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들도 볼 수 있는 영화라 기뻐”
위험한 상황에 유머를 함께 유지하는 것은 큰 도전
LA는 고독에 빠지기 쉬운 곳, 실직자 일 경우 더 해
리들리 스캇리 감독한 흥미 있고 지적인 우주모험영화‘화성인’(The Martian)에서 동료 우주인들과 함께 화성탐사를 갔다가 달랑 혼자 남게 된 뒤 온갖 기지와 생존술을 동원해 구출 받을 때까지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우주인 마크 와트니로 나온 맷 데이먼(45)과의 인터뷰가 지난 9월 11일 토론토영화제가 열리는 토론토의 리츠칼튼 호텔에서 있었다. 짧은 머리에 간편한 셔츠 차림의 데이먼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질문에 대답했는데 그를 만날 때마다 기분이 좋은 점은 그가 도무지 수퍼스타 티를 내지 않는다는 것. 약간 수줍어하는 미소와 함께 소박하고 정이 가는 태도가 바로 이웃집에 사는 마음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같아서 아주 편하다.
―각본을 읽었을 때 느낀 소감은 무엇이었는가.
“난 어렸을 때 다른 아이들처럼 우주인 노릇하기를 즐겼다. 그러나 내가 각본을 읽었을 때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마크의 유머가 있는 성격이었다. 따라서 내가 느낀 도전은 어떻게 하면 원작인 책의 유머와 마크가 처한 위험을 함께 유지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즉 영화를 흥분감으로 가득 채우면서 아울러 낙천적이요 재미있게 만든다는 도전이었다.”
―마크는 고립과 동거하며 사는 셈인데 당신과 혼자 있는다는 것과의 관계는 어떤가.
“지금 난 아이가 넷이나 돼 화성에서 시간을 좀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을 할 때도 우리 가족은 함께 여행한다. 혼자 있었을 때를 찾는다면 내가 LA에서 배우가 되려고 애쓸 때라고 하겠다. LA는 고독을 아주 쉽게 느낄 수가 있는 곳이다. 특히 실직자일 경우는 더 하다.”
―고독의 느낌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그냥 마주 대하는 수밖에 없다. 배우로서 그것에 대해 말하자면 지금 할리웃에는 고독에 시달리는 배우들이 엄청나게 많다. 따라서 서로 친구가 돼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고독에 대처하는 한 방법이라고 하겠다.”
―마크는 생존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재활용하는데 당신도 실제로 그런가. 그리고 또 마크는 아주 숫자와 수학에 능한데 당신도 그런 것에 능한지.
“우린 철저히 모든 것을 재활용한다. 이 영화는 지능과 셈에 관한 것이기도 해서 난 각본을 쓴 드루 고다드에게 이 영화는 과학에 바치는 연서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지능과 용감하면서도 똑똑한 사람들에 대한 찬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난 우리나라가 점점 더 멍청해 가고 있는 요즘 이런 영화를 내놓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와 숫자와의 관계를 말하자면 마크만은 못하나 그런대로 괜찮다. 팁 계산도 잘 한다.”
―당신이 마크라면 동료 우주인들이 당신이 죽은 줄 알고 지구로 귀환한 것이 더 나쁜가 아니면 화성에서 생존하려고 애를 쓰는 것이 더 나쁜가.
“혼자 남게 됐구나 하고 처음에 깨달았을 때가 가장 나쁜 순간이라고 본다. 그 후로는 마크가 아주 치밀하게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고 또 언제나 뭔가 할 일들이 있기 때문에 혼자 있어도 미칠 지경은 아니라고 본다.”
화성에 혼자 남은 마크는 온갖 지혜를 동원, 생존한다. |
―마크는 자신과 동료 우주인들의 인분으로 감자를 재배하는데 당신은 어느 감자요리를 좋아하는가. 그리고 감자 키울 줄 아는가.
