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4년 4월 14일 월요일

4월은 말론 브랜도의 달

올해로 90세…뉴베벌리 시네마 한달간 연속 상영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뉴베벌리 시네마(7165 Beverly Blvd.)는 말론 브랜도가 90세가 되는 2014년 4월(3일생)을 맞아 그의 영화들을 4월 한 달간 2편씩 동시 상영한다.

*11~12일
‘사요나라’
▲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Last Tango in Parisㆍ1972)-파리에 사는 미국인 남자(브랜도)가 아내의 자살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길에서 우연히 만난 도전적이요 고혹적인 젊은 여인(마리아 슈나이더)과 대화나 감정의 교류가 거의 없는 동물적인 육체관계를 맺는다. 버터를 이용한 섹스 신 때문에 개봉 당시 큰 논란이 됐던 영화로 미성년자 관람불가인 X등급을 받았다. 고독과 허무가 판을 치는 실존적 작품으로 촬영이 눈부시다. 베르나르도 베르토루치 감독. 136분. 
▲ ‘황금 눈동자 속의 반영’(Reflections in a Golden Eyeㆍ1967)-1940년대 미 남부에 주둔한 동성애자인 육군 소령(브랜도)과 남편의 부하와 정사를 나누는 소령의 아내(엘리자베스 테일러)및 이들의 주위사람들을 중심으로 억눌린 성욕과 동성애 그리고 관음증과 살인을 다룬 변태적인 영화. 카슨 맥컬러의 소설이 원작. 존 휴스턴 감독.

*13~14일
▲ ‘워터프론트’(On the Waterfrontㆍ1954)-뉴욕 항구의 부두노동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시피 한 깡패조직에서 졸개로 일하는 실패한 권투선수(브랜도-오스카 주연상)가 자기가 사랑하는 비둘기처럼 순수한 노동자의 대학생 딸(이바 마리 세인트가 데뷔작으로 오스카 조연상 수상)의 영향을 받아 자각해 깡패조직에 단신으로 저항한다. 오스카 작품, 감독(엘리아 카잔), 각본 및 촬영상 등 모두 8개 부문 수상. 로드 스타이거, 리 J. 캅, 칼 말덴 공연. 레너드 번스타인의 음악이 작품의 무드를 한껏 떠받쳐주고 있다. 
▲ ‘아팔루사’(The Appaloosaㆍ1966)-1870년대 멕시칸 도적들에게 자기 말을 도난당한 남자가 이를 찾기 위해 도적들을 추적한다. 침울한 무드의 진행이 느린 이색 웨스턴.   
‘워터프론트’
*15일
▲ ‘베드타임 스토리’(Bedtime Storyㆍ1964)-두 사기꾼(브랜도와 데이빗 니븐)이 한 여자(셜리 존스)를 놓고 사랑 다툼을 벌인다. 이 영화는 1988년 스티브 마틴과 마이클 케인 주연으로 ‘더티 로튼 스카운드럴’로 리메이크 됐다.
▲ ‘홍콩의 공작부인’(A Countess from Hong Kongㆍ1967)-여객선의 외교관(브랜도)과 그의 접견실에 무임 승선한 여인(소피아 로렌)과의 로맨틱 코미디. 찰리 채플린이 감독 집필 작곡의 1인3역을 하고 단역으로까지 나온 그의 마지막 작품.  

*16~17일
▲ ‘체이스’(The Chaseㆍ1966)-텍사스의 한 작은 마을을 무대로 전개되는 무지몽매한 사람들의 광적이요 파괴적인 군중심리와 이 동네 출신으로 교도소에서 탈출한 젊은이(로버트 레드포드)가 동네 사람들과 셰리프(브랜도)에게 미치는 영향을 그린 이색적인 드라마다. 호튼 후트의 소설이 원작으로 앤지 딕킨슨, 제임스 팍스, 로버트 두발, E.G. 마샬 및 마사 하이여 등 올스타 캐스트. 릴리언 헬만이 각색하고 감독은 아서 펜. 133분. 
▲ ‘사요나라’(Sayonaraㆍ1957)-한국전 당시 일본의 고베 인근에 주둔한 미 공군 소령 파일럿 에이스(브랜도)와 아름다운 일본 연예인 하나오기(타카 미이코가 만개한 벚꽃처럼 화사하다)와의 로맨틱한 사랑을 그린 빼어난 드라마. 에이스의 부하인 조(레드 버튼스)는 일본 여인 카추미(우메키 미요시)를 사랑해 결혼하려 하나 군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를 본국으로 송환시키려 하자 임신한 카추미와 함께 동반자살을 한다. 이에 충격을 받아 인종차별의 편견을 채 벗어나지 못한 에이스는 하나오기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이 원작으로 애절하고 아름다운 주제가는 어빙 벌린이 작곡했다. 버튼스와 미요시가 오스카 조연상을 받았고 미술상도 받았다. 147분. 상영시간 문의 (323-938-4038).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연인들만이 살아 남는다(Only Lovers Left Alive)

