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015년 5월 18일 월요일

‘웰컴 투 뉴욕’ 재클린 비셋




“섹스장면 논란됐지만 깊이 있고 복잡한 영화”


페라라 감독·제라르 드파르디외와 일하고 싶어 출연
요즘 여배우들 너무 상품화…삶의 고통도 모르고 연기


최근 개봉된 아벨 페라라 감독의‘웰컴 투 뉴욕’에서 2011년 뉴욕의 호텔 하녀를 성추행한 뒤 국제통화기금 총재직을 사임한 프랑스인 도미니크 스트라우스-캉(제라르 드파르디외)의 아내로 나온 재클린 비셋(70)과의 인터뷰가 4월30일 웨스트할리웃에 있는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 사무실에서 있었다. 1960년대와 70년대 폴 뉴만과 스티브 맥퀸(‘불릿’)과 같은 수퍼스타들과 공연하며 할리웃의 지적이면서도 섹시스타로 명성을 날렸던 비셋은 얼굴과 손과 목에 주름이 지긴 했지만 아름다움은 여전했다. 특히 비수처럼 차가운 푸른 눈동자가 아름다우면서도 날카로웠는데 우아한 귀부인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비셋은 통일교의 돈으로 만든 맥아더(로렌스 올리비에)의 인천상륙작전을 그린‘인천’(1981)에 출연 차 한국을 방문했는데 기자와 사진을 찍을 때“방문했던 한국이 아름다웠다”면서“한국을 좋아한다”며 반가워했다.   

-영화에 나오기로 한 이유가 무엇인가.
“스트라우스-캉의 사건이 났을 때 그것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영화에 나온 것은 페라라감독과 일하고 싶어서였다. 그와 영화에 대해 얘기한 뒤 TV를 통해 스트라우스-캉의 아내 안이 매우 지적이요 광채가 나는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제라르와는 구면이어서 호흡 맞추기도 좋겠다고 느꼈다. 제라르는 야성적이나 시적이요 부드러운 점도 가진 사람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무엇을 발견했는가.
“자기가 믿고 모든 것을 걸었던 남편이 그른 사람이지만 안은 진실로 남편을 사랑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러브스토리다. 안은 매우 조직적이요, 매사를 자기가 알아서 처리하는 사람으로 남편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내버려뒀다. 난 그녀에 관해 많이 읽었다. 그리고 그녀가 늘 미소 짓고 따스하며 빛나는 여자라는 것을 알고 그 역을 진실로 맡고 싶었다. 그런데 프랑스 사람들은 대체로 스트라우스-캉을 옹호하는 편이어서 이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지난해 칸영화제에 출품됐지만 영화 처음의 섹스파티 장면을 자르라는 요구를 페라라가 거절해 선정이 거부됐다. 그러나 그 장면은 에로틱한 것을 위한 장면이 아니라 스트라우스-캉의 성격과 인물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이 영화는 섹스영화가 아니라 깊이가 있고 복잡한 영화다. 따라서 난 영화에 나온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런데 당초 내 역은 프랑스 배우 이자벨 아자니가 맡기로 했다가 그녀가 물러나는 바람에 내게 주어졌다.”

-당신의 남편은 섹스 중독자인 괴물인데도 당신은 그의 곁을 굳건히 지키는데 어찌 그럴 수가 있나.
“안은 남편을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는 법이다. 그가 비록 섹스 중독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깊은 사랑이 물러서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내 경험에 의하면 그렇다.”

-스티브 맥퀸을 비롯해 멋쟁이 스타들과 영화에 나오던 때가 그리운가.
“아니다. 스티브는 매우 매력적인 사람이고 영화들도 좋았지만 미국 스튜디오의 대작에서 내 역이란 별로 연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영화들이 나쁜 것은 아니었으나 난 지금하고 있는 독립영화에서의 역이 더 좋다. 깊고 복잡한 성격의 여자 역이 있는 미국영화가 있다면 기꺼이 나오겠지만 그런 역을 찾기가 어렵다.”