“으깬 감자요리다. 추수감사절에도 그걸 먹는다. 이 영화 덕분에 감자 재배법을 배웠다. 촬영장 바로 옆에 감자밭을 만들어놓고 감자를 키웠다.”
―당신의 전신 나체 모습은 대역이 했는데 당신 뜻인가.
“내 뜻이 아니다. 원래는 내가 체중을 감소할 예정이었으나 그렇게 하면 다음 장면을 위해 다시 체중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제작상 쉬운 일이 아니다. 화성 외부 장면은 요르단에서 찍고 화성의 우주인 거처 장면은 헝가리에서 찍었는데 내 대역은 그래서 헝가리 사람이다. 그러나 난 감독이 허락했다면 나체로 나올 의향이 있다.”
―마크는 영화에서 탐사팀장(제시카 채스테인)이 가져온 디스코 음반을 들으면서 끔찍한 음악이라고 인상을 쓰는데 실제로 당신은 어떤가.
“나도 딱 마크가 좋아하는 만큼만 디스코 음악을 좋아한다. 누가 내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디스코 노래가 무어냐고 묻는다면 ‘아 윌 서바이브’라고 말하겠다.”
―리들리 스캇과 일한 경험은 어떤지.
“그는 배우들로 하여금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놔두는 감독이다. 그래서 자기 마음에 들면 그것을 키우는 식이다. 그리곤 배우에게 다가가서 ‘거 참 좋은 아이디어다. 아주 잘 했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배우들이 스스로 운전을 하게 하다가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되면 시정해 주는 감독이다.”
―요즘 같이 로봇이 모든 것을 하는 때에 왜 화성에 로봇을 보내지 않고 인간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탐험정신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우리 인간들이 언젠가는 지구에서 멸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혹성으로 이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어린 아이들도 볼 수 있는 것인데 당신도 그것이 기쁜가.
“그렇다. 내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든 것이 아주 흥분된다. 사실 난 그 동안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별로 만들지 않았다.”
―영화를 위해 미 국립항공우주국(NASA)이나 제트추진연구소 직원들에게 자문을 구했는지.
“그들은 기술적인 면에서 큰 도움을 주었다. 책을 쓴 앤디 위어의 기본 착상은 고도로 훈련을 받은 우주인이 과연 혼자 화성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질문에 대해 과학적으로 대답을 해 나간다. 그들은 인간이 불원 화성에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영화에 나오는 인분으로 감자를 재배하는 법과 우주에서 인간의 몸이 받는 영향 등 모든 것에 대해 연구했다. 나는 역을 위해 현재 우주정거장에 6개월 째 체류하고 있는 우주인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영화에는 많은 기술적 과학적 용어가 있어 잘 이해를 못하겠는데 당신은 다 이해했는지.
“마크는 공기와 음식과 물 등 모든 것에 대해 이해하기 때문에 나도 내가 작업하고 말해야 하는 것은 다 이해했다. 책이 다소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으나 보통 사람들도 읽고 이해할 수 있다. 나도 사실 NASA 직원들의 전문용어는 이해하기 쉽지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로켓과학자들의 용어인 만큼 별 수 없지 않은가.”
―학교 다닐 때 과학 성적이 어땠는지.
“난 좋은 과학자가 못 된다. 난 과학자보다는 예술가 편이다.
―당신의 일상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무엇인지.
“내 아이들과 아내다. 아이들이 세상을 순진한 눈으로 보는 것을 보면 참담한 경우에도 희망을 보게 된다.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로 인해 나는 스스로를 재충전하고 다음 날을 준비하게 된다.”
―다시 제이슨 번 역을 맡게 된 소감은 어떤지.
“역을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첫 장면에서 내 모습이 볼썽사나우면 영화는 끝장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나긋나긋하면서도 강인한 몸을 만들기 위해 많은 훈련을 받았다. 지금 1주일 간의 촬영을 마쳤는데 굉장하다. 내년 7월에 개봉한다. 그동안 세월이 많이 지나 난 잿빛머리를 하고 나온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