기서 두 주인공 세바스찬(가슬링)과 미아(스톤)가 차를 탄 채 스쳐 지나간다. 영화에는 스윙음악과 재즈 그리고 춤과 노래가 많이 나와 눈과 귀가 모두 즐겁다.
워나브라더스 스튜디오 카페 종업원으로 배우 지망생인 미아는 계속해 오디션에 나가나 채택에 안 된다. 그리고 콧대 높은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은 술집과 식당에서 피아노를 치다가  손님에게 불량하구 굴어 해고된다. 둘은 옛날이나 요즘에도 할리웃에 가면 얼마든지 보게 되는 이 동네서 성공하려고 몸부림치는 젊은이들.    
여러 해에 걸쳐 4계절을 지나 진행되는 내용은 두 젊은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이어 문제가 생기면서 갈등이 이는 젊은 남녀에 관한 로맨스영화의 틀을 그대로 따랐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할리웃힐즈의 연예인 저택에서 열린 풀파티에서 처음 만나나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불손하게 군다. 그러나 미아의 아름답고 똘똘하고 세련된 미아에게 반하지 않을 자가 어디 있으랴. 둘은 이어 불그스름한 황혼 속에 가로등이 로맨틱한 기운을 내는 할리웃힐스의 언덕에서 아름다운 LA를 배경으로 멋진 춤을 춘다. LA가 이렇게 아름답게 그려진 영화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둘은 커플이 되면서 사랑에 빠져 사는데 미아가 오디션에서 계속해 딱지를 맞자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스스로 각본을 쓰라고 종용한다. 그리고 세바스찬이 성공한 밴드의 멤버가 돼 순회공연차 자주 집을 비우면서 둘 사이에 문제가 생긴다.
스톤과 가슬링이 직접 춤을 추고 노래 부르는데 프로 같지 않아 더 정답다. 가슬링은 직접 피아노도 친다. 그리고 둘의 콤비가 찰떡궁합이고 연기들도 잘 한다. 미풍처럼 경쾌하면서도 우수가 봄비처럼 배인 영화로 음악과 안무 그리고 색깔과 화면 구성 등도 다 훌륭하다. PG-13. Lionsgate.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재키(Jackie)


재키가 TV 방영을 위해  백악관안내를 하고 있다.


케네디 암살 후 아내 재키가 겪은 일을 재구성


케네디 대통령 암살 직전과 직후의 케네디 측근들의 모습 상황을 다큐드라마 식으로 다룬 지적이요 맑은 정신의 흥미 있는 작품으로 재클린 케네디의 눈으로 본 케네디의 죽음과 그 직후의 후유증을 다뤘다. 복잡한 구조를 갖춘 일종의 에세이 스타일의 영화로 시각 스타일이 특이하고 우아한데 너무 지적이요 고급이어서 다소 거리감이 느껴진다. 
이런 지적 접근으로 재키의 감정과 마음을 비롯해 분위기가 차갑게 느껴진다. 칠레감독 파블로 라레인은 역사를 재해석하면서 재키라는 전설적 여자를 인간화 하고 있다. 
케네디 암살 후 매서추세츠주 하이아니스포트 저택에서 기자(빌리 크러덥)가 재키(나탈리 포트만)를 인터뷰 하면서 시작된다. 슬픔과 분노에 찬 재키는 인터뷰의 주도권을 잡는데 이어 장면은 유명한 재키의 백악관 내 가이드 TV촬영 장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침 떠는 재키가 가는 음성으로 현대판 ‘캐멜롯’을 소개하는 모습이 곱다. 
영화는 에피소드 식으로 마치 직소퍼즐 푸는듯한 구조를 지녔다. 달라스에서의 케네디 암살 직전과 직후의 긴박한 상황, 기내에서의 린든 존슨 부통령(존 캐롤 린치)의 대통령 취임 선서,케네디의 알링턴 국립묘지 안장, 재키와 가톨릭신부(존 허트)간의 오가는 재키의 결혼과 삶과 그것들의 의미 그리고 재키가 백악관을 떠나기 직전의 모습 등이 묘사된다.
나오는 인물들로는 케네디 대통령(캐스파 필립슨), 재키의 비서이자 친구인 낸시 터커맨(그레타 거윅) 그리고 바비 케네디 법무장관(피터 사스가드).       
‘캐멜롯’의 안 주인에서 갑자가 미망인이 되면서 영광과 꿈과 권력을 한꺼번에 잃은 재키의 고독과 좌절 그리고 분노와 슬픔을 가슴이 아프도록 절실하게 다루면서 전설의 파괴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감독은 이 같은 전설의 실상과 내막을 냉철하게 해부하고 있다.     영화에선 케네디가 좋아하던 뮤지컬 ‘캐멜롯’의 노래가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는데 이와 함께 내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깊은 향수에 젖게 된다.                   
훌륭한 것은 포트만의 고상하고 품위 있으면서 절제된 연기. 매우 차분하면서도 빈 틈 없는 알찬 연기인데 이미 ‘흑조’로 오스카 주연상을 탄 그가 재키 역으로 다시 후보에 오를 것이 분명하다. 포트만은 뤽 브송 감독의 갱영화 ‘프로페셔날’의 아역 배우 출신이다. 촬영과 음악도 좋다. R. ★★★1/2(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승객’크리스 프랫