-안을 만났는가.
안이 남편 스트라우스-캉과 법정을 나서고 있다.
“그녀가 별로 날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은 줄 안다. 안은 영화를 보고 혹평을 했다고 들었다. 난 안을 그녀 그대로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즉흥적으로 연기했다.”

-당신의 인생관에 대해서 말해 달라.
“난 삶을 사랑한다. 지금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매우 낙담하고 있다. 미래에 대해 믿음을 잃었다. 난 세상사에 관심이 많은데 거기서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나 절망적이어서 그것들에 대해 더 이상 신경을 쓰지 말까하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난 세상사에 관심을 버릴 수가 없고 그 같은 관심이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다. 난 인생과 우정 등 모든 것에서 진짜와 꾸미지 않은 것에 매력을 느끼며 진실을 사랑한다.”

-일 안할 때는 어떻게 소일하는가.
“난 휴가도 거의 안 간다. 가끔 유럽에 가서 친구들과 우정을 새롭게 하는 것이 전부다. 내 친구들은 다 내가 20대 때 만난 사람들이다. 그리고 늘 집을 가꾸느라 분주하다. 같은 집에서 지난 40년간 살고 있다. 그 집은 나의 뿌리나 마찬가지다.”

-당신은 여행할 때 비행기 안에서 무엇을 읽으며 호텔은 어떤 곳에 드는가.
“가벼운 책과 내가 읽고 싶은 LA타임스 기사들의 스크랩을 읽는다. 호텔은 밝고 깨끗하고 실용적이면 된다.”

-어느 나라에서 촬영하는 것을 좋아하는가.
“영국이다.” (비셋은 영국의 서리에서 출생했다.)

-당신은 앤젤리나 졸리의 대모인데 졸리의 어머니와 친했는가.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는데도 내게 대모가 되어 줄 것을 요청해 다소 놀랐다. 그러나 그것은 내게 매우 진지한 일이었다. 유감스럽게도 난 앤젤리나를 잘 알지 못한다. 그녀와 가까워지고 싶어도 앤젤리나가 원체 바빠서 그럴 틈이 없다. 더구나 난 수줍음이 많아 누가 내게 마음 문을 열지 않으면 잘 접근을 못한다.”

-폴 뉴만과 스티브 맥퀸에 대해 기억에 남는 일이라도 있는가.
“그들을 썩 잘 알지는 못했다. 폴은 참으로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그리고 가끔 기찬 농담으로 사람을 웃겼다. 농담이 끝나기도 전에 자기가 먼저 웃곤 했다. 아주 즐거운 소년과도 같은 사람으로 매력적이었다. 반면 맥퀸은 무드파로 농담하는 것을 못 봤다.”

-당신은 프랑스 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사실인가.
“특별히 그런 것은 아니나 내 어머니는 프랑스인의 피를 지녔다. 내가 프랑스어를 하게 된 것은 나이 28세 때 프랑솨 트뤼포의 ‘데이 포 나잇’에 나오면서다. 16세 때 프랑스어 학교에 2년간 다니긴 했지만 학교의 남학생들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용돈을 벌기 위해 중국 식당에서 일하는 바람에 공부는 하지도 못했다.”

-프랑스 영화는 좋아하는가.
“중독자다. 프랑스어 학교에 다닐 때 프랑스 영화를 보고 배우가 되기를 결심했다. 그 때 잔느 모로를 발견했고 베리만과 파졸리니와 펠리니 그리고 비스콘티 등도 알게 됐다. 그 때 베리만을 자세히 이해하진 못했으나 그가 여자를 카메라로 포착한 모습에 완전히 매료당했다. 그리고 트뤼포와 로머도 나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다. 이들의 영화를 못 본 요즘 아이들이 불쌍하다.”

