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발달된 내 몸의 근육 볼만한가요”
현재 상영 중인 마블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액션영화‘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에서 캡틴 아메리카 역을 맡은 크리스 에반스(32)와의 인터뷰가 3월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이 영화는 2011년에 나온‘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의 속편. 에반스는 4월에는 역시 그가 나왔던‘어벤저스’의 속편인‘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촬영차 한국을 방문했었다. 그는 또 봉준호 감독의 공상과학 액션영화‘설국열차’(6월 개봉)에서도 주연을 맡아 한국 팬들에게는 낯이 익은 배우다. 에반스는 자신이 주연을 하는 미 동부 해안을 무대로 한 로맨틱 드라메디‘1:30 열차’(그는 인터뷰에서 제목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로 감독으로 데뷔한다. 텁수룩한 수염을 하고 푸른색의 짧은 소매 셔츠를 입은 건강한 호남형인 에반스는 마치 캡틴 아메리카처럼 씩씩하고 원기가 왕성했는데 질문에 깔깔대고 웃으면서 박수까지 쳐가며 속사포 쏘듯이 대답했다. 기자가“당신 한국서 영화를 촬영할 예정인데 한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고 묻자“별로 아는 것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인터뷰 후 기자와 사진을 찍을 때 악수를 나누면서“내 영화 홍보 차 한국에 갔었는데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 영화에서 당신은 놀라울 정도로 단단한 체구를 보여주는데 원래 그런 것인가 아니면 영화를 위해 신체단련을 했는가.
“영화 촬영 2주 전부터 신체단련에 들어가 계속하다가 촬영이 끝나기 2~3주 전부터 그것을 중단했다. 영화가 끝난 뒤로 난 체육관에 대해선 일절 생각을 안 했는데 ‘어벤저스’ 속편을 찍기 위해 다시 맹훈련에 들어가야 한다.”
― 그러면 다이어트를 하는가. 신체단련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라도 있었는가.
“다이어트는 아니고 철저한 신체단련이다. 난 고등학교 때부터 여러 가지 스포츠를 해 근육이 발달됐고 또 신진대사가 잘 된다. 그래서 체중의 증감이 아주 신속하다. 그런데 이제 나이를 조금씩 먹다 보니 과거와 달리 몸이 쑤시고 여기저기서 덜커덕거리는 소리도 난다. 그런데 다행히도 나 이젠 이런 역을 몇 개만 더 하고 그만 둘 것이다.”
―‘어벤저스’ 속편 촬영을 위해 한국에 간다고 들었는데 한국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나.
“촬영을 위해 한국에 얼마간 머물 것이다. 나 외에 또 누가 갈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한국에 대해선 아는 것이 그렇게 많지 않다.”
― 당신이 나온 ‘설국열차’를 감독한 봉준호에 대해 얘기해 달라.
“그는 참으로 멋진 감독이다. 난 그 영화와 봉 감독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할리웃과 다른 스타일의 감독이다. 그는 카메라를 어디에 놓아야 할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으로 카메라 위치만 정해지면 그 즉시 찍고 편집을 한다. 매우 대담무쌍한 연출로 그것은 봉 감독이 자신의 방법에 대해 확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당신이 연기 외에 감독으로 데뷔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감독은 자신의 얘기를 할 수가 있고 또 영화에 대해 보다 많은 통제권을 갖고 있다. 반면 연기란 다른 배우들과 감독과 함께 일하는 큰 그림의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배우는 촬영이 끝나면 그것과 작별하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이 만든다. 그러나 감독은 재능을 지닌 다양한 예술인들의 비전을 구체화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연출은 대화와 협조의 게임으로 나는 그것에서 큰 보상을 받는 느낌을 가졌다. 연출이 정말로 즐거운 것은 편집할 때다. 편집실은 본격적으로 영화를 건축하는 곳으로 그것은 마치 집을 짓는 것과도 같다.”
― 당신에 관해선 약물 복용이나 요란한 파티 참석 그리고 그 밖의 다른 가십이 전연 없는데 어떻게 해서 도덕적으로 난장판인 할리웃에서 자신을 지켜나갈 수가 있는가.