수백년 사랑 이어온 흡혈귀 연인 스토리


오래간만에 재회한 애담과 이브가 사랑의 기운에 싸여 있다.

수백 년간을 서로 극진히 사랑하고 있는 두 남녀 보헤미안 떠돌이 흡혈귀 연인의 러브 스토리로 항상 비스듬한 각도로 서정적 무드의 예술적이요 수수께끼 같은 작품을 만드는 독립영화인 짐 자무시(‘미스터리 열차’ ‘브로큰 플라워’ ‘데드 맨’) 감독의 영화다.
몽환적인 분위기 안에서 인간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인해 모든 것이 부식해가는 도시를 배경으로 국외자들인 연인 흡혈귀의 세상에 대한 탄식과 둘의 사랑 그리고 자신들의 앞날의 운명에 대한 불안감을 우울하고 이름답고 또 감정 가득히 부드럽게 그린 꿈꾸는 듯한 로맨틱 소야곡이다.
흡혈귀 얘기여서 대부분 밤에 얘기된다. 두 연인은 애담과 이브. 애담(탐 히들스톤)은 쇠락한 디트로이트(파산한 이 도시를 참 잘 사용했다)에 살고 이브(틸다 스윈튼)는 아프리카의 탄지에에 살고 있다. 은둔자처럼 사는 애담은 방에서 죽치고 앉아 음악에 심취해 살고 있는데 신선한 피를 돈을 주고 병원기구 담당자인 닥터 왓슨(제프리 라이트)으로부터 산다. 애담은 또 비닐 레코드와 희귀 기타를 자기를 따르는 젊은 이안(안톤 옐친)으로부터 공급 받는다.   
한편 이브는 셰익스피어와 관계가 있던 말로(존 허트)로부터 신선한 피를 공급 받는데 인간들의 피는 위험하게 오염이 돼 애담과 이브는 신선한 피를 확보하는 것이 큰일이다. 이것은 둘의 생사가 걸린 문제다. 
이브가 돌연 애담이 그리워 디트로이트로 오면서 이 음악과 문학에 정통하고 세련된 멋쟁이 연인들은 오래간만에 뜨거운 사랑으로 재회를 반긴다. 소극적인 애담과 적극적인 이브가 두문불출하고 사랑에 잠겨 있는 정경이 아주 섹시하고 로맨틱하다. 
그런데 갑자기 저돌적인 이브의 여동생 에이바(미아 와시코우스카)가 이 집에 쳐들어오면서 두 연인의 가정적 평온이 깨어지고 이를 견디다 못해 둘은 탄지에로 도피한다. 여전히 문제는 깨끗한 피를 조달하는 것. 애담과 이브는 인적이 끊긴 탄지에를 헤매고 다니면서 자신들의 앞날을 염려한다. 갈비씨 키다리 연기파인 스윈튼이 긴 백금발 가발을 쓴 채 우아하고 육감적인 흡혈귀 연기를 상냥하고 정감 가득하게 보여준다. 매력적인 영화다. 
R. Sony Classics.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470-0492)   ★★★½(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드래프트 데이(Draft Day)