-요즘 젊은 여배우들을 보면서 과거와 어떤 변화를 느끼는가.
“모두들 갈비씨라는데 경악한다. 그리고 요즘 배우들은 자기 취향에 따라 역을 찾아 연기를 한다기보다 스튜디오가 마련해 주는 대로 역을 맡으면서 블락버스터 영화에 나와 자기를 과시하는데 내가 젊었을 땐 안 그랬다. 그 때 우린 그렇게 상품화하진 않았다. 물론 스튜디오 시스템 때는 배우들이 상품취급을 받았지만 적어도 내기 일할 때는 안 그랬다. 요즘 여배우들은 너무 상품화했다. 연기를 하려면 보다 인간적이어야 하는데 요즘 여배우들은 삶의 고통을 모르는 것 같다.”

-영화사 간부들을 잘 아는가.
“전연 모른다. 난 매우 사적인 사람이어서 가까운 친구 외에 다른 사람들은 무시하고 산다. 어떤 때 프리미어에 가면 거기 온 사람들이 도대체 다 뭘 하는 사람들인가 하고 놀란다.”

-할리웃에선 정직함이 해가 되는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난 언제나 솔직해 왔다. 난 가짜가 아니다. 난 내가 느끼는 것을 솔직히 얘기한다. 나이가 먹을수록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말할 권리도 더 신장된다고 본다. 나는 직선적인 사람이 좋다.”

-당신은 ‘그릭 타이쿤’에서 오나시스(앤소니 퀸)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로 나왔는데 재키를 만난 적이 있는가.
“뉴욕의 ‘러시안 티룸’에서 캔디스 버겐과 점심을 먹을 때였다. 그 때 재키가 들어왔는데 우리 곁은 지나면서 ‘헬로’하고 냉정하게 한 마디 하고 지나갔다. 난 몸이 얼어붙는 줄 알았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매드 맥스: 분노의 길 (Mad Max: Fury Road)


맥스(왼쪽)와 퓨리오사가 쫓아 오는 무리들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

활화산처럼 터지는 ‘폭력의 미’


몬스터 트럭들의 황무지 왕복 질주 광란의 액션으로 얘기는 다소 빈약하나 ‘댐 굿 무비’다. 시종일관 에너지가 활화산 터지듯 분출되면서 관객의 감관을 마비시키는 잘 만들고 재미 만점의 영화로 대형 화면에 펼쳐지는 스펙태클의 본 떼를 보여준다. 
30여년 전에 멜 깁슨을 세계적 스타로 만들어준 ‘매드 맥스’를 감독(각본 겸)한 조지 밀러가 새 매드 맥스로 탐 하디를 써 다시 만들었는데 폭력적이면서 아름다운 발레 같은 액션이 쉴 새 없이 전개돼 호흡이 다 가쁘다. 특히 이 액션들은 거의 특수효과를 사용하지 않아 더욱 사실적이고 쓴 쓸개 씹는 것처럼 통렬하다.
영화의 주제는 생존인데 주인공이 매드 맥스라기보다 여전사인 퓨리오사(샬리즈 테론)라고 해야 맞다. 맥스는 퓨리오사의 조수급으로 이 영화는 남성위주의 세상으로부터의 여성해방과 여권신장의 영화다.  
세상 종말 후 석유가 거의 물신숭배의 대상이 된 세상(석유 때문에 전쟁하는 요즘 세상 얘기라고 봐도 좋다.) 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높은 언덕 위에 세운 빛나는 크롬 색깔의 발할라(바그너의 오페라 ‘링 사이클’에 나오는 신들의 세상)이라 불리는 곳에 사는 흉측한 모습의 독재자 임모탄 조(휴 키스-번). 선택된 자들만 발할라에 살고 나머지 인간들은 발할라 아래 지상에서 노예처럼 산다. 발할라의 여자들은 아기를 낳고 모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만 생존한다.
이에 반기를 들고 일단의 젊은 여자들을 대형 유조트럭에 싣고 발할라를 탈출해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여자가 조의 고급 참모였던 강인한 퓨리오사. 머리를 박박 깎고 왼팔이 쇠팔인 퓨리오사는 말하자면 여자 모세다. 
이에 본의 아니게 합류하는 자가 매드 맥스. 여기서부터 퓨리오사와 매드 맥스는 고철상에서 수집한 각종 트럭 부속품들로 짜깁기한 것 같은 온갖 모양과 성능의 몬스터 트럭을 탄 조의 졸개들을 피해 전속력으로 도주하면서 액션이 뜨거운 프라이팬의 콩 튀듯 한다. 열사의 불과 폭력의 영화요 추격과 도주의 영화다. 
퓨리오사와 매드 맥스를 추격하는 트럭들을 리드하는 트럭의 본넷 위에서는 조의 졸개가 전자기타를 귀청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요란하게 치면서 흥을 돋우는데 마치 옛날 서부시대 인디언들을 학살하던 미 기병대의 나팔수 같다.        
퓨리오사와 매드 맥스 외 제3의 주요 인물은 암에 걸린 조의 젊은 전사 넉스(미콜라스 훌트). 넉스는 처음에는 퓨리오사와 매드 맥스를 처치해 발할라로 올라가는 것이 꿈이었으나 후에 회개하고 퓨리오사의 동지가 된다. 그리고 넉스는 로맨스까지 경험한다.
바그너의 오페라적인 액션의 대혼란으로 이 혼란은 질서를 갖췄는데 끊임없이 폭발하는 액션 을 완벽하고 날렵하게 포착한 카메라가 일품이다. 과묵하고 묵직한 하디의 연기도 좋지만 이 영화는 테론의 것이라고 해야겠다. 강단 있는 얼굴 표정과 사나우면서도 유연한 육체의 동작이 완벽한 여 전사를 탄생시키고 있는데 이런 다부진 행동과 함께 보일 듯 말듯 한 감정적 연기까지 보여주고 있다. 
사람을 흥분시키는 액션영화의 절대판으로 이에 비하면 ‘분노의 질주 7’은 아이들 장난이다. R. WB. 전지역.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슬로 웨스트 (Slow West)