“영화란 매우 아슬아슬한 사업이다. 개인의 정신적 건강을 맑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가능하면 대중의 눈 밖에 머물러 있고 또 자신의 삶에서 개인적 평온을 유지할 수 있다면 평화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캡틴 아메리카(왼쪽)와 윈터 솔저가 격투를 벌이고 있다. |
― 캡틴 아메리카는 미국의 이상을 지키는 것이 일인데 당신이 생각하는 미국의 이상은 무엇인가.
“난 그가 반드시 미국의 이상만 수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그가 인간의 이상을 수호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는 캡틴 아메리카라 불리고 적과 백과 청색의 옷을 입긴 했지만 그가 대변하는 도덕과 가치는 그 어느 곳에서나 찾아볼 수가 있다. 나는 그의 신조가 자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투쟁과 염려를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본다. 그것은 범세계적인 것으로 따라서 비록 그의 이름엔 아메리카가 붙어 있지만 그를 반드시 미국에만 국한시킬 필요는 없다.”
― 당신은 영화에서 70년간 동면에 빠졌다가 깨어나서도 20대 모습 그대로인데 실제로도 그럴 수 있다면 영원히 젊은 상태로 남고 싶은가.
“유혹적인 제안이긴 하나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는 진화한다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는 무언가를 배우기 때문에 난 그런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고 싶지 않다.”
― 여자를 만날 때 당신은 상대에게 스스로 데이트를 청하는가 아니면 친구들의 소개로 만나는가.
“난 스스로 데이트를 신청할 배짱이 있다. 그러나 만남이란 서로 주고받아야 하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바른 것이 아니다. 내게 바른 사람을 만나면 나의 데이트 신청도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당신은 여자문제에 있어 구식 스타일인가.
“어느 정도 그렇다. 요즘에는 상대에게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데 이전엔 전화로 ‘누구 있어요’라고 물었다. 난 분명히 문자 메시지 보내는 사람보다 전화를 들고 말을 하는 사람을 존경한다.”
― 나이를 먹으면서 무얼 배웠는가.
“난 지금 32살인데 20대 때보다 확실히 더 내 나이와 위치에 대해 감사할 줄 알고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과거의 실수에 대해 더 이상 염려하지 않고 또 미래에 대해서 집념하지 않으면서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으면서 그것을 수용하는 것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현재를 즐기고 있다.”
― 현재 가치 있게 느끼는 것이 무엇인가.
“정말로 감독하는 것을 즐겼다. 현재 내가 오직 하고 싶은 것은 감독이다. 따라서 현재 내가 즐기고 있는 것은 자신의 정열을 찾고 이해하는 것이다.”
― 영화에서 조연으로 나온 로버트 레드포드와 일한 경험은 어땠는가.
“그는 참으로 훌륭한 사람이다. 철두철미한 프로다. 자기 대사를 암기해 세트에 나온다. 매우 인내심 있고 이해심이 깊다. 뛰어난 연기인으로 모두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 캡틴 아메리카는 자기를 적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방패가 있는데 당신을 이 세상에서 지켜주는 방패는 무엇인가.
“가족이다. 가족은 나를 다른 사람들과 내 직업과 사업으로부터 지켜줄 뿐 아니라 나 자신으로부터도 나를 지켜준다. 왜냐하면 때로 자신이 자신의 가장 나쁜 적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 영화에 당신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들어가 자신의 옛 모습을 보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있는데 당신은 실제로 고요 속에서 무언가를 들은 적이 있는가.
“매일 그렇다. 난 매일 정적을 연습하며 산다. 나는 목에 정적에 관한 문신이 있다. 우리의 의식은 너무나 퍼져 있고 또 우리는 과거와 미래에 너무 집착해 현재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의 큰 장애다. 이것을 극복한다면 우리는 승리하는 것이다. 삶은 현재의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래를 결코 만날 수 없다. 미래란 현재가 될 뿐이니까.”
― 연예인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바로 그게 문제다. LA에 오래 머물다 보면 문제가 될 것이 없는 것들이 문제가 되고 영향을 미치지 못하던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난 집에를 자주 간다. 이 사업은 너무나 유혹이 많고 혼란스럽다. 따라서 고요함 속에 현재를 유지하면서 잡생각을 제거하려는 연습이 필요하다. 내가 싸우는 목표도 이를 성취해 스스로를 해방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당신이 무서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무서워한다는 것이 나의 공포다. 공포 자체가 문제다.”
<한국일보 편집위원/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