“특A급 선수 잡아라”드래프트의 뒷거래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제너럴 매니저(케빈 코스너)가 선수 선발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프로야구 개막시즌에 어쩌자고 프로풋볼 영화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골수분자 풋볼 팬이 아니면 별로 큰 관심을 못 끌 스포츠 영화다. 풋볼에 대해서 뭘 좀 알아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인데(그러고도 즐기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관객에게 달렸지만) 왜냐하면 뛰고 달리는 풋볼영화가 아니라 선수 선발을 놓고 일어나는 배후 흥정의 얘기이기 때문이다. 웬만한 사람들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모를 것이다. 브래드 핏이 나온 ‘머니 볼’을 연상케 하는데 ‘머니 볼’이 이 영화보다 한 수 위다.
‘불 더램’과 ‘꿈의 필드’ 및 ‘틴 컵’ 등 여러 편의 스포츠 영화에 나온 케빈 코스너가 풋볼팀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제너럴 매니저 소니 위버 주니어로 나와 A급 선수를 선발해 무기력한 팀의 재기를 노리는 내용인데 굉장히 말이 많은 반면 활력과 흥분감은 모자란다. 
그런대로 짜임새가 있고 연기들은 괜찮지만 스토리가 약하고 진행이 느려 좋은 스포츠 드라마가 되기엔 역부족이다. 다소 지루하기까지 한데 스포츠팬들 아닌 일반 관객을 생각하고 로맨스와 가족 드라마 요소까지 삽입했지만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믿기가 어려운 점은 소니가 선수 선발을 놓고 벌이는 흥정의 전략. 풋볼에 대한 문외한이라도 저럴 수가 있을까 하고 의심할 정도로 그의 뒷거래 내용이 터무니가 없다. 클라이맥스인 선수 선발 당일에 가서야 다소 긴장과 스릴마저 느끼게 되나 그것도 사실은 짐작한 대로다.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제너럴 매니저인 소니는 구단주(프랭크 란젤라)로부터 신인선수 선발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제일 먼저 선수를 선발할 수 있는 선발권을 따내 비실비실하는 팀을 살려 놓으라는 압력을 받는다. 선발 일을 코 앞에 놓고 소니는 여러 다른 팀의 제너럴 매니저들과 전화로 협상을 벌이는데 그는 팀의 코치(데니스 리어리)와 쿼터백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무모하고 기상천외한 협상을 벌인다. 어쩌자고 이런 소니를 구단주가 해고를 안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선수 선발과정의 막후 드라마를 전면에 깔고 서브플롯으로 소니의 애정문제와 가족 얘기가 들어선다. 소니의 애인은 팀의 연봉문제 전문가인 알리(제니퍼 가너). 그리고 소니는 어머니(엘렌 버스틴)와 사이가 안 좋은 상태인데 그것은 소니가 최근에 작고한 브라운스 전직 코치였던 자기 아버지를 해고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나중에 밝혀지는데 소니가 효자다.
분주하게 벌어지는 선수 선발을 둘러싼 흥정과정에서 소니는 다른 팀의 매니저들뿐 아니라 선발 리스트에 오른 선수(그 중에는 영화 ‘42’에서 미 프로야구의 흑백장벽을 무너뜨린 재키 로빈슨으로 나온 연기 잘 하는 채드윅 보스맨도 있지만 나오는 시간이 너무 짧아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한다)들과도 흥정을 벌인다.           
선발 당일 실제로 ESPN과 NFL 네트웍 등을 이용해 사실감을 살리고 있고 왕년의 브라운스의 명선수로 후에 영화배우로도 활약한 짐 브라운이 캐미오로 나온다. 코스너의 연기는 단단한데 이 영화가 해외 흥행에서 얼마나 성공할지 궁금하다. 감독은 코미디 전문(고스트 버스터즈)의 아이반 라이트만.  PG-13. Summit.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  


