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이 스파에서 몸을 씻고 있다. |
부모의 기대와 자신의 정체성 찾기에 시달리는 한인청년
LA 코리아타운에서 전형적인 한국인 스타일의 부모와 함께 사는 18세난 조용한 데이빗 조(조 서-올 선댄스 영화제서 연기상)의 세대 및 문화갈등과 함께 자신의 정체 추구를 담담하고 솔직하고 민감하며 또 가슴 아프게 그린 빼어난 작품이다. 그동안 코리아타운을 무대로 한 한국인 젊은이들의 영화는 더러 있었지만 이토록 통찰력 있고 모나지 않으면서 연민과 이해심 가득한 영화는 없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기대와 실망 그리고 동서양의 가치관의 차이와 함께 아메리칸 드림 문 밖에서 서성거리면서 자신의 좌표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주인공의 드라마가 차분하고 뼈에 사무치도록 진실되게 그려졌다.
데이빗의 고뇌가 다른 아이들보다 더욱 심각한 이유는 그가 동성애자이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이 영화는 순전한 게이영화는 아니다.
한국계 앤드루 안(30) 감독(‘오피니언’면 ‘주말산책’ 참조)의 데뷔작으로 그의 서두르지 않고 자상하게 관조하는 식의 식견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는데 그와 함께 조 서의 고요하면서도 안으로 팽팽하니 감긴 연기가 돋보인다. 이 얘기는 미국에 사는 모든 한국인 부모들과 그들의 자녀들의 것이나 마찬가지로 전 코리안-아메리칸들이 봐야 할 작품이다.
코리아타운에서 식당을 하다가 실패한 데이빗의 아버지 진(조연호)과 어머니 소영(김해리)은 아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좋은 대학(USC)에 가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기독교를 믿는 한국 여자를 만나 아들·딸 낳고 잘 살기를 바라지만 데이빗은 SAT 성적이 안 좋은 데다가 대학에 별 관심도 없다. 과묵하고 부모에게 순종하며 외톨이인 데이빗의 문제는 자신의 동성애 성향. 데이빗은 이를 억누르려고 안간힘을 쓰나 욕망은 용트림을 친다.
막일을 하면서 술에서 위안을 찾는 아버지와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어머니가 데이빗을 비싼 SAT 과외학원에 집어넣자 데이빗은 부모를 돕는다고 스파의 일꾼으로 취직한다(영화는 스파에서 데이빗과 아버지가 서로 몸을 닦아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데이빗은 남자 손님들의 나체를 훔쳐보면서 죄의식과 욕망에 시달리는데 주인이 데이빗에게 스파에서 동성애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적발하라고 지시한다. 데이빗의 스파 안에서의 착잡한 표정과 훔쳐보는 눈길 그리고 어색한 행동에서 으스스한 분위기(촬영 김기진)가 스며나와 마치 스릴러를 보는 느낌이다.
소영의 교회 지인인 수다쟁이 아주머니가 친절을 베푼다고 데이빗을 USC에 들어간 자기 아들 에디(태 송)과 함께 며칠을 보내게 하면서 데이빗은 술과 파티와 타운 노래방의 환락을 엿보게 되나 이런 것들이 데이빗이 시달리고 있는 여러 가지 육체적 정신적 문제를 위로해 주진 못한다. 데이빗의 고뇌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찢어지게 아픈데 영화는 어떤 해결책을 내리지 못한 채 데이빗이 웨스턴 길을 따라 조깅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런데 왜 데이빗은 그렇게 매일 같이 열심히 뛰는 것일까. 성인용. Strand. ★★★★ (5개 만점)
<한국일보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1230@gmail.com>