제이(왼쪽)와 그의 바디가드 사일라스가 제이의 애인을 찾아 가고 있다.

우수에 찬 폭력·숨막히는 자연미 ‘이색 웨스턴’


말 대신 나귀를 타고 가는 듯이 천천히 서술되는 아름답고 유혈 폭력적이며 명상하는 듯한 기이할 정도로 독특한 웨스턴으로 마치 초현실적인 서부 신화 같다. 소년의 성장기요 로드 무비이자 버디 무비이며 또 러브 스토리로 영화의 색조가 수시로 변해 보는 사람의 기대를 넘는  재미를 제공한다.
우수가 가득 찬 시적 혼과 미와 함께 터무니없는 코믹 터치로 잔인하고 인정사정없는 폭력을 채색, 황당무계할 정도로 파격적이다. 각본을 쓰고 감독으로 데뷔한 존 맥클린은 뛰어난 재주꾼으로 앞으로 대성하겠다.         
1870년대 콜로라도주. 스코틀랜드에 사는 16세난 소년 제이 카벤디시(코디 스밋-맥피)는 아버지와 함께 미 서부로 온 자기가 사랑하는 소녀 로즈 로스(캐런 피스토리어스)를 찾아 미국에 온다. 깔끔하게 단장을 하고 말을 타고 낯설고 물 설은 서부를 가로질러 애인을 찾아가는 제이는 가다가 산도적을 만나는데 이 때 어디선가 나타나 제이를 도와주는 사람이 개과천선한 무법자로 과묵한 바운티 헌터인 사일라스(마이클 화스벤더). 사일라스가 시가릴로를 입 한쪽 끝에 물고 있는 모습이 ‘황야의 무법자’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닮았다. 
제이는 사일라스를 바디가드로 고용하고 계속해 길을 가는데 둘의 여정을 콜로라도의 광야와 숲과 사막의 자연미가 전원시처럼 뒷받쳐준다. 눈이 따가울 정도로 뚜렷한 원색의 촬영이 절경의 산수화를 보는 것 같다. 이들은 가다가 광야에 덩그마니 혼자 있는 잡화상에 물건을 사려고 들르는데 여기서 갑작스럽고 잔인한 폭력이 일어난다. 영화의 폭력은 전연 예기치 않는 순간에 발생, 충격이 더 크다.
그런데 제이가 모르는 것은 로즈와 그녀의 아버지 머리에 2,000달러의 현상금이 걸려 있다는 것. 사일라스도 이 돈을 노리고 제이의 바디가드 노릇을 하고 있다. 사일라스 외에도 이 돈을 노린 산도적 떼의 두목 페인(벤 멘델손)을 비롯한 온갖 무리의 바운티 헌터들이 로즈 부녀를 처치하려고 모여 들고 클라이맥스에 이 잡다한 무리들 간에 스타일 멋지고 슬랩스틱 코미디 같으면서 아울러 가차 없이 유혈 폭력적이며 비극적인 총격전이 일어난다. 
피와 살육의 파티와도 같은 이 총격전은 감탄을 금할 수 없게끔 말끔하고 맵시 있고 또 상쾌하다. 장면 장면을 한 장의 움직이지 않는 사진처럼 찍은 촬영과 차분한 스밋-맥피와 화스벤더의 거칠면서도 정감이 있는 연기도 좋은 대조를 이룬다. 
성인용. A42. 선댄스 시네마 (323) 654-2717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