공상과학 액션 스릴러 ‘패신저스’(Passengers)의 주인공 짐 역의 크리스 프랫(37)과의 인터뷰가 7일 베벌리힐스의 한 식당에서 있었다. 수면상태에 들어간 5,000여명의 승객을 태우고 다른 혹성으로 120년간이 걸리는 비행을 하던 우주선의 컴퓨터가 고장이 나자 승객 중 한명인 짐이 혼자 예정일보다 60년 일찍 깨어나면서 일어나는 얘기로 그의 상대 역 오로라로 제니퍼 로렌스가 나온다. 한편 프랫과 로렌스는 영화홍보 차 12일 한국을 방문한다.
늠름한 체구의 씩씩한 청년 같은 프랫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어가며 유머를 섞어 질문에 대답했는데 액션전문 배우답지 않게 점잖았다. 농담을 하면서도 매우 진지하고 신중했는데 호인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에게 서울 가는 소감을 묻자 프랫은 “나는 정말 기대하고 있으며 흥분에 들떠 있다. 한국은 이번이 처음 방문인데 최근에 함께 일한 병헌(‘매그니피슨트 세븐’에서 공연한 이병헌)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병헌이 당신 나라에서 빅 스타라는 것을 알고 있다. 바라건대 그를 만나 식사를 함께 하고 싶다”고 덧 붙였다.
프랫은 “한편으로는 여러 나라에 들러 영화에 관해 얘기하고 또 파는 것이 상쾌한 일이긴 하나 다른 한편으로 볼 때 체류 일정이 너무 짧아 그 나라에서의 진짜 경험을 할 수 없는 것이 유감”이라고 말했다.
프랫은 “호텔에서 사람들을 만나 얘기하거나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하나의 일”이라면서 “그래서 내 일상에서 가장 바쁠 때인 요즘 서울을 가게 된 것은 불운이라고도 하겠다. 잠시 멈춰 서서 장미꽃 냄새도 맡을 수 없을 정도로 분주하다”고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프랫은 “이번 서울 방문에서도 영화에 관해 얘기하는 것이 전부일 것 같으나 잠시나마 머무는 동안 병헌도 만나고 또 한국문화를 가능한 한 많이 경험 하겠다”고 다짐했다.
프랫은 짐과 같이 고독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자신은 고독을 느끼지 않고 혼자 있을 수 있다면서 배우라는 직업이 늘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이어서 혼자 낚시를 가거나 광야에 나가는 고독을 그리워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프랫은 이 영화 외에도 ‘가디언스 오브 더 갤락시’ 등 여러 편의 공상과학 액션영화에 나왔는데 공상과학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것이 독창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얘기보다 특수효과를 더 뽐내는 공상과학영화는 싫어한다고.
짐이 5,000여명의 승객 중 유일하게 깨어난 것에 대해 모든 것에는 그 어떤 목적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내가 깨어난 것도 내가 원하는 바와는 상관없이 운명이 어떤 임무를 내게 부여했기 때문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것이야 말로 신의 은총이라고 덧붙였다.
예정보다 60년이나 빨리 깨어난 것에 비유해 아침 일찍 일어날 때의 기분 상태를 묻자 그는 “난 아침을 좋아 한다”면서 “내 아내가 이 말을 들으면 눈알을 굴리겠지만 난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기분이 아주 상쾌하다”고 능청을 떨었다.
제니퍼 로렌스에 대해선 칭찬 일색. 제니퍼는 우습고 재미있고 멋있는 여자라면서 그의 존재는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것으로 곁에 있으면 그의 영혼에 감염이 되게 마련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프랫은 몇 달간 제니퍼와 거의 단 둘이 하루에 16-17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그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면서 우린 만나자마자 즉각적으로 서로 통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무인도에 함께 있을 사람을 고르라면 내 아내(배우인 안나 화리스)와 가족이 먼저고 다음으로 제니퍼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비행기 승객으로서 가장 흥미 있었던 경험에 대해선 15여 년 전 암스테르담에 가는 비행기를 탔을 때 30,000 피트 상공의 기내 화장실에서 섹스를 한 것이라고 깔깔대고 웃으면서 고백했다.
영화가 마치 속편이 나올 것처럼 끝이 나는데 대해선 불가능 한 것은 아니나 자신은 이 영화가 기승전결이 완벽한 하나의 완성품으로 본다면서 그러나 제니퍼만 나온다면 속편을 열 개라도 만들 것이라고 이죽거렸다. 그리고 영화의 각본을 읽고 즉시로 매료돼 출연에 응했다면서 정말로 멋있고 독창적이요 잊지 못할  작품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는 이어 자기는 ‘메소드 액터’는 아니나 하루의 촬영이 끝나도 역을 집에까지 가지고 가서 아이디어를 곰곰 생각한다면서 자기는 아직도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겸손해 했다. 그리고 연기란 직업은 삶에 있어 생존의 기술이라면서 배우란 직업은 젊은 세대에게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책임이 있는 중요한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후 기념사진을 찍을 때 내가 “당신 한국에 가면 술 많이 먹어야 해. 우리 나라 사람들 술 아주 좋아하지”라고 권주하자 프랫은 “정말이냐”고 반색을 했다. 내가 다시 “술 많이 먹겠다고 약속하지”라고 다그치자 프랫은 “그래 약속할게. 왕창 취해 한국에서의 경험 다  잊을 거야”라며 나와 같이 박장대소 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