미키 루니


할리웃의 황금기 ‘하늘에 뜬 별들보다 더 많은 스타를 보유했다’고 뽐내던 MGM의 수퍼스타로 에너지 덩어리였던 미키 루니가 6일 93세로 LA의 자택에서 사망했다. 5피트 2인치의 단구에 장난꾸러기 소년 같은 얼굴을 한 루니는 20대 때 역시 MGM 소속으로 ‘할리웃의 왕’이라 불린 클라크 게이블과 스펜서 트레이시 같은 거물들을 제치고 가장 흥행성 있는 배우로서 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한 MGM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그래서 루이 B. 메이어 MGM 사장은 루니를 신주단지 모시듯 했는데 루니는 신적인 존재였던 메이어를 “아저씨”라 부르며 친근감을 과시했다. 루니를 수퍼스타로 만들어준 영화는 깨끗한 가족 드라마 ‘앤디 하디’ 시리즈다. 무려 15편이나 만들어진 시리즈에서 루니는 전형적인 미국 가정의 틴에이저 앤디 하디로 나와 ‘올 아메리칸 보이’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런데 루니는 스크린에서는 앤디 하디였지만 실제로는 치마만 둘렀으면 섹스하자고 달려드는 플레이보이였다. 그는 ‘앤디 하디’ 시리즈에 나온 육체파 라나 터너 외에도 여러 다른 여배우들과도 잤다. 이 때문에 루니의 스크린에서의 깨끗한 이미지를 지켜야 할 메이어는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그는 또 성질이 급한데다가 술과 도박(특히 경마)과 파티에 탐닉했는데 철두철미한 배우여서 쉽게 잘 울었고 또 각광 받기를 좋아했다.
표면적으로 깨끗한 이미지의 수퍼스타로 알려진 루니가 진짜로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서는 19세에 그의 첫 번째 부인(그는 무려 8번이나 결혼했다)이 된 할리웃 최고의 글래머 스타 에이바 가드너의 자서전 ‘에이바 가드너: 비밀 대화’(Ava Gardner: The Secret Conversation-피터 에반스 저)에 자세히 묘사돼 있다.
가드너는 루니를 사랑했고 그를 부드럽고 상냥한 사람이라고 말하면서도 “미키는 내 남편 중 가장 작은 남편이나 가장 큰 실수”였다고 고백했다. 가드너는 또 “미키는 큰 늑대로 내가 그에게서 배운 것이 있다면 섹스를 즐기는 법”이라고 말했다.
빅 스타였던 미키는 막 할리웃에 도착한 가드너에게 끈질기게 구애, 결혼했지만 틈만 나면 바람을 피웠는데 심지어 다른 여자를 가드너와 자는 자기 안방 침대에까지 불러 들였다가 후에 가드너에게 들키기까지 했다. 결국 둘의 결혼은 1년만에 끝났다.
그러나 이런 인간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루니는 노래하고 춤추는 뮤지컬 배우이자 성격파 배우의 능력을 지녔던 최고의 배우였다. 보드빌 배우인 부모를 둬 생후 18개월 만에 무대에 선 루니는 80세가 되기까지 300여편의 영화와 TV 프로에 나온 쇼맨이었다. 그는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쇼맨 노릇을 해 일찌감치 거리의 지혜를 터득한 생활인이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루니의 영화로는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소녀 기수로 나온 ‘녹원의 천사’와 미키가 신부 역의 스펜서 트레이시와 맞서는 불량소년으로 나온 ‘소년들의 도시’ 그리고 그가 오스카 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검은 종마’ 등이 있다. 루니는 생애 총 4번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으나 2차례 명예상만 받았고 정신박약자로 나온 TV영화 ‘빌’로 에미상을 한 번 받았다.
그런데 루니의 영화를 생각하면 불쾌감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 오드리 헵번이 나온 로맨틱한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다. 그는 여기서 키모노를 입고 눈에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쓴 뻐드렁니의 일본인으로 나와 심한 액센트를 쓰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같은 아시안으로서 볼 때마다 역겹다. 참으로 지각없는 역이다.
루니와 스크린에서 호흡이 잘 맞았던 배우는 역시 노래와 춤에 재질이 뛰어났던 주디 갈랜드다. 둘은 ‘앤디 하디’ 시리즈 외에도 뮤지컬 ‘베이브즈 인 암즈’ 등 여러 편에서 공연하며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었다.
2차 대전 전 ‘앤디 하디’ 시리즈와 뮤지컬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루니는 전쟁 중 연예병으로 근무했다. 종전 후 귀국해 보니 자신의 과거 이미지로서는 배우로 살아남기 어려움을 깨달은 루니는 이때부터 본격적인 연기파로 변신을 시작했고 자신의 보금자리였던 MGM과도 작별했다.
그러나 역시 루니 하면 늘 1930~40년대 MGM 시절의 ‘올 아메리칸 보이’로서 기억될 것이다. 가드너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루니가 빅 스타가 아니었더라면 과연 그 많은 여배우들이 꼬마에 미남도 아닌 그와 잠자리를 같이 했을까 하고 궁금해 했지만 루니는 이젠 사라진 할리웃의 스튜디오 시스템이 생산해 낸 아주 잘 팔리는 대표적인 상품이었다.
나는 지난해 8월 웨스트우드의 해머뮤지엄 내 빌리 와일더 극장에서 루니를 만났었다. 복원된 ‘세일즈맨의 죽음’ 상영 전 로비 파티에서 휠체어를 탄 그를(사진) 보는 순간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루니는 마치 물기가 다 빠져 말라비틀어진 오이지 같아 보였다. 난 그에게 달려가 “반갑다”며 악수를 나누면서도 ‘아, 그렇게 노래 부르고 춤추며 활기찼던 루니가 세월 앞에선 이렇게 무기력하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쓸쓸해졌었다. 루니는 이제 하늘에서 주디 갈랜드를 만나 춤추고 노래 부를 것이다. 굿 바이 미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