황야의 이병헌




한국의 수퍼스타 이병헌(45)이 MGM이 만드는 웨스턴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신판에 7인의 한 사람인 빌리 록스로 나온다. 록스는 노역계약에 따라 미 서부에 와 종노릇을 하던 자로 날카로운 쇠꼬챙이 같이 생긴 사이칼의 명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월13일 개봉을 예정으로 5월부터 촬영에 들어가는 신판은 앤톤 후콰가 감독하는데 7인의 리더 역은 후콰의 ‘트레이닝 데이’(오스카 주연상 수상)와 ‘이퀄라이저’에 나온 덴젤 워싱턴이 맡는다. 흑인과 동양인과 브라질 배우(왜그너 모라)가 미 웨스턴에 나오는 파격적인 다인종 캐스트다.
신판은 ‘O.K. 목장의 결투’와 ‘건힐 발 마지막 기차’ 같은 멋있는 웨스턴을 만든 존 스터제스가 감독한 ‘황야의 7인’(1960·사진)이 원전이다. 이 영화는 아키라 쿠로사와가 감독하고 토시로 미후네가 주연한 ‘7인의 사무라이’의 웨스턴 판이다. 그런데 역시 쿠로사와가 감독하고 미후네가 주연한 ‘요짐보’와 ‘숨겨진 요새’도 ‘황야의 무법자’와 ‘스타워즈’로 만들어졌다.
율 브린너, 스티브 맥퀸,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로버트 본, 호스트 북홀즈 및 브래드 덱스터 등이 나온 ‘황야의 7인’은 총알이 빗발치듯하는 박력 있는 액션과 과묵하고 각기 개성이 뚜렷한 사나이들의 우정과 의리와 명예를 다룬 걸작 웨스턴이다.
멕시코 깡촌의 농부들이 1년에도 몇 차례씩 마을에 나타나 닥치는 대로 곡물과 재물을 약탈해 가는 산적두목 칼베로(일라이 왈랙이 금이빨을 드러내고 웃으며 고약하게 호연한다)가 이끄는 도둑떼를 견디다 못해 미국의 건맨 7명을 고용, 이들과 수십 명의 산적 떼가 맞붙는다는 것이 내용이다. 앙상블 캐스트로 구성된 서부 건맨들의 쓴맛 다시는 듯한 표정과 말없이 행동하는 남성적인 연기가 일품으로 총격전이 끝나면 7명 중 3명만 살아남는다.
나는 이 영화를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안 돼 서울 종로 3가에 있는 피카딜리 극장에서 봤는데 7인의 건맨들이 대형 화면을 가로지르며 말을 달리는 오프닝 크레딧 장면에서부터 아찔한 흥분감에 빠져 들었었다. 특히 이 때 나오는 박진하고 강건하며 또 질주하고 높이 치솟는 듯한 음악이 이 흥분감을 배가시킨다. “딴따따란 딴따딴따란 따라 따라라라”하며 리듬과 멜로디의 물결이 신나게 출렁이는 음악은 영화의 전모를 뚜렷이 묘사하고 있다.
영화음악은 생전 200여편의 영화음악을 작곡한 엘머 번스틴이 지었는데 그는 음악을 미 클래시컬 음악작곡가로 오스카상을 탄 ‘사랑이여 나는 통곡한다’ 등 여러 편의 영화음악도 작곡한 아론 코플랜드의 발레곡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 번스틴이 음악을 작곡한 또 다른 유명한 영화들로는 그의 유일한 오스카상 수상작인 ‘서럴리 모던 밀리’와 ‘황금의 팔을 가진 사나이’  ‘앨라배마에서 생긴 일’ ‘대탈주’ 및 ‘십계’ 등이 있다.
‘황야의 7인’은 개봉되면서 비평가들의 호평과 함께 빅히트했고 쿠로사와도 대단히 만족해 스터제스에게 일본 검을 선사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영화에서 친한 사이로 나오는 크리스 역의 율 브린너와 빈 역의 스티브 맥퀸이 실제로는 촬영장에서 사이가 안 좋았다는 것. 맥퀸이 리더 노릇을 하는 브린너에게 지지 않겠다고 자기 과시를 했기 때문이다.
‘황야의 7인’ 신판에는 워싱턴과 이병헌과 모라 외에도 이산 호크, 크리스 프랫, 빈센트 도노프리오 및 루크 그라임스 등이 나오고 HBO의 인기 드라마 시리즈 ‘왕좌 게임’에 나온 제이슨 모모아가 악역을 맡는다.
내용은 원작과 거의 비슷하다. 남북전쟁 후 미 서부의 한 작은 마을을 말아먹는 무자비한 광산주와 그의 졸개들의 횡포에 시달리는 젊은 미망인이 바운티 헌터인 워싱턴 등 산전수전 다 겪은 7명의 사나이들을 고용해 악당과 한판 붙는다. 과연 몇 명이나 살아남을까. 이병헌이 과연 원작의 건맨 중 누구 역을 맡을지 궁금한데 어쩌면 브래드 덱스터가 맡았던 해리 럭에 상응하는 역을 할지도 모르겠다.
이병헌은 비록 조연급이긴 하나 이 영화에 나옴으로써 이제 명실 공히 할리웃 스타로서의 입지를 보다 단단히 굳히게 됐다. 박중훈과 장동건도 각기 ‘찰리의 비밀’(2003)과 ‘워리어스 웨이’(2010)로 할리웃 진출을 시도했으나 유감스럽게도 실패했다.
이병헌은 2009년 ‘G.I. 조’로 할리웃에 진출했는데 할리웃이 그를 캐스팅한 것은 이병헌이 영화시장의 규모가 큰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어 2013년 ‘G.I. 조’ 속편과 ‘레드 2’에 나왔고 오는 7월1일에 개봉되는 ‘터미네이터:제니시스’에서는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에서 로버트 패트릭이 맡았던 몸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는 터미네이터 T-1000로 나온다. 그는 또 패러디 영화 ‘러시아워 4: 페이스오프 2’에서 랩 수퍼스타 션 ‘펍 대디’ 콤즈와 공연하며 내년에 개봉될 앤소니 홉킨스와 알 파치노가 나오는 섹시 법정스릴러 ‘비욘드 디시트’에서는 회계사로 나온다.
나는 이병헌을 몇년 전 할리웃에서 만나 적이 있는데 그는 그 때 내게 “영어가 미숙해 걱정”이라며 염려를 했었다. 상당히 겸손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이병헌이 다시는 섹스스캔들에 휘말려들지 말기를 바라면서 그의 건투를 빈다.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